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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전력 [적고] 흩날리는 추억에게 안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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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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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즌이 되면 카즈나리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역시 이 이른 아침부터 집에 없다.

그래서 짐을 싸기로 했다.

대학생 때, 내가 여유로우니 내가 사려고 하던 집을 카즈나리가 바락바락 우겨서는 자기가 모은 돈까지 보태서 산 집이었다.

수 년을 지내며 깊이 정든 집이기도 했다. 내 짐들을 정리하며 넓어지는 집을 보고 있자니 벌써 마음 한 쪽이 아렸다. 이 집에서 혼자 지내게 될 카즈나리를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보이는 짐들을 대강 정리하고 이번에는 서랍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서랍이 있었지? 쓰지 않게된 물건들을 넣어두던...

드륵-

서랍을 열자 갖가지 잡동사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알람시계였다.

「으응 아카시, 이 알람시계 필요해?」

「알람시계? 왜?」

「내가 깨워주면 되잖아, 알람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니까」

「아, 그렇네」

「이것도 여기 넣는다-」

「네 네」

알람시계도 챙겼다. 이제부터 필요할 것 같아서.

추억을 뒤로하고 집안 구석 구석 내 물건을 찾았다.

내 물건들은 다 챙겼지만, 곤란한건 한 쪽에 치워둔 우리 사진들이었다. 이걸 남겨두면 카즈나리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눈에 선했지만, 내가 가져가면 내가 힘들어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버려? 다 끝났다고 해도 아름다웠던 날들이지 잊고싶은 날들은 아닌데.

고민하다 결국 내가 챙겨가기로 했다.

차라리 지겹게 연애하다 질렸으면 좋았을걸, 왜 죽을만큼 사랑하는데 떠나야 하는걸까?

카즈나리와의 동거로 재벌 2세와 유명 농구선수의 동성연애니 뭐니로 우리 두 사람 모두 시달려왔다. 사실이라서 더 그랬다.

정말로 사실이라는게 밝혀지면 우리 둘만 추락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 둘 다가 각자 책임져야할 팀 혹은 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부터 지금 이 순간 까지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그러니까 카즈나리, 내가 힘들어서 떠나는거니까 실컷 날 원망해. 그리고 전부 잊어줘.

잠시 넓어진 집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현관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환영이 보이는 듯 했다.

늦은 시간, 내가 깰까봐 조용히 들어온 카즈나리가 거실 불을 켠 순간 마주하게 될 공허한 풍경.
놀라서 방에 들어가보고 착각이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는 주저앉을 모습.
잠시 후 울음을 터트릴 모습.
보이지도 않는 광경 하나하나가 심장에 생채기를 내고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가기로 했으니까.

현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이사센터의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장 필요한 물건들이 든 가방을 제외하고는 전부 맡겼다.

그리고 나는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오늘은 여기서 지낼 셈이었다.

씻은 뒤 침대에 털썩 앉자 다시금 옛 기억이 나를 덮쳐왔다. 처음 동성애 파문으로 떠들썩해졌을 때 였다. 카즈나리는 내 손을 꽉 잡고 말했다.

「난 상처 안 받으니까. 그리고 잘 숨길 수 있으니까」

「나도야, 카즈나리」

「그러니까, 차라리 놔버릴까- 라든가 그런 생각만 하지 마」

「....바보야?」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때 확실하게 긍정의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은 이제 와 생각하니 조금 다행인 것 같았다.

꺼내지 않은 짐들 속에서 알람시계를 꺼내 건전지를 갈아 끼우고 시간을 맞추었다. 아직 멀쩡하게 작동했다.

알람은 오전 7시로 맞춰두었다.

그 후로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할 일이 없었다. 하루종일 티비만 틀어놓고 그것도 보는 둥 마는 둥 보냈다.

벌써 카즈나리가 그리웠다. 그것만으로 벅찼다. 분명 내일이 오면 더 그리워질텐데 말이야.
생각하다 챙겨온 사진들을 꺼내 한 장 한 장 보기 시작했다.

사진은 다 가져왔으니까, 넌 얼마 안 가 날 전부 잊을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난 그보다 조금 더, 혹은 아주 많은 시간이 더 지나야 너를 잊겠지.

사진의 뒷면마다 쓰여있는 날짜와 짧은 한 마디. 내가 쓸 때도, 카즈나리가 쓸 때도 있었다.

[20xx년 x월 x일 라쿠잔고교 농구부 동창회
미부치선배님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맞아, 미부치 선배가 카즈나리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었지. 이 날도 분명 계속 들이대다 나한테 여러번 눈초리를 받았을 것이다.

[20xx년 x월x일 타카오 카즈나리 골절로 입원한 날
몇 번이나 조심하라고 했잖아]

침상에서 머쓱한듯 웃고있는 카즈나리. 이제 너 아파도 병문안도 못 가네. 아니 아픈 줄도 모르겠네.

어느새 사진 위로 떨어진 눈물방울에 재빨리 눈을 문질렀다. 그렇다고 이미 새기 시작한 수도가 잠가지지는 않았다.

한 장 한 장 자세히 보다 보니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리 갔다. 어느새 깊어버린 밤에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지금쯤 집에 돌아왔을까, 울고있을까, 혹시 찾겠다고 나가진 않았을까.

배터리를 빼둔 핸드폰을 집어 들고 망설이다 다시 내려놓았다. 이러면 안된다고.

멎은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왜, 왜 우리는 이래야만 할까.

추하게 소리를 죽여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기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비몽사몽한 상태로 시계를 확인했다. 6시 반. 카즈나리가 항상 깨워주던 시간.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몸에 익어버렸나보다. 허무한 기분으로 기껏 맞춰놓은 알람을 껐다.

"잘 잤어?" 하고 물어오는 네가 없었다. "세이쨩, 또 이거 빼먹었어" 하고 챙겨주는 네가 없다. 그래, 그런 너는 지금 어떨까? 일어났겠지? 일어났다면, 아무렇지 않게 연습을 갔을까?

다시 북받치는 마음에 급히 핸드폰에 배터리를 끼우고 핸드폰을 켰다. 무언가 연락이 와있다면, 난 한심하게 돌아가버릴 것 같았다. 알면서도 확인하려 했다.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의외로 조금 아니, 많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문자를 본 순간 나는 다시 짐을 쌀 수 밖에 없었다.

[아무 말도 않을테니까 빨리 돌아와]

평소의 카즈나리와 달리 문장부호 하나, 이모티콘 하나 없는 문자.

미친 사람처럼 서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손이 떨려 몇 번이나 비밀번호를 틀리고서야 문을 열었다.

집 안은 너무도 고요했다.

고요한 방에서 카즈나리가 조용히 걸어나왔다.

"이제 왔어?"

저 장난스러운 미소에, 붉게 젖은 눈가에,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 잘 알았다.

"미안해, 갑자기 외박하고 싶어서"

"바람이라도 핀거 아니야?"

"그럴리가"

"......."

"그럴리가..."

결국 다시 눈 앞의 카즈나리가 흐려졌다. 눈 앞이 뿌옇게 차오르기 직전 너의 무너지는 표정은 똑똑히 보았다.

그 표정을,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

http://img.theqoo.net/WVMfu

http://img.theqoo.net/DSl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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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air - Departure 이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아서 연성해보고 싶었어ㅎㅅㅎ;

혹시 내 필력이 딸려 잘 모를수도 있을까봐....
둘은 성인이고 아카시는 아버지 회사 물려받고 타카오는 프로 농구선수로 활동함.
아카시는 진작 요비스테 했고 타카오는 거의 아카시라고 부르는데 내킬때만 세이쨩이라고 부른다는 내맘대로 설정^~^

↓밑은 노래 가사인데 한번쯤 읽어보는..것도...↓

I love you baby 흩날리는 계절에게 안녕을
Oh maybe 슬프겠지만 떠날 수 밖에
언젠가는 이 시간도 빛나리라 믿고 지금은 say goodbye

하나 하나 정리하고있어 네가 없을 때
조금씩 넓어지는 우리 두 사람의 공간
흠집난 벽, 손에 들린 옛 사진에
잠들어있던 추억이 눈을 떠
새로운 날을 향하며 강한 체 하는 나
불안한 표정은 네게 보이고 싶지 않아

「아직은 좀 춥네」 라며 잡은 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돌아가던 길
들떠서 꿈을 얘기하던 나, 끄덕이며 들어주던 너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거리가 벌어졌나봐
「특별한 생활은 아니라도 좋으니 놓지만 마」
라며 작게 말하던 네 그 몸을 안아주고 싶지만

난 이제 떠나야만 해 여기 머무를 수 없어
알아, 그렇대도 가슴이 아픈거야 내가 정한건데도
분명 내일은 네가 오늘보다 더 그립겠지만

I love you baby 흩날리는 계절에게 안녕을
Oh maybe 네가 그립겠지만
그것 까지도 끌어안고 갈게
언젠가를 위해 say goodbye
내일로 향하며 say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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