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이 안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딱 이 장면을 눈감고 그리잖아.
생각해보면 국은 어떻게 10년전에 안을 떠날 수 있었을까?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동시에 결혼한 친구를 멈추지 않고 사랑할 자기 자신을 알아서겠지. 근데 그 두 가지 이유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을것 같음. 안이 행복하게 웃는걸 봐서 그나마 발걸음이 떨어진거임. 더 이상 중학생때의 그 어두웠던 안이 아니니까. 이제 내가 없어도 늘 웃고 행복해하겠지.
근데 10년뒤에 본 얼굴이 딱 저래. 장례식장에 온거긴 해도 안 본 10년 사이에 애가 너무 마르고 어딘가 툭 치면 바스라질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봐야겠다고 결심한 회상씬이 안의 웃는 얼굴이 아니라 저 얼굴인건 의미가 있어보여. 갑자기 23년전 자기가 처음 봤던 그 안의 어두웠던 모습이 겹쳐져. 혼자만의 이별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흔들리니까 다신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그 결심마저 흔들리기 시작하는거임. 혹시나 너가 힘들어하고 있나 다시 어두워졌나 그 걱정 하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