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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이다) 22.06.09 아이다 자첫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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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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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이 끝나고 뻐렁치고 2막이 끝나고도 뻐렁쳐서 되게 행복한 감정으로 집에 왔어. 작년에 뮤 입덕하고 뮤들 도장깨기 중인데 관극하고 나서 오롯이 행복이 충만한 건 처음이거든? 보는 내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극이어서 그런것 같아. 보통 내가 보아온 뮤지컬들은 대부분 캐릭터에 파고들게 만드는데 아이다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파고들게 만들더라고.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고 감동받게 돼. 이렇게 친절하면서 열정적인 극은 처음이었어. 

내가 본 회차는 아이다: 윤공주, 라다메스: 최재림, 암네리스: 아이비 였는데 세 배우 다 초면이었어. 자첫이자 처음보는 배우들이니 어디까지가 공통 디렉이고 그 배우의 디테일인지 모르겠지만 총체적으로 완벽했음. 

윤공주 배우는 이름처럼 공주였어. 갑작스레 잡혀와 어찌할 바 모르는 연약한 공주님이자 통치자의 무게를 짊어져야 할 공주라는 숙명을 인간적으로 보여줬어. 가만히 서 있을땐 팔꿈치 부근을 안으로 굽힌 채 양 허리춤에 갖다댄 자세를 유지했는데 덕분에 저보다 한뼘 세뼘 큰 암네리스나 라다메스 앞에서도 당당하고 고고한 느낌이었어. 이 자세가 전체디렉인건지 윤공주 배우의 디테일인지 궁금한데 알려줄 덬 구함

최재림 배우도 처음보는데 예상보다 더 청년의 싱그러움이 느껴졌어. 초반에 아이다와 대치하는 상황에선 덩치가 너무 커서 약간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입을 열면 나쁜 사람일것 같지가 않은거야. 조국의 미래를 짊어졌지만 성정은 자유분방한 치기어린 청년이 바로 느껴졌어. 목소리가 살짝 재즈같이 느껴졌는데 발음이나 어투는 정직한 성우같달까? 로판 남주 같아.

아이비 배우도 실제로 보는건 처음인데 원형의 수영장 아래 맨 가운데서 뿅 튀어나왔을때 인어공주같았고 씬이 이어질수록 진짜 공주같았어. 평소엔 푼수떼기면서 공주답게 예민하고, 또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아이다에겐 친구라고 불러 순진하게. 그러다가도 자신이 나설 깜냥이 아닐땐 어느정도 굽히기도 해(조세르의 전쟁원정 얘길 듣고 언짢아 하지만 심하게 뭐라하진 않음). 그런 그녀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재판장면에선 두 사람의 처벌을 자기 뜻대로 하도록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내가 여왕이 될텐데 그런 나의 명령이 이 자리에서 실현되어야 통치자로서의 위엄이 선다'는 식으로 대놓고 얘기할땐 호랑이처럼 호령해. 심경이 복잡하고 그게 또 잘 드러나는 인물이라 세 주인공 중 암네리스에게 가장 몰입됐고, 그만큼 아이비 배우가 호연한 덕이라고 생각해. 끝끝내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인정하는 것까지 복합적인 캐릭터의 암네리스가 그녀라서 모두 이해했음. 아니더라도 나에겐 그래. 그녀뿐이야.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무덤에 갇혀서 무덤의 틈새가 점점 작아져서 닫아지는 것까지 갓벽했어. 연출도 그동안 보던 결과 많이 달랐는데 일부러 2차원적인 느낌을 줘서 시각적인 짜릿함이 극대화됐어. 특히 여인들이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단체로 옆모습을 보이며 걷는것, 화살을 쏘는 무사들이 옆모습을 보이며 전진하는 것, 파라오가 등장할때도 옆모습을 보이며 꼭 무대 끝까지 전진하는 것 등 이집트 벽화 그림을 연상시키는 워킹이 짜릿했음.

배경이 이집트이다보니 소품이나 세트나 의상같은것도 평소 보던 것들이랑 색달라서 좋았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이다가 포로로 잡힌 누비아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처음엔 그들에게 공주노릇하는걸 거부하다가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인데 이 씬 전체가 미쳤어. 앙상블 배우들이 회오리처럼 아이다를 감싸는 역동성과 강요하는듯한 분위기도 무섭고 그 분위기에 예속되어버리는 윤공주 아이다의 표정도 생생하게 괴로워. 고통스러워서 팽창할것 같다가 어느순간 백성들이 준 천을 머리에 두른 채 석상처럼 굳어져버린 얼굴에서 그동안 연약하기만 했던 공주님이 아니라 한 나라의 통치자의 핏줄이라는 공포가 와닿았어. 이러저러한 이유들이 있지만 내가 아이다를 윤공주 배우로 또 보러가는덴 이 장면때문인 이유도 클거야. 아이비 배우의 암네리스와는 또 다른 현실적인 공주였어.

이 다음 장면에도 아이다는 라다메스와 다시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는데 둘다 처음에 혐관으로 시작하더니 속성이 츤데레라 달콤살벌한게 꿀잼이더라고. 라다메스의 결혼식 전날 밤 아이다가 헤어지자하고 라다메스가 알았다고 넌 도망이라도 치라고 할땐 무슨 디즈니 커플인줄. 거기에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는게 성모 마리아 같은 암네리스까지. 약간 사랑에 광기로 물든 자들 같았어. 정말 순수하게 사랑이란 거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함. 끝나고 남은 여운이 사랑 그 자체여서 되게 행복했던것 같아. 

이렇게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만 이야기를 채운 극이라 보고나면 충만해져. 뭔가에 지쳐있다면 보러오면 좋을것 같아. 치유받았어. 뮤지컬 난생처음인 사람한테도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작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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