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야구단의 디자이너들···두산 박준순의 성장에는 ‘배팅 디자인’이 있다
두산 마무리 이영하는 지난달 26일 잠실 LG전에서 8회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연장까지 이어진 혈전의 승리투수가 된 뒤 고유의 피칭밸런스를 되찾았다. 그날 경기는 일종의 계기였다. 팀 내부 진단에 따르면 이영하는 던지는 팔 각도를 되찾으며최적의 릴리스포인트에서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영하는 192㎝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궤적의 공이 일품이다.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 또한 피치터널을 통과하기까지 패스트볼처럼 비행하다 각각의 구종 특성에 맞게 종으로 움직인다. 횡보다는 종의 움직임으로 싸우는 이영하의 3가지 구종은 서로를 살리는 상관성을 갖고 있다. 예컨대 상의와 하의, 신발까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패션디자인처럼 ‘피칭디자인’이 잘 짜여야 투수는 본인이 던지는 구종가치를 최대값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투수만 디자인을 하는 건 아니다. 타자도 디자인을 한다.
두산 이진영 타격코치는 최근 올해 2년차를 맞아 급성장세를 타면서도 상대 견제도 시작된 박준순을 두고 “타격폼에 대한 건 특별한 접근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른바 ‘배팅 디자인’에선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가 어떤 구종을 어떤 코스로 던질지 고민한다면, 그 사이 타자는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계산 속에 넣고 그에 맞는 타이밍으로 리듬을 타야 한다. 상대 투수 특성은 물론, 경기 상황, 볼카운트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그에 대한 접근은 또 달라지기 마련이다.
박준순은 지난주 기자와 약식 인터뷰 중 이진영 코치가 설명한 ‘배팅 디자인’에 대해 언급하자 “타석에서 어느 정도 범위로 시야를 넓혀놓고 타깃을 잡아가야 할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특히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을 때 대응법에 대한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보통은 타자가 볼카운트 싸움에서 몰리게 되면 비슷한 공에는 방망이를 내게 된다. 본인이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면서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한 타격을 한다. 그러나 최근 박준순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박준순은 스트라이크 불이 2개 들어온 상황에서도 굳이 타깃을 넓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삼진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어정쩡한 스윙으로 평범한 타구를 만드는 것과 삼진을 하나 당하는 것이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어떻게든 공을 맞히기 위해 애매한 스윙을 거듭하다 보면 스윙 밸런스도 흔들릴 수 있다. 투스트라이크에도 자신의 스윙을 다 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상대배터리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박준순의 ‘배팅 디자인’은 아름다운 결과값을 만들고 있다.
박준순은 11일 현재 타율 0.333(138타수 46안타) 4홈런 23타점에 OPS 0.894를 찍고 있는데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도 안타 생산력을 유지했다. 특히 타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볼카운트 0-2에서 박준순은 타율 0.333(24타수 8안타)라는 놀라운 수치를 끌어내고 있다. 볼카운트 0-2의 24타석에서 삼진을 13개나 당했지만,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접근법 덕분에 본인 타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볼카운트 0-2에서 타석 결과가 나왔을 때 리그 평균 타율은 0.163으로 바닥을 향한다. 같은 상황에서 박준순의 타격 결과값이 경이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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