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교토 어느 신사에서 무녀님이 기도해주었다는 글을 보고 생각나서 쓰는 내 경험담이야.
몇년전 난 방구석에 처박혀 시험공부하던 중 친한 중국인 친구가 미국인 남자친구와 고향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꼭 와주면 좋겠다고. 흔쾌히 축하한다고 말하며 결혼식 당연히 가야지~하고 대답하고 막 온갖 번뇌에 시달렸어. 내가 시험을 두달을 앞두고 거길 가도 될까. 지난번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떨어지면 난 대체 뭘하고 살까. 친구는 결혼도 하고 직장도 잡고 난 집에서 츄리닝 바람에 기약없는 공부나 하고있고... ㅜㅜ 근데 당시 책상앞에 앉아있어도 공부가 너무 안되고 진짜 너무 갑갑해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바로 쓰촨성 청두(사천 성도) 에서 3시간 반을 차를 타고 가야하는 면양근처의 어떤 작은 시골 마을. 21세기지만 마을 벽 곳곳에 남녀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옛날 표어가 벽에 남아 있었고 내 친구 결혼식 전야부터 결혼식 다음날까지 온동네 사람들이 친구네 집에와서 밥을 먹고 감.
결혼식은 간단한 차 세리머니를 하고 신랑신부가 한마디씩 하고, 부모님께서 한마디, 동네 어른들 한마디하더니 갑자기 사회자가 한구어~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마이크를 내쪽으로 그리고 하객들의 시선이 내게 쫙 쏠림. 멀리 한국서 온 신부의 친구로부터 한 말씀있겠습니다! 라고 한거였음. 난 원래 앞에 나서서 말 잘 못하는 성격인데 어차피 이 사람들은 내가 무슨말하는지 못알아들을테니... 라고 생각되자 영어가 술술 나오는거임.
"제가 미국에 갈때만 해도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이 친구를 만나려고 미국에 가게 된건가봐요. (이건 신랑이 프로포즈할때나 하는 말인데... 이미 주워담기엔 너무 늦었음) 제 사랑하는 친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에 와서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이고.. 신랑 신부 모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인데 둘이 결혼하게 되어 기쁘고 나중에 기쁠때나 슬플때나 모든걸 함께 이겨.. 내길 바랍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지?) "이런 주례사를 내가 줄줄이 하고 있고 신부는 펑펑 울고 있고, 영어를 잘 하는 내 친구 제자(당시 친구는 대학 강사였음)가 중국어로 내 말을 통역하고 마을의 인민(?) 들은 경청하며 박수치고...그렇게 결혼식을 마무리함.
결혼식을 끝내고 잠시 쉰 뒤에 내 친구가 나하고 갈 곳이 있다며, 마을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해서 신랑과 친구의 제자 둘과 함께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유명한 절에서 갔음.
그 사찰에 들어가니 관세음보살도 있고 뭐 이름을 알 수 없는 중국의 다양한 신들을 모신 건물이 많았음. 친구는 날 끌고 시험의 신으로 유명한 꿰이씬을 모신 건물에 들어갔는데 복도 양 옆에 중국의 유명 명문대학교 이름이 적힌 깃발이 수두룩하게 걸려있었다. 북경대 칭화대 등등등 이 곳에서 기도하고 난 후 합격한 사람들이 거기에 걸어놓은거래.
그 안엔 뭔가 무시무시하게 사천왕비슷하게 생긴 조각상이 있었고 앞에 놓인 상자안에 돈을 넣자 지키고 있던 직원이 북인지 징인지 암튼 뭘 침.
내 친구가 나를 비롯한 신랑과 제자 두명에게 얼른 무릎 꿇고 절하면서 내가 시험에 합격하길 기도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미국인 신랑도 나도 모두 무릎꿇고 다같이 나를 위해 기도했어. 친구가 이제 여기서 기도도 했으니 넌 붙을거니까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하지도 말고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했어.
신기하게도 두달 후 난 연거푸 떨어지던 시험에 합격했고, 그 곳은 알고보니 명나라 때부터 과거시험 준비하던 선비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서 합격을 빌고 갔다는 유명한 사찰이었어.
그 시험의 신이 정말 영험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명나라 때부터 고시생들이 가서 빌었다는 곳까지 가서 빌었는데 운빨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편해져서 남은 두달간 그 전과는 달리 좀 담담하게 공부하고 시험당일에도 에라 모르겠다는 태도로 시험을 봐서일까... 어찌됐건 정말 힐링 여행이었다 ㅋㅋㅋ 혹시 그 사찰 이름이 궁금한 덬은 댓글 남겨줘.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라는데 중국어 이름을 까먹어서 친구한테 물어봐야해.
몇년전 난 방구석에 처박혀 시험공부하던 중 친한 중국인 친구가 미국인 남자친구와 고향에서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내가 꼭 와주면 좋겠다고. 흔쾌히 축하한다고 말하며 결혼식 당연히 가야지~하고 대답하고 막 온갖 번뇌에 시달렸어. 내가 시험을 두달을 앞두고 거길 가도 될까. 지난번에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떨어지면 난 대체 뭘하고 살까. 친구는 결혼도 하고 직장도 잡고 난 집에서 츄리닝 바람에 기약없는 공부나 하고있고... ㅜㅜ 근데 당시 책상앞에 앉아있어도 공부가 너무 안되고 진짜 너무 갑갑해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바로 쓰촨성 청두(사천 성도) 에서 3시간 반을 차를 타고 가야하는 면양근처의 어떤 작은 시골 마을. 21세기지만 마을 벽 곳곳에 남녀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옛날 표어가 벽에 남아 있었고 내 친구 결혼식 전야부터 결혼식 다음날까지 온동네 사람들이 친구네 집에와서 밥을 먹고 감.
결혼식은 간단한 차 세리머니를 하고 신랑신부가 한마디씩 하고, 부모님께서 한마디, 동네 어른들 한마디하더니 갑자기 사회자가 한구어~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마이크를 내쪽으로 그리고 하객들의 시선이 내게 쫙 쏠림. 멀리 한국서 온 신부의 친구로부터 한 말씀있겠습니다! 라고 한거였음. 난 원래 앞에 나서서 말 잘 못하는 성격인데 어차피 이 사람들은 내가 무슨말하는지 못알아들을테니... 라고 생각되자 영어가 술술 나오는거임.
"제가 미국에 갈때만 해도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이 친구를 만나려고 미국에 가게 된건가봐요. (이건 신랑이 프로포즈할때나 하는 말인데... 이미 주워담기엔 너무 늦었음) 제 사랑하는 친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에 와서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이고.. 신랑 신부 모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인데 둘이 결혼하게 되어 기쁘고 나중에 기쁠때나 슬플때나 모든걸 함께 이겨.. 내길 바랍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지?) "이런 주례사를 내가 줄줄이 하고 있고 신부는 펑펑 울고 있고, 영어를 잘 하는 내 친구 제자(당시 친구는 대학 강사였음)가 중국어로 내 말을 통역하고 마을의 인민(?) 들은 경청하며 박수치고...그렇게 결혼식을 마무리함.
결혼식을 끝내고 잠시 쉰 뒤에 내 친구가 나하고 갈 곳이 있다며, 마을 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해서 신랑과 친구의 제자 둘과 함께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유명한 절에서 갔음.
그 사찰에 들어가니 관세음보살도 있고 뭐 이름을 알 수 없는 중국의 다양한 신들을 모신 건물이 많았음. 친구는 날 끌고 시험의 신으로 유명한 꿰이씬을 모신 건물에 들어갔는데 복도 양 옆에 중국의 유명 명문대학교 이름이 적힌 깃발이 수두룩하게 걸려있었다. 북경대 칭화대 등등등 이 곳에서 기도하고 난 후 합격한 사람들이 거기에 걸어놓은거래.
그 안엔 뭔가 무시무시하게 사천왕비슷하게 생긴 조각상이 있었고 앞에 놓인 상자안에 돈을 넣자 지키고 있던 직원이 북인지 징인지 암튼 뭘 침.
내 친구가 나를 비롯한 신랑과 제자 두명에게 얼른 무릎 꿇고 절하면서 내가 시험에 합격하길 기도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미국인 신랑도 나도 모두 무릎꿇고 다같이 나를 위해 기도했어. 친구가 이제 여기서 기도도 했으니 넌 붙을거니까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하지도 말고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했어.
신기하게도 두달 후 난 연거푸 떨어지던 시험에 합격했고, 그 곳은 알고보니 명나라 때부터 과거시험 준비하던 선비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서 합격을 빌고 갔다는 유명한 사찰이었어.
그 시험의 신이 정말 영험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명나라 때부터 고시생들이 가서 빌었다는 곳까지 가서 빌었는데 운빨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편해져서 남은 두달간 그 전과는 달리 좀 담담하게 공부하고 시험당일에도 에라 모르겠다는 태도로 시험을 봐서일까... 어찌됐건 정말 힐링 여행이었다 ㅋㅋㅋ 혹시 그 사찰 이름이 궁금한 덬은 댓글 남겨줘.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라는데 중국어 이름을 까먹어서 친구한테 물어봐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