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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웃을 것, 단순하고 빠르게 맺고 끊을 것,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볼 것. 트와이스 나연이 이토록 천진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
Q 나연 하면 싱그러운 미소부터 떠올라요. 어쩌면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나요?
A 하하하. 제가 웃음 장벽이 낮아서 많이 웃어요. 그런 말을 자주 해주시니까 더 크게 웃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초여름인 6월에 컴백하죠. 요즘 같은 날씨 좋아해요?
A 정말 좋아해요. 초록색이 많고, 쨍쨍하고, 많이 걸을 수 있는 날씨잖아요. 산책하는 걸 너무 좋아해 자주 걷거든요. 산책 코스가 잘돼 있는 곳을 찾아가는 편이고, 평소엔 강아지 데리고 도산공원과 서울숲에 자주 가요. 많이 걷고, 자전거도 타고. 한창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라 날씨를 온전히 즐겨요. 요즘 그게 제 행복이에요.
Q 첫 솔로 앨범 <IM NAYEON>의 ‘POP!’으로 빌보드 200차트에서 발매일 기준으로 한국 솔로 가수로서 가장 높은 순위인 7위를 하고, 스포티파이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는 등 많은 기록을 세웠죠. 어떤 마음가짐으로 두 번째 앨범을 준비했나요?
A 아무래도 첫 번째 앨범을 준비할 때보다 좀 더 부담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떨쳐내려고 많이 노력했죠. 첫 번째 앨범은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떠올리는 이미지를 그대로 담았다면, 두 번째 앨범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퍼포먼스로나 보컬로나, 보다 강렬하고 성숙한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아요! 힙합 느낌도 있고, 스포티하면서도 섹시한 느낌도 있죠. 트와이스에선 해본 적 없는 댄스 스타일이어서 또 다른 도전이었어요.
Q 첫 앨범명이 ‘나는 나연’이라는 뜻이었잖아요. 나연은 어떤 걸 나연답다고 생각하나요?
A 오늘 촬영한 콘셉트처럼 밝고 상큼한 분위기가 사람들이 가장 기분 좋아지는 제 모습이죠. 하지만 저는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보다 좀 더 차분하답니다. 그리고 되게 쿨해요.(웃음) 만약 누군가 제게 뭘 잘못했어요. 근데 그걸 인정하고 저한테 사과를 했어요. 그러면 완전히 끝나요.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죠. 오래 고민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판단도 빨라요. 그래서 실패할 때도 있지만요.
Q 사람들이 나연에게 하는 가장 큰 오해는?
A 되게 밝고 텐션 높고 ‘인싸’일 것 같고 친구가 많을 것 같다. 아니에요.(웃음) 먼저 잘 다가가는 편도 아니고, 멤버들을 제외하면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죠. 관계를 좁고 깊게 맺는 걸 좋아해요.
Q 마냥 밝고 명랑하지만은 않다는 거네요. 나연은 표정이 만면에 화사하게 드러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이에요?
A 사실 저는 포커페이스를 잘해요. 설령 제가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아무도 모르거든요? 나중에 다들 그래요. 정말 몰랐다, 티가 안 났다. 만약 제가 표정이 좋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 숨기고 싶지 않으니까 안 숨기는 겁니다.(웃음)
Q 프로네요. 정말 소셜한 사람인데요?
A 아무도 모를 거야. 이거 비밀인데 코스모에서 처음 얘기하는 거예요.
Q 스스로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뭐예요?
A 음… 한 개만요?(웃음) 그렇다면 쿨한 거요. 뒤끝 없고, 솔직하고, 뱉은 말은 지키려고 하는 성격.
Q 반대로 채우고 싶은 점은?
A 포기가 빠른 점. 실행력이 좋아서 빠르게 시도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하는 편인데, 좋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파고들어봐야 할 대목에서 그러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아서요.
Q 오히려 장점으로 들리는걸요.
A 하하. 정신 건강엔 좋습니다.
Q 아기 코끼리 두 마리가 뛰어 들어오는 꿈이 태몽이라는 게 무척 귀여워요. 어릴 땐 에디터를 꿈꾼 적도 있다면서요?
A 어릴 때는 글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백일장이나 사생 대회 나가면 항상 글을 썼어요. 독후감 쓰는 것도 좋아했고요. 패션 잡지 보는 걸 좋아해서, 지금은 없어진 <보그걸>을 구독하면서 색감이 예쁘거나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잘라서 스크랩북도 만들었어요. 에디터가 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Q 에디터로서 기획해보고 싶은 화보가 있어요?
A 콘셉추얼한 걸 많이 도전해보고 싶은데, 제 오랜 바람 중 하나는 한복을 현대적으로 풀지 않고 진짜 제대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한복 화보를 해보는 거예요.
Q 언제 코스모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한번 활약해주시죠.
A 너무 좋아요. 불러만 주세요!(웃음)
Q 그렇다면 현재 직업 만족도는 어때요?
A 90% 이상! 100%는 없다고 생각해서요. 최상입니다.
Q 아이돌의 어떤 점이 적성에 맞다고 느끼나요?
A 저는 어떤 일을 하든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제가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이 일이에요. 그리고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죠!
Q 나연에겐 어떤 게 재미있는데요?
A 무대에 서는 게 제일 재밌죠. 열심히 준비해서 새로운 무대를 모두의 앞에서 선보일 때 가장 쾌감을 느껴요. 기존 곡이라도 재해석해서 새롭게 준비해 보여드릴 땐 정말 신나거든요.
Q 지난 3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1년간 진행한 다섯 번째 월드 투어 <READY TO BE>를 성황리에 마쳤죠. 오는 7월엔 도쿄에서 스페셜 공연을 추가로 할 예정이고요. 이렇게 1년에 걸쳐 전 세계를 돌며 투어한 경험은 어땠나요?
A 비행기를 자주 타고 시차에 계속 적응해야 하는 건 힘든데, 각국의 팬분들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나요. 데뷔 초 때 부른 곡들도 ‘떼창’을 얼마나 잘하시는지 몰라요. 최근에 필리핀에서 공연할 때는, 입국하는 공항에서부터 달랐어요. 모든 공항 직원분이 저희를 환영해주셨고, 나라 전체가 원스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공연장에서도 엄청나게 열정적이셔서 기운을 많이 받았죠.
Q 어느덧 데뷔 10년 차의 가수입니다. 트와이스라는 팀은 전원 재계약을 하고, 매번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신기록을 쓰고 있어요. 이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 같나요?
A 일단은, K팝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신 자체가 커졌달까요.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팬이 많아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고, 우리 멤버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들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에요. 다들 트와이스라는 그룹 자체에 애정이 커서 놓치고 싶어 하지 않죠. 저희는 각자 의견을 낸 후 깔끔하게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편인데 다인원이지만 모두의 성향이 조화롭게 잘 섞여서 밸런스가 딱 맞아요.
Q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팀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도 상당할 것 같아요. 바야흐로 걸 그룹 전성시대인데, 여전히 트와이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저는 후배 걸 그룹분들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정말 많이 배워요! 요즘에는 진짜 다양한 콘셉트의 아이돌분들이 있는데, 저희의 에너제틱하고 건강하고 밝은 모습도 여전히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무대에 올라 밝은 곡을 할 때면 정말 텐션이 오르고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되는구나, 이게 활동을 오래 해온 짬이구나’ 하며 연차의 힘을 느끼죠.(웃음)
Q 나연은 어떤 것이 강하다고 느껴요?
A 건강한 게 진짜 강한 거예요. 뭐든지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해낼 수 있어요. 저는 엄청 긍정적이거나 모든 걸 좋게만 보려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안 그래 보이지만 저 역시 엄청 우울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순간도 있어요. 그런데 그럴 때 잘 헤치고 나오는 편이에요. 그런 생각해서 뭐하겠어요? ‘아니야, 빨리 이 생각 치워야 해’ 하고 끊어내요. 부정적인 감정에 오래 머물지 않고 금방 빠져나올 수 있는 회복력이 있죠. 밖에서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라도, 집에 들어와서 소파에 누우면 다 까먹어버릴 수 있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한 분들에게 제가 해드리고 싶은 조언은, 단순해지세요. 때로는 힘을 빼도 괜찮아요.
Q 데뷔 10년 차, 나연의 야심은 뭔가요?
A 원래 저는 너무 욕심 내기보단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주의였어요. 그런데 이만큼 연차가 쌓이고 공연도 많이 다니고 활동도 많이 할수록 오히려 무대에 더 오래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앨범 하나 내는 거에도 좀 더 욕심 내고 싶고, 열정을 더 쏟고 싶고, 다른 다양한 장르의 작업에도 도전하고 싶고. 이 재미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게 지금의 제 야심이에요.
Q 나연은 무엇을 믿나요?
A 진심. 가식 말고, 진짜의 힘. 안 될 것 같던 것도 진심으로 원하고, 진심으로 임하면 이뤄지더라고요. 저는 예쁜 말이나 멋진 표현으로 제 의도를 잘 전달하는 사람은 아닌데도 그게 진심이라면 전달되는 게 느껴져요. 우리는 누군가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으면 말투 하나, 사소한 눈빛과 손짓 하나로 이게 진짜라는 걸 느끼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거예요. 저는 그런 진심이 화면에 비칠 때 더 예쁜 것 같아요. 밝은 노래를 부를 때면 ‘진짜로 웃어보자, 가짜 웃음이 아니라 진짜로 기쁘게 웃어보자’ 생각하고, 진심을 이끌어내려고, 진짜로 하려고 노력해요.
Q 돌고 돌아 이 인터뷰의 첫 질문에 답을 줬네요. “나연은 어쩌면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나요?”
A 그렇네요!(웃음) 전 억지로 웃는 제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요. 가짜 웃음은 예뻐 보이지 않거든요. 어쩌면 그게 제 함정일 수도 있죠. 어떤 분들은 예뻐 보이는 미소를 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항상 진짜로 웃고 싶어요. 표정이 조금 찌그러지더라도, 그게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