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후쿠오카에 사는 덬이야.
뭐 나 말고도 여기 후쿠오카 사는 덬들 많을거고, 후쿠오카라는 동네 자체가 1.한국이랑 가깝고 2. 상대적으로 오는 데 돈이 적게 들며 3. 한국인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한국어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여행 초심자들이 많이 오는 동네인지라 후쿠오카 잘알덬들이 많을테니 딱히 내가 나댈(?) 이유야 없겠는데... 여행방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후쿠오카 여행 이야기였길래 매우 간단하고 가벼운 기본 지식만 몇 개 전달을 해 줄까 해.
1.
기본 후쿠오카는 관광하러 오는 데라기보다는 쇼핑/먹으러 오는 데라 보는 게 더 나을 지 모르겠다. 물론 관광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한정적임.
다시 말 해 쇼핑에 관심이 없다, 일본 먹거리가 안 맞는다 하면 후쿠오카는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야.
예를 들어 유적지 돌아다니고 박물관 같은 거 좋아하면 차라리 교토나 나라쪽이 잘 맞을거고, 유원지 가는 것 좋아한다 하면 도쿄(디즈니)나 오사카(USJ)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지. 뭐 까놓고 다자이후 텐만궁 같은 데야 일본 어딜가나 있는 신사 중에서 좀 유명한 정도고...
자, 위에서 이야기 한 첫 번째 필터를 통과한 덬들이라면 이제 후쿠오카에서 쇼핑과 먹부림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겠지?
2.
후쿠오카가 일본 내에서는 그래도 인구 같은 게 10위권 안에는 항상 들고 (5~7위 왔다갔다) 나름 일본 몇대도시 뽑으면 그 안에 들기에 굉장히 도회지일거라 생각하는 덬들이 가끔 있는데... 한국 대도시/도쿄 같은 데 상상하면 정작 와서 보고 깜짝 놀랄 가능성이 높아. 내 한국 지인 말을 빌자면 '적어도 인천 정도 수준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시골이네'라고. 뭐 이거야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테니 패스.
사실상 후쿠오카 시내에서 번화가라 부를만한 곳은 텐진, 하카타 정도? 뭐 그 사이의 야쿠인 같은 데도 있긴 하지만 거기야 까놓고 텐진 권역이니 패스, 나카스야 술집하고 야타이 빼면 별 거 없으니 패스.
쇼핑을 할 때도 그 두 곳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거야. 보통 하카타역 주변(아뮤, 한큐)에서 쇼핑을 하다가 도보/100엔 버스를 이용하여 캐널시티로, 다시 도보/버스를 이용하여 텐진으로... 정도. 뭐 저녁시간대면 경치도 볼 겸 슬슬 걸어서 나카스 통해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음.
좀 더 본격적으로 쇼핑을 하고싶다! 하면 버스 내지는 지하철 (메이노하마역)을 통해 마리노아 아울렛을 간다던가, 조금 더 시간적으로 여유 있으면 사가현 도스 프리미엄 아울렛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거기에 덬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 나는 바지 사러 (리바이스가 세일을 좀 자주하는 편) 종종 가긴 함. 푸드코트도 나쁘지 않고.
먹부림이야 뭐 개인 취향따라 다르긴 한데... 기본적으로 규슈가 전반적으로 달고 짠 경향이 (다른 일본 지역보다도) 강한 편이라는 건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특히 하카타에서 라멘을 먹겠다... 그것도 돈코츠를 먹겠다... 하면 한국에서 먹는 돈코츠 상상하지 말고 그것보다 기름기 훨씬 많은 맛을 상상해야 할 거야. 가장 유명한 잇푸도나 이치란 같은 경우는 그나마 관광객 입맛에 맞춰서 나오긴 하는데, 그래도 진한 건 마찬가지니 기름진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기껏 후쿠오카까지 왔으니 먹어는 봐야겠다 싶으면 가급적 (맛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많음) 스프는 연하게 해 달라 그러면 될 거야. 하다못해 전국 체인인 천하일품에서도 후쿠오카 지점은 국물이 매우매우매우 진하게 나오니까 그거 감안해야 함.
모츠나베나 미즈타키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안 맞는 사람은 안 맞으니 그것도 생각을 하고 가야 할 거고. 특히 모츠나베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음식이니 후쿠오카 왔다고 꼭 먹어야한다는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3.
보통 하카타, 텐진 정도 제외하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관광스팟이 모모치해변, 후쿠오카타워, 다자이후, 아사히맥주공장 정도인 것 같은데... 아, 케고공원(텐진이지만)도 있나. 개인적으로 저 중에서 아사히맥주공장 빼고는 그다지... 임.
물론 모모치해변은 이벤트 (페스나 하나비)가 있으면 매우 좋고, 실제로 지금 마츠리/하나비 기간이니 괜찮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해변...이라서.
아사히 맥주공장은 견학이 끝나고 갓 만든 맥주를 세 잔까진가? 마실 수 있다고 하는데, 술 못 마시는 사람은 (아사히 음료에서 만든) 소프트드링크를 마실 수 있음. 외국에서 왔다고 하면 (견학 예약하면) 기념품도 준다고는 하는데, 나는 여기 살아서 어차피 못 받...
그럼 어디를 가라는거냐.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곳은 모모치해변(후쿠오카타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시립박물관, 그리고 시립 중앙도서관. 혹은 우미노나카미치쪽에 있는 수족관. 물론 박물관, 도서관, 수족관이야 일본까지 안 오고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것들이고, 딱히 후쿠오카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박물관이라면 도쿄가 더 정비 잘 되어있고, 수족관이라면 오키나와의 츄라우미나 오사카의 카이유칸이 더 좋지) 후쿠오카 시립박물관은 기본적으로 기획전시들이 상당히 충실한 편이야. 지금도 있는 지는 모르지만 한국인 스태프도 있어서 도움 받기도 좋고.
후쿠오카 시내는 사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쇼핑/먹방 하는 데지만, 후쿠오카의 강점은 다름아닌 교통의 중심지라는 점. 신칸센을 이용한다면 아래로는 가고시마부터 위로는 센다이까지 (물론 센다이까지 갈 거면 비행기가 훨씬 싸지만) 육로로 이동 할 수 있고, 가고시마에서 오이타, 히로시마까지 충분히 하루에 관광 가능한 권역이라는 게 강점임. 물론 교통비는 깨지겠지만.
그렇기에 보통 후쿠오카 여행오는 사람들은 후쿠오카만 본다기보다는 유후인이나 벳부, 혹은 나가사키나 쿠마모토까지 시야에 넣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온천을 좋아한다면 오이타현쪽 (유후인,벳부) 가는 것도 좋음. 다만 쿠마모토는 성 빼곤 진짜 볼 거 없으니 비추. 차라리 돈 좀 더 주고 가고시마를 가는 게 더 낫다.
4.
후쿠오카의 기온/날씨에 대해 묻는 덬들도 많던데 여름엔 진짜 뒤지게 덥고 습함. 참고로 그저께 평균 습도가 80%가 넘었음...
지금 장마도 끝난 상태임에도 습도는 진짜 미친듯이 높으니 여름에 올 거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오는 게 좋을거야. 다만 겨울에는 아무래도 한국보다 남쪽이다보니 전체적으로 따뜻함.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여행 기간은 10월 중순~12월 하순.
뭔가 되게 개인 감상만 써 놓은 것 같은데 후쿠오카 여행을 생각하는 덬들에게 1g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좋은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