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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240705 낮공 규빅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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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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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은 페어 다음 공연까지 텀이 3주 이상 있다보니

뭔가 스스로도 극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 타이밍인것 같아서 평소보다 후기를 늦게 쓰게 됐네 ㅎㅎ

4연때도 자주 붙는 페어는 아니었는데 

21년 연말 3연공 있었던 날 실시간으로 서로의 캐릭터가 한층 더 빌딩되고

마지막 날에는 감정을 한껏 고아낸 은괴가 난 괴물에서 터트리는 걸 보고

항상 보러 갈때마다..

다음에는 뭔가 더 있을 것 같다. 는 기대를 하게 하는 페어였거든

 

회전을 돌면서도 '다음에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관객에게 준다는게

곱씹을수록 참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5연에 돌아오면 조금 더 합을 맞출 공연날이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4연보다 더 적게 붙고 끝날 것 같아서..

할튼 여러모로 심란하기도 하고 그래서 후기를 자꾸 미뤘음 ㅋㅋㅋㅋㅋㅋ

 

240705의 규은은 뭐랄까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익숙해졌다고 느낀 두 사람이 (1막)

악착같이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위해 힘냈고, 그게 서로가 만나는 방법이라 믿었었는데

사실 전혀 아니었다는 걸 보고마는 과정 (2막) 같았음

 

앞에 생각보다 덜 만나고 끝날 게 아쉽다고 구구절절 덧붙인 이유가

5연에 오면서 규빅, 규자크 / 은앙, 은괴가 쌓아온 각자의 캐릭터가 유독 잘 보이는 날이었음

 

규빅은 표정이나 연기 흐름도 그렇지만 기본적인 대사톤을 4연보다 낮게 가져왔거든

맨 처음 대사인 '일어나, 제발 일어나!'에서부터 차이가 느껴질정도로.

절박한 순간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처럼 간청했던 4연에 비해

5연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느정도 사회 경험을 하고, 한층 더 두꺼운 벽을 타인들에게 쌓았을 것 같은 그런 빅터임.

자신에게 제일 편안한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권위적이고 냉담하게 남들에게 비춰질 수 있도록 만들어낸 낮은 목소리로, 꽤 오랫동안 군대에 있었을 것만 같은?

'뒤프레 소위 명령이다, 일어나!'같은 디테일 변주도 이런 흐름에서 도출되었을 것 같고

오늘 북극에서 마지막에 악을 쓰듯 '포기하지 않기로 했잖아!' 하고 거의 명령조로 화를 내는 것도

여린 속내를 잘 안드러내려는 방어기제가 일체화된 빅터.

 

은앙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사람은 10년이나 되는 시간동안 자기가 걸었던 태양이 무너지고, 비극으로 끝나는 걸 질릴만큼 반복해서 봤을텐데

어떻게 매번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있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

4연때는 텍스트 그대로 빅터를 '태양'처럼 느끼고 신념에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면이 있었는데

5연에는 자기가 희생하는 빅터라는 개인에 좀더 초점을 맞추는 느낌.

그래서 약간 빅터들의 성향에 따라.. 내 선택이 윤리적으로 옳은 결과를 부르지 않을 거란걸 어렴풋이 예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하는 날도 있었고

이후에 일이 어떻게 되든 지금 두려워하는 저 친구를 위해 자기는 스러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하는 날도 있었고

규빅이랑 붙을때는 '그런 꿈을 가진 너'이기 때문에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희생하는 거지만

이게 결국 대의같은 가치있어보이는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 개인의 선택이라는 걸 인정하는 느낌.

그래서 한층 슬픔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와중에 짜낸 용기로 너꿈속을 부름.

 

0705의 너꿈속은 이렇게 빌딩된 두 사람의 캐릭터 대비가 확 느껴지는 날이었는데,

은앙은 한층 가라앉고 두려움이 섞인, 서정적인 목소리로 너꿈속을 부르고

그걸 지켜보는 규빅은 최대한 조급한 감정을 덜 드러내려는 목소리로 사실대로 말하라고 간청하고.

'그냥, 웃으면서 보내줘.

운명이라고 생각하자.'

'아니야. 지금이라도 말해.'

얼마전부터 너꿈속에서 규빅이 가져온 디테일이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저 한마디였는데

운명이라고 생각하자며 삶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한 은앙과

그 선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규빅의 반발로 보였음.

그러니까, 서로를 너무 생각하고 아끼느라 한 선택들인데

그게 묘하게 서로 어긋나있달까?

은앙은 서로의 하나뿐인 친구로서 이 선택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 같은데

규빅은 그런 은앙의 선택을 끝내 이해 못할 것 같았음.

한쪽은 친구를 위해 죽어도 괜찮지만,

한쪽은 친구라면 같이 살아야만 하는. 

애초 앙리가 적군을 치료하느라 총살당할뻔한 운명의 낭만적.. 신념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규빅은 그보다 좀 더 현실적인, 지옥같은 현실에서 되지지 않고 살아남는 걸 더 중시한 사람같거든(어린빅터 曰 "착하건 싫어. 착하면 죽잖아!")

그래서 나온 행동력(단하미)에 은앙이 이끌려 간 것이었지만..

(규빅은앙 단하미 진짜 너무 좋아 ㅠㅠㅠ)

 

개인적인 규빅 최고 만족 포인트 하나가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를 부를때

정말 생명창조라는 자신의 꿈을 성공시키려는 욕망이 가득해 넘버를 부르는데

동시에 앙리를 되살리고 말겠다는 욕망 역시 가득해.

이 둘이 따로 가지 않고 정말 그냥 하나로 가.

개인적으로 5연 규빅의 쾌거가 아닌가 싶을정도로 ㅋㅋ

앙친, 생친 빅터 같은 식으로 빅터를 정의하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생명 창조와 앙리를 되살리는게 동일한 빅터라서 어느쪽으로 굳이 설명될 필요가 없는? 빅터가 됐음.

 

그런 빅터가 펼친 0705의 생창은.. 너무 슬펐다.

정확히 말하면 생창 뿐만 아니라 극 시작부터 조금? 

규빅은앙이 붙으면 슬픈 기조로 연기가 흐르는 게 회전러만 아니라 배우 본인들도 좀 익숙한 느낌인데

그래선지 연기를 하기 전부터 슬프고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가.

이걸 근데 사실 극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싶은게 또 관객 욕심이어서 ㅋㅋ

배우들 각각이 5연에 쌓아놓은 캐릭터를 보기에는 좋았는데, 극 전체적으로 확 왔던 날은 아니었음.

 

은괴의 난괴물은 끝나고도 여운이 한참 갔던 0629와 비슷한 흐름이었는데

어젯밤 처음 난 꿈꾸었네, 하고 노래 부르다가도 중간에 빅터.. 하고 이름을 불러서 또 새로웠네.

마찬가지로 그때처럼 끝나고 여운이 남아서 그 다음 나올때 헉헉 숨 몰아쉬며 눈물 참는 소리가.

그랬다가도 절망에와서는 기어이 냉정히 내려 꽂는.

슬픔을 분노로 바꾸고, 그 둘의 경계선이 없어진 5연의 은괴를 잘 느낀 날이었음.

 

근데 항상 프랑켄슈타인을 보면서

마지막 북극에서 빅터는 괴물의 말을 이해했을까? 하는 질문만 던졌었는데

오늘은 뭐랄까 보고나서

은괴는 그리하여 빅터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를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됐음 ㅋㅋㅋㅋ

창조주에게 이해를 바라지 않고, 혼자라는 슬픔을 안겨주는게 전부였다면

북극에서 빅터가 처절하게 부서지는걸로 씁쓸한 '복수'는 성공일텐데

규빅은 진짜 오늘 부서지지 않더라고;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다시 바로 생창 시도하려는 느낌.

유달리 이 불공정한 세상과 신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날이었는데..

 

사실 그날그날 규빅은 슬픔과 희망(욕망)의 비율이 몇대 몇인가 정도의 차이지,

기본적으로 끝에는 항상 다시 시작하리라는 욕망이 있는 빅터란 말이지.

근데 은앙은 그걸 모르고 너꿈속을 했고,

마찬가지로 은앙의 기억을 가진 은괴도 그걸 모르고 총을 건넸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방은 자신의 죽음을 결코 낭만적이나 감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처음부터 북극까지 서로를 계속 의식했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이 맞은 적이 없었다, 는 생각이 유독 드는 날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이게 

서로에게 친구로서 너무나 큰 기대를 걸고

자신의 극단적인 면까지 상대가 이해했으면 해서 주장하지만 잘 안되고

그래서 후회하고, 그래도 다시 하려고 하는..

친구끼리 극 내내 싸우는 내용으로 보인단 말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싸움을 조금 더 보고 싶단 말이야.. 각자가 원하는 답에 어느정도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근데 지금 남은거 맞붙어봤자.. 막튓에 하루정도 더 있을까 정도라서

네.. 심란합니다..

 

-

 

이날 지우에바 은앙은괴랑 맞붙는 마지막날이었고

규빅이랑도 이제 세미막이라 그런지

그거때문에 또 분위기가 슬펐넼ㅋㅋ큐큐ㅠㅠㅠㅠㅠㅠㅠ

남자의 세계 부르고 나서 함성 나올때 규쟈크가 쥬에바 박수 더 받으라고 일부러 늦게 나오고(5연 은괴가 쏘아올린 작고 큰 공ㅋㅋㅋ)

그날에 내가 부를때 대종룽게가

'안오실 줄 알았습니다.' 하면

겨울옷 챙겨오느라 늦었어. 해야되는데

분명히 대사를 잊을 타이밍이 아니었는데 울컥한 목소리로 늦게 들어왔다.

 

모든 공연들이야 끝나는 날이 있으니 아쉽긴 한데

이번엔 배우들 스케줄도 그렇고 상황이 참... 여러모로 아쉽네 ㅜ

 

규은러들아..

마지막까지 후회없이 가열차게 달리자. 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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