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한번 어디에라도 써보고 싶어서 갖고왔는데
장문이라 미안함난 이번 시즌 톡은을 4번 봤고
그때마다 계속 다들 발전해서 머리를 늘 깼지만
0803은 머리를 내가 깬 게 아니라... 깨진 느낌이었어
톡빅은 외강내유의 극한이라서...
워터루에서의 싸가지 없음은 겉모습일 뿐
사실 자기 사람들한텐 여리고 눈물도 되게 많은 편임
(솔직히 그 동네 사람들이 인성질만 안 했어도 정상으로 컸을 듯)
은앙은 다정하고 신념이 강한 사람인데
그러다보니 그 다정에 톡빅이 살살 녹았을 게 빤히 보임
둘이 약간 또래 친구인데, 앙리가 빅터를 엄청 다정하게 달래고 챙겨주는 그런 느낌이 있었음ㅋㅋㅋ
근데 이제 세상에서 딱 하나뿐인 그 친구가 빅터 대신 죽은 거지...
아무튼
그전에는 기억이 있는 은괴(가끔은 진짜 앙리 같기도)가
톡빅한테 복수하는 동안에도
톡빅은 거의 계속 그게 앙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았거든
그래서 도망자에서부터 속절없이 무너져 너덜거리고
북극은 거의 같이 죽으러 가는 수준이었음
그리고 은괴는 날바날이지만 어떤 때는 기억을 찾고서
처절한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는 거 같기도 했고
근데 오랜만에 둘이 만난 0803은 또 쌔맛이었어
은괴가 7월에 비해 분노가 엄청 더 커져서...
마치 앙리의 기억을 엿보고 질투와 절망과 배신감이 폭발한 것 같았고
톡빅은 그런 은괴를 보고 '저건 앙리가 아니다'라고
계속 자기자신한테 세뇌하려 드는 느낌이었음
그래서 멘탈에 금은 갔어도 덜 무너졌다고 해야 할지
아님 360도 돌아서 무너졌다고 해야 할지
절망에서도 미친사람처럼 좀 더 덤벼보기도 하고
북극도 좀 더 비장하게 갔다는 느낌이 들었음
그리고 대망의 북극에서...
내가 본 것 중에서는 톡빅이 가장 고의성 있게 총을 쏜 거 같았음
근데 은괴가 빅터, 하고 한 번 부르는 순간에 지금껏 애써 지켜왔던 톡빅 멘탈이 진짜 처참할 정도로 와장창 박살이 나더라
앙리! 하고 허겁지겁 무릎으로 기어가는 것도 그렇고...
(저 순간부터 극 다 끝날 때까지 빅터는 진짜 계속 울고 있었음)
내가 앙리를 죽였어, 하는 말은 이 페어에서 전에도 들었었는데...
톡빅은 앙리를 살리기 위해 생창을 하는 편이거든
즉 앙리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그 죄책감이 생창을 하게 했고, 거기서 괴물이 태어났고, 그것 때문에 이 난리가 났잖아
그 모든 인과를 계속 회피하던 결과가 북극인 거지
자기 손으로 앙리를 죽였단 사실을 깨닫고 미치고 마는...
그래서 사실 톡빅은 전에도 북극에서 스스로 죽을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었는데... 이날은 총을 주워서 그걸 실행하려 함
절뚝대며 언덕을 올라서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진짜 당기기 직전이었어
근데 그러다가 은괴 얼굴을 보고...
죽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면서 앙리 이름을 부르짖다가
"앙리 왜 이제야 돌아왔어", 하는데 그 말이 너무 엄청났음
괴물한테는 '왜 돌아왔어'라고 했었으니까...
그러더니 "살려야 돼...! 내가 살릴 거야, 내가 살리면 돼..."라고 하는데
그 순간 마치 생창 직전의 빅터를 엿본 거 같더라
자기 때문에 죽은 친구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그 머리를 챙겨서 절박하게 생창했을 그 죄책감과 절망과... 그런 거 말이야
여튼 은괴의 복수는 이날도 완벽한 성공이었지만...
한편으론 되게 씁쓸하게도, 결국 괴물은 죽어서조차도 절대 앙리를 이길 수 없다는 게 묘하게 비참하더라고
지독한 회피충 앙친자와
그를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박살내는 괴물
(그리고 그래서 뭔가 더욱 비참해지는 결말)
이 페어가 이제 한 번 남았다는 게 믿기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