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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은 만파식적과 소현세자를 내세워 작품의 주요 설정인 평행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 설정과 고증은 전작만큼 작품과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①'차원의 문'을 여는 만파식적=만파식적(萬波息笛)은 '더 킹'에 등장하는 두 개의 평행세계 중 하나인 대한제국의 보물이다. 선황제를 살해한 동생 이림과 현재 황제인 이곤이 한 조각씩 갖고 있으며, 대한민국으로 이동하는 '차원의 문'을 여는 도구가 된다.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인 셈이다.
실제 만파식적은『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의 피리다.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하나로 합쳐지는 대나무로 만들었으며, 이것을 불면 나라의 걱정근심이 해결됐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선 일본 사신이 만파식적을 보기 위해 금 1000냥을 제안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만파식적은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여부가 확인된 적은 없다.
『삼국유사』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정작 만파식적의 설화와 '더 킹'의 평행세계가 연결되는 개연성이나 설득력은 낮은 편이다. 고대의 판타지 요소를 지닌 만파식적이라는 소재를 꺼내 든 건 좋았지만 ‘왜?’라는 질문엔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첫 주엔 평행세계를 둘러싸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나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만파식적을 사극 판타지에 사용하는 것은 영화 '전우치'를 비롯해 몇 차례 전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더 킹'은 평행세계라는 설정과 전개가 기대만큼 매끄럽진 않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②호란을 막은 소현세자?='더 킹'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의 평행세계가 등장한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건너온 황제 이곤(이민호) 형사 정태을(김고은)에게 "두 대한의 역사는 소현세자부터 달라졌다"며 "네의 세계에선 일찍이 돌아가셨고 내 역사에선 영종으로 역사에 남으셨어. 호란을 막아냈거든"이라고 설명한다. 즉, 소현세자의 등극과 호란에서의 승리가 두 세계의 갈림길이 된 셈이다.
그런데 이같은 설정은 다소 어색한 면이 있다. 소현세자는 조선 16대왕 인조의 장남으로 병자호란 패배 후 청나라 수도 심양으로 끌려갔다. 그는 이곳에서 청나라 인사들과 교류하는 한편 서양인 신부와 접촉하며 서양 문물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귀국 후에도 '반청(反淸)' 의식이 고조된 조정 분위기와 달리 청나라와의 교류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미 호란이 끝난 데다 굳이 구분하자면 반청(反淸)보다는 '친청(親淸)'에 가까웠던 소현세자가 호란을 막아낸 영웅적 군주로 설정된 것이 어색한 이유다. 소현세자는 귀국 후 두 달 만에 급사했는데, 학계 일각에선 그가 청나라와 가까운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인조가 이같은 죽음을 기획했다는 설도 내놓고 있다.
또 소현세자의 동생 봉림대군이 왕위(효종)에 올라 북벌을 추진했지만 어디까지나 대내적 정치 구호였을 뿐 실제로 이어진 적은 없다. 당시 육성한 조총부대는 오히려 청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나선정벌에 참여해 러시아군을 물리쳤다.
③수도 부산엔 일본 스타일 궁성=대한제국의 왕궁은 부산에 있다. 여전히 일촉즉발의 위기인 한일 관계 때문이다. 일본을 최전선에서 막는다는 상징적 의미로 왕궁을 부산 '동백섬'에 지었고, 충무공 이순신의 동상도 서울 광화문이 아닌 동백섬에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반일 이슈를 활용하면서도 정작 인트로 영상에 등장하는 대한제국의 옛 모습엔 일본식 사원을 등장시켰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나라현 소재의 도다이지(東大寺)와 고후쿠지(興福寺)의 사원과 탑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작사 측에선 “백제5층목탑과 우리나라 사찰, 중국 궁의 특징을 베이스로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