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entertain.v.daum.net/v/20200503111848328
‘더 킹’, 대한제국의 판타지와 대한민국의 현실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차원의 문이 열리면 이곤(이민호)은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는 걸까.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평행세계를 소재로 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물론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과 대한민국의 형사 정태을(김고은)의 차원을 넘나드는 로맨스가 드라마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두 세계의 부딪침이 야기하는 위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그런데 <더 킹>에서 이곤과 정태을이 마주한 위험의 실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건 다름 아닌 선 황제를 죽이고 만파식적의 반쪽을 가진 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 들어온 이림(이정진)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두 개의 세계에 똑같은 인물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림이 꾀하는 계획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게 만든다.
이림은 대한민국으로 들어와 거기서 초라하게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차원을 넘어 대한제국의 해변에 흘러들게 한다. 그의 이 선택은 향후 그가 이 두 세계의 다른 상황에서 살아가는 같은 인물들을 바꿔치기(?) 함으로써(사실상 한 명을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는 계획의 첫 걸음이나 다름없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대한제국에서는 힘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저편 세상의 인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그의 이런 악마 같은 속삭임은 그 유혹적인 제안을 저들이 선택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림은 이 두 개의 세계에 공존하는 인물들을 서로 바꿔놓으며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려 한다.
두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조영(우도환), 명승아(김용지) 같은 인물들이 이림의 개입으로 어떤 변화와 선택을 할 것인가는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들은 과연 다른 세계의 나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위치가 아닌 다른 나를 선택함으로써 욕망을 실현하려 할까. 아니면 힘겨워도 나를 지키며 살아갈까.
이런 선택의 이야기는 인물들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극명한 대비가 만들어내는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서 우리의 마음 또한 흔들리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발에 직접 나서서 포격 명령을 내리는 이곤 같은 황제가 존재하고, 희토류 생산으로 선진국의 부유함을 구가하며 살아가는 대한제국은 우리가 현실로 살아가는 대한민국과 너무나 비교되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저 달달하고 기분 좋은 판타지의 대한제국으로 넘어간 정태을은 이곤이 모든 걸 명령 하나로 해결하는 그 세계에 빠져들면서도 고독감을 느낀다. 그 세계는 그에게 화려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지만, 정태을은 자신의 진짜 존재를 아는 이들이 저 화려한 세계에는 없다는 사실에 고독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이곤이 대한민국으로 넘어왔을 때 겪었을 그 고독을 실감한다.
0과 1의 차원을 넘어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 그건 어쩌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세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이 현실을 넘어 항상 저 편의 판타지를 꿈꾸는 존재가 아니던가. 현실과 판타지의 교집합이 만들어내는 욕망과 파장으로 누군가는 파국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거기서 삶의 희망과 위로를 얻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더 킹>은 그래서 저쪽 판타지의 세계에 서 있는 이곤과 이쪽 현실의 세계에 선 정태을이 어떻게 각각의 세계를 지켜가며 사랑을 나누는가의 이야기를 통해 판타지와 현실의 화해지점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를 용납하지 않고 두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욕망대로 농단하려 하는 이림과의 대결이 그려지지만. 제아무리 달달한 판타지를 마주하더라도 어쩌면 지켜내야 할 현실이 존재한다는 걸 <더 킹>은 그 멜로와 대결구도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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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무 좋아. https://gfycat.com/MedicalBabyishAtlanticspadefish
‘더 킹’, 대한제국의 판타지와 대한민국의 현실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차원의 문이 열리면 이곤(이민호)은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는 걸까.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평행세계를 소재로 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물론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과 대한민국의 형사 정태을(김고은)의 차원을 넘나드는 로맨스가 드라마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두 세계의 부딪침이 야기하는 위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그런데 <더 킹>에서 이곤과 정태을이 마주한 위험의 실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건 다름 아닌 선 황제를 죽이고 만파식적의 반쪽을 가진 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 들어온 이림(이정진)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두 개의 세계에 똑같은 인물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림이 꾀하는 계획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게 만든다.
이림은 대한민국으로 들어와 거기서 초라하게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차원을 넘어 대한제국의 해변에 흘러들게 한다. 그의 이 선택은 향후 그가 이 두 세계의 다른 상황에서 살아가는 같은 인물들을 바꿔치기(?) 함으로써(사실상 한 명을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는 계획의 첫 걸음이나 다름없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대한제국에서는 힘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저편 세상의 인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그의 이런 악마 같은 속삭임은 그 유혹적인 제안을 저들이 선택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림은 이 두 개의 세계에 공존하는 인물들을 서로 바꿔놓으며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려 한다.
두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조영(우도환), 명승아(김용지) 같은 인물들이 이림의 개입으로 어떤 변화와 선택을 할 것인가는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들은 과연 다른 세계의 나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위치가 아닌 다른 나를 선택함으로써 욕망을 실현하려 할까. 아니면 힘겨워도 나를 지키며 살아갈까.
이런 선택의 이야기는 인물들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극명한 대비가 만들어내는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서 우리의 마음 또한 흔들리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발에 직접 나서서 포격 명령을 내리는 이곤 같은 황제가 존재하고, 희토류 생산으로 선진국의 부유함을 구가하며 살아가는 대한제국은 우리가 현실로 살아가는 대한민국과 너무나 비교되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저 달달하고 기분 좋은 판타지의 대한제국으로 넘어간 정태을은 이곤이 모든 걸 명령 하나로 해결하는 그 세계에 빠져들면서도 고독감을 느낀다. 그 세계는 그에게 화려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지만, 정태을은 자신의 진짜 존재를 아는 이들이 저 화려한 세계에는 없다는 사실에 고독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이곤이 대한민국으로 넘어왔을 때 겪었을 그 고독을 실감한다.
0과 1의 차원을 넘어 존재하는 두 개의 세계. 그건 어쩌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세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이 현실을 넘어 항상 저 편의 판타지를 꿈꾸는 존재가 아니던가. 현실과 판타지의 교집합이 만들어내는 욕망과 파장으로 누군가는 파국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거기서 삶의 희망과 위로를 얻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더 킹>은 그래서 저쪽 판타지의 세계에 서 있는 이곤과 이쪽 현실의 세계에 선 정태을이 어떻게 각각의 세계를 지켜가며 사랑을 나누는가의 이야기를 통해 판타지와 현실의 화해지점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를 용납하지 않고 두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욕망대로 농단하려 하는 이림과의 대결이 그려지지만. 제아무리 달달한 판타지를 마주하더라도 어쩌면 지켜내야 할 현실이 존재한다는 걸 <더 킹>은 그 멜로와 대결구도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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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무 좋아. https://gfycat.com/MedicalBabyishAtlanticspade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