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첫공에 이은 토요일 공연까지 본 후기
햄릿은 책으로만 읽었지 연극은 처음이라 다른 연출과의 다른점은 말하기 어렵지만
이번 예당 햄릿은 원작을 따라가면서 토월의 넓고 깊은 무대를 장점으로 활용함으로써 고전 연극은 밋밋하고 지루할거라는 나의 편견을 없애줌
무대 바닥 일부가 상하로 움직여서 공간감을 주는 것도 있지만 상, 하에서 각각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대비도 표현해주는 점이 좋았음
특히 토월의 무대 뒷부분에 계단을 만들고 이 계단에 조명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연출한 점이 극호. 그래서 계단은 때로는 지하감옥같기고 하고 거대한 무덤같아 보이기도함. 조명으로 명암대비를 활용한 장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엔딩의 널브러진 시신들 그리고 커튼콜 이후이지 않을까
두 회차의 공연에서 연기는 대부분 좋았는데 1막에서 클로디어스 기도부터 햄릿과 거투르드가 대립하는 후반부, 2막 오필리어의 장례식과 엔딩
박성근 클로디어스는 금요일 공연에서 서늘한 뱀같은 느낌이었다면 토요일 공연에서는 대사의 강약, 표정 등을 통해 독사로 변모한 것 같았음. 왕위 찬탈자보다는 사악한 계략 정치가의 면모가 부각되지 않았나 싶음
조햄릿. 금요일 공연보다 대사톤을 좀 더 낮게 잡은 부분이 늘었는데 그렇게 속삭여도 대사가 잘 들려서 만족. 특히 거투르드에게 숙부의 침실로 가지말라며 애원하는 부분은 소년의 모습을 한 햄릿이 보여서 애처로움 장난 아니더라
오필리어의 장례식은 오필리어의 관 앞에서 대사 없이 손의 움직임 (작게 쥐었다 펴거나 옷자락을 잡거나)만으로 슬픔을 표현하는데 그 극장안의 모든 것이 그 장면을 위해 멈춘 느낌
엔딩에서 호레이쇼품에 안겨 죽을때 금요일보다 토요일이 더 잘 죽었어. 지킬, 라만차, 스위니때도 느꼈지만 죽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게 인상적. 특히 토욜 공연에서는 마지막 표정이 죽음이 아니라 평온한 잠을 자게된것 같은 모습이어서 극중 대사와도 맞닿아 있었음
지루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봤고, 배우들도 금요일보다 토요일이 좀 더 정돈되서 매우 만족스러웠어
햄릿을 읽을때는 단순히 복수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단편적인 인물로 치부했는데, 극으로 보니까 삶과 죽음, 죽음 이후에 대한 고민, 신념을 실행하기전까지의 내적 갈등 이런것들이 극 전반에 관통하고 있는 것도 느껴지더라.
나처럼 햄릿이 극으로 처음이고 책을 읽은지도 오래됐다면 시대 배경을 좀 알아두고가면 더 재밌을 것 같음
아무튼 햄릿을 왜 이렇게 연출이 사랑하는지 조금은 알겠더라는. 다른 버전의 햄릿이 올라온다면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