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팁
1. 가방끈 매는 법을 알아가자
가방끈을 제대로 매야 목 어깨 허리에 무리가 안 가
난 이미 몸이 틀어져 있어서 나한테 맞게 조절하느라 처음에 다소 헤맸어
2. 탈취제는 유용하다
백팩 끈이 닿는 부분에서 땀냄새나더라..ㅎ 도중에 탈취제 구매해서 소분해서 들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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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로뇨 - 나헤라
이 날은 늦잠을 잤어
사실 7시면 늦잠은 아니지만 근래에 좀 빨리 일어나서 그런지 늦잠같았음ㅋㅋㅋ
선배는 이미 출발했더라구
비가 온대서 동키를 보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데 업체가 와서 다른 가방을 수거해가서 별 수 없이 비옷을 꺼내들고 출발함
딱 8시에 출발했어
로그로뇨의 상징적인 순례자 표식
불편한 신발때문에 오른발 뒤꿈치 위쪽이 아파서 걷기 힘들었어
팜플로나보다 시내가 커서 30분넘게 걸었는데도 계속 시내였어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커다란 백팩들이 안보여서 살짝 당황함
그래도 처음으로 비를 맞으며 걷게 되어서 살짝 신났음

걷다가 빵집에서 반죽하는게 보여서 홀린듯이 들어감
잼이나 코팅없이 그냥 구운 빵이 최고더라
오랜만에 오렌지주스를 시켰는데 작은 커피컵에 주길래 그간 누려왔던 순례자 신분이 얼마나 좋은 건지 다시금 깨달았어ㅋㅋ
순례길에서 만나는 식당들이 얼마나 좋았던 건지 몰랐음ㅋㅋ큐ㅠ쟈가운 도시의 맛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길래 잦아들기를 기다렸는데 9시가 넘어도 비가 잦아들 기미가 없어서 그냥 출발함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비옷 차양
비옷 안면부에 차양? 빗물받이?가 고정이 안 되고 팔락거려서 걷는데 자꾸 시야를 가려서 너무 불편했음ㅠ
덬들은 꼭 감안하고 비옷을 준비해 ㅠㅠ 내 순례길 최악의 경험 중 하나임
와중에 발이 너무 아파서 환장할뻔

로그로뇨 외곽에 다다르면 거대한 공원이 나온다
달팽이가 사람보다 많았던 외곽길

포장길에 달팽이가 너무 많아서 밟을까 조심해서 걸음ㅋㅋ
길바닥에서 아침을 드시고 계시던 한국분을 만나서 스몰톡을 하다가 진통소염제를 나눔 받았어 ㅠㅠ
병원에서 처방받아오신 귀한 약을 선뜻 나눔해주심.. 순례길 끝날 때까지 아껴서 복용했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ㅠㅠ
잘가라 진작 버려내지 못한 내 미련과 욕심아
그리고 마침내 긴 시간동안 나를 괴롭혔던 등산화를 버렸어
아저씨 추천+날씨도 구림+아파서 짜증남+비옷 불편함 등등
저 악마의 등산화를 계속 신고있다간 다음 마을인 나바레떼까지도 절대 못 갈 것 같아서 홧김에 버려버림ㅋㅋ
오래 전에 버렸어야 했는데 등산화 가격만 생각하다 질질 끌어버렸음ㅜ
신발은 내 발에 맞는게 최고야 안 맞는 신발을 꾸역꾸역 신다가 남은 일정을 마치지말자
+길에다 버리면 안 돼!!ㅋㅋ 공립 알베르게 같은 곳에 기부하면 필요한 순례자에게 인도해줘
남은 일정은 샌들과 함께
그래서 비오는 날 등산양말에 샌들을 신고 걸었음 ㅋㅋㅋㅋㅋㅋ
양말을 신은 발은 젖어갔지만 발이 너무 편해서 좋았어ㅠㅠ 아픈 것도 괜찮아짐

아름다운 저수지 (였던 것)
이 날은 비가 엄청 오고 걷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아서 하루가 잘 기억은 안 나ㅠ
비옷의 알량한 차양부분이 지분이 컸음ㅠ 나중에는 그냥 모자를 꺼내서 우비 위에 썼어
비 오는 날 걷는 건 처음이라 레인커버를 씌운 백팩이 괜찮을까 걱정도 되고
비옷 안은 습기와 땀으로 가득 차고 휴대폰 꺼내기 번거로워서 사진도 못 찍음
혹시 바닥에 똥이 있을까봐 땅 열심히 보고 진흙을 피하려고 땅 열심히 보고ㅋㅋ
도로 옆 철조망에 순례자들의 소망이 걸려있다
늦게 출발했는데 늑장도 부려서 간혹 마주치는 순례자 한 두명을 제외하곤 사람이 없었어
걸으면서도 나헤라에 도착하면 16시가 넘을 것 같아 나바레떼에서 멈출까 엄청 고민했어
로그로뇨로부터 12km를 걸어오면 나바레떼 마을이 나타난다


나바레떼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었더라
나헤라까진 16km가 남아서 멈출까했는데 생각보다 발의 상태가 너무 좋아서 나헤라까지 걷기로 했어
불편한 등산화에서 해방된 기쁨이 모든 불편함을 이겨버림ㅋㅋㅋㅋㅋ

도로 옆길이라 로그로뇨-나헤라 구간을 택시타고 이동하는 순례자도 꽤 있다고 들었는데 이해가 가더라
물론 도로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진흙 오르막길 나올 때 진짜로 비명지름
풀을 밟으면서 가고 싶었는데 경사가 심하고 밟을 곳도 없어서 속으로 욕하면서 오르기 시작했어
뻔한 결말이지만 미끄러졌음ㅋㅋㅋㅋㅋ 손가락 부러질뻔 ㅠㅠ
이 무렵 혼자 마플 오지게 타고 있어서 2시간 전에 나바레떼를 떠난 내 자신을 원망하고 분노하고
또 발에 물집 터뜨린 곳이랑 상처가 있어서 감염될까.. 난 결국 발을 잘라야겠지 이러면서 걸어감ㅜㅋㅋ
다시보니 선녀같은 2차 진흙 오르막길
그래도 다행히 비는 멎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여서 나헤라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이번엔 진짜 나헤라에 도착했다




나헤라가 제법 커서 알베르게까지 30분이나 걸었어
도착하니 15시 반이길래 나름 선방했다며 뿌듯했음
인원 마감 직전에 체크인한 알베르게 나는 가장 안쪽의 베드를 배정받았다
내가 갔던 알베르게는 기부제인데 잔돈이 없어서 20유로냄 ㅠ
눈물 날 뻔했는데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샤워실이 조금 협소했던 걸로 기억해
나보다 30분 먼저 나헤라에 도착했다는 선배도 같은 알베르게였어
열심히 손빨래했는데 빨아도 빨아도 흙탕물이 계속 나오길래 그냥 세탁기 돌려버림
알베르게가 있는 구시가지는 을씨년한 건물이 많았다
신발을 다시 사야했는데 다행히 나헤라가 생각보다 큰 마을이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어
알못이라 가게주인분 추천받고 헤..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선배가 유명한 브랜드라고 하길래 그냥 질러버림ㅋㅋ
물론 가격은 사악했음.. 140유로.. 오래가자 제발
걷다가 자주 마주치던 대만 순례자랑 수비리 가는 길에 만났던 발 아픈 순례자도 만나 반갑게 인사했어
거의 20명 가까이 되는 순례자 그룹을 만들었는데 서로 왓츠앱으로 연락하고, 목적지에서 같은 알베르게에 묵으며 모여서 식사를 한다더라
한국인이 주로 혼자 다니거나 소규모로 한국인끼리 뭉쳐다니는 거랑 비교하니 신기했어
외지에서 익숙한 음식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쌀이 너~무 먹고싶어서 소피아라는 중국집에 갔어
우리가 아는 맛이랑은 살짝 다른데 맛있어서 계속 흡입함
수박이 반 통에 1.5유로인 기적
진짜 스페인은 과일이 너무 싸서 좋았어.. 수박 가격봐 대형마트가도 비슷해
체리도 진짜 맛있더라 난 스페인에서 체리에 눈을 떠버림ㅠ
스페인 노부부가 알베르게에 몰래 숨겨들어온 강아지 맘비
원래 알베르게에는 동물을 들여오면 안 되지만ㅠ
스페인 노부부가 강아지 한 마리를 몰래 숨겨들어오셨더라구
진짜 한번도 안 짖고 너무 순하고 귀엽더라
13살 노견인데 행복했으면 좋겠어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아까 마주친 대만 순례자가 자칭 마스터 요기라는 순례자랑 요가를 하고 있길래 조인함ㅋㅋㅋ
그 외에도 한국인 여성 한 분, 남성 한 분이 계셨어 진짜 한국인은 어딜가나 있음ㄹㅇ
여자분은 발이 너무 안 좋아서 점프할까 고민하시더라구ㅠ
많은 순례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순례길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서 내가 그동안 점프하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어
다음 대도시인 부르고스까지는 93km, 4일로 끊어가기 애매한 것 같아서 3일 일정으로 맞추려고 내일 35km 걷기로 했어
대신 천천히 가려고 다음 알베르게를 예약했어
이 시기의 나한테는 알베르게 예약 or 동키 = 약간의 강제성 부여 이런 느낌이었음
대부분의 순례자처럼 추천 일정을 따라가려는 선배랑은 마지막일 것 같아서 덕담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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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헤라 - 까스띨델가도
6시 반쯤 일어났더니 알베르게는 하루를 준비하는 순례자들로 분주했고, 이미 떠난 순례자들도 많았어
시아루끼 알베르게의 스프를 영원히 그리워하는 중
시아루끼 알베르게 아주머니의 스프가 너무 그리워서 비슷한 맛이라도 느껴보고싶어 통조림이라도 먹었음ㅋㅋ
스페인 마트가면 조개통조림을 꼭 사야한다해서 샀는데 실망스러웠음.. 그냥 조개통조림이야
이 날도 짐싸는둥 마는둥하는데 7시가 넘으니까 자원봉사자 할아버지가 빨리 출발하라고 모션으로 눈치줌ㅋㅋㅋㅋ
꿋꿋하게 30분 더 버티다가 출발하려는데 비가 와서 또 비옷을 꺼내입고 출발함
비싸고 유명한 신발이라 그런지 확실히 편하더라곸ㅋ
출발하자마자 오르막길을 만나는 기분이란

라 리오하 지방의 순례길 표지
당신에게 남은 순례길이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희망차길
비가 그치자 순례길 위로 무지개가 펼쳐졌어
앞에 가는 순례자한테 사진 부탁하려고 보니 론세스바예스에서 만난 런던걸이더라
둘이 신나게 사진품앗이함
그 후로 뭐.. 걸었다
오늘도 밀밭-포도밭-밀밭-포도밭...
이 때쯤 내 걸음이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서가는 순례자들 따라잡는데 재미붙였음ㅋㅋㅋ
혼자만의 레이스하면서 걸었어 (머쓱

Rollo de Azofra (로요 데 아소쁘라)
무슨 기념물인지 나중에 찾아보니 처형 어쩌고하는 흉흉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소쁘라에서 쉬어가려고 했는데 외국인 순례자 그룹이 밥을 먹고 있길래 빠르게 도망침..ㅎ
비 갠 후에


돼지보스라 쌈채소? 삼겹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길 자체는 그냥 그런 평범한 길이었지만 비 갠 하늘이 예뻤고 발이 아프지 않아서 좋았고 덥지 않아서 좋았어


길 한 구석에 이상한 박스가 있길래 무엇인가 했는데 조금 더 가니 개인이 하는 가판대가 있었어
일종의 푸드트럭 근데 많이 작은
허가받고 하는 건 아니라 쎄요는 못 찍어ㅋㅋㅋ 불법 노점상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골프장과 고급주택이 늘어선 시루에냐를 지난다
시루에냐의 알베르게는 올드타운에 있어서 15분은 걸어야해
어깨를 풀어주고 조금 쉬다가 다시 출발


유채꽃이 만연하는 4월에 왔으면 엄청 아름다웠겠지?
이 날 걷는 길들은 정말 사진 찍기 좋았어ㅋㅋㅋㅋ 사진 하나도 모르는 내가 봐도 사진 잘 나오더라
걷다가 어제 봤던 대만 순례자를 다시 만났어
일을 그만 두고 세계여행 중이라해서 너무 부러웠어
사실 순례자 절반 이상이 30대 즈음에 첫 직장을 그만 두고 온 케이스임 ㅋㅋㅋㅋㅋ 나도 그랬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더라 심지어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 아쉬웠어


정오를 조금 넘겨서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 도착했어
이 마을의 가장 유명한 알베르게에 잠깐 들렀는데 내가 본 알베르게 중 가장 현대식이고 깔끔해서 묵고갈까 살짝 흔들리더라
화장실이 너무 깔끔했음ㅋㅋㅋ

같이 걸어온 대만 순례자가 점심을 사줬어
대만 순례자가 외국인 순례자 그룹에 속해있어서 지나가다 다들 인사하고 하나씩 사람 모여들고 난 도망가고 싶고ㅠ
외국인 순례자의 커스텀 스틱
가격보고 와인 한 잔인 줄 알고 시켰는데 한 병이 나와서 둘 다 놀라서 되물음
와인 반 병에 상그리아까지 먹으니 반쯤 취해버림ㅋㅋㅋ 12km 더 가야되는데
정말 즐거운 식사였지만 식사가 너무 길어지니까 불안해져서 결국 도망침ㅋㅋㅋㅋㅋ

산토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는 닭에 대한 전설이 있고 이 전설과 관련된 전망대와 시계박물관을 유료로 관람할 수 있대
난 몰라서 못 갔지만 나중에 다른 순례자를 통해 전망대 후기를 들으니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엄청 유명한 수제버거 가게가 있대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다 내향인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음



취해서 그런지 하나도 안 힘들었음ㅋㅋ

앞에 요기 마스터 (자칭) 엔마가 있었지만 굳이 따라잡지는 않았다



독특한 기부제 알베르게가 있는 걸로 유명한 마을 그라뇽은 아쉽지만 빠르게 지나쳤어
그라뇽 알베르게에서 묵은 한국 순례자가 강추하기도 했고 오리손 업그레이드 버전같아서 궁금하긴 하더라ㅠ
그라뇽에서 묵으면 다음 날 산을 하나 포함해 40km를 걸어야 하기때문에 포기했어
나중에 묵게 된다면 후기 공유해주라

윈도우 배경화면 같아서 찍어봄
거대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기분이 들었어
천국으로 걸어서 가는 길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라 리오하 지방이 끝나고 까스띠야 이 레온 지방이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판
까스띠야 이 레온 지방의 주요 마을과 유적지, 정식 루트와 변형 루트가 나와있다

순례길에서 공사중이라 우회로를 이용한 적이 몇 번 있는데 여긴 짧아서 괜찮았지만
긴 우회로의 경우, 사전에 순례자 앱이나 옾챗 등을 통해서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해


까스띠야 이 레온 지방은 마을마다 안내판이 잘 되어있어서 좋았어


목이 타서 쓰러지기 직전에 레데씨야 델 까미노 마을에 도착했어
커다란 관광안내소가 있었다는 거랑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마을인게 기억이 나


그리고 30분을 더 걸어서 마침내 까스띨델가도에 도착






100년 된 가옥을 리모델링했다는 알베르게는 인테리어가 너무 이뻤어
손님도 나랑 덴마크모녀 이렇게 셋 뿐이라 진짜 전세낸 느낌
도란도란 즐거웠던 저녁식사


까스띨델가도는 시라우끼같은 느낌으로 편의시설은 다소 열악하지만 그래서 더 한적하고 좋았어
하지만 이 알베르게때문에 굳이 여기에 묵는다면 비추할 것 같음ㅋㅋ 나는 일정이 맞아서 여기 묵은거야
마을산책까지 끝내고 나니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약을 먹고 침대에서 꼼지락대다가 잠에 들었어
이 날은 너무 조용하고 포근하게 잘 잤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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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 549.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