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이번년도로 총 세번 봤고 레베카 자체를 10주년 공연으로 처음 봄.
공연 보기 전에 원작부터 읽고 관람했는데 갠적으로 원작 읽어보는거 ㅊㅊ함. 읽으면 배우별로 숨겨진 디테일이 보임. 예를들어 프랭크가 막심이 레베카 죽인거 첨부터 알고있었다던가 등등. 프랭크 배우 둘다 봤었는데 둘다 그렇게 연기하시는거 같더라구.
갠적으로 베아드리체 나올때 무대 자체는 완전 기능적인 씬이라고 생각하는데 원작 읽고 뮤 보면 좀 너그럽게 보게됨. 원작보다 뮤가 좀 더 기댈만한 누나 같아서ㅋㅋㅋㅋ 베아드리체가 말실수 하는거 한장면 밖에 없고ㅋㅋㅋㅋ 원작이 더 개막장인데 뮤지컬은 나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안집어 넣은거 같더라. 그냥 큰 줄기 자체가 이미 막장이기도 하고.
본진이 없는데도 세번씩이나 보게된 건 극 자체가 매력적이어서임. 솔직히 레베카처럼 배우, 연출, 음악 삼박자가 고루 좋은 극은 거의 처음 봄. 물론 출연배우들 연기도 기본적으로 훌륭한데 사실 어느 배우로 봐도 극의 기본적인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아. 이미 셋팅 자체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이 역할은 누가 더 좋긴 하다 이런건 있어도 극의 퀄리티가 확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음.
갠적으론 무대연출이 정말 예쁜데 특히 2막 초반에 레베카ver2넘버에서 레베카 방에 있던 테라스가 벽에서 똑 떼져서 한바퀴 돌아 무대 가운데로 이동할때 위에 달려있던 커튼이 객석쪽으로 휘날리잖아(기억이 흐릿한데 이때쯤이었던거 같음 아니면 넘버 시작할때 그랬을수도 암튼). 이때 불안함으로 요동치는 이히의 심정과 댄버스부인의 스산한 분위기가 커튼 휘날림으로 표현된거 같아서 심적으로 몰입되면서도 그 거대한 커튼이 흩날리는 이미지 자체가 장엄해서 넋을 놓고 봤음.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히와 댄버스부인의 듀엣 장면 자체도 극의 하이라이트라 정신없는데. 첨에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서 2막 시작하자마자 이 넘버가 또 바로 나온다고?하며 충격받았음. 그런 뒤통수 갈기는 씬 배치도 좋았음. 사실 난 도파민 중독자야.
걍 시작전부터 무대 프레임이 액자들 테트리스로 맞춰놓은 모양인것도 예쁘고 무대 중간에 투명한 흰천을 내려서 공간을 갈라 쓰는 것도 예쁘고(이건 다른 극에서도 종종 쓰는 연출이지만) 소소하지만 세심한게 막심이 공판 받고 집에 올때 현관문 밖으로 비 내리는 연출(실제로는 문에서 떨어지는듯?)도 좋음.
넘버들도 노래만 떼놓고 보면 갓띵곡 이런건 없는데 극의 내용과 전개에 맞춰져 만들었고 중독성 오지는 훅(ㅋㅋㅋㅋ)이 있는 넘버도 있다보니까 공연을 다 보고서 개오지는 곡을 들었다는 아닌데 개오지는 무언가를 들었다라는 느낌은 남음. 앞서 말했든 배우, 연출, 노래 삼박자가 고루 잘 짜맞춰져서 한편의 '뮤지컬을 봤다'는 만족감이 여기서 오는거 같음.
암튼 뮤입덕하고 2년쯤 됐고 레베카는 작년에 드디어 첨봤는데 막장드 맛, 머글용 공연이란 인식이 강했고 보니까 그만큼 잘 만든 공연이기에 롱런한단 생각이 들어서 아직 안본 덬이 있으면 한번쯤 볼만하다고 추천해주고 싶어. 그럼 안녀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