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나비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용맹하게도 자첫날 종일반을 했었는데
종일반을 하고 나니 도저히 집에 그냥 들어갈 수가 없어서
난생 처음으로 술집에서 혼자 소주를 들이켜본 경험을 했었어
엠나비 너무 어렵지 않니?
나는 회전을 돌 수록 머리가 아팠던 극으로 기억해
하나를 깨우칠 수록 하나가 새롭게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이어서
나중에는 사유를 포기하고 장면 하나하나를 감각하며 보다가
영감을 얻듯 갑자기 스쳐지나가는 실마리를 통해 다시 극을 들여다보기를 반복했던 것 같아
또 그렇게 르네와 송을 번갈아 탐구하다보면
어느새 폐막이 다가와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안겨줬던 그런 극이야.
보고나면 마음이 개운해지는 날보다 찝찝해지는 날이 많았고
개운하게 잘 봤다고 믿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누우면 다시 아.. 근데 그건 뭐였지 하면서 다시 찝찝함이 스물스물 차오르던...
보통 배우가 빈 공간을 채운다는건
허술한 각본의 구멍을 배우의 능력으로 채우는 것과 각본이 의도한 여백을 배우의 능력으로 채우는 것 두가지를 다 이야기하게 되는데
엠나비는 후자의 영역에 가까운 극이라고 보고, 배우가 그렇게 완성시켜내야하는 극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나는 같은 배역의 A배우를 보다 B배우를 보고 또 다시 A배우를 볼 때
그 캐릭터의 새로운 측면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유독 많이 했던 극이어서 배우를 진짜 안가리고 돌았었거든
그래야 생각이 점점 더 풍성해지는 극? 배우를 본다기보다 배우를 발판삼아 이 극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던 극이야
그래서 이번에도 전캐슷을 안가리고 다 볼 생각인데 그렇게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토할 것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번에도 나와 함께 이 고통의 시간을 함께 해줄 친구들 모집합니다....ㅋㅋㅋㅋㅋㅋ
응 스포없는 영업글이었어
부유하는 여러 생각과 감각 속에서 막막하게 허우적대며 고통스럽게 관극하는걸 좋아하는 변태덬들 다들 나와 함께해
이번엔 같이 길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