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팁
백팩에 물통 이렇게 꽂아두고 다니면 짱 편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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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온 - 사아군
38km 가량을 걸어야하는 날이라 동키로 짐을 보내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했어
알베르게들은 6시에 출발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데, 실제로는 더 이른 시간에도 출발이 가능해
어제 산 과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어

순례자들의 즐거운 까미노를 기원하는 장식물
까미노 쁘란세스 중간에 있는 만큼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사하군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어
종교적인 이유로 보러 더 긴 루트로 가는 순례자도 만났는데 99%는 정석루트로 가는듯
안 나오면 서운한 도로길
차로 가도 42km인 길을 걸어서 가야한다
독일에서 온 소녀 순례자를 따라간다
전날 같은 알베르게에 묵어서 안면을 텄는데 걷는 것도, 식사도, 모든 걸 혼자 하던 순례자였어
그동안 너무 혼자 순례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 순례자를 만나고나서 벗어나게 되었어
나한테는 순례길 선생님 중 한 분이었음

비슷비슷한 메세타 고원의 풍경 사이에
푸드트럭이 있다
푸드트럭 처음 본다며 신났었는데 생각해보니 수비리갈 때 푸드트럭을 만났었음ㅋㅋ


꼴라까오랑 까까오랏을 헷갈려서 꼴라까오를 주문했는데 데운 우유와 코코아가루를 줬다
까까오랏>>꼴라까오
러브버그랑 모기도 먹어줘

어제 같이 과일파티 했던 한국 순례자분들이 장염?설사파티 중이시라고 연락받음ㅜ
과일을 의심하시던데 전날 하루종일 과일을 먹은 나는 괜찮았어
이 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한번씩 길이 아닌 풀숲에서 순례자들이 나오길래 항상 의문이었는데 알고보니 토일렛이슈였다고..
순례길을 걷다가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백팩을 보면 건투를 빌어주며 지나가기로..
아무튼 한 분은 마더네이쳐토일렛을 애용하시고 다른 분들은 나중에 점프해서 보건소까지 가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엄청 고생하셨대
나는 살짝 죄송할 정도로 잘 걷고 있었음
* 순례길 도중에 화장실 이용이 궁금할 것 같아서
나는 수분이 땀으로 다 배출되어서 그런지 걷는 중에는 화장실 생각이 난 적은 거의 없었어
게다가 원래 물을 잘 안 마셔서 걷는 도중엔 물을 잘 안 마시기도 했고 들리는 알베 or 바르에서 자주 화장실을 갔음
마트에 들릴 땐 항상 요거트를 사먹어서 그런지 화장실 문제는 크게 없었어

400km 표지판을 보니 여러가지 감정이 들더라
아직 생장부터의 여정이 생생하게 기억났거든
성취감과 함께 든 감정은 너무 빨리 걸어온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
절반이나 지나버린 순례길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순례길에 오르길 잘했다는 만족감
순례길 일정의 절반에 서있다는 사실보다 현실적으로 메세타에 진입한 지 몇 일 되지 않았다는 것도 컸던 것 같아

이 때 머리 위로 독수리들이 날아다녔는데 ㄹㅇ크더라

한번씩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작물들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녹화했더니 내 거친 숨소리만 들림ㅋ

푸드트럭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7월은 스페인의 축제시즌이라 지나는 마을마다 만국기가 걸려있었어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길다는 건 마치 인생같다


돌 길 싫 어

최근에 다녀온 순례자들의 후기를 보니까 하트가 가득 채워져있더라
순례자들의 애정으로 채워지는 하트♡


조팝나무(?)와 스파티움이 잔뜩 피어있어서 너무 향기로웠어
향기롭고 참 좋았는데 곤충이.. 많아..나비 벌 파리 날벌레들..

차도를 가로지를 땐 항상 주의하기
근데 순례길엔 항상 차가 없음ㅋㅋㅋ
레디고스에 도착하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르로 향했다
바르에 붙어있던 마을 축제 포스터
순례자도 참여가 가능한 줄 알고 다른 순례자한테 알려줬는데 아쉽게도 주민들끼리의 축제라고 해ㅜ

푸드트럭에 바르에 쉴 수 있을 때마다 쉬면서 걸었는데도 레디고스에서 출발할 땐 정오가 채 되지 않았어
이른 새벽에 출발하면 생기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몸이 받아들이는 시각에 약간의 왜곡이 생김ㅋㅋㅋ
6시 출발~정오면 사실 6시간을 걸은 셈인데, 정오라 생각하니 '아직 괜찮구나' 하게 되는 ㅋㅋㅋ

사실 레디고스에 도착하기 전부터 길에서 순례자가 안 보였어
이 날은 정말 고독한 걸음



이 마을도 축제 준비에 한창이더라
저도 캠프파이어 껴주세요



순례길을 걷다보면 뜬금없는 곳에 순례길임을 주장하는 구조물들이 있는데 뻘하게 웃김ㅋㅋ

도중에 쉼터가 있어서 어제 산 과일로 점심을 해결했어
하루종일 과일만 먹고 어떻게 걸었는 지 미스테리
근데 퍽퍽한 음식을 싫어해서 만들어 둔 또르띠야는 먹고 싶지 않았음ㅜ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엔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라
그래도 남은 거리는 7km

성모상 옆 오솔길을 따라간다

내 키만한 가시달린 풀이 끝없이 누워있어서 좀 무서웠음

8, 7....4까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는데 남은 거리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건 진짜 싱숭생숭하더라
작은 다리를 건너면
다리의 성모 예배당이 나온다
예배당 앞에는 까미노 쁘란세스의 중간 지점을 상징하는 기념비가 있다
마크라는 자전거 순례자가 쉬고있길래 서로 사진 품앗이함..ㅎ
생각보다 별 거 없는 곳이라 실망할 수도 ㅋㅋㅋ
예배당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사아군에 도착한다

어떻게 가로등마저 순례길


무니시팔에 도착해서 백팩을 찾았어
공립 알베르게는 순례자가 묵지 않아도 백팩은 받아준다는 점
아닌 곳도 있으니 사전에 해당 알베르게에 유선으로 확인하기

사아군 곳곳에 숨어 있는 벽화가 많더라


내가 묵은 산타 크루즈 알베르게
내부는 중산층 저택(?)같은 분위기였어
사하군의 랜드마크 Puente canto 다리 그림이 걸려있다
그렇대
미사와 강복은 자율참석이고 커뮤니티 디너는 포트럭파티같은 식사였어
기본적인 메뉴는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하니 간단한 것만 준비해오라고 안내받았고
굳이 준비해오지 않아도 식사 참여는 자유롭게 가능해

무리해서 준비하지 말라고 리스트까지 있었음ㅋㅋ


배정받은 방에서 마크랑 재회했음
4인 1실에 남녀방이 따로였던 걸로 기억해
2인실도 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가격대비 좋더라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가 신기해서 좋았다
알베르게는 ㅁ자 구조로 되어있고 가운데에는 정원 겸 빨래터가 있어
알베르게 구경을 하다가 꼰대 한국 할아저씨 순례자 만남..
뭐 어찌되었든 난 그 순례자를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교훈으로 삼았음
일부 순례자때문에 내 소중한 순례길을 망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잖아
다이노소어 순례자와 같이 있던 스페인 순례자가 오리손 알베르게에서 날 봤다며 반갑게 인사해줬어
사실 기억은 안 났는데(ㅈㅅ)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반겨준다는 게 기분좋더라ㅎ
프로미스타에서 만났던 한국 순례자도 재회해서 같이 커뮤니티 디너 준비를 하기로 했어
확실히 순례길 절반 즈음와서 그런건지 내 일정의 순례자들이 그랬던건지 모르겠지만
순례자들끼리 커뮤니티가 이미 조직되어 있어서 순례길 초반의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음ㅋㅋ
처음 보는 순례자들과 인사는 가볍게 나누지만 자기 무리가 있는.. 그 말하기 오묘한 분위기가 있었어
혹시 이런 거에 스트레스 받는 덬이 있다면 굳이 이런 관계들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해
황새를 보고 놀라지 않게 된 이유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짐이랑 개인정비를 마치고 반주증을 받으러 라 비르헨 페레그리나 성당으로 향했어
일과가 끝나고 마을 구경하다 오르막길 걷는 건 언제나 싫었음ㅋㅋㅋㅋㅋ
유료로 성당 내부 관람이 가능했는데 나는 패스했어
반주증은 무료였나 그랬는데 지관통이 유료였어
어짜피 나중에 완주증 담을 통도 필요해서 구매하는 걸 추천해
프로미스타 가는 길에 만났던 대만 순례자와 재회했다

17시엔 알베르게에서 주최하는 순례자 모임에 참석했어
뒤에 다양한 단어가 적혀있는 그림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미지와 관련된 순례길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는 시간이야
주제는 정말 다양해서 어떤 순례자는 걷다가 다리를 다쳤다는 이야기도 했어
소소하게 재밌는 시간이어서 혹시나 이 알베르게에 묵게 된다면 참석하는 걸 고려해봐
나 때는 숙박 인원에 비해 적은 순례자 (6명?)만 참가했으니 너무 부담갖지말고ㅋㅋ

마트만 가면 넥타리나만 찾게 됨ㅋ큐ㅠ
그리고 항상 후숙을 위해 주렁주렁 달고다님..ㅎ
식당에는 순례자들이 출신지에 핀을 꽂을 수 있도록 세계지도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한국 순례자가 얼마나 많았던 건지 한국 지도가 따로 있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화채가 내가 준비해 간 음식이다

수박이 너~~~~~~~무 싸서 복숭아 잘라넣고 사이다+우유 넣고 만들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았어
막 여기저기서 레시피 물어봐서 내가 더 당황했음ㅋㅋㅋ
만드는 데 약간의 수고로움이 있었는데 그걸 보상하고도 남을만큼 뿌듯하더라 ㅎ
까리온~사아군~만시야까지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 좋아서 참 기억에 남아
딱 정리해서 설명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는데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고 만나는 순례자가 적어서 한산하면서도 적당히 활기차고
자연스레 '걷기'에서 '나 자신'에게 포커스가 넘어오던 시기였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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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367.3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