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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영웅) 극불호 후기(ㅅㅍ, ㅅㅇ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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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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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견해/감상주의
※똑같이 독립운동 소재로 한 작품을 본 적 있어서 비교군 있으니까-본문에는 안 밝힘- 더 불호 심함 주의

※첫눈 겸 막눈이라 착각한 부분 있을 수도 있음


연뮤덬은 아니고 가끔 꽂히는 작품들만 한 번씩 관극 했음 


그래서 이것도 누가 죄인인가 넘버만 대강 알았고


초연때 이토 히로부미 논란 있었지만 수정했다, 까지만 알고 갔음


근데 여러모로 너무 불호였어서 혹시 나랑 비슷한 상황인 덬들 뮤지컬 보기 전에 참고하라고 글 씀


자리가 2층이었어서 배우들 표정 연기까지는 잘 안 보였던 만큼 가까이서 보면 또 다를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불호인 이유는 역사적은 부분/극 구성적인 부분 크게 두 가지였음


1.역사적 관점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이 영웅으로 추앙하고자 한 대상은 안중근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같음. 


일반적인 영웅담 속 영웅의 요소들이 안중근이 아니라 이토에게 부여됐다는 느낌?

한 노인이 명망을 떨칠 만한 업적을 세우고 노년에 과거를 추억하며 낭만에 젖은 모습을 보임. 


그러면서 자신이 저물어 가는 해라는 생각에 씁쓸해하다가, 자신이 무너뜨린 나라 출신의 한 여인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다시금 가슴 한 켠에 남아있던 야망을 불태우고 새로운 도전을 함.

근데 그 여인이 사실은 복수심을 품고 접근한 이였고,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이미 눈치채고 있었기에 금방 위기를 벗어남. 


분노에 휩싸여 즉시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일단 여자를 살려주고, 이후 여자는 자살함.

그 후 노인은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상대임에도 여인의 몸으로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기개를 높이 평가하는 이성적인 면모를 보임.

이게 다 뮤지컬 영웅 속 이토 히로부미에게 부여된 서사임. 아주 찰나의 순간 훑듯이 다뤄지는 것도 아니고 긴 시간 공들여서 점층적으로 제시됨.

반면 안중근은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그 사람들이 안중근에게 품은 존경심, 사랑같은 감정이나 혹은 그 사람들 개개인에게 부여된 서사를 설명하기 바빠서 주인공으로서의 주목도가 떨어짐.

저항적인 면모들은 다 군무, 떼창이라서 '안중근'이라는 개인의 특성으로 두드러지는 느낌이 아님.

나머지 그나마 몇 없는 솔로 넘버에서는 시종 나약한 모습이 연출됨. 


조국이 무엇이냐고 의심하고 원망하는 외침, 선택의 무게에 짓눌린 중압감, 자기의심, 불안 등.

그런 상황의 연속이다 보니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부른 넘버에서도 후반부에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보다는 초반에 보인 불안한 모습이 더 인상깊게 남음.

어쨌든 각 넘버 자체는 독립운동을 계속하겠다, 로 마무리 되고 배우의 기세+다부진 톤이 있어서 유약한 느낌이 상쇄되긴 했지만 반대로 배우 빼고 배역의 설정만 놓고 보면 전혀 영웅담의 주인공같지 않음.


영웅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한 개인, 인간이 그토록 고뇌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영웅으로 거듭났는가

그 내면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이나 그에 얽힌 서사를 더 풀었어야 하는데 이토는 물론 조연들 개개인의 서사를 조각조각 끼워넣느라 정작 주인공인 안중근의 이야기는 소외된 상황에서 표면적인 상황과 인간적 감정의 결과만 보여줌.

근데 그 결과가 원망, 불안, 의심이라 앞서 나온 이토와는 부정적인 의미로 대비가 되버림.

감정적 대비는 물론 상황적으로도 마찬가지임. 안중근 뿐만 아니라 안중근을 도와 독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만두 하나에 아웅다웅 할 만큼 굶주리고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 애달픈 그리움을 품고 있음.

좋게 생각하면 그정도로 소박하고 평범한 청춘들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조국을 위해 몸을 불살라 일제에 항거하고 있고, 일제는 조선을 수탈해 고혈을 빨아먹으며 호의호식하는 모습 극적으로 대비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앞에서 이토가 안타고니스트로서 충분히 악인의 면모를 보였을 때의 얘기지. 역사를 모르고, 어떤 의문도 없이 보여주는 대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이토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너무 다분함.

생체실험 얘기 하긴 하지만 너무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일이고, 지시내리는 장면이 다라 그 잔인함은 체감 안 되고, 이외에는 초반에 언급했던 모습들 때문에 악인이 악인으로 안 느껴짐.

역사를 알고 있으니까 당연히 이토가 악인이라는 대전제 하에 이해하고 넘어간 거지 전사를 모르는 사람이 단순히 극만 놓고 보면 오히려 추격전 벌이는 부하가 이토보다 더 악한처럼 보임.

그 정도로 극중 제시된 상황만 놓고 봐서는 독립투사들의 상황과 이토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보니 그냥 이토는 투사들과 별개의 이유로 내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으로만 보임. 그러니까 이토 히로부미가 죽는 장면에서도 어떤 통쾌함이나 감흥이 안 듦.

한국인이라면 전사를 알고 있으니까 생략했다? 극중에서도 다뤄졌다시피 그 만행을 알리고, 저지하는 게 안중근 의사를 포함한 독립투사들의 뜻이었는데 그 뜻에 반하는 전개에 대한 변명으로는 그야말로 모순이고, 부적절하다는 반증임.

물론 악역이라고 무조건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모습만 보여야하는 건 아님. 매력적인 빌런? 얼마든지 만들어도 됨.

단, 그게 판타지라는 걸 보고 있는 모두가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때의 일이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실화를 기반으로 했거나 영웅 같은 대체역사물에서는 허용되서는 안되는 인물상임.

대체역사물 속에서 빌런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게 바로 미화고,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한 거.

그렇다고 이토를 뭐 얼마나 극적으로 망가트리길 바란 것도 아님. 그냥 현실고증만 제대로 하길 바랬고, 그걸 기대하고 끝까지 봤지만 결국 안 나온채로 끝나버림.

그렇다고 극 전체가 현실고증이 아예 안 된 것도 아님. 독립운동가들이 처한 궁핍한 현실, 그 속에서 안중근이라는 개인이 느낄 인간적이고 나약한 감정들, 시신조차 찾지 못한 결말은 끝에 끝까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거든.

그 결과 앞서 지나간 안중근의 솔로 넘버들과 맞물려 극이 끝나는 순간 '안중근'이라는 주인공에게 가장 처음 든 감정은 '안타깝다'였음.

어려운 상황이지만 본인들의 행동에 자부심을 갖고 뿌듯하고, 당당했을 분들인데 그 긍정적인 감정들은 철저히 배제된 탓에 그 행적에 고취되고 감화되어 감사하고, 격앙되는 게 아니라 실패한 영웅에게나들법한 안타까움, 애잔함이 먼저 드는 게 영웅에 대한 소회로 가당키나 함?

근데도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주인공이 안중근이라는 거+'누가 죄인인가' 넘버+웅장한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군무, 배우들의 열연, 가창력 등에 희석돼버림.

거기다 이토 히로부미 미화랑 별개로 일제의 만행을 아예 제시 안 한 것도 아니라 객관상을 담보했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옹호할 여지가 있어서 더 위험하다고 느꼈음.

그래서 난 보는 내내 찝찝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감동받았다고 다 박수치고 있는 거 보니까 기분이 미묘하더라.

어차피 그 사람들 다 남이고 작품이랑 배우 별개로 봐서 잘했으면 박수칠 수도 있지, 하고 흐린 눈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최소한,


한국인이면 최소한 전범기-욱일승천기- 나오고 일본 찬양하는 넘버 나올 때는 눈치껏 가만있어야 되는 거 아님? 그때도 박수치는 사람들 있었음.

얼마나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바닥이면 저럴까. 친일청산만 제대로 됐어도 이런 일 없었을 텐데 싶어서 슬프더라.

더해서 미화 그나마 덜어낸 게 이정도면 초연은 얼마나 더 심각했다는 건지, 이런 게 벌써 15년이나 상연되고 있다니 아연해졌음.

물론 이 모든 게 제작자들의 의도는 아니겠지. 아니어야하고. 그렇다해도 소재에 대한 조심성이 부족하고 대대적으로 수정할 필요상이 느껴진다고 밖에 밖에 할 말 없음.

2.극적인 관점에서
극 자체만 놓고봤을 때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음. 


우선 메인 선역과 악역 사이에 감정적인 대립, 갈등이 부재하니까 극적인 긴장감이 없고, 그 와중에 원탑 주인공 있는데 곁가지인 조연 서사들이 너무 많고 정작 주인공 얘기는 별로 안 나오니까 집중이 안 됨.

그렇다고 그 조연들이 극중에서 전개를 위해 필수적인 존재고, 서사냐? 그것도 아님. 보는 내내 그냥 분량 채우려고 넣었나 싶을 정도로 늘어지는 느낌 들었음.

개개인의 서사간에 일정한 방향성이 존재해서 유기성이 뛰어난 느낌도 아니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자 이야기 토막토막 보여주는 거에 가까움.

그렇다 보니까 배우들 연기+노래 캐리로 각각의 서사, 넘버들이 감동을 주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과 별개로 플롯의 완성도는 떨어짐.

이 극의 장르가 군상극이면 그냥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겠지만 관객 입장에서 주조연의 경계와 앞으로의 전개 향방이 너무나도 명확한 상황에서

주인공이나 중심 서사보다 조연들 얘기가 더 많이 나오니까 그냥 집중력 떨어트리는 방해요소일 뿐이고, 결과적으로 이 극이 뭘 보여주려는 건지도 모르겠음.

주인공의 투쟁이라기에는 주인공 얘기가 너무 안 나오고, 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이라기에는 각자 얘기하는 게 다 다름.

전개뿐만 아니라 대사랑 넘버도 문제임. 마찬가지로 배우들이 잘 살려서 그렇지 전반적으로 가사나 대사에 사용된 단어들이 투박하기도 하고, 시대적 배경이랑 겉도는 현대적인 용어+아재 개그 스타일의 말장난이 침투해서 몰입을 방해함.

거기다 상황,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장난으로 질질 끄는 게 한 두 장면이 아님. 거사를 앞두거나 비극적인 일 후에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장치로 쓸 수는 있고

실제로 2부는 주로 그렇게 배치가 돼서 대체로 괜찮았는데 1부에 만두 넘버랑 2부에 덕순, 도선 파트는 왜 그렇게까지 길게 끌었는지 모르겠음.

투사들의 평범한 모습, 평화롭고 활기찬 모습과 이후 일어날 비극적 사건의 대비, 거사를 앞두고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 아리랑 부를 빌드업 등 넣은 이유 자체는 알겠음.

근데 본론에 들어가기 전까지 서론이 너무 길고 구구절절하고 그게 전체적인 사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들도 아님. 

넘버는 배우들이 성량+가창력으로 커버할 뿐 멜로디가 거의 없어서 그렇게 힘있게 부르는 노래를 몇 시간 들었는데도 원래부터 알고 있던 누가 죄인인가 말고 선율 생각나는 게 없음.

가사도 전개만큼 흐름이 중구난방이니까 마찬가지. 뮤지컬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관극한 작품 대충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도 10개는 족히 넘어가는데 이 정도로 넘버 생각 안 나는 거 처음임.

춤은 대체로 무난하고 군무는 종종 소품 각 안 맞아서 시강당하는 거 말고는 멋있었지만 중간중간 코트자락 휘날리면서 도는 동작이나, 탈춤 정도면 모를까 무용에 가까운 곡예 등 불필요한 동작들이 섞여있는데 


이게 소재랑 전혀 안 어울리는 결이라 멋있는 게 아니라 인물들이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짐.

조명이나 무대장치, 소품, 스크린 활용 등 좋았고 멋있어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더 큰 관극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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