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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단편 시간(쿠로켄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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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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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vUBEhttp://theqoo.net/246598310


안녕? 이틀 전 연성 신청을 받고 오늘도 열심히 연성을 했어...

원래 그림을 연성하려고 했는데 너무 안 그려져서 스토리 짜놓은 걸 글로 옮겼어~ㅠ

미안하고... 열심히 썼으니 캐붕이라도 예쁘게 봐줬으면!!

리젠이 빠른 편이라 신청한 덬이 못 볼까봐 걱정이다ㅠ


=====================================================================

























-켄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지.


-....글쎄.


-생명이잖아.


-......


-그럼 생명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









<시간>








햇볕이 푸근하게 내리쬐는 창가 쪽에는 묘한 머리색을 한 고양이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 고양이로 말하자면, 꽤 강호로 알려진 우리 고교 배구부의 주전에, 그것도 ‘세터’라고 한다. 사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렇게 운동을 썩 잘하는 녀석도 아니고, 체육시간이 되면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고 보건실에서 잠을 잤으면 잤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놈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배구부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선수라고 하며 유독 선배들이 그를 잘 챙기는 경향이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미안한데, 켄마 좀 깨워줄래?”







이 남자는 분명 배구부의 3학년 주장인... 쿠로오 테츠로이다. 엄청난 장신에 웃는 얼굴이 묘하게 음험해 보이는 이 사람은 사실 저 푸딩 머리 고양이의 빵셔틀에 가깝다.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걸 매일 깨워서 빵을 먹여야 직성이 풀리는지, 하루를 걸러 2학년 교실을 찾아와 고양이에게 빵과 우유를 먹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커다랗고 사나워 보이는 선배가 2학년 교실을 찾아와서 그의 반 정도 되는 작은 체구의 고양이를 챙기니, 다들 놀라서 그들을 흘깃흘깃 훔쳐보곤 했더랬다. 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이 일상다반사처럼 되어버려서 쿠로오 선배가 교실로 들어오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야, 이 고양이의 가까이에 앉아 있으니 언제나 그를 깨우는 일을 했지만 말이다.








쿠로오는 이 고양이를 겨우 끌어다가 운동장의 벤치로 데려갔다. 교실에서도 충분히 먹이를 줄 수 있음에도 운동장까지 데려가는 것은, 아마도 ‘그 정도’까지는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그 정도’라 함은,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게임기만 들여다보는 고양이에게 빵을 뜯어 먹여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자기가 직접 먹는데, 이 고양이는 습관을 잘못 들인 것 같았다. 지금도 음료수에 빨대를 꽂아 입에 물려주고 있지 않은가? 고양이는 작은 입을 열어 그것을 물고는 게임기를 눌러대고 있었다. 묘한 광경이었다. 3학년 선배가 2학년의 작은 후배에게 빵이고 음료수를 먹여주는 모습이라니.







더 재밌는 건, 이 고양이는 집사 역할을 하는 저 선배에게 이름을 그대로 불러버린다는 것이었다. 운동계는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다고 하더니 그런 것도 아닌가 싶었다. 내가 알기로는 저 두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배구부를 하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계속 함께 배구부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면 질색하는 고양이가 나도 해보지 못한 배구부를 몇 년 씩이나 하고 있고, 주전을 1년이나 넘게 뛰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저 고양이는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배구부 주장이 저토록 쫓아다니며 챙겨야 할 만큼?  







“바닥에 뭐가 떨어졌는데?”


“어, 지갑이네. 쿠로오 선배 거다. 갖다 줘야 하지 않아?”


“내가... 내가 가져다줄게.”








나는 얼떨결에 쿠로오의 지갑을 받아들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니, 궁금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거의 일방적에 가까운 쿠로오의 관심, 아니, 다정함과 보살핌의 이유가 뭘까. 푸딩머리의 고양이는 어떤 사람일까. 녀석의 옆에 앉아 있어도 이상하리만치 낯을 많이 가리는 녀석이라 제대로 말 한 번 나눠본 적이 없었는데, 궁금했다. 그래서 배구부의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었지만 배구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당최 무엇을 그리 크게 대단하게 잘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렇게 배구부가 녀석을 특별하게 여기는지도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선배, 지갑 놓고 가셨는데요.”


“어, 고마워.”








그러나 내가 오자마자 고양이는 ‘나 화장실’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버렸다. 그것도 황급하게 도망쳐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낯선 사람이 손을 뻗으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져 버리는 길고양이처럼, 녀석은 도저히 사람의 손을 탄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이 사람에게만큼은 녹아내리듯 길들여져 버린 것일까.








“두 사람... 정말 다른데도 굉장히 친한 것 같아요. 켄마는 교실에서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예전부터 저랬어. 워낙 낯을 많이 가리니까.”


“역시 쿠로오 선배가 잘 챙겨서일까요... 등하교도 같이 하시는 것 같고, 배구도 오랫동안 같이 하셨다고 들어서요.”










그는 나를 가만히 보다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 웃음이라는 것이 묘하게 음험해서 잠시 움츠러들고 말았다. 마치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이 무례한 호기심을 간파했다는 듯이.











“내가 켄마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잖아.”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뭐~ 겉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반대야.”


“.....?”










“켄마가 좋아하지도 않는 배구를 몇 년이나 같이 하고 있는 건 내가 있었기 때문이거든. 녀석에게 처음으로 배구를 가르쳐 준 것도, 배구부에 들게 한 것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붙잡은 것도 나야.


그렇게 몇 년을 해온 거야, 그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날 위해서 말이지.


녀석은 항상 그렇게 나에게 자신의 시간을 줘 왔어.

얽매여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켄마 쪽이지.”









일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돌부리에 걸러 넘어진 것처럼 당혹스럽다고 해야 할까. 쿠로오가 그 고양이에게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양이가 쿠로오에게 얽매여 있었다니. 생각해보면 그랬다. 이 사람은 무서운 부분이 분명 있지만 분명 잘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학교 선수들과도 많이 알고 지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코즈메 켄마는 어떤가. 쿠로오 테츠로를 통하지 않은 관계가 얼마나 되겠느냔 말이다. 나를 비롯해 몇 달을 함께 공부해 온 같은 반 녀석들과도 거의 말을 섞지 않는 녀석인데 말이다. 그의 말처럼 그 고양이는, 아니, 코즈메 켄마는 자신이 타인에게 쓸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이 남자에게 줘버린 것이다.  










“그럼 이제 가도 되지?”


“아... 켄마가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그냥 토낀 거야.”









그러고는 몸을 훌훌 털고 일어났다. 내가 당혹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니, 그는 그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불편했나 보지.”


“죄송해요.”









어쩌면 나의 그 과도한 호기심이 코즈메 켄마를 향한 것임을, 이 남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말도 섞지 않은 나에게 둘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시선과 관심을 불편해 하는 그 고양이에게 주인은 더 이상 다가가지 말라고 선을 긋는 것이었다.









아마 나는 앞으로 그 고양이에게 어떤 호기심을 가져서도 안 될 것이다. 사실, 궁금증이 풀려버려서 다 이상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보다 크게 자리했지만 말이다. 저 무서운 남자를 고양이는 잘도 따르는구나 싶었다. 어쩌면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 * *









“켄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지.”


“....글쎄.”


“생명이잖아.”









켄마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쿠로오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훽 돌려버렸다. 그러나 쿠로오는 그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생명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








또 이공계 이야기인가 싶어 켄마는 ‘뭐’라고 말하고는 게임기만 바라보았다. 쿠로오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야.”


“.......”


“켄마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걸 항상 나에게 주고 있구나... 싶어서.”








그의 말에 켄마는 새초롬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노을빛을 닮은 호박색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잔뜩 길들여진 고양이가 그 주인에게 코를 내밀며 바라보는 얼굴로.








 
“항상...은 아니지.”


“이 정도면 ‘항상’이지.”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항상’이잖아.”


“아니야.”


“맞잖아.”


“아니.”


“맞아.”


“아냐.”


“맞아.”









전철을 내려 집으로 걸어갈 때 즈음, 켄마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만약 내가 세터로서의 감이 좋지 않았다면... 쿠로는 배구를 강하게 권유하지 않았을 테지.
하지만 쿠로가 배구가 아닌 다른 것을 권하였더라도... 나는 쿠로를 따랐을 거야.”


“뭐야, 이거 고백?”


“잘 가.”


“잠깐만...!”


“뭐.”


“너라서 권했던 거야. 너라서 붙잡은 거고.”


“알아. 내가 ‘필요’하다는 거지.”









그럼, 이라고 말하며 켄마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려 했다. 쿠로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켄마는 팔에 살짝 힘을 주어 빠져나가려 했으나, 이내 힘을 빼버렸다.









“내가 널 계속 붙잡아 둘 ‘이유’를 남겨줘.”









켄마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의 속을 꿰뚫어보듯 묘한 눈으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니까 놔...”


“풀렸어?”


“뭐가.”


“아직도 삐졌어?”


“안 삐졌어.”


“삐졌으면서.”


“안 삐졌어.”


“삐졌잖아.”


“안 삐졌어.”


“저녁 먹으러 와.”


“배 안 고파.”


“또 그런다. 가자.”












그렇게 고양이는 또다시 주인을 따르는 것이다.










목걸이를 채우지 않았을 뿐,


오랜 시간 길들여진 그 고양이는.



































뒷이야기)


켄 : 가장 소중한 건 순결이지.
       쿠로는 이미 옛날에 버렸겠지만.


쿠 : 그것도 나한테 줄래?


켄 : ....=_=


쿠 : 오늘 받으러 갈까?


켄 : ...그런 거 없어


쿠 : 헐? 벌써 누구 줬어?


켄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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