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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벤허) 231021 따져 묻는 은벤의 골고다는 최고다..(규벤 얘기도 조금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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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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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경이 개인적 이번 시즌 최애페어라 그렇게만 팽팽 돌다가

그그저께 어떤 일이 있어도 끝에는 아멘 유다인 규벤 계속 보다보니 메시아한테 침뱉는 은벤 급 보고 싶어져서 오늘 갔다옴ㅋㅋㅋㅋㅋ

초반에도 은성 봤는데 은벤 많이 화나 있었거든ㅋㅋㅋ 근데 그새 분노는 좀 줄고 안으로 쌓는 인내가 더 늘었대? 그게 또 맛있더라...

규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나 넘버나 강하게 눌러 압착 발산하는 느낌이면 은벤은 강약조절이 능숙함. 1막에는 너무 여리게 부르지 않나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약간의 불호 포인트를 따지기에는 너무 잘했다.. 그냥 배우의 스타일에 납득하고 만족하고 나오게 하는 게 있음. 역시 대극장 배우의 힘이랄까(이건 규벤도 마찬가지)

경셀라의 독특한 면은 완전한 악역이라기엔 먹지처럼 순수하고 그렇다고 후회하는 악역이라기엔 나약한면을 잘 안 보여주려고 함. 규벤이랑 붙으면 진짜 친구 나이대다보니 좀더 속을 내보여주는 느낌이긴한데(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오늘은 어쩌면 존경했을 것 같은 형 은벤이랑 붙어서 그런가 약한 모습은 잘 안보여주려 하더라.

반대로 은벤이 동생이랑 붙어서 좀더 여려진 느낌인데, 경셀라 스포씬에서 이어지는 감정 흐름이 진짜 완벽했음. 은벤에게 경셀라는 라이벌도 아니고 '자기가 구할 수 있었던 또다른 동생'이라는 느낌이라 거기서 오는 안타까움이.

규벤은 메셀라를 잃은 슬픔을 휘몰아치듯 안 멈추고 가져가는데 은벤은 어머니를 찾을때 한템포 멈춤을 주는 것도 또 다르면서 좋더라. 규벤은 마지막에 어머니랑 티르자를 찾고 기뻐할때 아까 메셀라 보내고 그렇게 절규했는데 정말 얘 괜찮은건가 하는 의문아닌 의문이 좀 남거든ㅋㅋㅋㅋㅋ 은벤은 메셀라의 퇴장을 우물씬과 완전히 분리시켜서 흐름상으로 정돈을 해줌. 은벤이나 규벤이나 텍스트를 크게 변형 안 시키고 지키는 편인 배우인데 극 전체적인 느낌이 다른게 신기하네. 

은벤은 유다 벤허라는 인물의 영웅적 서사가 확실히 잘 보이고 쎄게 말하면 2막에서 은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어머니의 선택조차 '저 민족의 영웅이 흔들리지 않도록' 희생하는 선택으로 보임. 어른스럽고, 적당히 냉정하고, 상황파악에 능숙하고, 책임감을 짊어진 유다 벤허. 

근데 이런 인물이 2막 골고다에서 철저히 무너지는 모습이 ㄹㅇ 개맛도리 인것임. 오늘 은벤의 분노에는 어린시절 소꿉친구처럼 자란 친한 동생을 눈앞에서 잃고, 아픈 어머니를 두고도 '자신은 유대 민족을 구할 영웅이기에' '약해져서는 안되니까' 다가갈 수 없는 슬픔과 겹쳐지면서 1막에 약속된 영웅의 재림처럼 잡았던 운명의 칼이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는지를 깨닫는 것. 

어떻게 보면 선에 대한 믿음이 맹목적인(맑눈광) 규벤이 그렇기에 골고다에서 조차 심지는 꺾이지 않는 원초적 영웅상이라면, 은벤은 따져 묻는 영웅이기에 골고다에서 확 부서져버리거든.

근데 오늘 그게 너무 좋더라.. 체감상 내 안에서 골고다 플레이타임 거의 오십분이었음ㅋㅋㅋㅋㅋ(2막 오십분 안되는데요)

산산난 어른 영웅이 마지막에 어머니를 애처럼 불면서 엉엉 우는데 이거지 이 카타르시스.. 하고 느끼면서 마지막 운명 맆때는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나는 여전히 당신(신)을 의심하고 투닥거리며 나아가리라는 듯 웃는데 좋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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