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느낀 그대로 쓴거임
그냥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봐줘
내가 틀렸고 덬이 맞음
하데스타운 초연 때도 회전했고 이번에도 회전할 예정인데 재르메스(이렇게 부르는거맞나)를 본적이 없었어ㅠ그래서 재르메스를 보러가야겠다 다짐했고 진짜 헤르메스가 왔다갔는지 잶 첫공 OP석을 잡음...어떡해 바로 보러가야지 (어제 캐슷: 쌀솨잶퀸소녀)
재르메스는 뭐랄까...처음부터 확실히 1회차는 아닌 헤르메스였어 누가 봐도 이미 루프 한 n번째 돌린 상태였음ㅋㅋㅋㅋㅋ1막 내내 이미 이 흐름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전혀 무뎌지지 않은 인물이었어
1막의 재르메스는 운명의 신같다는 느낌이 강했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가 운명대로 흘러가게 놔두는 느낌이 강해서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듣지 못할때 그 상황이 맘에 들진 않지만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천륜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둘을 도울 수 없는 느낌?
그래서 위를봐라는 대사도 도와주면 천륜에 어긋나기 때문에 절대 도와주면 안되지만 이 상황이 너무 야속하고 싫어서 신들 몰래 오르페우스를 도와주는 느낌으로 조용하게 위를봐.라고 오르페우스에게 속삭여..그치만 오르페우스를 움직이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거지
이쯤되니까 새삼 헤르메스 의상이 운명의 여신 셋이랑 유사한 실버 톤인게 들어오더라고 그래서 이 헤르메스는 운명을 관장하지만 운명을 바꾸지는 못하는 신이구나 라고 느꼈어
또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오르페우스보다 에우리디케에게 안타까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이었어! 에우리디케가 하데스타운으로 가기로 결정할 때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에우리디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처참히 무너진 표정을 짓고 있었어...그뒤에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오니까 오히려 조소를 띄우고 그 길은 위험한데 물론 힘들겠지(정확한 대사 아님)라고 대사를 치는데 에우리디케가 지하행을 선택하도록 둔 오르페우스의 행위가 정확히 잘못됐다고 짚는 느낌이었어 헤이 거물 아티스트! 이것도 완전 비꼬는 느낌 제대로고...
그때 어렴풋이 든 생각은
"이 헤르메스는 오르페우스와 닮아보인다"는 거였어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돌아보지 못한(1막 기준) 본인을 자책하듯 헤르메스도 오르페우스를 책망하고 에우리디케를 안타까워한 게 아닐까? 운명을 거스르면 안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이미 이 슬픈 이야기를 몇번씩이나 되돌리고 있는 헤르메스는 왜 여전히 슬픈 감정에 무뎌지지 못한걸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여기서부터 거하게 틀림)
'이 헤르메스는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반복해온 오르페우스구나'였어
먼 미래의 오르페우스가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려고 몇번이나 과거의 루프를 반복하고 있는 거였다면? 그래서 본인의 과거행동을 책망하고 에우리디케를 안타까워하고, 그렇지만 신이라는 달라진 지위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진 못하면서 이번에는 달라질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틀린해석인 건 알면서도(당연함 헤르메스는 오르페우스가 아님) 너무 흥미롭더라고ㅋㅋㅋㅋ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과거의 주인공을 웜홀 너머로 보면서 책망하는 장면 알아? 나는 어제의 재르메스가 그 주인공과 닮아보였어
2막에서 재르메스의 감정 표현이 좀 더 커지는데, 하데스가 위에서 플로어의 오르페우스를 조롱하고 꾸짖을 때 오르페우스랑 똑같은 자세로 위를 올려다보면서 같은 감정표현을 하는거야...근데 마치 본인이 당사자인거마냥 오르페우스와 같은 강도로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고...
오르페우스가 완성된 에픽을 부르려고 할 때 페르세포네 옆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데 엄청나게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하데스가 시비를 거니까 굉장히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계속하렴."이라고 해줬어
그리고 에픽 부르고 오르페우스에게 이마를 맞대주고ㅠ여기서 쌀르페 눈물 터지고ㅠ넘조았다
하지만 하데스는 결국 조건을 걸고 인간 둘을 보내주지 여기서 하데스는 그 조건을 오르페우스가 아닌 헤르메스에게 말하는데, 재르메스 표정이 '결국 또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하는 표정이었어...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결국 또 같은 결말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놀라움과 체념이 섞인 느낌? 근데 이와중에도 그 감정은 최대한 덜어내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게 말해 그 둘이 헤르메스 표정을 볼 수 없을 때는 표정이 무너져있다가 그 둘을 마주볼때는 최대한 무표정(좋은의미)으로 얘기해줘 하지만 역시나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고 그 순간에 재르메스는 오르페우스와 함께 절망하고 슬퍼해
여기서 내가 재르메스에게 제대로 호뜬 이유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이 이야기가 끝나고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부르는 것 이번에는 다를 거라 믿는 것 어쩌구 하는 대사가 나오면서 새로운 루프가 시작되려고 하잖아?
나는 평소에 이 극을 볼 때 이 부분에서 극불호가 뜬단 말이야ㅋㅋㅋ이건 헤르메스가 누구냐를 떠나서 일방적으로 내가 이 극에 갖고 있는 문제인데 그냥 이렇게 비극적인 이야기가 비극적인 걸 뻔히 알면서 또 부르라고? 왜? 이게 자해밖에 더 돼?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저 한가로운 신의 한가로운 말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런데 재르메스는 이 부분을 너무 슬프게 부르더라고....담담한 척, 애써 웃으려는 척하는데 슬픔이 막 뚫고 나와 그래서 이렇게 또 지나가겠죠? 이 후반대사를 제대로 안 들릴정도로 울먹이면서 해 거의 마지막에 루프 시작하기 직전에 가서야 제대로 웃기 시작해
그러니까 딱 느낌이 오더라고 이 헤르메스는 이번에는 다를 거라 누구보다 믿는, 아니 누구보다 믿고 싶은 헤르메스인거야 그래서 본인이 루프를 반복하고 있든 다른 거대한 힘이 루프를 반복하고 있든 기꺼이 또 뛰어들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마주하는거지 이 비극이 이번엔 끝날거라 다짐하면서...이 캐해가 너무 마음에 들기도 했고 극 마지막의 메시지가 제대로 와닿은 적은 정말이지 처음이라 너무 좋았어ㅠㅠ
(내 틀린해석을 또 들이밀자면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살리고 싶고 이 비극을 끊어내고 싶으니까, 그렇게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다를 거라 믿고 계속해서 루프에 자신을 던지는거지)
무튼 내가 재르메스를 처음 봐서 재르메스 위주로 썼는데
또 좋았던 거 몇개 적자면
- 쌀르페 웨잇포미 맆 전에 "뒤돌아보지 말아야지!"하고 입모양으로 하는 거 얘기만 듣고 제대로 본 적 없었는데 실제로 보고 충격받았어
- 소녀데스 여러번 봤지만 어제는 유독...지하세계왕이 본인의 최대 정체성인 하데스같았어 에픽 부르고 페르세포네와 춤추면서 잠시잠깐 흔들렸지만 결국 왕으로서의 지위가 최우선인 인물임 "기다릴게"는 그냥 페르세포네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 같았어 근데 퀸의 페르세포네는 사랑이 넘치는 페르세포네라 이 대치가 비극적인데 너무 좋아 비극이 인간들에게만 있는 게 아닌거지
- 웨이다운 부르기 전에 페르세포네가 술마시고 고개 밑으로 젖히고 춤추잖아 근데 쌀르페가 고개 숙여서 밑에서 위로 쓱 보고 수하디케랑 눈빛 주고받고 같이 올려다보고 웃더라...정말 한치앞도 모르고 웃는 어쩌구
- 수하디케가 본인이 자발적으로 온 거라고 이실직고하기 전에 하데스가 몰랐구나?하고 오르페우스 조롱하니까 수하디케 눈물 터져서 막 울어ㅠㅠㅠㅠㅠ
- 쌀 수하 둘다 예쁘게 우는데 2막 초반에 둘이 재회하고 울면서 웃는거 너무 잘하더라
- "돌아가도 될까요?" "모르겠다" 여기서 퀸페르세포네는 진심으로 어이없어서 분노하고 쌀르페는 뿌엥하고 울어ㅋㅋㅋㅠㅠ
어제 너무 재밌게 관극하고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캐해를 재르메스가 갖고온거같아서 너무 좋아!! 재르메스 또 보러가려고 나오면서 바로 예대 걸었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