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어서 쓰는 여행 후기,,
난 사실 면허 딴 지 오래됐지만 차가 없어서
제주도 여행갈 때만 운전을 하거든.
그래서 운전 경험이 많지는 않아.
그래도 제주도에서 혼자 렌트해서 꽤 다녀서 꽤 자신있었는데,,
재작년인가,,
겨울의 제주를 즐기고 싶어서 혼자 2박 3일인가 잡고 여행을 갔어.
근데,, 오는 날 아침에 눈이 오락가락 하더라고.
그날 저녁 비행기라
별 생각없이 서귀포에서 해안도로 따라 쭉 제주시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진짜 펑펑 오는 거야.
첨에는 막 너무 예쁘길래 신나서 구경했는데
눈 깜짝하는 사이에 눈이 막 쌓이기 시작하더라고.
진짜 순식간에.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네비게이션에 제주공항 찍고
네비가 가라는 대로 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게 빠른길 우선이다 보니 산간지역을 넘어서 세로지르게 돼 있더라고.
근데 중앙으로 갈수록 눈은 펑펑 오지, 당연히 제설은 안 되어있지,
브레이크는 헛돌기 시작하고, 차선 구분도 안되고, 날은 빠르게 어두워지고.
가만히 있어도 핸들이 막 돌면서 방향을 못 잡는데 진짜 이대로 가면 안 될것 같은 거야.
일단 차를 돌려서 좀 산 밑으로 내려가야겠다 싶었고
차를 유턴해서 한적한 길가에 갓길에 세웠어.
눈길 운전이 첨이고 무서워서 전화로 조언을 좀 얻고
돌아가는 길도 찾고 하는데 눈이 점점 많이 오고 날이 어두워지고 답이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일단 대리운전이라도 불러야겠다 싶어서 다시 차를 움직이려는데
이번엔 차가 안 움직이는 거야. ㅠㅠ
서 있는 동안 눈이 계속 오니까 타이어 쪽에 눈이 계속 싸이고 해서 바퀴가 안 빠지더라고.
시동 켜 놨었고. 엑셀 밟아도 타이어만 헛돌고 진짜 울 뻔 했음.
진짜 패닉 오기 직전에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다행히 차에 내가 생수 큰 거 두 병을 넣어놓은게 있더라고. 혹시 창문에 눈 쌓이면 뿌리려고 놔뒀던거.
그걸 좀 나눠서 타이어 쪽에 막 뿌렸더니
눈이 좀 녹아서 다행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
그러고선 대리운전 부르려고 큰 건물 근처에 차를 세웠는데
그 와중에 눈은 계속 오지 날은 어둡지.
그래서 진짜 계속 기사님 안 잡히고 거절 당하는거야.
심지어 <이런 날 제주시 가면 가다 죽는다, 큰일난다.> 소릴 들음.
다음날 회사는 가야 되지. 진짜 멘붕이었는데
다행히 진짜 한 기사님이 대리를 와주셨어.
서귀포에 있는 친구집 놀러왔다가 자기도 눈 많이 와서 못가겠다 싶었는데
이런 날 대리운전 요청이 왔길래
얼마나 자기도 다급하면 그랬을까 도와줘야겠다 싶더래. 진짜 무슨 천사 아냐? ㅠㅠㅠㅠ
그래서 막 버스 정류장도 한참 떨어져있는데 거기서 내려서 걸어오셨다는 거야. 이 눈길을. ㅠㅠ
이미 밤은 됐고,, 진짜 너무 감사했다. ㅠㅠ
그 와중에 비행기는 지연이 됐다가 결항이 떴다가 다시 지연이라고 떠서
어쨌든 공항에는 가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눈이 오니까 당연히 차들은 기어가고
차 반납 시간은 다가오는데
차까지 반납하고 가면 진짜 비행기 못 타겠더라고.
근데 또 그 천사 대리운전 기사님이
괜찮으면 차는 자기가 반납해줄테니까 공항에서 내리라고 ㅠㅠ
렌트카 업체에 직접 통화까지 해주시고 차 무사히 반납해주심.
솔직히 걱정을 엄청 했는데 (혹시나 아저씨가 딴맘 먹고 차 반납 안하면 어쩌지 그런,,,)
그거 아님 방법이 없었고 나도 패닉이라 그냥 알겠다고 그래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했는데
반납 잘 해주셨어. 렌트카 회사에서도 전화 왔고.
다행히 다른 비행기들 막 결항 뜨는 사이에
나는 지연된 비행기 타고 집에 잘 왔고
심야 시간엔 김포에 착륙이 안된다고 해서 인천 공항에서 내려서 셔틀타고 김포로 옴.
그 날을 마지막으로 제주도 3일인가 비행기 다 결항됨.. 전례없는 폭설로,,
그 후로 나 겨울엔 절대로 혼자 제주도에 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게 됐어.. ㅎ,,,
언젠가 눈 쌓인 한라산에 가는 게 내 버킷리스트지만,,
그때도 꼭 혼자는 안 갈듯,, 잠은 공항 근처에서 잘듯,, ㅋㅋ
다들 혹시 모르니 겨울엔 날씨랑 그런거 철저히 알아보고 조심히 다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