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뮤지컬 상의 제한된 시간 내엔 오스칼의 성장 서사와 러브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그렇다면 한쪽만 빡 집중을 해야만 하는데...
일단 제작진들 주장대로 오스칼의 각성과 성장에 중점을 둔다고 생각해 보자. 스토리텔링 기본 작법 중 인물 관계의 삼각형 구조로 기틀을 잡는다 치면, 이 경우는 오스칼-마리 앙투아네트-베르날로 삼각 관계를 잡고 오스칼이 마리의 세계와 베르나르의 이상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뇌하게 만드는 게 좋지 않았을까. 지금의 폴리냑 부인은 앙투아네트의 세상 이면의 그늘을 대변할 수는 있어도, 이 관계 삼각형에서 마리를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음. 오스칼이 내적 갈등을 겪으려면 베르날 반대편의 꼭짓점에도 혁명의 이상만큼이나 오스칼의 마음을 끌어당길 매력이 있어야 하니까. 그런 점에서 원작의 마리는 이 구조에 필요한 인물이었음. 비록 국모로서는 결함이 크지만 인간적으로는 매력적이고 선한 친구로, 오스칼에게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던 대상.
각색 방향을 이렇게 잡으면 사실 앙드레가 지금처럼 2롤을 가져갈 수는 없고 거의 지앤하의 엠마나 프랑켄의 줄리아 같은 분량으로 작아지는 게 맞긴 함. 원작 팬들은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우짜겠노 시간이 없는데
반면 앙드레와의 러브 스토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각색한다면 중심서사에 들어갈 삼각형은 오스칼-앙드레-(원작에서 오스칼이 짝사랑했던) 페르젠이나 제로델로 만들어지겠지? 이 경우는 당연히 앙드레의 존재감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함. 그리고 뮤에선 제로델이 원작의 페르젠 역할을 일부 가져가긴 했지만, 지금처럼 아주 가끔씩만 튀어나와서 고백공격 갈기는 정도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겠지ㅋㅋㅋ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앙드레 반대편의 꼭짓점엔 페르젠이 들어가는 편이 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아무래도 오스칼과 앙드레 사이에 신분 차이라는 장애물이 있듯, 오스칼과 페르젠 사이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장애물이 있는 구조를 나란히 두면... 아! 근데 그럼 이쪽 구조에서도 어쨌든 마리가 없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결국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서사에서 빼낸 게 생각보다 더 안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구... 배우들 역량은 너무 뛰어나서 더 아깝고 안타깝네. 쥬스칼 진짜 만화 속 오스칼처럼 너무 멋있어서 나와 내 뒷자리 부모님과 같이 온 소녀 관객들까지 단체 로자리 되어 버렸구연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댕로에서 보고 롱타임노씨였던 햊도 노래 엄청 늘어서 내심 놀랐고 소리로자리가 정말 귀엽습니다. 무엇보다도 성르날 와... 그... 여러모로 미챴는데 진짜 그게... 뭔지알쥬... (설명불가)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꼭 한 번 찍어 보고 싶은 덬 있다면 쥬햊성 페어 추천. 이전에 작품을 같이 해 본 경험들이 있어서 그런지 오스칼과 앙드레 호흡도 척척 잘 맞고 쥬스칼이랑 성르날 유사 단하미(?)도 재미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