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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240823 5연 내가 사랑한 규은을 보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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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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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줄 수 있을까 그냥 나를 두고 저 사람들이 훌쩍 가 버리는거 아닌가

하는 싱숭생숭함으로 기다렸던 규은 막공인데

아니였어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는 막공이었다....


백마디 글보다 박제에서 세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규은이라(^^)

그냥 내가 느꼈던 짧은 감상들을 써보자면..

박제가 된다는 생각에 관객인 내가 떨려서 배우들도 좀 긴장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우려아닌 우려하며 봤었는데

오히려 배우들은 불필요한 힘을 덜어내고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의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한

그래서 꼭 첫 공연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드는 1막이었어.


조금 놀랐던 장면은 너꿈속이었는데,

평소 은앙은 규빅이랑 붙으면 너꿈속 마지막은 무조건 희망적으로 끝났었거든

아무리 시작이 슬프거나 힘겨웠어도 남아있을 규빅을 생각하면, 아니 규빅을 위해 짜낸 밝은 마음이

가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뚜렷하게 반짝이던 은앙이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너꿈속 초반을 부를때 힘을 내려는 듯 목소리에 힘을 줬다가도

끝내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이기고 튀어나와버렸어

너와함께 꿈꿀수 있다면! 하고 부르는 순간에나, 마지막에 단두대 앞에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순간에나

이렇게 가장으로라도 웃지 못하는 은앙을 봤었던가? 슬픔이 비죽비죽 튀어나오는 은앙을 봤었던가..


그런 은앙의 너꿈속에서 이어지는 규빅의 생창도

너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생창의 의미가 전도된것 같은.

내가 좋아하는... 규빅의 생창이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이 다르겠지만

나는 은앙이 신념, 대외적 의미, 그런것도 있겠지만.. 가장 사적으로 희생하는 게 보이는 앙리라고 느꼈거든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붙이더라도 결국은 빅터라는 개인을 향한 희생이라고 느껴지고

그래서 나에게 잘 와닿아.

마찬가지로 규빅도,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두르고 있는 채 하지만

결국은 자신 주변의 소중한 가족, 엘렌, 쥴리아, 룽게, 그리고 친구 앙리가 가장 중요하고

그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와닿는 빅터라서

그런 두 사람이 쌓아온 지금까지의 캐릭터, 노선이 잘 보이는 공연이었어.


그랬기에 2막 처음, 다리 위에서 등장한 은괴가 규빅에게

"왜 돌아왔어. 원하는게 뭐야."

라는 말을 들었을때

그 상처받아서 조용히 변해가는 표정을 볼때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는지...


5연 규자크는 뒤로 갈수록 진짜 너무너무 잔인하게 진화해가서

쟈크를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캐릭터. 박제도 남기기 싫다..'고 말한 배우 본체가

극을 위해서 얼마나 본인이 가졌던 선을 넘고 연구했는지가 느껴졌어

살랑거리며 괴물에게 거는 말, 모든 관심들도 결국 괴물을 처참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

오늘 넌괴물때 은괴가 그런 규쟈크의 모든 행동과 말들을 정말 '끝까지' 노려보면서 따라가는데... 이 살벌한 쫀쫀함 도대체 뭐냐고

빅터와 앙리/괴물로서가 아닌 다른 존재로서 대치하는 순간조차 이 긴장감 도대체 뭐지 ㅋㅋㅋ

뭐긴 이게 규은이지..


은괴의 난괴물은

지금 공연까지 쌓아온 노선과 표현들을 쏟아넣으면서도,

동시에 '지금'만 존재하는 감정을 스스로 찾고 납득 시키기 위해

정적 속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멈춰있던 긴 시간

여러가지 생각으로 번민하던 눈동자가 오늘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은태라는 배우의 10년분의 고민이 담긴 난괴물을 결국 박제로 남기고 마는구나..^^


그리고 못지 않은 자신의 고민으로 가슴을 퍽퍽 치며

눈물 젖어 부르는 규빅의 후회와,

그런 규빅이 은괴와 대치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타나는 새파란 북극.....


회전 관객으로서 가장 완벽한 엔딩이란걸 꿈에서 그리긴했지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인지 나는 몰랐는데

배우 본인들은 알고 있었나보다..


모두가 죽고 눈 앞에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또 죽어가는 순간

빅터가 무슨말을 해야 이 모든 슬픔이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격렬한 몸싸움 끝에 총, 떨어지고, 규빅, 칼을 다리에서 빼내고 빠르게 다가오고,

은괴, 그런 규빅의 앞에서 총을 채가고. 뒤돌아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려 규빅을 향해 겨눈다.

0730에서 은괴는 이때 총을 향한 채 한참을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그보다 일찍 건넸어 이미 정해진 결말을 알고 있는 것처럼.

0730에 이미 한번 고민했었기 때문에 더이상 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규빅이 자신에게 건네진 총을 보고도, 

잡지 않고 한참을 쳐다봤다.

가끔 은괴는, 이렇게 규빅이 총을 오랫동안 잡지 않고 있으면, 한번 더 가까이 다가오며 총을 가져가라는 듯. 

네가 해야만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듯 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아서

규빅은 정말 한참 그 총을 보면서 이게 무슨 의미일지를 생각하다가,

결국 그 총을 잡았고, 당겨지는 방아쇠, 쓰러지는 은괴.

주저앉는 은괴를 보며 같이 털썩 주저앉는 규빅.

본래는 이렇게 총을 쏘고도 괴물을 죽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려봤었어

슬픔이라는 감정을 분노로 덧칠해서 지우는 것처럼, 정말로 화가 난 사람처럼 괴물을 노려봤었는데

오늘 규빅은 그러지 못했어. 힘이 들어가려는 턱이 풀리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어.

은괴가 하는 말을 한참 듣다가, '혼자가 된다는 슬픔.' 그 말을 하는 순간에

규빅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칼을 더듬고 더듬어서 억지로 들어올리고, 심지어 가까이 은괴 가까이 다가와 어깨를 잡더니, 

찌를 것처럼 아주 큰 동작을 하는데

근데 표정이 이미 찌를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리고 은괴는, 그런 규빅을 그냥 가만히 보고 있었고

은괴가 '빅터'라는 익숙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규빅이 스스로  칼을 천천히 내리면서, 칼날이 힘없이 은괴의 몸을 스치고

그걸 바라보는 은괴를 잡은 채 엉엉 울기 시작하는거야... 고개를 그 존재 가까이 숙이면서


'빅터'라는 이름을 듣기도 전에!

세상에

세상에


그런 규빅을 보면서 은괴가 그제야

빅터.

'내 친구'라고

4연에서 규빅이랑 붙을때면 거의 내내 했으면서 5연 와서는 안해주던 말을 기어코 꺼내더라

웃으면서.

근데 그게 괴물로서의 앙리를 흉내내는 가장의 웃음이 아니라,

혹은 앙리가 그순간 나타났거나 말거나 하는 그런 문제의 웃음이 아니라

그렇게 자신을 찌르지 못하는 규빅을 보고. 그런 너를 나는 이미 안다는 듯

친구처럼 짓는 웃음이었어...

친구라고밖에 볼 수 없는 북극이었지

규빅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전부 죽인, 그런 잔인한, 그런 외로운 은괴를 결국 죽이지 못하고

친구 앞에서 울듯이 엉엉 울어버렸으니까.


그렇게 은괴가 떠나고 나서,

규빅이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메아리 소리를 내는데, 알지. 너무 힘들어서 간신히 나오는 소리를.

세번째를 바로 잇지 못하고 한참을 들썩이며 지친 울음 소리를 내다가, 아아아아- 소리지르고, 뒤돌아서

앙리!!!!!!!!!!!!!!!!!!!!!!!!!!!!!

혼자가 된다는 슬픔이라는 1인칭의 비극으론 설명할 수 없어ㅜㅜㅜㅜ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복합적인 슬픔과 서러움, 그럼에도 따뜻함이 담긴..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말 만족스럽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지막에 은괴를 안고 규빅이 핀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은괴 얼굴이 환하고 선명하게 잘 보이는지?

생각해보니 평소보다 규빅이 은괴를 가슴 가까이 높이 안아서 그랬던것같다.

너무나 명확하게 내 가슴에 남은 엔딩이었다.


그리고 오케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이 양쪽에서 걸어나와 한번 시선을 나누는데,

거기서 이미 서로에게 인사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ㅋㅋㅋ

마지막 들어갈때 장난도 안치고.. 평소처럼 안고 안아주고, 형이 동생 볼 한번 쓰담해주고, 관객보면서 나란히 하트 그려주면서 바이바이.

끝까지 참 규은다워서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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