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슷이 본진+애배 파티여서 시즌 1때 엄청 기대하며 총첫을 봤는데 극극극불호 떴었거든.
물론 그때도 배우들은 너무 잘했고 주연들이 멱살잡고 끌고가긴 했는데... 내 기억에 시즌1은 모든 씬이 급발진->급발진->급발진(계속) 느낌이라서 아무리 배우들이 애를 써도 감정선이 뚝뚝 끊어져서 이어지지가 않았었거든. 그러니까 촌스러운 연출이 도드라지고(욕조씬..), 대사는 유치한 데다 귀에 꽂히는 넘버마저 없는데 그나마도 무한반복(비창, 엘리제 지옥)되는 느낌이어서 이건 진짜 망극이다, 배우들이 캐리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하고 그냥 기억에서 삭제하고 ptsd 와서 예당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었어. 본진한테까지 시들해졌을 정도니까...
시즌 2도 할인을 20%나 풀지 않았으면, 그리고 1열을 잡지 못했더라면(..) 아마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임. 본진 잡는건 무서워서 마침 궁금했던 애배 회차로 잡아서 갔어. 물론 공연 보기 전까지만 해도 넘버 추가했다, 할인에 L자 화일까지 준다 어쩐다 하니까 그래 눈물의 똥꼬쇼라도 해야겠지... 하면서 심드렁했어.
근데... 이 망극을... 살려내네?
일단 1막 재배치가 신의 한 수였어.
귀 진단 장면에서 웃음기를 쫙 빼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면서 절벽의 끝 넘버 추가->절망한 베토벤 앞에 토니가 나타나서 산책씬 후에 마음을 다잡았지만 토니의 이별 편지를 받고 무너짐->엎친데 덮친격으로 카스파와 의절->너의 운명 1(1막엔딩)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감정선이 안끊기니까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더라.
2막에도 프란츠의 나쁜놈 정도가 올라가서 난 좋았어. 여기는 호불호 갈리는거같은데 난 시즌1을 봤을때는 프란츠가 일밖에 모르지만 나름 노력하는 남편으로 보여서 토니가 조금 철이 없어 보였거든. 그리고 내가 어쩌다보니 선녀토니만 연속으로 봐서 그럴수도 있는데 선녀토니는 매우 도덕심이 투철한 느낌이고 철벽이 높아서, 베토벤에게 끌린다고 해도 그 정도의 계기(프란츠의 바람, 아버지 궁전을 멋대로 팔아넘기려 함)가 아니면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을 것 같았어. 그래서 나한텐 프란츠의 ㄱㅅㄲ화가 토니의 결심에 개연성을 주는 느낌이라 좋더라고. 그후에 토니와 토벤이 사랑을 확인하고-> 관계를 알게 된 프란츠가 협박하자 토니가 뛰쳐나가고 다뉴브강에서 추가된 넘버를 부르는데 이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나는 좋았어.
루드비히와 카스파의 형제관계도 부족하나마 많이 매끄러워졌더라. 시즌1에선 진짜 분량도 없고 1막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2막 끝에 갑자기 등장하더니 엔딩이라 물음표 수천만개 떴었거든. 내가 시즌1을 기억에서 거의 지워서 어떻게 재배치됐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넘버 추가되면서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는 풀어간 것 같아.
그외에 나도 극불호였고 사람들한테 욕 많이 먹었던 포인트들을 진짜 거의 고쳤더라고.
진짜 헛웃음 나왔던 유치한 대사, 가사들이 시즌2에서는 별로 거슬리지 않은걸 봐서 많이 수정한 거 같았고(근데 '감성팔이' 대사도 좀 빼주면 안될까)
베티나의 엘리제 지옥도 2막에 한번만 나와서 좋게 들을수 있더라
욕조씬은 진짜 시즌2에도 또 나올까봐 떨면서 봤는데 다행히 삭제됐고 등등 정말 애 많이 쓴 게 보이더라.
그래서 의외로 극호 맞고 표 몇장 더잡았는데 이번주가 막공주네ㅠ
솔직히 대극장 극으로서 명작이냐고 하면 그건 아닌거 같은데, 이정도 만듦새면 배우들의 하드캐리로 충분히 회전 돌 만하다고 느꼈어.
그래서 안타깝더라... 7년동안 뭐했니... 진작 좀 이러지. 지금은 동네방네 노잼으로 소문 다 났는데.ㅠㅠ
아무튼.. 혹시 시즌1에 나처럼 극불호 맞은 덬이 있다면... 시즌2 한번쯤은 봐도 좋을것 같아. 배우들이 정말 잘해서 보는 맛이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