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예당 햄릿은
호레이쇼가 들여주는 그의 군주이자 닮고싶은 친구였던 햄릿의 연대기라는 생각이 듦
3시간이 넘는 극이
호레이쇼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인물들이 살아나 재연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햄릿이라는 인물이 이토록 영민하고 상냥하고 애달프고 안타깝게 그려진 청년이 아니었을까
커튼콜에서 모든 인물들이 사라지고 햄릿만이 뒷모습을 보이며 걷고있는 건
호레이쇼의 이야기는 햄릿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속에 계속 살아 그 길을 따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그간 내가 봤던 다른 햄릿 극들은 주로 한 인간의 깊은 고뇌와 암투 복수 그런 면이 극대화되어서 받아들여졌는데
이번 예당 햄릿은 한 시절의 청년 햄릿의 인생(비록 극은 짧은 시절만 보여주지만 거기서 햄릿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게해주면서)을 전해주면서
관객 각자의 거울이자 배우이자 아들이자 연인이자 친구를 남기는 것 같음
어제까지 둘공을 마무리하면서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햄릿의 독백에서 그의 괴로움에 동화되어 아직도 가슴이 저릿저릿함
햄릿이라는 뻔한 레퍼토리를
좋은 연출 좋은 연기 좋은 무대 좋은 음악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참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