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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반복하는 인간의 사랑스러움에 대하여 [규은러의 마지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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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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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덬은 규빅은앙 전 8회차 회전러고
다른 빅터랑 앙리도 보긴 했지만 배우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서 쓴게 틀린 부분이 있을수도 있어
가만히 알려주면 수정하도록 할게

12월 2일, 딱 하루 예매해놓고 전날에 문자가 오고나서야 아 내일 프랑켄슈타인 하는 날이지. 하고 알았던게 생각난다.
규현이나 박은태나 이름도 잘 알고 호감도 있었지만
그땐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었어 ㅋㅋ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들이여...ㅋㅋㅋ

1막이 끝나고 났을때 '뭐야 이거 너무 재미있는데????' 조잘거리며
'근데 너무 슬프다. 앙리는 빅터를 위해 죽었고, 빅터는 그런 앙리를 살리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게 이렇게 되버렸네.. 그냥 너무 슬프다.' 라고 같이 본 혈육한테 말했던 기억이 나.
생각해보면 규은 첫회차,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규은의 정수에 맛을 들여버린거지ㅋㅋㅋ

그리고 집에 가서 후기를 썼어. 졸라 머글스럽게...
너무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뮤지컬을 그래도 몇번 봤는데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에서 전혀 기대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고왔다.
프랑켄슈타인은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래서 추락하고, 그래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삶과 인간 관계의 축소판같은 이야기다.
슬프고 비극적이지만 행복하고 기쁘다. 
기분 좋아지는 공연이었다.


-그렇게 산뜻하게 봐놓고, 뭐가 문제였던건지
며칠 지나서 내가 다음 표를 잡고 있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픈데 왜 또 기쁘다고 했을까, 생각해보면.

은괴는 참 홀리한 괴물이었지. 심판자, 신의 대리자, 절대자같은 말로 불릴정도로
특히 규빅이랑 붙을 때는 정말정말 무서운 느낌이었어
푸른 불꽃이 붉은 불꽃보다 온도가 더 높다고 하지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상대방이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냉정할때 더 큰 충격을 받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저 존재는 대체 어느 정도의 슬픔을 지녔기에 저토록 시린걸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불쌍한 존재였어.
제발 저 불쌍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같이 슬퍼해주는 빅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관극 초중반부에 얼마나 했는지 몰라.

괴물은 죽음으로 빅터에게 깨달음을 주고 떠나는데.
그럼 이 극에서 괴물은 끝까지 너무 외롭잖아.
빅터를 위한 앙리의 죽음, 빅터의 깨달음을 위한 괴물의 복수가 아니라... 
오롯이 앙리 뒤프레이고 괴물이면 안되는걸까?
라고 하는...

사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극이 의도한 주제와 다른 욕심을 자꾸만 냈던 것 같아.
결국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빅터에게 자신의 생명을 주는 괴물이기에
이 극이 성립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야.


그래서 규빅이 그런 빅터였냐고 한다면?
글쎄..
내가 규빅을 괴물만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정말 어이없게도
이 극의 결말이자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대단원의 막. 
북극에서 괴물을 만난 후에
깨달음을 얻지 않는 빅터이기 때문이야.

그런 빅터에 대해서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 눈에는 규빅이 유일하게 깨달음을 얻지 않은 빅터라는 건 확실했어.
왜냐하면, 처음 본 날부터 그랬지. 겨우 1막이 끝나고 나서. 
은앙은 빅터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으니까, 
규빅은 앙리를 위해서 생명을 창조했지.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라
오롯이 '상대방'을 위한 것만이 너무 컸고
아이러니한건 그래서 결국 뉘우치지도 못한다는 거야.
우리는 죽을때까지 내가 아닌 타인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했는지 알지 못할테니까.

그러니까 내게는 참 인간관계의 축소판 같았던거야. 애증이든 애정이든 그리움이든 사랑이든 어떤 형태의 감정이든..
상대방의 허락 없이 거리를 훅 좁히지
'너'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너'에게도 의미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야
거의 '동일시'에 가까운 감정. '나랑 같은 것을 너도 느낄거라는 착각'. 
욕심을 가진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수!
그러나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고 별리된 존재라는 걸 깨달은 순간 엄청난 충격이 오는거지

내 눈에 은앙은 그렇게밖에 안보였어. 빅터를 사랑하다 못해 자기와 동일시했기 때문에 그렇게 희생할 수 있었고
규빅은 자신에게 앙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앙리도 자신을 다시 보고싶어할거라 믿었지. 다시 살아나면 기뻐할거라고..
굉장히 희생적인 페어인데 동시에 가장 자기 중심적인 페어로 보인거야.

그래서 규빅이랑 있을 때 은괴의 심판자같은 모습이.. 무서운데 동시에 아이같이 느껴졌어
본체 배우가 인터뷰에서 그랬지. 북극에서 눈을 감은 순간의 복잡한 감정. 저는 눈을 감은 채 “앙리 일어나!”하는 빅터의 목소리를 들으면 혼란스러우면서도 눈물이 나요. 다르게 생각하면 빅터가 앙리라고 부를 때 괴물은 행복할 수도 있겠죠..
규빅은 북극에 와서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빅터여서
자신이 아닌 '너'에 대한 슬픔에 파묻혀서 앙리를 부르거든
그래서 그 이름을 들을 때 은괴는 그래도 조금 행복했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곤 했어.

앙리의 죽음과 괴물의 탄생으로 한번 고난을 겪은 두사람은 각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긴 했을거야
빅터. 내가 죽는다면, 너는 후회하겠지?
앙리. 너를 살린다면, 너는 후회하겠지?

그리고 후회하는 상대방을 보며 도리어 후회할 건 자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두 사람 다 결국 선택을 반복하고 말아.
참 발전없고...
사랑스러워.



항상 슬프고 기쁘게 손을 흔들고 나왔던 페어였는데.
왜 이렇게 적게 붙고, 보러가기 힘든 시간에만 붙냐고 징징거리면서 봤었지만...
사실 진짜 너무 행복했어.
아쉬운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다 쓰고 나니까 아쉬워하기엔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

'내 친구'라는 은앙의 디테일을 중요한 순간에 따라간 규빅이 좋았고
마지막 북극씬에서, 친구에게 뻗는 손이 언제나 '친구가 죽기전에는 닿지 못하는' 규빅을 따라
뺨에 손을 뻗을 때 닿을 듯 말듯한 거리를 유지하는 은괴가 좋았어.
가장 많이 덩치 차이가 나는 빅앙이고, 너무 다른 두 사람인데 거울상 같은 디테일이 참 많았지.

진짜 행복한 두달이었어서 시간이 지나도 이번 관극을 많이 떠올리게 될 것 같아.
규현이랑 박은태 배우한테 너무 고맙고, 같이 규은에 대한 감정을 나누어진 더쿠들한테도 고맙다.
쓸쓸해하지마.. 앞으로 규현이나 박은태 배우 작품 후기에서 우리 자주 만날테니까 ><
물론 그 중엔 오연 프랑켄도 있겠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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