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여행을 가는데 직항은 너무 비싸더라고 그래서 경유해서 가는 편을 알아봤는데 돌아올 때 취리히에서 상하이는 스위스항공, 상하이에서 인천은 아시아나인 경로가 뜨는데 시간대나 가격이 나쁘지 않고 상하이공항 구경이나 하고 우육면이라도 한그릇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 그냥 예약을 하게 됐어
(나는 경유할 때 시간 간격을 많이 두는 편이라 이번에도 여유시간이 4시간이 넘었어)
근데 돌아오는데 취리히에서 짐 부칠 때 셀프드랍이 잘 안 되어서 카운터에 갔는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어
상하이에서 짐을 찾아서 다시 부쳐야 된다는 거야 무슨 이런???? 분명히 표를 한번에 다 샀단 말이야
직원 말이 중국 공항에서는 중국 무슨 항공이랑(나중에 찾아보니 중국동방항공인 듯) 또 무슨 항공을 제외하고는 짐을 최종목적지까지 한번에 가게 안 해준다는 거야 아니 자기들이 좋다고 겁나 자랑하는 상하이 푸동공항인데 자동화 설비가 모자라서 그런 건 아닐 거 아냐
그제서야 폭풍검색을 해보니 정보가 뒤섞여서 잘 알 수가 없더라 와중에 중국동방항공 타고 경유한 사람들이 쓴 "경유 힘들다더니 하나도 안 힘들었어" 류의 글이 많이 검색되던데 그거는 그 항공사라서 그런 거임 속지 말자
그나마 시간이 충분하니 다행이라며 가서 부딪쳐보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취리히 공항에서부터 패스포트 컨트롤이라며 게이트 앞에 데스크를 마련해두고 여권 검사랑 하더라 뭐였는지 지금도 궁금
암튼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에 아침에 도착했어 비칠비칠 걸어서 안내 표지판만 보고 가려는데 진짜 그렇게 정보를 안주기도 힘들겠더라 표지판만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지나가는 제복 입은 사람에게 영어로 물어봤더니 번역기 돌려서 대답해주는데 1. 지문 찍고(경유하는데 지문???) 2. 출입국 신고서 쓰고 3. 입국 심사를 받고 임시비자를 받아서 입국하고 4. 짐을 찾고 5. 아시아나 카운터로 가서 다시 짐을 부치고 6. 출국수속을 하고 7.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 된다는데 이게 무슨 미친 소린가 싶었어
그 사람은 되게 친절했어 잠깐의 중국 체류 동안 유일하게 친절한 중국사람이었음 진짜 감사했어
그 사람 번역기에서 나온 말이 황당했을 뿐이지 두리번거리니까 지문 등록하는 기계가 있더라 거기서 지문을 등록하는데 ㅁㅊ 열 손가락을 다 찍어ㅠㅠ
그리고 인쇄되어 나오는 종이를 들고 눈치껏 출입국 신고서를 채우고 출입국 심사하는 데 줄을 섰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서 내 머리에도 물이 떨어지고ㅠㅠ)
앞에 20~30명밖에 없어서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느낌상 한 명에 10분~20분은 걸리는 것 같았어 진짜 느려 그리고 내 앞 사람 차례가 됐는데 그 사람은 퇴짜 맞고 출입국 신고서 다시 작성하러 갔다 경유자가 작성하는 신고서가 따로 있더라 나는 우연히 재수 좋게 그걸 집어들고 작성한 거고 물론 안내 따윈 적어도 쉽게 보이는 곳엔 없었음
내 차례가 됐는데 ㅅㅂ 지문을 열 손가락 또 찍었어 그러더니 뒤에 서서 기다리래 딴 직원이 여권을 들고 어디로 가더니 기계에다 집어넣고 생쇼를 하네? 위조여권 검사하나? 어느 나라든 법무부 직원들이 위압적이고 불친절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푸동공항 근무자들 대단하더라 목청 큰 개싸가지들의 집합체임 겨우 여권 돌려받고 나오니까 이미 거의 다 짐 찾아가고 내 캐리어만 다른 몇 개랑 같이 불쌍하게 나동그라져 있더라 안 없어진 거 다행
그거 끌고 이번엔 출국 수속 하러 감 아시아나 가서 줄 서서 수속하고(백 드랍 줄 없음) 짐 부치고 마침 한국 직원이 한분 계셔서 물어봤더니 전에는 입국신고서 아랫부분을 떼어서 가지고 있다가 출국할 때 내야 했는데 이제는 안 내도 된대 아까 입국심사 하던 직원이 아랫부분을 안 돌려줘서 걱정하고 있었거든 그나마 다행이었어
이번엔 출국 심사 받았는데 입국보다는 시간 적게 걸리더라 그거 통과하고 나서 시큐리티 통과하고 나니까(시큐리티에서 보딩패스 받아서 스캔도 함) 2시간 30분이 흘렀어
2~3시간 경유시간 잡으면 그냥 망해 심지어 나는 터미널도 같았는데
경유 하는데 굳이굳이 입국을 시키고 지문을 열 손가락 찍게 하고 불법체류 할까 그러는지 굳이굳이 여권을 까뒤집어 까다롭게 검사하고 취조하고 왜 저러나 싶더라니까 극강의 비효율성과 기분 나쁨이야 앞으로 중국에서 경유할 일은 절대 없음 (출국심사 하는 앞에는 플라스틱 양동이 다섯 개가 새는 물 받고 있었음 출국과 입국의 물샘 콜라보)
너네는 아마 대부분 알고 있었을 거야 왜냐하면 이런 미친 경유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보였거든 기록겸 해서 잊어버리기 전에 오늘 일을 글로 남겨둔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