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강태 (30세, 정신병동 보호사)
|cast 김수현
형이 그의 등에 올라탄 이후 강태의 삶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부터 그는 자신의 삶을 산 적이 하루도 없었다.
형은 봄이 되고 나비가 날아들 즈음이 되면 어김없이 어떤 악몽을 꾸었고, 그때마다 거처를 옮겨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그래서 배 곯는 나날의 연속이었고, 제대로 된 고등교육은 사치였고, 어차피 1년도 못 채우고 헤어질 거 절대 깊은 인연 만들지 않았고, 버거운 생계 앞에서 늘 낮은 포복으로 살아온 참 거지같은 삶이었다.
형 앞에선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짓고도 돌아서면 심연의 깊은 우울함이 드리워지는 그늘진 얼굴. 형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위선과 가식. 사실은... 삐뚤어진 넥타이에 꾸벅꾸벅 조는 샐러리맨 모습 속에 나를 대입시켜 볼 때 많고, 팔짱끼고 낄낄 깔깔 대는 연인들이 부러워 괜히 입 안이 쓰디써지고, 여행길에 오르는 캐리어 족을 보면 나도 이사 아닌 여행이 가고 싶고, 이런 나의 이중성을 형만 모르면 된다. 형만..
고단하고 퍽퍽한 삶에 어느 날 이벤트처럼 웬 이상한 여자가 불쑥 등장한다. 엮였다 하면 엽기 막장 호러 서스펜스가 펼쳐지는데 난데없이 자기랑 로맨스를 찍자 하니 세상 이런 코미디가 또 없다. 그런데 그녀의 마수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자꾸만 그 손에서 속수무책 놀아난다. 형 인생 책임지기도 버거운데. 그래서 내 삶은 타인을 받아줄 여백이 전혀 없이 너무나 빡빡하기만 한데.
어쩌자고 자꾸만 파고드는 그녀를 외면할 수가 없다.
고문영 (30세, 인기 아동문학 작가, 반사회적 인격성향)
|cast 서예지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시대착오적 의상과 헤어를 즐긴다. 화려하고 과한 스타일링은 자기과시용이 아닌 자기방어용 전신갑주 같은 거다. 세상에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연약한 진성(眞性)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다. 이렇듯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선강탈하게 만드는 그녀 앞에 어느 날 아주 흥미로운 먹잇감(?)이 포착된다. ‘고된 삶의 절규’가 담긴 그의 눈빛을 본 순간 알았다. 네 놈은 나의 운명이로구나!
그런데 남자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다. 그럴수록 승부욕이 끓는다. 호기심이 탐욕이 되고 탐욕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어느새 간절한 갈망이 된다. 나의 이런 감정도.. 과연 사랑일까? 내가 대체 왜 이러는지, 이 요동치는 마음속 파장들이 대체 다 무엇인지, 난 면역이 없는데, 그래서 죽을 것처럼 아프고 괴로운데, 이딴 것들이 뭔지 제발 하나하나 좀 가르쳐줄래?
그렇게 너를 통해 배우다 보면 나한테서도 영혼의 향기가 날 수 있지 않을까?
문상태 (37세, 자폐 스펙트럼(ASD))
|cast 오정세
좋고 싫고가 확실하다. 소음, 터치, 불결, 폭력, 거짓말이 싫다. 특히 남이 뒷머리를 만지면 미친 듯 발작한다. ‘그날의 사고’ 이후 그에게 뒤통수는 폭탄스위치다. 좋아하는 것은 그림, 공룡, 고길동, 줄무늬 셔츠 그리고 고문영! 강태가 상태 바라기라면, 상태는 문영 바라기다. 눈 뜨고 일어나면 문영의 동화책을 찾아 더듬거리고, 틈만 나면 그녀의 동화책 여백에 그림을 그리고, 밤마다 문영의 동화책을 읽다 잠이 드는 게 일과일 정도로 고문영 작가와 그의 작품을 깊이 애정하는 열성 팬이다.
타인의 미세한 표정을 관찰해서 상대의 감정을 읽는다. 상태는 늘 버릇처럼 동생의 낯을 살핀다. 그럴 때면 동생은 언제나 히죽 웃는다.
내 동생은 지금..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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