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크슈를 본 건 처음이 아닌데, 그 첫 기억이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데려가서 내용 이해 하나도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 온 기억이라 사실상 자첫을 천사 같은 나눔덬 덕분에 이제야 하게 됐어 ٩(๛ ˘ ³˘)۶ 연뮤 입덕 3년차, 막연히 조금 어려운 극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자첫을 망설이던 내게 찾아온 나눔덬 ꒰ྀི ੭˶ᵔ ᵕ ᵔ ꒱ྀི੭
우선 후기를 한 마디로 하자면 표가 증식해버려따
은저스와 마저스는 아예 다른 지크슈라는 말을 듣고 너무 궁금해서 마저스 표도 잡아버렸어 ٩( ᐕ)و
2층 두 번째 줄을 나눔받았는데, 2층인데도 너무 가까워서 놀랐어! BBCH홀은 처음이 아닌데, 2층은 처음이라 들어갈 때 깎아지른 듯한 경사에 무섭긴 했지만 앉고 보니 가까운 데다가 중중블이라 시야가 너무 좋았어 ٩( ᐕ)و 악명답게 음향이 확실히 째지긴 했는데 배우들 성량과 발성이 좋아서 가사 이해엔 지장 없었고, 한눈에 내려다보는 시야라 조명과 앙상블 합을 조망할 수 있어서 좋았어. 배우가 무대 앞단을 쓸 때는 표정까지 보여서 자리가 매우 훌륭해따! 그리고 극 특성상 신을 말하며 올려다보는 일이 자주 있는데, 그럴 때마다 꼭 내가 신이 된 것 같았어 ༗.̫̮ ༗✨ 하나님이 된 기분 꽤나 즐거워따
극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너무 취향이라 흠잡을 곳이 정말 하나도 없었어…… 원체 락뮤를 좋아해서 넘버는 물론 취향이었고 (컨디션이 100%는 아닌 것 같긴 했지만) 배우들 넘버 소화, 연출, 성경을 재량껏 비튼 스토리까지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았어 집 가면서도 재밌다 재밌다 웅얼웅얼댔고 엘리베이터 타면서 바로 다음 표 잡을 정도로 너무 좋았어 (⑉´•˶˶̫˶ •`⑉) 왜 잘 만든 극으로 평가받는지, 왜 뮤지컬계의 고전인지, 왜 그러면서도 덕후가 많이 붙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어
우선 박은태 지저스는 내가 느끼기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체념한 지저스인 것 같았어. 죽음을 앞두고 이미 지치고 정신이 극한까지 몰려 있는? 지쳐 있는 은저스 눈에 은은하게 광기가 물들어 있어서 정말 (positive) 미친 사람 같아따……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정신을 놔버린 광인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한의 내면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게 딱 한번 터져나오는 순간이 겟세마네라고 느꼈고, 그마저도 결국은 죽음을 담담한 척 받아들이려는 체념 속 들끓는 고뇌가 느껴져서 내 정신까지 힘들어지는 것 같았어. 유다를 밀쳐내고 차갑게 굴려 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극중에서 유다……하고 뱉는 부분이나 잘했어?(잘 못 들음 확실하지 않음)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유다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져서 안타깝고 애처로웠어. 그리고 마지막 십자가 장면에서 정적을 참 잘 쓴다고 느꼈어. 다 이루었다 전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이 꽤 길게 이어지는데 함께 숨 참고 기다리게 되더라, 마지막 한 마디를. 전반적으로 목 상태가 평소보다 안 좋은 것 같았는데 그래서 조금 더 처절했고 중간의 샤우팅이 더 짜릿했던 것 같아 ‧⁺( ᵒ̴̶̷ ◡ ᵒ̴̶̷ )⁺‧
그리고 백형훈 유다!!!!!!! ヾ(๑╹◡╹)ノ" 12월에 원더랜드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너무 귀엽고 잘해서 관심 생겼던 배우였는데 마침 이 기회로 극에서 보게 돼서 기뻤어! 독감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싹 나은 듯하더라! 목소리가 무슨 현악기처럼 고음을 쨍쨍하게 내는 게 앞으로 20년은 더 유다 해먹어도 될 거 같았엌ㅋㅋㅋㄱㅋㄱ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다의 이미지는 그냥 예수를 팔아먹은 배신자였는데, 극중에서는 예수에 대한 애증으로 고뇌한다는 해석이 참신했고, 내가 느끼기에 서막유다는 뭔가…… 젊음의 패기가 강하게 느껴졌고, 조금 툴툴대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는 유다 같았어! 그러다 자살할 때 비로소 아 사랑인가? 깨닫는 게 정말 순정파애샛기 같아서 뭔가 좀 이상하게 귀엽다고 느껴진 유다였어. 옆돌기ㅋㅋㅋㅋ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앵콜 내내 함성 유도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물 만난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게 굉장히 귀여워서 다른 작품에서도 보고 싶었고, 성대가 정말 짱짱하고, 귀엽고, 귀엽고, 귀여웠고, 귀여웠다 ‧⁺( ᵒ̴̶̷ ◡ ᵒ̴̶̷ )⁺‧
2부 때 헤롯왕 넘버가 전반적인 극 분위기와 이질적이지만 그만큼 환기가 돼서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또 은아마리아의 연기가 극호였어. 마리아와 예수의 관계가 일견 동경이나 모성애 같은 느낌으로만 비추어질 수도 있지만 이성간의 텐션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서 그 경계를 오가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적확한 어딘가의 지점에 멈추어 선 감정으로 느껴졌어. 전반적으로 페어합도 좋았고 성대자랑, 연기차력쇼, 웅장함, 돈 쓴 연출까지 한큐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관극이었습니다! (˵ᵕ̴᷄ ˶̫ ˶ᵕ̴᷅˵) 얼른 막공 가서 막저스 곰유다도 보고 싶고 언제 올지 모르지만 오래 안 올 것 같다고 들었지만 그 언젠가의 다음 지크슈도 팽팽 회전 돌고 싶어 ٩(- ̮̮̃-̃)۶
추운 날 몸도 마음도 따땃한 관극하게 해준 나눔덬 고마워 ❤️ 막공 얼마 안 남았지만 다들 지크슈 보시길…… 외않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