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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워라밸 공무원하려면 펜 내려놓으세요" 90년생 공무원들이 본 '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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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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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가 '워라밸' 딱 한 가지 뿐이라면, 당장 펜을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1월 발간했던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책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90년대 출생 2년차 공무원이 워라밸을 기대하며 공직을 꿈꾸는 이에게 남긴 말이다. 공무원은 워라밸의 '끝판왕'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직한 뒤 펼쳐진 환경은 전혀 달랐다는 전언이다. 그는 평상시 예산, 법률, 기획, 홍보 등 방대한 업무 영역을 담당했으며, 코로나19 이후엔 해외 입국자들이 2주간 거주하는 임시 생활시설에 파견되기도 했다.

실제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 따르면, 주니어 공무원(1980년~2000년대생) 1810명 가운데 직장 생활 키워드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꼽은 이들은 67.7%에 달한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많은 업무량과 업무 외적인 친목 도모 활동 등 공직사회의 조직문화로 인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또 업무 강도와 별개로 일 자체가 국민의 생활과 연관돼 있다보니 큰 책임감과 더불어 부담도 함께 느껴진다고도 했다.

매일경제는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 참여했던 90년대생 공무원(중앙부처 소속 사무관 1명, 주무관 2명)들을 인터뷰해 워라밸과 조직문화 등 공직사회의 현실과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Q. 공무원 준비를 할 때 '워라밸'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나. 입직 후에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워라밸 때문에 공무원을 했다' 수준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주말이나 연가 등 쉬는 날은 안정적으로 확보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입직 후에는 민간 회사에 입사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평균 정도라고 느꼈다. 다만 국회 업무 등 대기성 업무일 경우에는 담당이 아니더라도 분위기 때문에 남아있어야 하는 사례를 봤다. 단순히 업무 강도가 세서 야근을 하는 경우보다는, 유선보고나 서면보고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대면보고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관행이 더 힘든 경우가 많았다.(사무관 A씨)

A.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한 정도다. 입직 직후에는 업무 강도가 높지 않은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대부분 7시 이전에는 퇴근했다. 하지만 최근 업무량이 많은 부서로 이동해 야근을 자주한다. 야근을 하는 이유도 부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정말 업무량이 많고 당장 해결해야할 현업이 특히 많았다. 또 예산과 국정감사 시즌, 연말 등 특정 시기에는 기재부와 국회 등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남아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주무관 B씨)

A. 집과 가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워라밸을 아주 중시하는 편이었다. 직업적 안정성이 있으니까 조금 더 가정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공무원을 준비했다. 입직 후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 인터뷰에 답하는 와중에도 야근을 하고 있다.(웃음) 아직까지도 공직사회에는 상급자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고 하면 눈치를 주는게 일반적이다. 야근하지 말라고 하면서 팀원들의 야근 시간표를 뽑아서 비교하는 상급자들도 있다.(주무관C씨)

Q. 90년생 공무원이 왔다에 따르면, 주니어 공무원들의 절반은 업무 외적인 친목 도모 활동이 '워라밸'을 침해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렇게 느끼나.

A. 90년대 출생이라고 해서 꼭 친목활동을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모임을 할 경우에는 주로 일 이야기와 동료 품평이 끊이지 않는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적인 90년대생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 타인의 사생활을 굳이 알아야하는지 모르겠고, 상급자와 자리를 함께한 경우 내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꼭 90년대생 공무원의 특징도 아니다. 과장님은 국장님과 자리하기 싫어하고, 국장님은 더 윗분들과 자리하기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조직사회에서 개인의 당연한 모습 아닌가.(사무관 A씨)

A. 상사들과 있는 자리가 불편하고, 계속 직장에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워라밸'이라는 말에서 '라이프'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일과 직장를 벗어나서 개인적인 삶을 즐기는게 라이프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직원들과의 친목도모 활동은 '워크'의 범주에 가깝다. 그리고 회식이나 등산 등 업무 외적 활동을 하기 위해선 누군가는 계획을 해야하고, 예약도 해야한다. 그 또한 업무가 되는 것이다.(주무관B씨)

Q.90년생 공무원이 온다를 보면, '조직-개인 간 균형'에 있어 주니어 공무원들과 시니어 공무원(1960~1970년대생)들의 시각 차이가 눈에 띈다. 공직 사회에서의 조직-개인 간 균형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A. 가장 좋은 건 조직과 개인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내 일이 끝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남는게 조직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남아 있는 시간에 개인 역량을 키워 업무에 적용하는게 더 좋은 일아닌가. 아직까지 공직 사회는 민간보다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사무관 A씨)

A. 세대차이를 가장 실감하는 부분이다. 예전엔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특히나 공무원의 경우엔 그런 시각이 당연했을 것이다. 요즘은 국가에 대한 봉사정신만으로 공직에 입직하기 보단 하나의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 많다. 국가와 조직에 대한 희생만 강조하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나'라는 존재가 무의미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만큼 책임감과 희생 정신을 물론 가져야한다. 다만 개인을 존중하고 조직-개인간 적절한 분리를 추구해야 더 건강한 조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주무관B씨)

Q.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90년대 출생 공무원에게 바라는 덕목과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아예 90년대생 또는 신규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디어 도출 프로그램도 많다. 이 점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조직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주는 부분은 감사한 점이지만, 오히려 90년생론(論)이 오히려 이 세대를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느낌도 가끔 받는다.(사무관 A씨)

A. 젊은 느낌으로, 혁신적으로 일을 하기 바라는 것 같으면서도 조직 내부의 대대적인 혁신은 뒤따르지 못하다보니 선배들을 이어서 해온대로 잘 이어가기를 바라기만 하는 것 같다. (주무관 B씨)

A. 상급자의 말을 잘 듣는걸 가장 바라는 것 같다. 상급자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업무를 찾아서 하는 자세 등이다.(주무관 C씨)

Q. 공직사회가 90년대 출생 공무원들을 위해 '이것만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있다면.

A. 새로운 방식에 대해 '신뢰'를 줬으면 한다. 사실 공직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와 업무 특성이 '불신'에 기초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비대면 보고를 믿지 못하고 대면보고를 강조하고, 야근을 안하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사무관 A씨)

A. 개인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자리잡혔으면 한다. 특히 실무자의 성과를 인정해준다던가, 공직 내 전문직위를 확실하게 운영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주무관 B씨)

A. 행정을 위한 행정은 안했으면 좋겠다. 자체평가, 외부평가, 국정과제 점수 등 우리끼리 줄세운다고 연말연시마다 담당 공무원들이 고생하고 있다. 행정 업무가 정말 잘 됐으면 국민들이 알아서 체감하고 평가해줄 것 아닌가. 줄세우기할 그 시간에 국민들을 위한 업무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주무관 C씨)

Q. 공무원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A. 정말로 공직에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이 인기 있는 직업이 돼 들어기는 힘든데, 막상 입직 후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고, 본인의 노력과 성과에 비해 큰 보상이 없을 수 있다. 특히 워라밸 때문에 공무원을 하겠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물론 업무에 따라 워라밸이 지켜질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보다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사무관 A씨)

A. 업무 강도가 약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공직에 입직한다면 크게 실망하게 된다. 업무의 양도 많고 범위도 넓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오피스텔에서 살았는데, 가끔 밤에 창문 너머로 불이 꺼지지 않는 청사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일해야 되나"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공무원들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도 적잖이 느꼈다. 많은 업무에도 불구하고 적은 급여는 단점이지만,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순간 등 장점도 분명히 있다. 워라밸보다 더 많은 부분을 보고 판단해 준비하면 좋겠다.(주무관 B씨)

[최현재 기자]

https://news.v.daum.net/v/2021010310510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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