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날 위한 후기
극이 거대한 이미지로 다가와서 말로 풀어서 표현할 수 없을 때 있잖아
지금이 그 상태인데 그 와중에 팬텀 크리 라울의 표정이나 눈빛이 강렬하게 남아서
그 얘기를 좀 하고싶음
엇갈리는 짝대기랄까....서로 몰라주는 마음들
(오늘 조손송 세 분은 연기파티를 하심)
1
뮤옵나에서 크리가 신부인형을 보고 기절한 후
그 전까지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은신처를 보이며 널 위해 모든 것을 주겠다던 팬텀은 어디가고
내 노래를 부디...당신이....날게 해 달라며 가냘프게 읊조리는 남자는
상대가 듣지도 못하는데 간절한 바람을 담아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불러
크리스틴........
그녀는 알지 못하는 이 괴물의 마음
2
조팬텀의 스티디는 분노보다는 서러움과 슬픔과 배신감으로 느껴졌음
그렇게도 이 얼굴이 보고싶었냐는 고함은 절규에 가까웠고
벌레처럼 기어가며 자신의 내면을 봐달라고 강요에 가까운 애원을 해보는데....
문제는 자기 마음 알아달라며 떼쓰느라 크리 얼굴을 제대로 못 봄(아니 안 봄)
그 순간 크리스틴은 이 괴물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며 내면을 보려고 하고 있었음
오늘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중 하나...이때 손크리의 표정과 눈물가득하던 눈!!
스티디에서 이렇게 크리스틴의 감정을 전달받았던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머저리 팬텀!!이라고 외치고 싶었음
괴물은 알지 못하는 크리의 마음
마스크 돌려받고서야 안개걷힌 눈으로 크리를 볼 수 있었던 팬텀은
아마도 크리스틴은 이제까지와 다르게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 깨달았을 수도..
3
올아이 전 팬텀에 대한 얘기만 줄줄이 늘어놓으며 딴 데 정신팔린 사람처럼 말하는 크리가 못마땅한 라울
크리스틴을 몇 번이나 불러보지만 제 음성따라서 크리스틴을 부르는 어떤 소리.....에 반응하는 크리스틴
허공을 노려보는 라울의 눈빛이 돌아있음
그리고 라울은 팬텀의 동전의 양면같은 인물이 되어감(개인적으로 오늘 이 부분을 크게 느낌)
라울 스스로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
마스커레이드, 노트2로 이어지는 라울의 잔잔한 광기가 재밌었음
이 부분에서 크리의 라울에 대한 마음이 궁금함
4
돈주앙 공연을 빌미로 한 팬텀사냥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극한의 분노와 설움으로 크리스틴을 내동댕이친 후
낳은 엄마마저 자신을 버렸다며 건반쪽으로 걸어가는 팬텀이 유독 길잃은 어린이 같았는데
그 때 눈에 들어온 장면이
등 돌리고 비틀거리며 걷는 팬텀을 쫒아가던 크리스틴이었음
손크리가 팬텀에게 손 내밀고 다가가던 모습
다시 한번 팬텀은 모를(혹은 외면한) 크리의 마음
5
두 번의 포옹과 키스 후 크리의 어깨에 잠깐 기댔다가
뮤옵나에서 희망에 차 "크리스틴" 부르며 팔을 내밀었던 방향으로 작별의 손짓을 하듯 어딘가를 희미한 웃음과 함께 바라보다가
라울을 풀어주기 위해 다가가는데
한마디의 대사도 없었지만
팬텀은 라울의 옷깃을 붙잡고 북돋는 감정의 갈무리를 괴물의 울음소리에 담아 라울을 쳐다봤고
라울은 크리에게 다가오지 말라고....오지 않아도 된다고 손짓하며
팬텀의 얼굴을.. 눈을.. 한참 들여다 봤음
오늘 인상적인 장면중에 또하나
조팬텀과 송라울의 연기로 두 남정네의 감정이 전이되는 느낌이었음
크리는 모를 두 남자의 마음
다시 읽어보니 이게 뭔 소린가 싶네ㅠㅠㅠㅠㅠ여전히 내가 느낀 거대한 느낌을 단어들로 풀어내는 건 너무 어려워
오유 n차 관극을 거치면서 주로 팬텀이나 크리의 입장에서 극을 해석하거나 감정을 이해하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팬텀 크리 그리고 라울까지 둘씩 혹은 셋이 주고 받는 연기 핑퐁이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음
1년동안 공연하는 극이다보니 더더구나 대구에서 공연중이라
여기 연뮤방 덕구들도 관극이 힘들거나 혹은 관극을 해도 후기올리는 경우는 줄어든 것 같아
나도 뭘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감정적으로 씨게 두들겨 맞고 오랜만에 후기 올려봄(순전히 날 위해 ㅠㅠ)
여기까지 긴글 읽은 덕이라면 나처럼 끝나가는 오유의 바짓자락 붙잡은 덕들이겠지?ㅠㅠㅠㅠㅠ 잘 보내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