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무묭이는 이번 시즌이 첫 지킬이고 어제 공연은 자셋이었음. 지킬은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할말이 없는듯 있는듯한 극임. 정신병 치료를 위해 착한인격과 악한인격을 분리해 낸다는 생각이나 거기서 발생하는 인권문제가 현대에서는 낯설어서 줄거리에 대해서는 막 할말이 안생겨. 하지만 극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해선 할말이 생겨. 그래서 분리된 인격인 지킬과 하이드에만 집중하면,
은지킬은 무섭고 은하이드는 사나움. 루시는 은지킬보고 '선량한, 상냥한'사람이라고 했는데 루시랑 마주보기 전 날카로웠던 표정(루시를 상처낸게 하이드란 얘기를 들었을때)을 먼저 목격한 나로서는 저게 극이 시작할때 앙상블들이 부르던 가면속의 얼굴이구나 라고 느꼈음. 그 얼굴은 지킬과 하이드를 통틀어 가장 인간 밑바닥의 표정이었음. 그래서 두려웠어. 은지킬은 하나의 얼굴 안에서 기능적으로 이목구비를 움직여 사회적인 표정을 짓고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감정들에 대해선 얼굴근육을 최대한 통제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장면에선 이목구비의 이동은 크지 않지만 완전히 벗겨져 감정이 다 드러나 보이는 표정이었어.
반대로 하이드는 과장되게 짓는 환한 미소가 제일 먼저 떠오름. 지킬이라는 통제에서 벗어나 모든 감정을 크고 맹렬하게 표현하는데 도가 지나쳐서 사납고 무서워. 은지킬과 달리 물리적으로 위협적이야. 자첫땐 은하이드가 더 무서웠는데 어제는 은지킬이 좀 더 무서웠음. 근데 정도를 따지기엔 무의미한게 어제는 은지킬이나 은하이드나 좀 인간적이었고 둘다 비슷하게 무섭고 비슷하게 사나웠던것 같아. 물론 내 느낌상..
나는 은하이드가 루시를 죽일때 도대체 왜 웃는가?!가 이해가 안됐는데 연뮤방 덬들이 달아준 댓에서 '루시는 은하이드를 불러내는 매개체' 라는 은지킬 피셜을 보고 그동안 갸웃했던게 확 이해됐어. 나는 은하이드가 루시를 사랑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루시가 자신의 단적인 존재 이유를 상키시는 인물이라고 봤거든. 그래서 그녀를 죽임으로서 자신의 단적인 존재 이유에서 해방됐기 때문에 진짜로 행복하게 웃었던것 같아. 루시를 사랑하긴 하는데 루시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고, 자기를 제일 사랑하는건 은하이드나 은지킬이나 똑같으니까. 결론은 은지킬이나 은하이드나 지밖에 모르는 인간이란거임.
그런데도 태생적으로 선량하고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은지킬은 자꾸 다른 상플을 하게 만들어. 특히 어터슨에게 지킬이 하이드라는 사실을 들키고 난 후 다시 한번 실험을 시도할때 그때가 가장 지킬이 순수하게 선한 마음을 보이는데 그 순간만은 지금까지 쌓아왔던 캐해를 확 뒤흔들어버림. 거봐. 지킬은 원래 조오온나 선한 사람이 아닐까? 싶게. 이건 배우 본체가 가진 선할거라 믿음을 주는 인상 때문인게 커. 확신에 차 있는 옳은 사람의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고. 암튼 뭔가 은지킬을 보고 난 뒤엔 후기를 쓸때마다 묘함을 느끼게 되는것 같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무너져 버리고 뭐에 홀린것처럼ㅋㅋㅋㅋ 그러나 당연히 지킬이란 캐릭터를 애도할 마음은 요만큼도 들지않는 그 사실이 기묘해.
갠적으론 자막이 되기도 했는데 호오옥시 다음에도 온다면 공연하는 초반부터 봐보고 싶어. 더 보러가게 영업해준 덬들아 고마워. 다들 또 어디선가 만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