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해안이 만조나 파도 때문에 개방 되는 날이 적거든 그래서 내가 이번에 들어갈 수 있기를 굉장히 고대했어
내가 가는 날 운이 좋게도 관람이 된다는거야
엄청 들떠서 입장해서 구경하고 있는데 입구 얼마 안가서 어떤 남자가 나한테 갑자기 혼자 오셨어요? 이래서 그냥 네 했더니 아까 사계해안에서도 뵌 것 같은데~ 이러길래 아 그래요? 하고 넘겼어 사계해안에 내가 있었던건 맞아 나는 그 남자를 못봤는데 그쪽은 날 봤었나봐
보니까 대포카메라를 가지고 있더라고 사진 찍는 사람 같았어
그 후로 혼자 신나서 계속 구경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남자가 내 주변을 계속 맴돈다는 느낌이 드는거야
내가 원래 뭘 구경하면 다른 사람보다 보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거든? 남들 30분 볼 때 나는 1시간 보는 정도로 몹시 느려 그래서 나랑 비슷하게 입장한 사람이 내 주위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사람 이상하게 계속 내 시야에 들어오는거야
뭐 사진 찍는 거 같으니 저 사람도 느리게 보는거겠지 싶어져서 앉아서 바다도 구경하고 오래 있었는데도 계속 왠지 나한테 말을 걸 것 같다는 느낌이 안사라지는거야 그 생각이 들면서 용머리해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 계속 신경이 쓰여서
내가 예민한가 싶어서 잊어버리자 생각했는데 좀 더 가서 그 사람이 나한테 저기요 이러면서 말을 걸었어
뭐지 싶어서 보니까 자기가 내 사진을 한장 찍어봤는데 혹시 연락처나 카톡 알려주시면 사진 보내드린다는거야
찍었다는거 보니까 폰으로 내 사진을 찍은걸 보여주더라고
그 순간 너무 기분 상하고 꺼림칙해서
저는 제 사진 다른 사람이 찍는거 싫어해요 이랬더니 아 그럼 삭제할까요? 이래서 네 했어 그랬더니 죄송합니다 하고 가더라고
그 후로는 멀리 갔는지 아예 내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지금 생각해도 기분 나쁜게 나한테 먼저 와서 혼자 오신거 같은데 괜찮으시면 사진 한장 찍어드릴까요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주위 맴돌면서 자기 멋대로 도촬한거잖아 난 이거 엄연히 도촬이라 생각하거든
사진이 뒷모습이었는데 내 뒤에서 따라다니면서 찍었다고 생각하니까 소름이었어 진짜
그 사람은 자기가 사진을 찍으니까 여행지에서 하는 본인만의 호의일수도 있겠지 그렇게 연락처 교환해서 사진받는 분도 분명 있을거고
근데 난 그게 너무 기분이 나빴어 내 주위 돌면서 몰래 찍었다는게
삭제한다고는 했는데 지금도 내 사진이 그 사람 폰에 남아있을지 어떨지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때부터 용머리해안 들어와서 좋았던 기분에 땅바닥에 내리 꽂히는데 정말 너무 화가 나는거야 여기 오길 얼마나 기대했는데 이제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여행 망친 기분이었어
내 용머리..ㅠㅠㅠ
내가 예민한거면 난 그냥 예민한 사람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