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레베카 자첫 후기
원작을 읽고 레베카가 꼭 보고싶어졌는데 금전사정으로 망설이다가 소셜로 티켓 잡아서 3층에서 보고옴. 보고나니 좀 아쉽긴 하더라. 기왕 볼거 1층에서 보면 더 좋았을텐데 차라리 돈 여유 있고 시간도 됐을때 좀 일찍볼걸. 아무튼 본거에 대해선 전혀 후회 안되는 관극이었음. 명성대로 존잼 뮤지컬이었으니까.
원작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대로가 무대위에서 구현되기도 했고, 그 이상일때도 있었음.
레베카의 서재는 약간 간소하게 표현되어 아쉬웠지만 레베카의 보트 보관소와 그 옆 해변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대로였음. 그리고 딱봐도 공들인게 티나는 레베카의 침실은 상상이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어.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유추하는데 침실만한 공간이 없다는걸 놓치지않고 제대로 표현해주었음. 세트장 자체가 주는 화려함에 계속 마라맛으로 때리는 장면의 향연이 쉬지않고 도파민을 분비했어. 충격적인 반전까지 알고보는 상태라 언제 그 사건들이 벌어질지 기다리며 보게됐는데 그래서 2막 초반에 두번째 레베카 넘버를 부를때 이걸 지금 부른다고?? 싶었어. 이 재밌는걸 이렇게 초반에요?? 하지만 재밌는건 계속 이어졌고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애초에 구성할때 재밌게 만든 뮤지컬같아. 물론 배우들의 열연이 필수지만 기본적으로 재밌을거 같은 느낌. 그렇게 연출을 해놓은 느낌임.
섬세하다고 느낀게 레베카의 배와 시신이 발견돼 막심이 재판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날 밤, 등장인물들이 맨덜리의 저택 입구로 들어와 거실에 모이는데 마지막으로 막심과 대령이 들어오기 전까지 현관문이 계속 열려있고 비가와. 단순히 마지막 인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열어두기 위함일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비가 오고 배경은 어두운게 마치 현재 거실안의 인물들의 내외적인 심경과 비슷해서 감탄했음. 그리고 이어지는 심문 타임에선 오글로 인물들을 옮겨다니며 표정을 살폈는데 살아있는 추리소설을 보는듯한 기분이라 이미 결말을 알고있는데도 흥미진진했어.
내가 본 날의 캐스팅은 졔이히, 테막심, 장댄버였는데 배우들의 연기도 내 취향에 맞아서 재밌게 봤어. 졔이히는 이히장인답게 단정하면서도 조용히 극의 중심을 잡았음. 이전에 이지혜 배우 본게 작년 지킬인데 본인이 원래 했던 캐릭터는 확실히 잘해. 그래서 좀 묘했음 본인만의 매력이 저렇게 선명한 배우라서.
테막심은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였음. 원작의 막심은 알면 알수록 상종하기 싫어지는데 테막심도 그럴거 같긴 했으나 극혐류의 싫음은 아닐거 같았음.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음. 약간 사람이 착해보인다고 해야되나? 그래서 걍 녜.. 그러세요.. 하고 포기하게됨..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막심이 인간쓰레기처럼 안보였던건 이히와의 나이차이가 시각적으로 크게 차이 안나서도 있는것 같아. 좀 차이가 있긴한데 원작에선 거의 띠동갑 두번 돌은 졔이히x테막심은 그 정돈 아니니까.. 걍 푼수커플임.
장댄버는 상상해왔던 댄버스보다 좀 더 가녀리고 고혹적이어서 넘 예쁜거 아니야? 했는데 이히랑 마주칠때마다 마귀같은 표정으로 돌변해서 나올때마다 두근두근하게 만듦. 이히한테 또 어떻게 패악질을 부릴까 하고. 특히 이히를 죽음으로 내몰려고 가스라이팅하는 장면에선 안정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미친사람처럼 보였음. 그리고 레베카에 대해 얘기할때마다 그녀를 아기처럼 사랑하고 존경하고 숭배하고 애증을 갖고있는게 느껴졌어. 사랑이 너무 커서 증오(나를 두고 떠난 것에 대한 증오)조차 못느낄정도로 레베카 얘기만 하면 온 정신이 그녀에게로만 쏠린 느낌.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된 뒤 레베카가 죽었음(스스로 떠났음)을 인정하며 노래할때 정말 불쌍했음.
기억나는 장면이 너무 많고 일일이 다 적고싶을만큼 재밌었는데 글빨이 딸려서 더 못하겠는게 아쉽다. 진짜 이렇게 극 자체가 재미를 이끌어가는 극은 오랜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