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주권주의의 이면>
- 이재명 당대표가 1인 1표제를 밀어붙이지 않은 일에 대해
- 정청래 당대표가 1인 1표제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01.
'당원주권주의'라는 게 늘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의 민주적 질서를 강화하는 쪽으로 연결될까?
가령 국민의힘 당원 80%, 일반 국민20%를 반영해 지도부를 구성한다. 그 결과 장동혁 지도부가 탄생됐다.
당권파들은 '당원주권주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말하곤 한다. 그래서 그 '당원주권주의'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긍정적 기여를 할까?
당심과 민심이 유리되지 않았을 때는 당원주권주의에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당심과 민심이 유리될 경우 당원주권주의는 그 정당에도 국가에도 큰 해악을 끼친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여러 경로로 떠들었던 건데 정당의 중요한 측면 중, 두 가지에 대해 리바이벌 해보자.
02.
첫째, ‘유권자 속의 정당(party in the electorate)’
정당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단순화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제라는 의미다.
흔히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하는데, 진짜 그럴까?
어떤 장당의 지위와 권한을 결정하는 건 당원이 아니다.
국민이다.
어떤 정당이 원내 제1당이 될지, 원외 정당이 될지, 집권당이 될지, 야당이 될지 여부는 당원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민의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결성된 조직’을 일컫는데, 이를 좀 더 풀어쓰면 ‘정당이란 정부의 통제권을 획득하기 위한 조직적 시도’ 쯤 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체제'가 결정되지 않던가? 군주에게 있으면 왕정이고, 군인에게 있으면 군사정부인 것이고.
정당은 공천을 통해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정부와 의회에 대한 통제권/대의권을 획득한다. 당원들의 의사에 따라 작동하는 게 아니라.
100만 당원이 80%로 결정한 것이든, 200만 당원이 100%로 동의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든, 선거에서 국민이 기각하면 힘을 잃어 버린다.
그러니까 '당원주권주의'라는 게 일핏 들으면 되게 그럴듯해보이지만,
실제론 정당 내에서 아무리 당원끼리만 니나 내나 다 한 표다, 라고 해봐야 일반 유권자의 참여를 반영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어질 수 있단 이야기다.
03.
둘째, 조직으로서의 정당(party as organization)
정당은 중앙당 지도부와 전국 권리당원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당 안쪽으론 각종 위원회, 당 밖으로는 각종 연대체들이 종으로 횡으로 연결돼 있다.
가령 당내 노동위원회와 당 밖 노조가 연계되어 있을 수 있고, 당내 대학생 위원회와 각 대학교의 총학생회가, 당내 청년위원회가 당 밖의 청년 단체들과, 당에 설치된 각 지역위원회가 그 지역 유권자들이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연계를 통해 당 밖에 있는 다영한 유권자들의 민의를 당의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도대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를 '대의원제' 같은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은 4050의 당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국민의힘은 6070이 압도적으로 많다.
민주당은 20대 당원이 5% 안팎이라는 거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니나 내나 다 1인 1표다' 라고 하면, 2030의 민의가 당내에 제대로 반영이 될 수 있겠는가?
예를 2030 유권자로 들어서 그렇지, 사례를 들자면 무수히 많다.
04.
그럼 당원은 뭘까?
그저 당비나 납부하고, 이벤트가 있으면 동원되는 그런 존재인가?
내 생각에 당원은 당을 소유하는 '주인'이라기 보다는
집권을 위해 당을 함께 만들어가며 정당 활동을 하는 '주체'이다.
정당 운영과 활동의 공간을 어떻게 열어갈 지를 고민해야지, 마치 주주총회 하듯 1인 1표한다고 그게 되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정당의 가장 본질적인 존재 의의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집권하기 위핸 조직적 시도'라는 기본 베이스를 허물면서
당원주권주의니 1인 1표제를 강조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정당 정치 자체를 내부에서부터 해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05.
정청래 대표 포스팅을 보면 마치 김남희 의원이 반민주주의자인 것 같다.
그런데 김남희 의원이 진짜로 반민주주의자라서 저런 의견을 냈을까?
나는 이재명 당대표 때부터 대의원제 폐지에 반대했다.
'1인 1표제'에 대해서도 위에 쓴 이유들로 찬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재명 당대표는 그런 이견들을 수용하여
1인 1표제를 거칠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장동혁은 '당원주권주의'로 국민의힘 당원의 선택은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 결과가 '국민'의 선택을 받는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딴지가 당내 민심의 척도'라고 하시던 정청래 대표의 1인 1표제는 어떨까?
'더 많은 국민들의 민심을 포괄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한 고민 없이,
그저 당원들끼리 1인 1표제 하고 당원주권 외치기만 하면 그게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그 협량함의 가장 부정적인 결과가
장동혁 국민의힘 지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