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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벤허) 2023.09.06 벤허 밤공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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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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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벤허는 자둘이었고 성셀라는 자첫이었음.
벤허 스토리에 익숙해지고 나니까 캐릭터들이 좀 더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 1막 전개가 후루룩 지나가는 느낌은 여전한데 규벤 비주얼이나 연기가 허전함을 채움. 본체가 일년만의 뮤 복귀작인데 연기를 더 기복없이 잘해서 신기함. 프랑켄 때만 해도 몰입이 안되면 안되는게 보일만큼 순수하게(?) 드러나던 때도 있었는데 이번엔 몰입이 되던 안되던 몰입된 것처럼 연기하더라. 그게 뮤배인거긴 한데 본체 뮤지컬은 근근히 봐와서 성장(?)하는게 보이니까 신기하고 재밌음. 아무튼 감정선이 기복없이 이어져서 1막 엔딩인 운명에서 확 터트림. 자첫 운명이 워낙 레전이었어서(자첫인데 직감함) 첨에 시작할 때부터 그때 만큼은 아닐거라고 예상되긴 했는데 그냥 기세로 밀어부쳤어. 그게 가능하기도 한게 규벤이랑 운명이 묘하게 쉽게 어울림. 사실 누가봐도 규벤은 태어날때부터 전사의 운명을 타고난 강인한 신체와 정신이 깃든 타입이 아니잖아. 하얗고 말라가지고 도련님st인데(실제로 도련님 역할) 이게 1막까진 휩쓸리며 살아가는 벤허 캐릭터와 어울림. 줏대있고 착하고 의리있고 옳은게 뭔지 알지만 줏대보다 중요한건 자신>>가족>>>에스더>>>>>식솔들임. 그 차이가 느껴지는 것 마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야. 그런 평범했던 사람이 예루살렘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군대의 지휘관이 되기로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지, 규벤허를 보면 공감이 좀 잘 감. 보통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강하기보다 약하고 또 강하니까. 그런 보여지는 외적인 면의 빌드업에 운명에서만큼은 1막동안 숨겨왔던 강하고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뿜으니까 노래 자체가 완전하게 들려. 컨디션이 좀 안좋아 보였는데도 기대하는 넘버는 찢어버리더라. 노래만큼 노출도 비장해서 약간 감동함. 자첫하고 두번째 공연에선 다시 여몄(?)다고 들어서 아쉬웠는데 다시 벗고(?)나오는 거야. 근데 그럴거 같았던게 두번째 공연때 여민 이유가 첫공때 상반신 노출할때 중간 중간 가려진 붕대 모양이 좀 안예뻐서 결과적으로 안예쁘게 노출되서 같았거든. 아무튼 관객 만족도 있지만 공연 완성도 측면에서 노출이 중요한 장면처럼 보여서 예쁘게 보이는 방향으로 해결(?)되길 소망함. 

 

암튼 자첫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규벤허는 운명이네 싶지만 오늘 마음을 뿌셔놓은건 골고다였어. 자첫땐 그래도 결국 기독교 관련 장면이라 공감은 안되네 라고 생각했는데 극이 좀 익숙해지면서 나 자체도 이 상황에 좀 더 몰입되니까 규벤허가 어어어엄청나게 절망하고 애달파하고 애달파서 고통스러워 하는데도 예수에게 크게 대들지 못하는게 범접할 수 없는 아멘처럼 느껴졌어. 나는 종교를 믿지 않아서 독실하다의 의미를 잘 모르지만 내가 본 기독교인들, 천주교인들은 신실하면서도 각각 태도가 다르더라고. 어쨌거나 밑바탕은 믿음인데 말임. 아무튼 믿고 견디고 운명도 받아들였는데 '저들을 용서하라'라는 말을 들었을땐 예수란 존재를 믿고 던졌던 자신의 운명이 버려진 느낌 아니었을까? 그럼 보통 허무함이나 분노를 느낄텐데 규벤허는 허무함도 크지만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슬픔에 짓눌려가는 느낌이었어. 짓눌려가면서도 자신의 고통에 대한 분노보다 슬픔이 더 커보였음. 근데 그게 규벤허와 어울렸어. 자신을 뱃노예로 부리던 로마 장군을 살린 규벤허.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킨 메셀라를 끝까지 친구로 부르던 규벤허.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하지 못하고 그럴 의지도 없어보이는 규벤허. 그 누군가엔 예수도 포함인 것 같아서 뭔가 납득갔음.

 

그니까 결론은 '따뜻한' 벤허라는건데 개인적으론 그래서 성셀라랑 붙을때 기대됐음. 내 상상대로라면 성셀라도 '따뜻한' 메셀라거든. 

 

그리고 예상대로였음. 둘이 온도가 쫌 다른데 근본은 따뜻해. 뜨겁기도 뜨거운데 '따뜻함'. 성셀라는 열등감이 잘 드러나는 비열한 악당인데 그런 악당에게도 사연은 다 있다며 부르는 '나 메셀라'는 그의 존재감을 증폭시켜. 이어지는 죽음의 질주와 그의 최후까지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서사를 쌓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메셀라를 만들어. 나 메셀라를 부르며 기세등등하던 호랑이같은 표정은 후에 두 눈을 잃고 포효할때 겹쳐보이듯 잔상이 떠오를 정도야. 맹수같은 눈빛을 잃고도 여전히 그는 메셀라 답지만 메셀라 답기에 그는 죽음을 택해. 그리고 그런 메셀라의 죽음을 보고 규벤은 귀신을 본듯 뒷걸음질 침. 이 장면은 프랑켄의 북극장면이랑 비슷해서 순간 기분의 착각이 들었어. 뭔가 북극에서 재회한 두 사람을 보고싶기도 하고. 아무튼 메셀라의 최후에 기겁하는 규벤의 모습은 비극이어서 허무했어. 규벤 특성상 골고다 장면보다도 허무함. 암튼 이번에 연기를 더 잘하는 규벤이랑 장인이 장인정신으로 말아온 성셀라의 합은 미묘하게 온도가 다르면서도 근본적으로 따뜻해서 좋았어. 경셀라랑 붙는건 또 달라서 어케 잡을지 더 고민이 늘어난 관극이 돼버렸음.

 

프랑켄이랑 같은 연출가, 음감작품이라 의식 안하는데도 자꾸 프랑켄 버튼이 눌리는건 어쩔수 없었음. 대사나 가사에서 비슷한 부분도 있고. 분명 프랑켄이 없는데 프랑켄이 느껴지고 생각나는.. 이것이 세계관인가. 그리고 일단 노래가 마라맛으로 때리니까 그게 좋음. 프벤콘에서 벤허 오케스트라로 처음 듣고 점잖은 극인줄 알았는데 뮤로 보니까 걍 똑같은 마라맛 빨간맛 맵고 짜고 달디단 그맛임. 음감님 서타일 너무 내 취향이야. 일단 뮤지컬은 노래가 좋으면 그걸로 표값의 정도를 다하는 것 같아. 근데 벤허는 독기 오지는 주조연들이랑 완벽하고 아름다운 앙상블들까지 빡세서 표값이 안아까움. 그리고 엘아센이 3층도 생각보다 괜찮고 1층은 단차 구린건 팩튼데 공연 관람시 퀄 떨어질 정도로 구린건 아니라서 괜찮더라. 음향은 1층이 쫌 더 좋았음. 엘아센 먼 것 빼고 좋은거 같애. 먼게 큰 단점이긴 한데.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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