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6 봄
일단 먼가 전형적인 주인공상이 아님ㅋㅋㅋㅋ
보통 주인공들은 선하고 그 선함이 대의를 위해 작동하잖아
근데 규벤은 선하기는 오지게 선한데 그게 대의보다는 자신의 안위, 가족의 안위, 주변사람, 친구의 안위를 위해 작동하는 느낌임 기본적으로...
그래서 살아야해가 없어지면서 벤허의 캐릭터가 흐려졌다는 반응이 많지만 규벤은 1막이 되게 설득력 있는 느낌임 나서지 않는 유다 벤허가..
그러다가 가족의 안위->유대인의 안위로 가치관이 확장되는 1막 마지막 운명에서 빵 터트리면서 카타르시스가 엄청남
규현하면 앞으로 운명이 대표 넘버로 옆에 따라다녀야할것같음
이런 유다 벤허라서 덩달아 반대편의 역할인 메셀라가 단순히 악을 택한 자의 말로라기보다는 좀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관점에서 동정하게 됨
아 내 감정소모..
하여튼
1막 막곡인 운명이나 2막 막곡인 골고다나 벤허 대표 넘버인데도 사실 배우가 살리기가 되게 어렵거든
운명은 이번에 1막 스포가 따따블로 치고 들어오는 걸로 바뀌면서(;) 감정선이 되게 복잡해졌는데
규벤이 이걸 미묘하게 잘살림 슬픔의 흐름이 아주 자연스러움
허투루 감정 하나로 퉁치지 않는 섬세한 연기변화가 아주 맛집임
2막 골고다는 모든걸 잃은 벤허가 신에게 가서 애원하는 장면이다보니
종교적 가치관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벤허가 지금껏 일으킨 행동과는 별개로 일어나는 사건이기도 함
그러니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분의 죽음이 주는 서사적 의미를 어쨌거나 설득시켜야하는 고난이도 장면.. 결국은 그게 벤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규벤은 뭐랄까.. 처음에는 누군가가 또 허무하게 죽는게 싫어서 바락바락 따라붙는 느낌인데(거의 미친사람처럼)
그분이 "목마를때 물을 주신분"이란걸 안 순간 이미 다 끝난 느낌이랄까.. 차마 분노할 수 없고 체념과 슬픔만 남은 전의상실의 상태로 보였어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럼 난 대체 뭣때문에 여기에 있나?"는 의문사가 파괴력이 적게 느껴졌음
골고다가 굉장히 이중적인 넘버잖아 분노하는 것도 자신에게 물을 준 신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러니 분노가 신에 대한 분노일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분노일수도 있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동정에서 분노가 왔을수도 신에 대한 동정에서 왔을수도 있단 말이지
규벤은 그분의 선택을 차마 부정하지 못하고 체념에 가까운 슬픔으로 감정이 금방 전개되는 느낌인데, 나로서는 그런 빠른 수용이 확 와닿진 않았음. 무교라서 그럴수도. 고뇌하고 분노하고 의문을 갖는 중간단계가 좀더 보고싶었으.
근데 골고다에서 그 슬픔에 찬 연기에 몰입한 후기들도 많이 보이고, 같이 관극한 혈육도 슬픔이 엄청 찐하게 다가와서 좋았다고 했으니 취향차인건 사실.
암튼 어제 공연 너무 재밌었음..
개졸린데 과몰입해서 후기 쓰다가 핸드폰 들고 잠들었다ㅋㅋㅋㅋ
이제 하루지나서 좀 잠잠해질만하면.. 머리속에 죽질에서 '나의 친구여' 하던 목소리가 쟁쟁 울림 ㅋㅋㅋㅋㅋㅋㅋㅋ
성셀라도 메셀라를 아주 맛깔나게 말아와서.. 굉장히 악역다우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인 동정심을 느끼게 하는. 성셀라가 규벤에게 진 이유는 누가봐도 피지컬이나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규벤의 선함에 자신이 흔들렸기 때문이거든
둘이 칼을 부딪히거나 전차 경주를 하는 동안 겉으로만 싸우는게 아니라 마음의 싸움을 하고 있는게 잘 보임 그래서 과몰입되고
그냥 너무 맛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