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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벤허) 231015 "무엇때문에, 이렇게 변해야만 했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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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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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벤 초반에 꽤 연달아 보고 오늘 오랜만에 봤는데, 그 사이 단단해진 느낌이 전에 다른 공연 회전하면서 느낀 거랑 비슷하게 느껴져서 신기했네ㅋㅋ

첫공이랑 공연 초반엔 진짜 순백의 어린 도련님같아서 너무너무 안쓰러운데,

갈수록 고통을 반복해서(ㅋㅋ) 경험하면서 중간에 분노도 막 뱉다가

결국에는 차분하게 단단해지는 그 흐름이.. 뭔가 배우 특성인가 싶음ㅋㅋㅋ

 

오늘 페어맞춘 경셀라가 메셀라 중에서도 후회랑 미안함이 처음부터 느껴지는 메셀라라 엇갈린 운명에서 오는 슬픈 바이브가 극 전체적으로 깔려있는데,

경셀라 건강때문에 공연 계속 못하다가 오랜만에 돌아온거라 규벤이 반갑게 맞이하는 듯 처음부터 티를 내더라고. 표정도 그렇고 대사도 소소하게 바꾸고(넌 못본사이 -> 오랜만에 보니 좀 늘었다 / 친구의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 -> 거절 할 수 없지)

또 커튼콜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첫곡인 희망은 어디에부터 규벤 넘버에 힘이 단단히 들어간 느낌? 희망은 어디에가 이렇게 비장하게 장렬한 곡이었나 싶을정도로 처음 들어갈때 집중이 확 됐음(사실 전에는 보면서 규벤 포함 유다들이 다 안타까움에 중점을 맞춰 불러서 시작 넘버 치고는 조금 경직되고 차분한 느낌을 받았었거든)

아무튼 합을 맞춰 부르면서 검을 맞대는데, 규벤이 경셀라 말을 듣고(넌 덕망있는 귀족!) 그런데?라면서 대답할때 진짜! 완전! 오랜만에 친구랑 대결하느라 신나하는 목소리로 말해서 놀랐음. 검 들고 맞댈 준비할때 모션도 막 검싸움 하는 남자아이처럼ㅋㅋㅋㅋ 그러다가 명단 넘기라는 말 듣고.. 음..ㅜㅜ

규벤한테 경셀라는 '그런 말을 할줄 몰랐던' 메셀라라 분위기 환기용으로 저녁먹으러 오라는 말을 할때도 밝지가 않고 목소리가 굳어 있음. 경셀라는 지친 느낌으로 규벤 목을 한번 쓸어주고 가고. 규벤은 경셀라 뒷모습을 계속 쳐다보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데 등불같은 에스더 목소리를 듣고 풀어지네.

공주에스더는 내가 제일 애정하는 에스더인데, 벤허의 존재를 이성의 감정보다 존경으로 보고(그래서 어쩌면)내가 지켜줘야되는 존재처럼 보듬는 느낌임. 한편 규벤은 에스더에 굉장히 플러팅을ㅋㅋ 하는 노선이라 공주에스더가 다 받아주는데 묘하게 그게 절대 안뚫리는 부드러운 방패처럼 보이는 효과가ㅋㅋㅋㅋ 할튼.. 규벤이 원작 소설 벤허랑 비슷한 나이대의 벤허라 생각하면 에스더가 아마 첫사랑일건데, 공주에스더는 단순히 설레는 이성 이상으로 벤허를 지지하는 정말 등불같은 존재감이 있달까.

나 오늘 배우 조합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느끼면서.. 

티르자와 미리암이 부르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다가 벤허가 자신 앞에서 빌 때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회피하는 경셀라를 열심히 봄. 경셀라의 겉모습에 후회감이 가득했기에 끌려가는 규벤도 오히려 '너도 이럴수밖에 없겠지'라고 반응하는듯 했어. 원래는 네가 엌케 그럴수있어? 바이브로 셀라를 끝까지 보다가 가는데 오늘은 규벤도 친구의 처지를 약간 수긍한 느낌으로 갔달까. 퀸터스가 네 분노는 어디서 나오는가 물었을때 제 분노는.. 라며 낮게 대답하는 규벤의 머리속에 메셀라는 없었을 것 같았어. 그렇다면 그 분노를 어디로 향해야할지 이때의 규벤은 알고 있었을까? 보면서 조금 궁금해진 부분..

하지만 그토록 믿었던 친구였기 때문에 1막에 걸쳐 두번의 배신을 당했을 때(자기 가족을 파멸시킨 공로로 승진했다는 것,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사주한것)더 엇갈린 운명이 크게 다가온 느낌임. 처음 장면에서는 한참 번민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두번째 장면에서는 메셀라라는 이름에 허를 찔린 것처럼 슬픈 목소리로 놀람.

한달쯤 전에 봤을때 규벤은 자신 앞에 펼쳐진 운명을 정말 고통스러워하면서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는데(골고다보다 운명이 더 운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었음) 지금의 규벤은 기민한 머리랑 타고난 자기파악(벤허가가 유대에서 차지하는 위치)으로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듯 했음. 그리고 칼을 전보다 더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어. 전에 느꼈던 순수한 의미의 나이브함이 많이 사라졌달까(그게 또 좋았던 부분이 있어서 후기도 썼었음ㅋㅋㅋ). 대신에 그만큼의 무게감, 책임감이 느껴졌던 운명이었음. 

 

공연이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벤허 배우도 메셀라 배우도 이렇듯 운명의 고리속에 헐어가는 느낌인데.. 2막은 어떨지 기대하며 들어감.

분명 전에는 아직 속모르는 아이같은 규벤과 달리 엄격함으로 가문을 잡는 존재같았던 지연 미리암이었는데, 그새 규벤이 단단해져서일까 지연미리암이 오히려 어머니로서의 감정 표현을 많이 하는 어머니로 바껴져있어서 신기했네. 그날의 우리를 부르는데 머릿속에 가사속 즐거웠던 한 가정의 모습이 어찌나 잘 그려지는지.. 혜린티르자 '그 언젠가..'그 짧은 마디를 감정이 듬뿍 들어간 목소리로 잘 살려줘서 울컥했음.

오랜만에 돌아온 경셀라의 나메셀라앞에는 우렁찬 박수소리가 나오고. 오랜만이어서인걸까 묘하게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 투지 혹은 악의를 내뿜는듯 하다가도, 다시 후회와 슬픔으로 물들기를 반복하는 경셀라의 나메셀라는 꽤 신선했어. 처음부터 끝까지 슬픔만 느껴졌던 날도 있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그 표현 속에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달까.

친구와의 엇갈림에 슬픔이 강했기 때문에 억누르려고 일부러 더 그러나하는 해석도 가능해지더라고. 규벤은 2막 시작부터는 완전히 적으로서 메셀라를 대하고, 그건 죽음의 질주 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한편 나메셀라 넘버 이후 시간을 고이고 등장한 경셀라는 '약속했었잖아. 이건 정해진 운명.' 이라고 말할때 너무나 너무나 지치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거야. 나 진짜 이때 깜짝 놀람. 거기를 그렇게 힘없이 말하는 메셀라는 처음 본다. 엇갈려버린 둘의 대비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었달까. 근데 선역인 벤허가 냉정하게 말하고, 악역인 메셀라가 이미 마음에 빈틈을 내준 목소리라니...

마지막 '즐겨라, 친구여 지옥에서 보자!'고 할때만 평소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꽂는데, 순간 이 가사에 들어간 삼셀라별 의미 비교를 봤던 게 생각났음..

성셀라는 확실히 라이벌이자 친구이자 형제인 벤허와 약속했던 전차 경주를 한다는 것에 '즐겨라 친구여!'에 강세 맞춰 맞이하는 느낌이고

훈셀라는 '지옥에서 보자!'가 주인데 이제 그 지옥이 나는 아니고 너가 가는 지옥인ㅋㅋㅋㅋ

경셀라도 '지옥에서 보자!'가 더 비장하게 귀에 들어오는데, 자기가 이 경주를 끝으로 지옥에 갈 것이라고 예감하고 받아들이듯이 외치는 느낌임. '죽음의 질주'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는..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는데, 넘버 처음 시작부터 규벤이 경셀라를 계속 쳐다보면서 불러서 또 이건 뭔가.. 하면서 봤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질주야.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승부야!'라고 하면서 자꾸 돌아보는데, 결국 마지막이고 돌이킬수없다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을 놓을 수 없는 것처럼 확인하는 느낌이었음. 경셀라는 그런 규벤을 쳐다봤다 외면하고.

그래도 벤허가 절절하게 '나의 친구여'를 할 땐 결국 돌아보고 마는 경셀라인데, '무엇때문에 이렇게 변해야만했나 왜?' 하면서 규벤이 울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서, 정말 친구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날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왔음.

결국 메셀라가 전차에서 떨어지는데, 규벤이 그 순간 손을 뻗어서 잡으려하는 제스쳐가 오늘은 확실히 보이더라고. 그리고 전차 난간을 붙잡고 숨을 고르면서 흔들리는 눈으로 있다가 '나의 승리'로 이어지는 흐름을 봤어.

 

나메셀라맆 전에 눈을 다친 경셀라가 등장하는데.. 지고 눈까지 멀었는데 이제 친구랑 인사를 나눌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오히려 평온해진 목소리는 뭔지. 오늘 스포씬에서의 연기는 격양되지 않았지만 템포가 길고 정성스러웠어. '네 어미는 문둥병에 걸렸단 말이다'고 할때 메셀라주제에(?) 울먹인 날도 있었는데 오늘은 자신의 행동이 받을 죗값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는듯 일부러 더 차분하게 꺼내놓았음.

그러니까 규벤도 막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냥 말문이턱 막혀서 잡았다 멀리 떨어지는데.

드러누운 경셀라가 유다.. 하고 한참을 있다가 또 유다... 하고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데 오래 못본 친구를 그리워 부르는 것처럼 목소리가 지짜 너무 슬펐다..

규벤은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메셀라를 잡고 멍하니 서 있다가.. 작게 아니야..

무릎을 꿇고 얼굴을 마주하며 아니잖아...? 어..?

그리고 이어지는 씬에서 어머니, 어머니...? 두번 멍하니 중얼거리고 어머니 어디계세요?!하고 미리암을 찾는데

비유하자면 너무 슬프고 충격적인 일을 경험한 아이가 본능적으로 엄마! 엄마! 하고 찾는 느낌이었어. 규벤은 메셀라가 눈앞에서 떠나고 나서 아니야!하고 되게 길고 슬프게 절규하잖어. 그 다음 어머니의 존재로 정신을 확 옮기는게 이해가 되는듯 안되는게 있었는데, 충격적인 사건을 눈에서 비우고 엄마를 도피하는듯이 찾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나 싶음. 

그만큼 오늘 경셀라의 유다를 부르는 목소리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들어있었던..

 

종합적으로 뭐랄까, 죽음의 질주에서 "무엇때문에, 이렇게 변해야만 했나 왜?"라고 묻는 가사가 가슴에 남는 날이었어. 메셀라가 확실한 악역이었다면 벤허가 가족을 되찾으면서 구원과 행복으로 따스하게 막이 내려져야 하는건데, 오늘 그렇게 후회스러워하면서 스스로 단죄한 메셀라는 쓸쓸하게 가버려야만 했으니.. 메셀라가 마지막에 그래도 그 선택에 후회없어 보였으면 감정이 달랐을 것 같은데, 오늘 유다를 부르는 소리가 너무 슬펐어서...ㅜㅜ

1막에서 퀸터스가 분노의 이유를 물었을때 규벤은 분노의 방향을 알았을까? 1막 끝에는 어머니와 동생을 죽게 방치하고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알았으니 깨달았겠지. 하지만 2막에서 복수의 대상이자 친구였던 사람이 죽고, 규벤의 복수는 그냥 그 모든 폭력의 원인을 향하는 것처럼, 어찌보면 뚜렷한 방향을 다시 잃고 갈팡질팡하는 듯 했음. 모두가 미운. 말그대로 해소되지 못한 분노와 복수만이 남은.. 

그러나 '그 모든 걸 용서하라'는 메시아의 말 앞에..

규벤은 그 모든 분노를 거두고 운명을 용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좀더 생각이 많아지는 회차였네. 

메셀라가 스스로를 거두면서 악의 대상이 불투명해지고, 전쟁을 부르짖는 벤허 앞에, 메시아는 방향을 잃은 분노가 가장 위험하며 결국 모든 폭력은 되풀이 될뿐이라는 메시지였겠지만..

 

오히려 벤허랑 메셀라 배우들의 노선과 열연탓에 그 선과 악의 혼선이 더 와닿으면서, 뭔가 극적으로 깔끔하게 머릿속이 정리된 회차는 아니었는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서 좋았어.

어제 출근해서 넘 힘들었는데 일요일에 보상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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