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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제멋대로 써 보는 프랑켄슈타인 감상 (은앙은괴 중심 / 개인해석 엄청진짜완전 많음 / 스포 및 과몰입 주의 / 말 (진짜로) 많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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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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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도 좀 본진 중심으로 보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더 여러 번 봤으면 분명 좀 더 넓게 그리고 더 많은 걸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기엔 나에게 허락된 관극 회차가 너무 적었고 ㅠㅠ 그래서 탄생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임 (그래도 일단은 삼빅터 다 보긴 했고 아역 제외하고는 전캐도 찍기는 했지만) 그래서 다른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없을 것 같음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므로 이 글은 정말로 온전히 은앙은괴의, 은앙은괴에 의한, 은앙은괴를 위한 후기임을 미리 밝힘 (근데 나 진짜 페어별로 노선 감상 쓰고 싶었음 ㅠㅠ 다른 캐릭터들도 다 노선감상 쓰고 싶어... 선호는 있어도 불호는 없는 사람이라 회전 돌았으면 앙상블 한 명 한 명까지 구구절절 하고 싶은 말이 분명 많았을 건데... 나 진짜 캐릭터별로 페어별로 캐해랑 노선 해석하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많이는 못 봤지만 삼빅터 다 좋아서 정말 행복했는데... 나는 왜 회전을 돌 수 없었나... 나는 왜... 내가 왜..... ㅠㅠㅠㅠㅠㅠㅠ)


🌌 마찬가지 현생으로 인해 12월말~1월초에 몰아서 봤던 터라 그때 본 은앙은괴 기반임 그래서 요즘 은앙은괴는 좀 다른 느낌인 것 같기도 한데 (특히 맨날맨날 바뀌는 난 괴물...) 내가 본 걸 중심으로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요즘 보는 사람들이랑은 감상이 다를 수도 있음 물론 어차피 같은 걸 봤어도 다 다를 수 있는 게 연뮤의 매력이지만! 그리고 어차피 내피셜이 더 많아서 별로 상관 없을지도 ㅋㅋㅋ 아 그리고 원작 읽었더니 여기저기서 모티브 꽤 많이 가져온 게 보여서 그것도 관련 부분에 포함해서 써 보고 싶었는데 그것까지 했다가는 막공 전에 도저히 못 쓸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나는 부분만 언급했음


🌌 원래도 개인해석 많은 편인데 다른 때보다 한참 적게 보기도 했고 넘버별로 디테일을 하나하나 명확하게 기억해 두기 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감상하는 데에 중점을 둔 터라 더더더더욱 개인해석이 많음 비슷한 생각도 있을 거고 다른 생각도 있겠지만 그냥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재미있게 읽어주면 좋을 듯! 아 그리고 작성 편의상 넘버별로 나눠서 쓰긴 했는데 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앞에서도 나오고 앞에 나온 이야기 뒤에서 또 나오고 할 수도 있음 (다시 한 번 더 말 진~~~~~짜 많음 주의!)


🌌 그러니까(?) 본진은 나를 위해서라도(???) 십주년에도 꼭 다시 와야 한다 ㅠㅠ 나도 은앙은괴 더 볼 수 있어... 나도 더 볼 수 있다고!!!!! ㅠㅠㅠㅠㅠ (나 진짜 너무 서러움 ㅠㅠ 마치 2차 스팟 영상의 난 괴물에서 엉엉 우는 은괴만큼이나(?) 서러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일단 사연에 다시 와 줘서, 그래서 그토록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은앙은괴 볼 수 있어서 행복했음 ㅠㅠ 현생 때문에 못 볼 줄 알았는데 진짜 우여곡절(...) 끝에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일이 꼬여서 삼빅도 다 못 볼 줄 알았는데 또 마찬가지 우여곡절 끝에 다 볼 수 있어서 정말정말 다행이었음 ㅠㅠㅠㅠㅠ 그래도 충분히 못 봐서 억울하니까 십주년 오연에 다같이 손잡고 와 주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제발..... 🙏🏻


🌌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어제 2/13 일요일 낮공이 은앙은괴 150회 공연이었다고 하더라고? 근데 지난주 공연이 취소되어서 이제는 2/19일 토요일 낮공이 150회 공연이 되었음 비록 나는 사연이 처음이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축하? 기념?으로 150회 공연에 맞춰 올리고 싶어서 현생 사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부지런히 썼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네... 그래도 다행히 공연이 무사히 재개되어서 내일 민은 세미막을 시작으로 이제 빅터-앙리 페어막 9개 공연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ㅠㅠ 아무쪼록 마지막 공연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











워터루


빅터를 만나기 전까지의 은앙은 어딘지 모르게 사람이 생기가 없어 보였음 (근데 이거 혹시 흑발 때문인가...?) 내가 지금까지 박제(특히 초연 프콜 비중이 압도적)로 주구장창 보아왔던 그 모든 은앙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워터루에서 “포기하면 안 돼요! 살 수 있어요!!”하며 흑발 꽁지머리 은앙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단하미까지도 살짝 낯을 가렸음 (그러고 보면 선입견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여...) 뭐랄까... 사람의 내면이 묘하게 이미 재가 되어 있는 느낌? (근데 이것도 흑발 영향인가...?) 과거에는 어떤 ‘신념’을 가지고 활활 불타 올랐지만 지금의 이 사람에게 남아 있는 건 ‘신념’ 그 자체보다는 (신념 없다는 거 아님 오해 금지!) 과거에 그런 신념을 가졌다는 ‘사실’ 또는 그 ‘기억’ 같기도 했음 물론 아마도 과거에 품었던 신념대로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인간을 사랑하기에 적군이라도 생명은 소중하니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적군을 치료한다는 그 위태로운 행위를 목숨 걸고 실행에 옮기고는 있지만 순수하게 신념만을 쫓아 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일을 이미 겪어 버렸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중위가 부상병을 총으로 쏴 버릴 때 은앙이 짧게 “앗...!!”하고 비명을 질렀다가 이내 삼키는데 그 느낌이 뭔가 묘했음 눈 앞의 부조리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며 삼키는 듯한 느낌도 들고? 그래서 꾹꾹 눌러 참으면서 “살 수 있었는데~” 했는데 중위가 “고통만 길어졌겠지~” 비아냥거리니까 폭발해서 “미친 건 바로 너!!!” 급발진(...)하는데 근데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은앙도 고통만 길어졌을 거라는 저 말에 근본적으로 반박을 할 수는 없어서 화가 났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런 무력감이 은앙으로 하여금 빅터의 연구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던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여하튼 워터루 은앙을 보면서 내가 받은 인상은 살아 남아서 꿈을 이루어야지!! 이런 느낌은 별로 없어서 중위에게 대들 때도 중위의 총구가 자신을 향했을 때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어 보였음 개인적으로는 이게 살인자 때의 두려워하던 모습이랑 대비되어 보였음 (이 부분은 나중에 이야기할 예정) 근데 또 그렇다고 해서 은앙이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죽고 싶어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꼭 살아 남아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빅터들이 단하미 직전에 소독약이나 발라 주고 기도하면서 작디작은 인간의 한계에 위로를 받기라도 했나 어쩌구저쩌구하며 양껏 비꼴 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꾹꾹 눌러 대답하던 은앙은 어딘가 정곡을 찔린 것 같기도 했음 정말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을 억지로 달래면서 꾸역꾸역 살아왔을 것 같아서...


여기서부터 그냥 내 뇌피셜(=내피셜)이지만 빅터를 만나기 전의 은앙은 어떤 날은 적군을 무사히 살려서 몰래 적지로 돌려 보내고 (음... 이렇게 쓰고 보니, 특히나 제네바 협약 전이었으니 더더욱, 간첩죄 소리 들어도 할 말은 없긴 하다...) 또 어떤 날은 살리지 못하고 떠나 보냈지만 적군이니 정식으로 장례를 치를 수도 없어서 어두운 밤에 혼자 몰래 외진 곳에 묻어주지 않았을까... 차마 무덤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흙무더미 앞에 멍하니 앉아 채 닦아내지 못한 피와 또 혼자서 어찌어찌 묻어주느라 흙이 잔뜩 묻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 보며 자신의, 그리고 또 인간의 무력함과 악함에 ‘패자의 한숨’을 쉬었을 것만 같았다... 한잔술 때 보면 은앙 그다지 술을 즐기지도 또 세지도 않을 것 같지만 아예 못 마시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어쩌면 이런 날이면 꿍쳐 두었던 독한 술을 마시고 기절하듯 잠드는 날도 있었을 것 같고... 그러니까 뉴컨 뮤지컬 <앙리 뒤프레> 줘... (아무말)


그렇다면 은앙이 그런 비인륜적인 연구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버티다가 빅터의 “그럼 총살당하겠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한 건 왜였을까? 단순히 생각하면 어쨌든 은앙이라고 해서 죽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 (꼭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와 죽고 싶다는 다르니까) 그렇기도 할 테고 어쩌면 그 비인륜적인 연구의 실체를 제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제 목숨의 향방을 결정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음 중위에게 대든 건 실제로 눈 앞에서 비인륜적인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대든 거지만 빅터의 연구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거지 아직 자기가 확인한 건 아니었으니까 또 어쩌면 자신감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빅터의 눈동자를 보고 무언가 강렬한 직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역시 내피셜이지만 은앙 왠지 어릴 적에는 신실하게 신을 믿었는데 ‘인간 사체의 재활용’이라는 논문을 쓰게 되었을 ‘어떤 일’로 인해 신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고 이제 사실은 더이상 온전히 신을 믿고 있지는 않는 사람 같기도 했음 빅터에게 연구에 대한 설명을 다 들은 은앙이 “어떤 명분이든 결코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할 때 은앙이 정말 그렇게 굳게 믿고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 의문스러웠던 게, 사실 앙리도 ‘인간 사체의 재활용’이라는 (당시 기준으로는 골때렸을) 이론을 창안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음 생명과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문제아였지만 아마도 이제는 더이상 관련 연구를 (드러내 놓고)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는데 모르긴 몰라도 연구를 접어야만 했던 과정에서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했던 논리가 아마도 저거였지 않았을까 싶었음 물론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했고 마음 속 한 구석에 미련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근데 그 미련을 제대로 자극한 게 빅터였을 것 같음


그러고 보면 “어떤 명분이든 결코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앙리의 이 대사 참 묘하지... 어떻게 보면 결국 그렇게 된 게 맞지 않은가 싶거든 어린 빅터가 순수하게 엄마를 살리고 싶어서 생명창조 연구를 시작했던 거라도, 그리고 또 어른 빅터가 순수하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쓰고 죽은 친구를 살리고 싶어서 생창을 했던 거라도, 다시 말해 ‘명분’이 무엇이었든간에 빅터가 맞서 싸우고자 했던 그 신은 결국 빅터를 심판하고야 말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계속해서 실패하던 생창이 하필 앙리의 머리로 생창을 한 순간 (어떤 의미로든) 성공해 버린 것 자체가 어쩌면 신의 심판? 내지는 시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 (이건 은괴 노선을 두고 많이들 심판자라고 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임) 개인적으로 빅터는 자신의 ‘상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명창조 연구를 시도해서는 안 됐고 (얘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남아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먼저 배웠어야 함... 물론 얘가 그렇게 못한 데에는 얘 잘못보다는 주변 어른들의 잘못이 크지만)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성공해 버려서는 더더욱 안 됐던 거(물론 죽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하려는 소망 자체는 인류가 존재하고 죽음이 존재하는 내내 있어 왔던 시도였지만 얘는 그걸 실현시킬 능력까지 있었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인 듯)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더 그렇게 느낀 것 같기도 함


여하튼 그랬던 은앙 앞에 ‘빅터 프랑켄슈타인’라는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이 나타나 버린 게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인 것이었나 싶기도 했다... (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신이나 구원으로 삼는다 = 망해써여...) 그저 고독하게 살아온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며 성큼 다가온 ‘사람’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꿈을 의탁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도 아닌, 그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은앙 앞에 나타나 버렸고 그래서 너무나 정해진 운명처럼 속절없이 이끌려 버린 것 같았음 그런 의미에서 오버츄어의 이카루스는 신의 영역에 닿고자 했던 인간 빅터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태양처럼 다가온 빅터에게 이끌렸던 앙리 같기도 했다...


암튼 은앙이 단하미 이후로 급격하게 말랑해지는 바람에 ㅋㅋㅋ 그 뒤로는 기 세고 예민한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서 워터루 은앙은 레어템이어따... 중위가 “앙리 뒤프레 소위 부상당한 적군을 치료했었나 사실대로 대답해” 묻는데 쳐다 보지도 않고 “지금은 부상자의 다리를 접합하고 있습니다” 대답하는 거 정말 좋았음 ㅠㅠ 물론 의미는 ‘지금은 다른 일은 하고 있으니 일단 이 일 끝나고나서 이야기합시다’였겠지만 동시에 묘하게 ‘(적군을 치료한 적이 있긴 했는데) ‘지금은’ 아군을 치료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 같기도 해서 아 앙리 얘 정말 기 세다 싶었음 ㅋㅋㅋ 그리고 여기 대사로 처리하는 부분 다 그저 사랑함 ㅠㅠ “미친 건 바로 너↗↗↗!!!” “양심도 없↗는가!!!” “생명 살린 게 간첩죄?!!!” 등등 (아무튼 사는 동안 무대 많이 서시고 대사처리도 많이해 주세요 ㅠㅠ) 아 그리고 총살 당하러 끌려가기 직전 빅터가 등장해서 구출된 다음 룽게한테 이끌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빅터 쳐다보는 은앙 눈빛이 여전히 경계심으로 가득한 것도 좋았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예민한 은앙은 극의 초반에만 볼 수 있는 레어템이었다규!! ㅋㅋㅋㅋㅋ 아 물론 말랑이 은앙도 사랑합니다~




단 하나의 미래


단하미에서 넘버 진행되면서 은앙 표정이 서서히 바뀌는 건 삼연 동은 프콜 박제로 수도 없이 보고 또 봤지만 실제로 보니 더 좋더라 ㅠㅠ 빅터가 “생명은 창조되어질 수 있는가!”하고 화두를 던지면 은앙이 객석을 향하고 있다가 두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는데, 그렇다면 과연 인간 사체의 재활용이라는 논문의 주요 내용은 대체 뭐였을까? 신체 접합술의 권위자라고 소개된 걸로 봐서 떨어져나간 자신의 신체를 다시 접합하는 데에 굉장히 뛰어났지만 (자가이식은 고대부터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함) 거기서 더 나아가서 타인의 신체(=사체)를 활용해서 의수나 의족 같은 걸 만드는 정도의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음 물론 그 자체로도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주장이었을 것이고 캐슬레이 자작의 오른팔 수술이 어쩌면 앙리의 이론이 처음으로 실제로 적용된 케이스였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빅터의 보증 덕분에 가능했을지도? (혹시 이게 빅터가 훈장을 받게 된 큰 공이었을까? 그랬다면 초연 평시에서 사람들이 훈장 그거 사람 많이 죽이면 주는 거 아니냐고 쑥덕대는 게 더 서글프게 다가오네...) 암튼 은앙이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빅터가 자신만만하게 던진, ‘죽음의 완전한 정복’이라는 차원에서의 ‘생명창조’란 화두는 그때까지 은앙이 생각했던 범위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기에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았음


근데 은앙이 단하미에서 빅터와 그가 말하는 미래에 홀린 것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꿈이 정확히 일치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음 특히 빅터가 말하는 생명창조는 말은 거창한데 따지고 보니 부활에 가깝더라고? 앙리가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질병이나 부상, 그리고 그로 인한 죽음 등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생명창조 연구에 이끌렸다면 빅터의 그것은 사실은 죽은 엄마를 시작으로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인해 자기 곁에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거였어서... 이 간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로 살인자-너꿈속까지 흘러가 버린 것이 나중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둘의 비극이었던 것 같기도 함


암튼 단하미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설득 되어가는 (a.k.a. 홀려가는ㅋㅋㅋ) 은앙 보는 게 너무 좋아서 빅터들은 거의 못 봤음(...) 아니 다른 때처럼 엄청 회전을 돌 수 있었다면 가끔은 은앙 안 보고 빅터들도 봤을 텐데 나에게 주어진 회차는 너무 적었고 나는 프랑켄 사연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캐스팅 뜨던 그날부터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은앙을 단 한 순간도 포기할 수 없었다 흑흑 ㅠㅠ


은앙 단하미 끝나고 빅터랑 악수한 다음 웰링턴 장군이 와서 빅터가 먼저 내려가고 나면 방금 전까지 악수했던 손을 홀린 듯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아차!’ 정신 차리고 호다닥 뛰어 내려가서 뒤늦게 (어설픈) 경례 자세를 잡는데... 단하미 전까지 그렇게나 재 같이 한없이 가라앉아 있던 사람이 단하미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존재를 만나 버리고 나자(=홀리고 나자) 진짜 급격하게 말랑해져 버리는데 그 갭이 정말 엄청나서 ㅋㅋㅋ 아직 내면에 신념의 불꽃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던 시절의 은앙은 원래 그렇게나 말랑말랑한 사람이었던 걸까 싶기도 했음 ㅠㅠ 아니 근데 은앙 왤케 귀여움? ㅠㅠ 웰링턴 장군이 큰소리 낼 때마다 눈 똥그랗게 뜨고 깜놀! 반응하는 거 너무 귀여워 ㅋㅋㅋ 나 진짜 봤다고 ㅋㅋㅋ 은앙 머리 위에 “???” “!!!”하고 물음표랑 느낌표 여러 개 떴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너의 꿈 속에서 리프라이즈 (구. 하지만 넌)


한잔술의 한 구절과 더불어 앙리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중한 넘버 ㅠㅠ 초연 프콜을 주구장창 돌려본 나는 사실 하지만 넌이 더 익숙하긴 함 ㅋㅋㅋ “어두운 날들과 싸웠네 나약한 날 원망하면서 세상은 늘 날 배신했지 이젠 익숙해진 패자의 한숨 하지만 넌 달라 그런 세상 앞에 당당히 맞서며 새 세상을 창조해 꿈을 꾸네“ 앙리의 어두운 날, 나약한 나, 세싱의 배신, 패자의 한숨... 전부 다 궁금하다 ㅠㅠ 그러니까 뉴컨 뮤지컬 <앙리 뒤프레> 줘... (아무말) 222


넘버 끝나고 평시로 넘어가기 전에 불꽃놀이(?)를 아련하게 올려다 보는 은앙 뒤로 그곳에는에서 뒤돌아 오로라를 향해 손 뻗는 은괴가 겹쳐 보이면 이거 중증인가여...? 얘들아(2명) 대체 왜 너희들은 지상의 존재가 하늘에 있는 것을 사랑해서... 하.....🤦🏻‍♀️




평화의 시대


은앙 빵긋빵긋 웃으면서 사람들한테 인사하고 익숙하지 않은지 옷매무새 다듬는 것도 넘 귀여웠음 ㅋㅋㅋ 근데 나는 평시 은앙 보면서 딱히 인싸라는 생각은 안 들었고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곳에서 어떻게든 좋은 인상 남겨 보려고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음 눈치는 좀 없는 게 맞는 것 같았지만 ㅋㅋㅋ




외로운 소년 이야기


은앙이 다리 아래에서 불타버린 엄마 시체를 끌고 가는 다리 위의 어린 빅터를 따라 움직이다가 그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로 계속 바라보고 있다가 하녀가 비명을 지르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 그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엘렌이 들려주고 있는 과거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해서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음


빅터를 잘 부탁한다는 말에 자기는 의사지만 죽어가는 병사들에게 소독약을 발라주고 기도해 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자신의 무력함(근데 앙리야... 그건 너의 무력함이 아니야... 인간의 악함이자 인간의 무력함이지... ㅠㅠ)을 나즈막히 고백한 다음 이어 “하지만 빅터는, 그 끔찍한 곳에서도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단단한 목소리로 엘렌에게 이 말을 전하고 그 다음 은앙이 엘렌에게서 고개를 돌려 객석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빅터가 꾸는 꿈!” 한층 더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어느 날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들뜬 것 같아 엘렌 보기가 민망했는지 작게 웃었더랬지...) 그 순간 객석에서 보이는 ‘빅터’와 그가 꾸는 ‘꿈’에 완전히 매료된 은앙의 그 반짝이는 눈하며 꿈꾸는 듯한 표정이 정말이지... 그걸 보고 있는 객석의 나는 파멸이야... 이건 파멸로 가는 길일 수밖에 없어... 속으로 되뇌일 수밖에 없었고(...) 만약 엘렌이 은앙의 저 얼굴을 정면에서 봤으면 앙리에게 빅터를 잘 부탁한다는 말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뇌가 다 타버렸다며 뛰쳐나온 빅터가 왜 앙리와 엘렌을 보고 도망치듯 떠나버렸는지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외소이 전에는 앙리가 빅터를 ‘친구’라고 했는데 끝나고 나서는 ‘친구 그 이상’이라고 말하는 것과도 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싶었음 앙리 안에서 외소이를 기점으로 분명 무언가 변했고 (빅터에 대한 인간적 연민이 생겼다든지?) 그래서 앙리의 눈빛이 달라진 걸 빅터도 읽어낸 게 아닐까 싶었음 한잔술 부분에서 다시 이야기할 거지만 나는 한잔술 이전의 둘은 뭐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든 ‘친구’보다는 ‘연구 동료’에 가까웠다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 상대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을 보고 또 상대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함 근데 외소이에서 앙리가 빅터의 과거로 대표되는 인간적 면모를 알게 되면서 앙리 내면에서 빅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어 한잔술에서 앙리가 빅터에게 과거를 터놓으면서 (그러니까 우리 이제 쌤샘이다 같은? 아... 이 어휘력과 표현력 대체 무슨 일이야 ㅋㅋㅋ) 빅터 내면에서도 앙리의 존재가 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었음 (그러나 그들은...)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한잔술에서 빅터들 난장판(...)을 뚝닥뚝닥거리며 수습하는 은앙 보면서 좀 묘했던 게 은앙 분명히 빅터를 감싸고 돌면서도 술집 사람들이 빅터가 세상이 멸망한다는 둥 개소리를 한다고 말했을 때나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다음에 “아하하하하! 취해서, 취해서”하고 수습한 다음 빅터들 손잡고 끌고 나가려다가 빅터가 뿌리치면 (아 언제였지... 은앙이 빅터한테 뿌리쳐진 손을 살짝 힘 없이 움켜쥔 날이 있었는데 그 모습 보는 순간 단하미 끝나고 빅터랑 악수했던 손을 내려다보면서 넋 나가 있던 은앙이 생각나서 뭔가 그 작은 손짓이 갑자기 훅 들어왔음 ㅠㅠ) 순간적으로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데 (막 화가 났다기 보다는 하... 이 화상을 대체 어쩌면 좋아... 싶은 그런 느낌의?) 이게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하나 고민스러워 하는 것 같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은앙은 너꿈속 맆에서 고백했던 것처럼 ‘태양처럼’ 빛나는 빅터에게 홀렸고 그래서 그가 어떤 순간이든 그렇게 빛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게 어긋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나는 실망 같기도 했음 물론 금방 표정을 수습하긴 했지만...


근데 이걸 또 빅터의 반응(연구 쫑났으니까 가라고 했는데 왜 돌아왔냐며 나도 보잘 것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나 보지 어쩌구저쩌구)이랑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빅터도 앙리가 자신에게서 평범한 친구나 지인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어느 정도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했던 것 같기도 했음 (아니 근데 빅터 얘 여기서는 앙리에게 “왜 돌아왔어?”라고 물어보네...? 도망자에서는 피조물에게 그렇게 물어보더니.....? 야! 빅터 너 임마!!!)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역시 얘네는 한잔술 전까지는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을 터놓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구나 싶었음 뮤지컬 특성상(?) 아마도 이 넘버가 둘 사이가 서로에게 그저 ‘동료’에서 내밀한 속내까지 터놓을 수 있는 ‘친구’로 전환되는 시작점이라고 해야할까, 전환점 같아 보였음 (물론 은앙에게 빅터는 이미 ‘친구 그 이상’이긴 한데 이제 그 방향성이 좀 잘못된(...) 그런...?)


외소이를 통해 빅터의 과거를 알게 된 은앙이 여기서 처음 술기운을 살짝 빌어 - 그리고 어쩌면 외소이를 통해서 ‘인간’ 빅터에게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었기도 했을 테고 - 아마도 지금까지 제법 긴 시간(워터루 전쟁이 1815년 6월에 끝났고 1819년에 피조물이 사라진지 3년이 지났다고 했으므로 앙리의 죽음 및 피조물의 탄생은 1816년이며 가장 빠른 1월로 잡아도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었음 물론 극에서 그걸 제대로 보여주진 않았지만... 워낙 급전개라 바로 다음 순간다음 순간의 연속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함께 한 시간이 제법 길었던 것 같음 아마도 전쟁 끝나고 제네바까지 돌아 오는데도 제법 걸리지 않았을까? 근데 애초에 그런 걸 세세하게 고려하고 쓴 극본이 맞기는 한 걸까.....? 암튼!)을 함께 연구를 하면서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었을 자신의 과거사를 빅터에게 드러냈고, 빅터도 은앙의 그 과거사와 함께 자신이 앙리 인생에 단 하나 있는 친구라는 선언을 받아들여 비로소 정말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듯 했음 그래서 사실 얘네 둘의 관계는 이제부터가 제대로 시작하는 거였는데... 그랬던 건데.....


근데 이 다음 넘버가 바로 살인자인 거 너무한 거 아닌가여...? 넘버 순서로 다음이라는 건 알고 갔지만 이렇게까지 바로 다음에 나오는 줄은 몰랐음(...) 방금 전에 아하하하하~ 발랄하게 웃으며 뛰어나간 은앙이 “살인자~ 살인자~“ 앙상블 합창과 함께 포박되어 끌려 나오는데 정신이 혼미하더라(...) 역시 난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에게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음... 하... ㅠㅠ (근데 나 이 이야기 팬텀 후기 쓸 때도 했던 것 같다... 그치만 맞잖아!!! 에릭크리도 윌리엄 블레이크 시를 같이 읽으면서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ㅠㅠ 냅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증명하겠다면서 당신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할 수 있다며 가면 아래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할 게 아니고 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은앙이 저어기 신발공장 유학 다녀와서 춤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확실히 초반 ”뭐 그리 복잡해~ 가끔은 제~끼고~~~” (아 그리고 ”제~끼고~~” 여기 마찬가지 주구장창 들었던 박제랑 박자 다르게 좀 재지하게? 부르던데 여기는 낯 가리지 않고 듣자마자 바로 꽂혔음 ㅋㅋㅋ) 여기까지는 오~ 확실히 동작에 그루브가 좀 생기긴 했네~ 싶었는데 박수 치고 뒤돌아서 다리 드는 각도를 보는 순간... 아.....🤦🏻‍♀️ 뭐 괜찮아여... 그래도 이제 명실상부 중위권이라고 하니 그것 참 다행입니다 ^^ 아 그리고 술집주인에게 각종 방법으로 덤비는 은앙이 정말이지 너무... 너무나도 하찮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동빅이랑 민빅이 마치 피해자인 것마냥 은앙 허리춤에 들러 붙어서 찡찡대는 것도 너무 웃겼음 ㅋㅋㅋㅋㅋ ...그래...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어야지... 하.....




살인자


한잔술 끝나자마자 살인자가 바로 등장한 거랑 비슷한 정도로 놀라웠던 건 은앙이, 초연 너꿈속 프콜 볼 때면 두려움 없이 초연하게 제 목숨을 바치는 홀리한 순교자 같다고 생각했던 은앙이, 내가 지금까지 보아오고 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음... 처음에 옷 다 갖춰입은 채 끌려나올 때는 더더욱, 그리고 너꿈속 전 빅터가 면회 오기 전 혼자 있을 때도 은앙이 죽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서 그걸 보는 나는 정말이지... 아니 한 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말이지... 물론 후기로 은앙이 두려워한다는 건 텍스트로는 이미 접하긴 했지만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영역이었다... (텍스트로도 안 접하고 봤으면 나 진짜 충격이 어마어마했을 듯 ㅠㅠ)


게다가 이게 워터루에서 보였던, 중위의 총구 앞에 서서도 조금도 떨지 않았던, 당장 여기서 죽어도 별로 상관 없다는 듯했던 그 모습이랑도 달라진 거라... ㅠㅠ 과연 무엇이 은앙으로 하여금 아주 강렬하게 ‘살고 싶다’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죽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을까? 물론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빅터’와 그와 함께 꾸는 ‘꿈’이었겠지... 아이러니하게도 은앙은 빅터로 인해 비로소 죽는 게 두려워졌기 때문에 그런 빅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죽는 게 두려웠지만 대신 죽을 수 있었던 것만 같았다... 빅터가 죽고 세상에 다시 혼자 남겨지는 게 훨씬 더 두려웠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은앙 이 사람 참 잔인한 사람이야... 그러고 죽어 버리면 빅터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생창밖에 없잖아여 ㅠㅠ 하 이게 대체 뭐람.....


처음 봤을 땐 앙리 죄목이 장의사 프란츠 코폴라와 월터 헤센 두 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한 거여서 왜 월터 헤센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한 장의사의 죄까지 다 뒤집어 썼을까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장의사가 월터 헤센을 죽였다는 걸 설명하려면 엘렌과 줄리아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생창 연구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할 테니... 그냥 두 사람 살해 및 시체 훼손을 다 뒤집어 쓴 거구나 싶었음... ㅠㅠ


그리고 드디어 나도 은앙의 “빅터를~ 데리고~ 나가~~~~~ 모든 건~ 내가 한 짓~ 자네는~ 모르는 거야~~~~~” 본사다 ㅠㅠㅠㅠㅠ 이건 진짜... 이 음성을 듣고 룽게가 따르지 않을 수 있을리가.....? (물론 룽게는 그 어떤 순간에도 앙리보다 빅터를 우선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홀리한 음성이지만 저 부분은 진짜 거부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음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당위로 가득한 무언가...?




나는 왜


삼빅터 모두 바로 자백하지 않은 게 엘렌의 의심대로 앙리의 머리를 원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함 그렇다면 빅터는 왜 곧바로 자수하러 가지 않고 엘렌이 찾아올 때까지 방에 가만히 있었던 걸까?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게 두려웠을 수도 있고 자신에게 저주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서 무기력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앙리가 대체 자기를 위해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등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자신이 과연 생명창조 연구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뇌였을 것 같음


생창은 빅터에게는 지긋지긋한 저주 - 그게 정말 ‘저주’인지 아니면 그저 얘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뿐인지는 차치하고 어쨌든 일단 얘한테는 그러하니까 - 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을 것이고 그걸 포기한다는 건 얘한테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음 그치만 얘가 생명창조를 연구한 건 엄마를 시작으로 소중한 주변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였으니까 엄마만큼은 아니라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이 된 앙리를 희생시키면서까지(”가슴에 새긴 소중한 신념 그것마저 버린다면 난 내가 살인자”) 계속 해야하는 연구는 아니었기도 한 거라... 결국 고민 끝에 생창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 넘버가 나는 왜라는 생각이 들었음 어쩌면 바로 여기가 빅터가 ‘저주’라고 이름 붙여 온 과거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을지도... 그런데 그걸 앙리가... 앙리 얘가... 하.....🤦🏻‍♀️


언제나 빅터 편일 것만 같았던 엘렌이 여기서 빅터를 의심하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었음 (”...앙리의 목이 필요한 거니?” ”너는 언제나 네가 원한 건 반드시 손에 쥐었었지 네가 무섭구나 너의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나”) 숙부에게서 동생을 지키려고 애를 쓴 게 결코 거짓은 아니었지만, 그런 엘렌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자신의 동생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니까... 그러고 보면 빅터들이 억울해서 화를 낼 만도 했음 아마도 엘렌이 기억하는 과거가 외소이에서 그려지고 빅터가 기억하는 과거가 그날의 내가에서 그려지는 걸 텐데 같은 과거를 그리고 있는 두 넘버에서 보이는 엘렌의 태도가 사뭇 달라 보이는 건 어쩌면 엘렌이 마음 속 어딘가에서 빅터에게 (이런 의심을 포함하여)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음


엘렌에 이어 룽게도 빅터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데 (”엘렌 아가씨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직 줄리아만이 빅터를 믿고 있으면서 동시에 빅터의 문제를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도 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음 어쩌면 줄리아가 엘렌이나 룽게보다 훨씬 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 있었던 듯? 빅터가 “내 곁에 있으면 저주를 피할 수 없어~” 줄리아를 밀어 내는데 줄리아가 “그건 단지 과거에 휩싸인 죄책감일 뿐”이라며 빅터를 달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러게 말야... 빅터가 - 그리고 어쩌면 엘렌과 룽게도 - 줄리아처럼 생각할 수 있었다면 이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 근데 그러면 내 최애는 워터루에서 죽었을 거고... 또 다른 최애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 이게 뭐람? ㅠㅠㅠㅠㅠ) 물론 빅터가 저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주변 어른들 - 어떻게 보면 엘렌과 룽게까지도... - 의 영향이 지대했겠지만... 에휴!


아 그리고 넘버 마지막에 “내가 살인자~~~~~” 빅터가 자신의 죄를 자백하면서 법정으로 장면 전환되는 거 정말 좋았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장면이 전환되는 연출이 2막 도망자랑 살인자 맆 무렵에도 나오는데 다 좋았음




너의 꿈 속에서


너꿈속은 여러 의미로 놀라웠음... tmi지만 너꿈속은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넘버이자 오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내가 이번 관극을 포기하지 않게 한 지분이 가장 큰 넘버였음 모르긴 몰라도 초연 프콜 너꿈속을 세상에서 제일 많이 본/들은 사람을 꼽으면 분명 나도 순위권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근거는 없지만 ㅋㅋㅋ) 근데 그랬기 때문에 첫 소절부터 또 낯을 엄청 가렸음(...) 물론 초연 프콜로부터 7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그동안 은앙 목소리며 창법이 바뀌었다는 거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초연 프콜 너꿈속을 진짜 너~~~~~무 많이 들었다보니 순간적으로 인지부조화가 오는 그런? 게다가 박자도 미묘하게 내 귀에 인이 박힌 그것과는 달라서 계속 미묘하게 낯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그~속~에~너~~~~~” 부드러우면서도 굳건하게 밀려오는 공명을 듣는 순간 낯가렸던 거 바로 다 잊어버렸음 ^^


“우리 처음 만난 그 순간 그 날에 정해졌던 운명” 여기서 은앙이 말하는 ‘그 순간’은 어디였을까? 워터루에서 빅터가 “그럼 이대로 총살당하겠다는 건가?” 물어보면서 (아마도 처음으로) 눈이 제대로 마주쳤던 그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싶은 게 그런 비인륜적인 연구에는 참여할 수 없다던 은앙이 그 순간 아무 말 못하고 입을 다문 게 단순히 굳이 죽고싶은 건 아니었던 것만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한 빅터의 눈에서 무언가 운명 같은 직감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서


관극한 날 중 어느 날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단두대 위에서 마지막 소절 들어가기 전 제법 길었던 정적 끝에 은앙이 내뱉았던 옅은 한숨에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서 정말이지... ㅠㅠ 이윽고 결심을 마치고 옅게 웃으며 내지르는 “너의 꿈에... 살고 싶어~~~~~”는 물론 기본적으로는 문자 그대로 ‘너의 꿈에 살고 싶다’는 의미였겠지만 단두대를 향해 몸이 돌려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그러지고 마는 은앙 얼굴이 아파서... (양심 고백: 이거까지 보느라 너꿈속 끝나고 박수 안 치고 계속 오글 들고 있었음니다... 미안함니다, 이런 덬후라...) 아주, 아주 조금은 바람결에 실어 보내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더라면)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 같이 들리기도 했다 ㅠㅠ 아니 내가 초연 프콜 너꿈속을 그렇게 많이 들었지만 단 한 번도 그 부분이 그렇게 단절되어 들린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정말 ㅠㅠㅠㅠㅠ 은앙도 가능하다면 살아서 빅터와 함께 꿈꾸고 싶었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그 길은 존재하지 않기에 차선으로 택한 길이 빅터의 꿈에 사는 거였을 테고... ㅠㅠ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정말로 그 길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극 중에서는 “그랬는데 네가 사형을 당하면...?” 앙리의 이 질문에 빅터가 말문이 막혀 버리지만 만약 빅터가 엘렌이 말한 것처럼 자기는 숙부님이 계시니까 사형은 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어도 딱히 은앙의 결정이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음 (근데 은앙의 결정이 안 바뀌었을 거랑은 별개로, 빅터 얘는 대체 나는 왜에서 생창 포기할 결심까지 하고 와서는 왜 여기서 또 말문이 막히는 거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빅터에게는 그렇게나 컸던 걸까...? 가끔은 은앙이 저 질문 다음에 잠깐 정적을 두고 이어서 “...어?” 약간 다그치듯? 덧붙일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은앙의 결심이 너무 단단해 보여서, 그 어찌할 수 없는 단단함에 빅터가 아연해져서 답을 못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암튼 앙리가 마음을 안 돌릴 것 같더라도 그래도 빅터 너는 뭐라도 말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by 무묭의 앙리맘) 어쩌면 앙리는 비록 장의사가 사람을 죽이는 중죄를 저질렀긴 해도 어쨌든 빅터 또한 그를 죽이는 중죄를 저질렀으니 (죄인에 대한 처벌은 빅터가 수행할 수 있는 정당한 역할이 아니므로) 그렇다면 결국 누군가는 그 죄를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앙리가 빅터의 죄를 대신 짊어지는 대속자 같기도 했음 (...어라, 은저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대속자는 빅터가 장의사를 죽인 ‘(인간 사회에서 규정하는) 죄’는 대신 짊어졌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어쩌면 ‘신’의 입장에서는 장의사 살해보다 훨씬 더 중죄일 수도 있을, 신의 고유한 영역에 대한 도전인 생명창조 연구는 계속하기를 부탁했다는 거겠지 하나의 죄를 대속하면서 또 다른 - 어쩌면 더 큰 죄일 수도 있을 - 죄를 계속 짓기를 부탁한다는 게 아이러니로 다가오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이 극이 신 3부작 중 첫 번째인 만큼 ‘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 신이 명시적으로 기독교의 신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는 딱히 아이러니는 아닐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근데 역시 여기서의 신은 기독교의 신 맞지 않을까? 역시 아이러니하군!


여하튼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빅터보다 앙리가 더 지독하다 싶기도 함 은앙에게 빅터는 단순히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꿈까지 다 의탁해 버린 특별한 존재였는데(”나약했던 내 과거를 모두 잊고 너와 함께 새 세상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늘 생각하는 거지만 인간이 다른 인간한테 그런 거 바라는 거 아니야... ㅠㅠ 빅터는 자수를 결심하면서 사실상 생창을 포기한 거라고 보는데 잔인하게도 빅터와 그 꿈을 통해 비로소 다시 한 번 ‘어쩌면 더 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은앙에게는 자신이 죽는 것보다 빅터가 생창을 포기한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게 참...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앙리가 그렇게 죽어 버리면(”날 위해 울지마 이것만 약속해 어떤 일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빅터가 생창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거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가 있나 싶은 거지(...)


이렇게 쓰고 보니 다시 한 번 절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관계는 정말 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외소이-한잔술 이후로 두 사람에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어쩌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는 함 은앙에게 빅터가 더이상 자신의 이상과 꿈이 결합된(”내가 믿던 모든 걸 버리고 너의 그 꿈 속에 살 수 있다면 나...”)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 빅터로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그래서 빅터가 생창에 몰두하게 된 기저에 자리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런 상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도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음 그런 의미에서 종종 얘네 둘 사이가 언제 그렇게 가까웠다고 대신해서 죽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글을 보는데 (물론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겠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얘네 둘 사이가 충분히 가깝지 않았기 때문에 (+ 앙리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서... 워터루에서도 그랬지만 앙리 얘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 이 사단이 벌어진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그러니까 얘들아(2명) 서로가 바라는 것을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 (심지어 한 쪽은 자기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들어 주려고 애쓰기 전에 둘이 진득하게 대화라는 걸 좀 해보는 게 어떻겠니....? ㅠㅠㅠㅠㅠ


앙리가 빅터를 대신해서 죽은 건 빅터의 부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의 꿈까지 다 의탁한 빅터가 연구를 계속하기를 바란 앙리의 개인적인 고집이었을 뿐이고 빅터로서는 그 고집을 꺾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던 거였지... 마찬가지 빅터가 앙리의 머리로 생창을 시도한 것도 앙리의 부탁이 아니라 소중한 주변 사람을 또 잃고 싶지 않았던 빅터의 개인적인 고집이었을 뿐이고 앙리로서는 (당연하게도) 그걸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고... 앙리는 빅터의 근간에 자리한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를 더 깊이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고 (외소이 한 번으로는 불충분했어...) 빅터 또한 앙리의 근간에 자리한 ‘고독’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품어온 ‘신념’을 더 깊이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게, 이게 전부 다 장의사 때문이다!!! (급발진)


아 그리고 처음 빅터들이 면회왔을 때도 그렇고 너꿈속 진행되는 도중에도 그렇고 은앙이 최대한 빅터들 쪽을 바라보지 않으려는 것 같아서... 이것도 초연 프콜 박제에 익숙해진 나한테는 신선했음 그러다가 “앙리 뒤프레, 나와!”와 함께 빅터들이 끌려나가고 나서야 그제서야 황급하게 그쪽으로 달려가서 빅터 뒷모습을 바라보며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그 날에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시 사는 내 인생도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은앙 마음이 어땠을지 ㅠㅠ


너꿈속 맆에서도 그렇고 너꿈속에서도 그렇고 곳곳에서 엿보이는 앙리의 자기비하(”나약한 날 원망하면서” ”이제 익숙해진 패자의 한숨” “이제껏 나 살았던 인생들 모든 걸 다 의심했던 순간” “태양처럼 다가온 널 보며 그동안 나 얼마나 초라한지” “나약했던 내 과거를 모두 잊고”) 모먼트를 곱씹어 보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얘는 정말 진심으로 자기가 살아남는 것보다 빅터가 살아남는 게 이 세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해서... 내가 앙리 참 많이 사랑하지만 정말 골때린다.....🤦🏻‍♀️ 빅터가 그리는 꿈이 설령 실현되지 않더라도 앙리한테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게 앙리 얘는 아마 빅터가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없다면 어차피 자기는 당연히 실현을 못 시킬 거였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을 것 같아서... 게다가 어차피 빅터가 아니었으면 자기는 워터루에서 죽었을 테니까 그 이후의 삶은 여분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꿈을 빅터한테 의탁하고 대신 죽은 걸 텐데... 다시 말하지만 그거 아니야 ㅠㅠ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프랑켄은 맆을 정말 덬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잘 쓴 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생창 도입=외소이 일부인 거 진짜 좀 미친 것 같음... 엄마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잠이 든 깊은 밤 불타버린 엄마 시체를 끌고 성으로 돌아왔던 어린 빅터와 친구를 살리기 위해 (아마도)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 되길 기다려 잘려버린 친구의 목을 들고 성으로 돌아온 어른 빅터가 그대로 겹쳐 보이면서 얘가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자라지 못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빅터가 바라는 건 생명창조라는 이름의 부활이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사실 빅터에게 생창은 그가 정부와 앙리를 설득할 때 뭐라고 말했든 관계 없이 부활의 다른 이름에 불과했고 그렇기에 생창의 목적은 그 대상을, 그러니까 이 넘버에서는 앙리를 되살리는 것 외에 다른 건 없다고 생각함 그래서 소위 생친노선이랑 앙친노선 둘이 뭐가 다르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탄생한 피조물을 보자마자 아무런 확인도 없이 바로 앙리라고 부르는데 빅터에게 생창이 곧 앙리의 부활이 아닐 수가 있는 건가? 단하미 파트 감상에서도 말했지만 빅터와 앙리가 바라보는 미래가 사실은 동일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 것도 이 지점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해도” 앙리의 이 유언과도 같은 고백은 애초에 전제부터 틀렸던 걸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 물론 피조물이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 결과적으로는 어느 정도는 ‘개죽음’이 맞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싶음... 앙리가 바라보는 미래 =그가 빅터에게 들었다고 생각한 미래는 애초에 빅터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미래였던 걸지도... 물론 둘에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제법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역시 다시 생각해 봐도 빅터가 스스로 ‘저주’라는 이름 붙인 과거의 주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와장창 깨부수고 도로 등 떠민 거 앙리가 맞는 거 같음(...) 근데 이제 앙리도 그걸 의도한 건 아니라는 점이... 아니 그니까 니네 둘에게도 좀 더 시간이, 대화가 필요했다고... ㅠㅠㅠㅠㅠ


또 생각하는 건 둘이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만큼이나 연구에 성공한 다음 스텝에 대해서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음 나는 이 둘이 생창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대화를 나눠봤을 것 같은데 (뇌가 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류를 어느 정도 강도로 줄 것인가 등등) 막상 생창에 성공하고 나면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대화를 나눴을 것 같지 않음 (”하지만 깨달았어 준비가 안 된 거야 어떻게 성장할가 어떻게 행복할까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죽을 건가”) 일단 성공하는 게 더 급해서였겠지만 줄리아 강아지의 사례를 생각하면 역시 너무 나이브한 대응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결과..... 더보기 (이런 건 또 원작 빅터를 그대로 빼닮았지, 아주...)


그러고 보면 피조물은 앙리가 죽어야만 탄생할 수 있는 존재인 건데 (앙괴맘 울어요... ㅠㅠ) 어떤 의미로는 또 한 명의 창조주의 기일과 그 피조물의 생일이 같을지도 모른다는 이 비극적인 상황이 참... 이러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니까 ㅠㅠ 사람들 눈을 피해 깊은 밤에 앙리 머리를 가져왔을 테니 자정이 넘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실험 성공을 위해서는 신선한 뇌가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빅터가 날이 바뀔 때까지 기다렸을 것 같지는 않음... 하다못해 사형 집행 시각이 저녁이라면 행복회로를 좀 돌려보겠는데 하필 사형 집행도 아침이라서... 아무래도 앙리 기일=피조물 생일이 맞는 것 같아서 앙괴맘 다시 울어요 ㅠㅠㅠㅠㅠ


뮤지컬은 외소이를 통해 원작 빅터에게는 없었던 과거사를 부여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빅터에게 이입할 여지를 만들어줬는데 (원작 빅터는... 그는.....) 다만 그러면서 생창의 의미가 명백하게 부활(생창 직후 ”앙리가 살아났어! 내가 생명을 창조했어!!” 및 절망 직전 “이젠... 살릴 수 없어!!” 빅터의 대사로 미루어 그에게 생창은 곧 부활인 것으로 보였음)에 한정되어 보이는 건 좀 아쉬운 지점이었음 물론 빅터의 의도 말고 ‘결과물’을 놓고 보면 부활보다는 생명창조가 맞았긴 하다만... 원작의 부제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the modern Prometheus)인데 이게 원작에서는 인간을 위해 신의 권능에 속했던 불을 훔치고 그리하여 신의 분노를 샀던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이 신에게서 생명창조의 권능을 훔쳐오는 느낌이 있었는데 (물론 그 뒤로 이어진 원작 빅터의 행동은... 그는 훔쳐온 신의 권능을 감당할 수 있는 깜냥이 없었던 것이었다.....) 뮤지컬에서는 그게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축소되어 버린 느낌? 물론 부활도 신의 권능에 속하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건 인류의 존재와 유구하게 함께해 왔던 바람이었어서 ‘신이 허락하지 않은 방법으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와는 좀 다른 느낌? 그래서 빅터가 단하미에서 앙리 꼬실 때(...) 말로야 뭐라고 했든 인간을 위해서 생창 연구를 했다는 느낌이 안 들고 그의 생창은 시작도 그리고 끝도 그 자신의 이야기에 한정되어 버린 것 같았음 근데 그 덕분에(?) 앙리가 바랐던 것과 빅터가 바랐던 게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니 어쩌면 뮤랑켄에는 이 방향이 맞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또 다시


제 몸에 입혀지는 코트가 신기한지 내려다 보던 은괴...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에 대한 방어로 룽게를 물어 뜯고는 제 입이며 손에 가득 묻은 그 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냄새를 맡던 은괴... 제 목에 걸려지는 쇠사슬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던 은괴... 그러다 찾아오는 숨막히는 고통에 마구 몸부림치다가 겨우겨우 벗어나서는 얼마나 다급했는지 네 발로 기어서 계단을 올라가는 은괴... 괴물맘은 그저 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빅터(와 앙리)의 나이브함에 대한 이야기는 앞에서 여러 번 했지만 또 다시를 볼 때마다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지 않았다면... 만약 그렇게 했다면... 도무지 가정을 멈출 수가 없다구 ㅠㅠㅠㅠㅠ 




그대 없이는


어느 날 갑자기 줄리아가 부르는 가사가 훅 들어온 날이 있었음 “그때 날 위한단 핑계로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그대와 함께 죽겠어~” 생각해 보면 결혼식에 신랑에게 하는 말이라기엔 상당히 우울한 미래를 상정하고 있는데 지난 3년 간 줄리아가 어떤 마음으로 빅터 곁에 있었는지 새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빅터가 줄리아의 이 말을, 그 마음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면 나중에 줄리아를 위한다는 이유로 자기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을 텐데 싶기도 했음 물론 빅터는 빅터 나름대로 줄리아를 위한다고 그렇게 행동한 거였지만, 근데 뭐 사실 빅터 얘가 다른 사람 잘못되라고 생각하고 행동한 건 없긴 하지,,, 늘 얘 기준에서는 상대를 위한다고 그렇게 행동하는 거긴 한데... 하.....




도망자


여기가 관객 입장에서는 1막 마지막 탄생 이후 이지를 가진 존재로서 피조물의 첫 등장이지만 극 중 순서로는 난 괴물보다 뒤에 일어난 일인데 내피셜로는 또 다시-난 괴물 사이의 시간보다 난 괴물-도망자 사이의 기간이 더 길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음 곰에게서 까뜨린느를 구하면서 에바에게 붙잡힌 은괴는 아직 이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서 또 다시에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도 했고... 도망자에서 모습을 드러낸 은괴가 난 괴물 마지막 부분과는 달리 분노든 슬픔이든 감정을 자기 안에 꽁꽁 갈무리해 두고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있기도 해서... 아니 난 정말 그 시간 동안 은괴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ㅠㅠㅠㅠㅠ


빅터가 여기서 피조물을 두 번 앙리라고 부르는데 처음 불렀을 때는 “그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니야...” 다소 차분하게 넘어갔지만 두 번째 불렀을 때는 “앙리 또 앙리 앙리!!!!!” 버럭 화를 내는데 그렇게 갑자기 화를 낼 만큼 빅터가 얘를 계속해서 앙리라고 부른 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은괴 스스로도 은앙의 기억을 (아마도 거의 다) 떠올리고 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계속 고민을 했기에 더 과민하게 반응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음


은괴는 스페인에 있는 격투장을 떠나 제네바로 돌아오는 길 내내 끊임없이 스스로의 피조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은앙의 기억과 치열하게 싸웠을 것 같고 (이 부분은 뒤에 다시 언급) 그 지난한 싸움의 결과 많은 부분이 이미 소모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기도 했는데 이게 또 워터루에서 처음 등장한 은앙을 봤을 때 느낌이랑도 묘하게 닮아 있어서 기분이 좀 묘했다... 근데 이제 은앙은 타오르던 게 재가 되어버린 느낌이라 그래도 온기가 남아 있었는데 은괴는 얼음이나 유리조각? 같은 게 서서히 깎여나간 느낌이라 시리다는 게 다른 점이었음 ㅠㅠ 어느 쪽이든 앙괴맘은 그저 슬플 뿐이구여 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도망자 도입부가 생창 맆인 것도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 내 기준 생창 도입부 반주가 외소이 맆인 것만큼이나 너무함 ㅠㅠ 창조주가 행한 ‘위대한’ 생명창조의 결과물이 결국은 피조물의 ‘지독히 운 없는’ 도망자 인생이었다는 거예요, 뭐예요!!!!! (급발진) “탄생했을 때부터 피 냄새를 맡아야 했던 지독히 운 없는 존재” 여기 들어가기 전에 또 다시에서 그랬던 것처럼 손 들어서 피 냄새를 맡는 듯한 제스춰를 취하면서 숨을 깊이 들이쉴 때가 있었는데... 이런 극악무도한 제스춰라니... “나는 왜 축복 대신 저주를 목에 걸고 나와야했나” 여기 부르면서 또 다시에서 천천히 목에 걸리던 쇠사슬을 잡는 듯한 제스춰를 취하는데... 이런 극악무도한 제스춰라니... 222 피조물에게는 목의 접합부=탄생 자체가 저주이면서 동시에 목을 조르던 쇠사슬=창조주의 거부 또한 저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ㅠㅠㅠㅠㅠ


근데 빅터는 왜 다짜고짜 재회하자마자 숙부님 실종 관련해서 피조물을 의심부터 한 걸까? 아마 스스로도 피조물이 이런 일을 벌일 만큼 자신을 미워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물론 빅터에게는 또 빅터 나름대로 피조물을 미워할 이유가 있기는 했다만, 역시 나는 생창 이후 벌어진 일련의 비극 관련해서는 빅터(와 앙리)의 나이브함이 가장 큰,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생각하므로, 첫 마디가 바로 피조물을 의심하는 대사가 아니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왜 돌아왔어? 원하는 게 뭐야?” 이 말이라도 바로 안 했더라면, 피조물이 그렇게 끝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단 말이지...


근데 또 빅터는 어떤 사고 흐름으로 갑자기 저 말을 하게 된 걸까? 피조물이 실험일지를 던진 다음 “너는 네 야망 때문에 널 위해 헌신했던 친구의 개죽음을 방관했어” → “아니야!!” → “그럼 그 실험일지는 누가 썼지?” (한잔술 생각해 보면 빅터가 실험일지에 개인적인 소회도 이것저것 썼을 것 같음 나는 왜 가사처럼 앙리를 구하기 위해 생창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게 실험일지에 쓰여 있지 않았을까? 피조물이 하필 ‘야망’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그렇고) → “...왜 돌아왔어? 원하는 게 뭐야?” 이 흐름인데... 갑자기 왜 이야기가 저리로 튀는 것인가... 난 도통 모르겠다..... 스스로도 (결과적으로는) 앙리의 죽음을 방관한 것이 되고 말았다는 죄책감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어서 그랬던 걸까? (좀 많이 오락가락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앙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피조물이 자신에게 복수할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는 건가???


근데 역시 연습하면서 저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가슴에 깊이 박혀서 그래... 정 그렇다면 바라던 대로 해 주마!! 절로 복수심이 불타올랐다던 은괴 인터뷰를 생각하면 빅터야... 빅터야... 너는 왜 하필 말을 해도... 싶어지고 마는 것이 역시 나는 앙괴맘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ㅠㅠ


까뜨가 곰에게 잡혔을 때 구할 생각조차 없는 ‘인간’과 그런 까뜨를 살리는 ‘괴물’이 대비되는 건 표현 방식이 좀 투박하긴 하지만(...) 이 극이 던지는 화두 중 하나기도 함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니 더 정확히는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나저나 곰을 죽일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가진 피조물이 밧줄에 목이 졸리는 순간 힘 하나 못 쓰는 게 왠지 태어나자마자 창조주 손에 쇠사슬로 목 졸려 죽을 뻔한 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 것 같아서 맘이 아팠다... 어쩌면 격투장에서 피조물을 병기로 길들인 수단도 밧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고 ㅠㅠ




남자의 세계


걔 요즘 사춘기라는 쟈크의 말로 미루어보아 피조물이 격투장에 왔을 때부터 아예 사람을 안 죽인 건 아닌 것 같기도 했음 아마 길들여진 대로, 시키는 대로 눈치 보면서 하라는 대로 했을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러면 안 된다고 거부하게 된 게 피조물로서의 본성인 건지 아니면 앙리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지는 잘 모르겠음


어쨌든 명확하게 표현되는 부분은 여느 때처럼 일일이 에바 눈치를 보면서 상대의 팔 꺾고 또 눈치 보고서 다리를 꺾고 그러던 은괴가 마지막으로 목을 꺾어서 죽이려고 상대의 얼굴을 붙들고 마주한 순간 한참을 얼어붙어 있다가 극심한 두통을 느끼면서(=이 순간이 아마 그곳에는 전에 까뜨에게 말했던, 아침부터 머릿 속에 뭔가가 마구 떠오르기 시작한 계기인 것 같기도 했음) 결국 죽이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쥐고 도망가 버리는데... 그 상대 격투사가 워터루에서 앙리가 살리지 못했던 그 부상당한 병사와 같은 얼굴이라는 거 진짜 너무... 너무였음 ㅠㅠㅠㅠㅠ


별개로 은괴 격투씬 좋았음... 처음 들어올 때는 도망자에서 처음 잡혔을 때랑 비슷한 느낌으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인데 에바의 눈짓을 받은 다음에 주먹을 쥐고 몸을 훅 낮추고 전투모드로 돌입하는 은괴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을 뛰어넘는 군인을 만들고자 했던 빅터와 앙리의 연구가 성공하긴 성공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이걸, 이런 걸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어...? 그래도 되는 걸까.....? ㅠㅠㅠㅠㅠ




넌 괴물이야


“내 ((가장) 소중한) 친구 앙리의 머리를 마지막 재료로 생명을 창조하고자 한다” 쟈크가 빅터의 목소리로 이 문장을 말하는 걸 들으며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 머리가 아파오는 은괴 ㅠㅠㅠㅠㅠ


[인간을 ‘동경’한 괴물]이라는 유구한 캐치 프레이즈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근데 또 무슨 의도인지는 대충 알 것 같기도 했음 피조물이 초반부터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왜냐면 다들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자신도 그 ‘인간’이라는 게 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해서... 까뜨에게 “내가 인간이 아닌데도...?”라고 말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도 인간이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쟈크가 넌 괴물이야 내내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감히 ‘괴물’ 주제에 ‘인간행세’하지 말라는 것 역시 인간을 더 우위에 있는 존재라는 걸 전제로 한 거고... 계속 그런 말을 들으면 뭐가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인간이라는 게 더 좋은 건데 나는 그 인간이라는 게 아니라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건가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음 ㅠㅠ




그곳에는


은괴는 아마도 남자의 세계 때 강렬한 두통을 느낀 걸 계기로 연쇄적으로 점점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 같았음 그 속도는 아마 날마다 달랐던 것 같은데, 그래서 까뜨가 “안녕”하고 인사를 가르쳐 줄 때 어떤 날은 까뜨에게서 그 말을 배우는 것 같았는데 또 어떤 날은 까뜨한테 배웠다기 보다 기억 속에서 문득 떠오른 단어를 그대로 입에 옮겨담은 것 같았음


아니 근데 은괴 까뜨가 겨드랑이 닦아주니까 간지러워서 이히히 웃는 거 왤케 빙구미 넘치는 거얔ㅋㅋㅋㅋㅋㅋ 웃음이 나니까 웃다가 또 웃다가 이내 뭔가 이상한지 으아아아아! 하며 몸을 크게 보이게 하며 까뜨를 위협해 보지만 바로 수건으로 후드려맞고 시무룩... 가라앉는 거 귀엽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핸까뜨를 한 번밖에 못 봐서 아쉽긴 한데 봄까뜨가... 은봄이... 은봄이 나를..... ㅠㅠㅠㅠㅠ 은봄 그곳에는 정말이지..... ㅠㅠㅠㅠㅠ 부스스 흐트러진 은괴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정리해 주던 봄까뜨의 손길... 은괴 노래 들어가기 전에 조심스럽지만 맑게 울려퍼지는 봄까뜨의 자그마한 웃음소리가 그저 애틋하고 또 애틋했고 ㅠㅠ “그곳에는~ 인간이~ ‘...없어?’” “없어” “그곳에는~ 싸움도~ ‘...없어?’” “그럼~” (어느 날은 ‘인간이... 없어.....?’ ‘싸움도... 없어.....?’ 전체를 다 대사처리하기도 했더랬지 ㅠㅠ 그 날의 은괴는 정말... 정말 너무나 지쳐 보였다... ㅠㅠㅠㅠㅠ) 이미 인간이란 존재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요받은 싸움에 지칠대로 지친 목소리로 조심스레 묻는 은괴와 그때마다 한없이 다정하게 대답해주던 봄까뜨 ㅠㅠ 은괴가 몇 백번을 되물어도 봄까뜨라면 마찬가지 몇 백번이고 다정하게 대답해줄 것만 같았음 ㅠㅠㅠㅠㅠ


“하늘엔~ 아름다운~ 오로라~” 하늘하늘 허공을 움직이며 오로라를 표현하는 봄까뜨의 손가락을 넋 놓고 따라가는 은괴의 눈동자가... 너무... 너무..... ㅠㅠㅠㅠㅠ 아니 얘들아 대체 왜 행복할 수 없어 ㅠㅠㅠㅠㅠ 춤추는 듯한 봄까뜨의 몸짓을 은괴가 엉거주춤 따라할 때마다 덜그럭덜그럭 울려퍼지는 쇠사슬 소리도 너무... 너무....... 이 극악무도한 극 같으니라고 ㅠㅠ 은봄 그곳에는 정말 좋은데 좋으면서 고통스러웠다... ㅠㅠㅠㅠㅠㅠㅠ


북극에는 인간이 아무도 없어서 자기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린다는 까뜨의 말이 은괴가 자신의 생에 마침표를 찍을 장소로 북극을 선택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저 말을 좀 뒤집어 생각하면 사람이 계속 사람으로 존재하려면 그 존재를 인정해 줄 다른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는 건데 (지극히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정체성이란 자신의 결정과 비슷한 수준으로 -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력하게 - 사회적 맥락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북극에서는 인간이든 피조물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의 결정으로만 유지해야 하는 곳이고 그렇기에 난 괴물에서 은앙의 기억을 떠올린 후로는 끊임없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을 것만 같은 은괴에게는 북극이야말로 인간도 동등하게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애를 써야만 하는 평등한 곳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음 ㅠㅠ (지나가세요, 프로과몰입러임니다) (아니 근데 빅터 너는 북극에서도 또 앙리를 찾고!!!!! 아 물론 여기는 은괴가 의도한 거긴 하지만...^ㅡ^)


잠깐 이야기가 새는데 은앙은괴 보고 나서 내 스스로도 생각을 좀 정리할 겸 ‘정체성’ ‘자아’ ‘인격’에 관한 여러 논의들을 가볍게 찾아 봤는데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역시 내 생각에는 정체성이란, 특히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정체성은 어느 하나의 요소로만 결정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음 물론 엄밀한 의미로는 ‘자기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동시에 과연 오롯이 그 자신의 결정만으로 존재하는 정체성이라는 게 과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걸까 싶기도 했음 사실 내가 이 부분 생각하면서 많이 생각났던 건 카프카의 <변신>이었음 인간은 과연 다른 사람의 ‘인지’ 없이 스스로의 ‘결정’만으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물론 이 경우는 외형이 변해버려서 좀 더 특수한 케이스이긴 한데, 예를 들어 당장 내가 만약 진심으로 나는 A가 아니라 B라고 믿고 또 그러기로 나 스스로 결정했다고 해서 과연 사회적으로 내가 A가 아니라 B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싶은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북극까지 빅터를 불러들여서 그 손에 ‘은앙’으로 죽음으로써 빅터를 ‘혼자’ 남겨두고 이게 바로 나의 복수라고 말하던 은괴는 어쩌면 빅터에게 너는 과연 이곳에 ‘혼자’ 남아 있어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너’일 수 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 잘난 ‘인간’인 너는 과연 ‘피조물’인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럴 수 있겠느냐고, 그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도 계속 ‘인간’으로, 그리고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존재할 수 있겠느냐고 (물론 빅터들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직후에 총으로 자살했거나 아니면 그대로 은괴 끌어안은 채 동사했을 것 같아서 은괴가 겪었던 것처럼 오랫동안 정체성 때문에 고민했을 일은 아예 없었을 것 같지만...)


근데 여기서 또 빅터의 마지막 말 또는 넘버가 “나는 프랑켄슈타인~”인 걸 생각하면 또 참 재미있지 어떤 의미에서는 빅터도 계속 ‘정체성’에 위협을 당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마녀의 자식이라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그렇지 않다고, 자신은 ‘저주’받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생명창조 연구에 몰두했던 빅터를 생각하면, 그리고 아마도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은 프랑켄슈타인이라며 외치는 걸 보면, 역시 그 창조주에 그 피조물인가 싶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이 둘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의 근본적 원인을 창조주에게 따지고 드는 것도 닮았네... 빅터는 그의 신에게, 피조물은 그의 창조주에게)


그런 걸 생각하다 보면 이 둘은 빅터-앙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음 그렇다면 단하미 이후 급격하게 말랑해진 은앙처럼 녹아내린 은괴 - 그곳에는에서 까뜨랑 함께 있을 때만 살짝 엿볼 수 있었던 - 를 볼 수도 있었던 걸까... 그런 미래도 피조물에게 존재하기는 했던 걸까... ㅠㅠ 물론 나는 빅터와 피조물이 행복하게 함께 사는 결말은 있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갓 태어나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에 대한 방어로 그 의미를 모르고 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피조물이 룽게를 물어죽인 그 순간은 영원히 사라질 수 없을 것이고, 또한 피조물이 앙리의 머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또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것이기에... 그나마 이 둘에게 가능했던 가장 온건했던 미래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잘못한 것들을 용서까지는 못하더라도 인정하고 평생 안 보고 사는 것 정도였을 것 같음 근데 또 그러면 은괴는 아마 더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고... ㅠㅠ 아니 대체 왜 우리 애(맞음! 3살임)는 어느 길로 가도 행복할 수 없나요 ㅠㅠ 아니다... 내가 감히 피조물의 행복을 멋대로 재단할 수는 없는 거겠지 하.....


다시 그곳에는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쩌면 단하미에서 빅터와 앙리가 그랬던 것처럼 피조물과 까뜨가 바라는 것도 얼핏 보기엔 똑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었음 까뜨는 그곳에는 ‘사람’이 없다며 노래를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구절은 ‘슬픔’이 없고 ‘강요’가 없고 ‘자유’가 있는 곳인데(=지금 슬프고 강요받고 있고 자유가 없는 게 까뜨에게 가장 큰 고통) 피조물 또한 그곳에는 ‘인간’이 없냐는 물음으로 노래를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구절은 ‘싸움’이 없고 ‘상처’주지 않고 ‘평화’가 있는 곳임(=지금 싸우고 있고 상처받고 있고 평화가 없는 게 가장 큰 고통) 그랬기 때문에 까뜨는 그곳, 북극으로 피조물과 함께 가기 전에 ‘자유’를 주겠다는 페르난도의 꼬임에 넘어가 버린 걸지도... 그렇지만 그 선택은 까뜨에게서 ‘슬픔’을 없애주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어쩌면 잘못된 선택이었던 거겠지 ㅠㅠ




협박


아니 맆 잘 쓰는 거 좋아 좋은데 너무... 너무 잔인하다고 ㅠㅠ 에바와 쟈크가 피조물과 까뜨를 비웃는 부분(”이것들 정분이 났네”부터 “갈기갈기 찢어줄 거야”까지)이 한잔술 맆(”한잔에 근심을 담고”부터 “오늘밤은 취해보자”까지)인 거 정말 잔학무도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여, 제작진...? 끌려가는 까뜨와 끝까지 그런 까뜨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독방으로 끌려가면서 으어어어 소리지르는 은괴... ㅠㅠ 얘들아 왜 행복할 수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산다는 거


봄까뜨 “죽으면 땅에 묻혀~”까지는 앞 부분(...) 감정에 이어서 처연하게 이어가다가 “썩! 을 텐데!!!” 이 부분부터 한 서린? 독기 어린? 목소리로 확 바뀌는 거 까뜨의 심경 변화가 확 느껴져서 좋았음 ㅠㅠ 그리고 “엄마는 동전에 날 팔았어” 여기 부르면서 피조물한테 독약을 탄 물그릇을 건네 주는데 마치 돈에 딸을 팔았던 까뜨 엄마의 모습이 자유에 피조물을 팔아 넘기는 까뜨의 모습과 겹쳐보이는 것 같았다 ㅠㅠ 근데 그것도 모르고 (정말 몰랐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만) 좁은 구멍 너머로 손을 내밀어 안녕, 안녕, 인사하는 은괴를 보면서 까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까뜨도 그 당시에 엄마가 자기를 동전 몇 푼에 팔아 넘겼다는 걸 몰랐을 것 같은데 마찬가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은괴를 보면서 그렇게 팔려왔던 자기 옛날 모습이 겹쳐 보여서 더더욱 이 상황이, 그리고 자기자신이 미워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ㅠㅠ


이 부분의 암시와 가사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그 내용을 그대로 다 받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진 않겠음(...) 오연에는 바꿔오면 좋겠지만... 안 바꿔오겠지... 그래..... 핸까뜨는 한 번밖에 안 봐서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봄까뜨가 이 부분을 좀 많이...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그... 보는 내 맘이 참... 그랬다고 한다.......


아 그리고 감상? 후기? 보다가 난 괴물에서 피조물이 처절한 건 잘 봐지는데 산다는 거는 못 보겠다는 글을 봤는데 그거 관련해서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글이 있는데 시청자든 관객이든 보고 있는 장면을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으려면 서사와 현실의 자신 사이에 충분한 안전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거였음 그렇지 않으면 작품 속의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의 재현이 되어버려서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고... 프랑켄 객석에는 아무래도 여성 관객이 많을 텐데 ‘난 괴물’은 현대 대한민국을 사는 일반적인 인간 여성에게는 일어날 리 없는 지극히 허구의 이야기지만 ‘산다는 거’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런 감상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음 그런 의미에서도 오연에는 좀 바꿔오면 좋겠지만... 안 바꿔오겠지... 222 근데 또 한편으로는 까뜨의 경우는 다른 불행으로 치환을 한다 해도 피조물이 겪는 것과는 달리 결국은 ‘인간’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관련해서(?) 남자의 세계나 남자의 세계 맆을 보고 있는 객석의 관객이 그대로 격투장의 관객인 건가 싶기도 했음 (마치 너꿈속 넘버 마치고 앙리가 단두대에 사형을 당하는 동안 박수를 치고 있는 관객이 어떤 의미에서는 사형 장면을 구경하는 제네바 시민들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처럼...) 쟈크들 등장할 때 대놓고 객석에 인사를 하기도 하고, 에바가 불평할 때 아직 손님들 있다며 말릴 때도 좀 객석 쪽을 의식하고 말하는 것 같아서 와하하 웃고 노래며 앙상블 안무에 감탄하며 박수 치고 있지만 극 속의 피조물은 그 장면에서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관객을 포함해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싶어지는 그런... (물론 나도 볼 때는 와하하 웃기도 하고 박수도 침... 그렇지만 가만히 곱씹어 보면 뭔가 미묘하더라고.....)




남자의 세계 리프라이즈


마치 전투병기 같은 느낌으로 능숙하게 추바야와 싸우는 은괴 뒤로 술집 주인에게 어설프게 덤비던 은앙이 흐릿하게 겹쳐 보여서 슬픈 격투신... ㅠㅠ 2막이 앙리의 뇌를 가진 피조물에게 악몽과도 같은 공간이라서 앙리가 알고 있는 얼굴이 겹쳐 보인다는 설정이 주요 배우들이 전부 1인 2역을 하는 배경인데 거기에 더해 앙상블 배치까지 끝내주게 하는구나 싶었음...🤦🏻‍♀️ 특히 남세에서 목 꺾으려다 얼굴 보고 못 죽이는 격투사가 워터루에서 죽은 부상병이랑 같은 배우인 거랑 추바야랑 술집 주인이 같은 배우인 거는 진짜 과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듦 ㅠㅠㅠㅠㅠ 으아아아아!!!!!


난 괴물 직전 수도 없이 까뜨에게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핸까뜨는 잘 기억이 안 나고 봄까뜨는 살기 위해서 에바 눈치 보면서 에바가 보고 싶어하고 또 듣고 싶어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음) 까뜨를 바라보는 은괴에게서 아무런 원망이 보이지가 않아서... ㅠㅠ 어쩌면 그 원망 한 점 없는 은괴의 눈이 까뜨를 더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걸지도 모르겠음 ㅠㅠ


비록 자유를 위해 피조물을 팔아 넘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격투장에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는 다름 아닌 까뜨였으니까... ‘짐승’에게 양심이 어디 있냐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피조물이 마실 물에 독약을 탔지만 사실 까뜨야말로 피조물을 제외하면 격투장의 그 누구보다 짐승에서 거리가 먼 ‘인간’이었기에 쓰러진 피조물과 눈이 마주쳤을 때 격투장의 그 누구도 느끼지 않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참.....




난 괴물


에바와 쟈크가 자기들끼리 깔갈대며 격투장을 떠나고 나면 서글픈 바람소리가 한 자락 들리면서 경사면에 온몸이 뒤틀린 채 누워 있던 은괴가 “차가운 땅에~” 처연하게 노래를 시작하는데... 하..... 그러다가 “나의 신이여~ 말해 보소서~” 여기부터 은괴 목소리에 서서히 분노가 실리기 시작하면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팔을 들어 바닥을 쿵 쿵 내려치면서 경사를 기어 내려오는데... 그 바닥을 쿵 쿵 치는 소리가 마치 내 심장을 치는 것만 같았음... ㅠㅠㅠㅠㅠ “단지 취, 미로!” 여기 ‘취미’라는 단어를 짓씹듯 내뱉으면서 목뼈를 맞춘 다음 커헉, 소리 내는 거 보고 있으려니... 정말 이 존재는 인간을 뛰어넘는 군인을 만들기 위한 연구의 끝에 탄생한 피조물이로구나 싶었음.....


난 괴물은 그날그날 디테일은 다르지만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들었...) 기본적인 틀은 앙리의 기억이 (사실 피조물은 앙리의 뇌를 온전히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 사실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뇌 또는 두부이식이지만 일단 성공했으니 그렇다고 치차 - 앙리의 기억이 다 돌아왔든 일부만 돌아왔든 아니면 돌아오지 않았든 따지고 보면 기억상실 상태의 앙리인 건가 싶기도 하고...? 무의식도 결국은 뇌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보면 결국은 앙리의 무의식인 건가? 기억상실 상태에서 다른 자아가 생겼다가 나중에 기억이 돌아왔을 때 이미 정립되어 버린 다른 자아가 원래의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궁금한데 뇌 과학에서 그런 것도 다루려나? 아니야... 너무 깊이 들어가진 말자... 덬후는 이래서 문제야 휴.....) 거의 다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함


이야기가 잠깐 또 새는데 ㅋㅋㅋ 기억상실 후 다른 자아가 생겼다가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 관련해서는 그 자아가 과거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면 그 인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과거의 기억도 자신의 일부로 융합되는 거고 그렇지 못하다면 별개인 게 맞는 것 같음 (참고: “이 의식이 과거의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 미칠 수 있는 그만큼 그 인격의 정체성이 확보된다. 그것은 지금도 그때와 동일한 자기인 것이며 그 행위가 행해졌었던 것은 지금 그것에 대해서 반성하는 이 현재의 자기와 동일한 자기에 의해서이다." - 존 로크 <인간지성론>)


그러니까 은괴는 아마도 은앙의 기억을 거의 다 떠올렸지만 최종적으로 그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그 이름은 내 이름이 아니야”) 은괴는 결국 은앙과 별개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음 근데 그럼에도 은괴에게는 때때로 무언가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밀려오는 순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도 너무나 혼란스러운 순간도 있었을 거고... 그럴 때마다 웅크려 깨질 것처럼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아니야, 나는 앙리가 아니야...’라고 수없이 되뇌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상상하면... ㅠㅠㅠㅠㅠ 은앙맘이자 은괴맘은 둘 다 안타까워서 그저 울어요 ㅠㅠㅠㅠㅠ (지나가세요, 프로과몰입러임니다 222)


나는 기억에는 감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결국은 다 뇌의 작용이니까) 기억의 조각조각마다 은앙이 느꼈을 감정도 은괴는 모두 다 함께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함 ㅠㅠ 빅터를 만나기 전까지 은앙의 삶을 내내 지배해왔을 지독한 고독, 빅터를 처음 만났던 순간의 당혹스러움, 빅터가 제시하는 반짝이는 미래를 듣고 또 그 이야기를 할 때 보인 당당한 눈을 보며 거부할 수 없었을 강렬한 끌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서서히 커졌을 삶에 대한 미련, 엘렌에게서 빅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꼈을 어린 빅터에 대한 안타까움, 한잔술에서 비로소 과거를 터놓으면서 느꼈을 후련함과 상대에게 받아들여졌다는 안도감, 그 기쁨이 오래 가기도 전에 빅터가 장의사의 머리를 내려친 그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갈등, 그리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찾아왔던 인간적인 두려움과 그럼에도 죽음을 직면할 수 있게 했던 강렬한 바람까지도 전부, 전부 다.....


명백히 내 것이 아닌 - 그렇지만 또 엄밀히 따지고 보면 내 것이 맞는 걸지도 모를 - 기억과 감정이 의사와 관계없이 밀려들어 온다는 게 대체 어떤 기분일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감... 내가 봤을 때에는 기억에 더해 감정까지 확 밀려와서 순간적으로 동화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 어쩌면 이게 앙리가 돌아오는 거라면 돌아오는 걸 수도 있을 것 같고? - 후기로만 접하는 요즘의 난 괴물 노선 중 하나(...)는 은괴가 감당할 수 없이 쏟아지는 은앙의 기억에 고통스러워하면서 끝까지 저항하는 느낌인 것 같아서 너무 궁금한데... 나 왜 은괴 더 못 봐.....? (나는 불행하기에 악ㅎ... 으아아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내가 본 회차들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때도 거의 회차마다 디테일은 달랐지만 기본적인 틀은 밀려오는 기억 속에 떠오르는 빅터의 이름을 부르면서 살아 생전 앙리가 해 뒀을 손목 접합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그리고 앙리 사후에 빅터가 했을 목의 접합부를 만지면서 서서히 은앙의 눈과 은앙의 얼굴이 되어 서럽게 우는 거였음... 과연 이걸 앙리가 돌아온 거라고 볼지 아니면 앙리의 기억이 밀려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 뇌가 기억하고 있는 대로의 앙리의 눈과 얼굴이 되는 거라고 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후자라고 생각하면서 봤음


그러다가 마지막 “나 그 꿈 속에 살 순 없었나~” 외칠 때 쯤이면 어떤 날은 초반에 보였던 분노로 불타오르는 눈과 얼굴로 돌아와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아직도 슬픔이 가득한 눈과 얼굴이었는데 두 노선 다 좋았지만 (후술하겠지만 여기서는 은괴가 아직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돈을 겪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부분만은 여전히 마치 은앙이 돌아온 것만 같은 눈과 얼굴로 슬퍼하고 있을 때가 더 훅 다가오긴 했음 너꿈속 “너의 꿈에 살고 싶어”와 난 괴물 “나 그 꿈속에 살 수 없었나~”가 완벽하게 대비가 되어 버린다는 게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포인트였다 ㅠㅠㅠㅠㅠㅠㅠ 이 극의 주연이 전부 1인 2역이긴 하지만 두 역할 사이에 실제로 연결고리가 있는 건 앙리-괴물 뿐이고 다른 인물들은 앙리-괴물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설정(=괴물이 앙리의 뇌를 가졌기에 아는 얼굴로 등장)이라서 1막 앙리과 2막 괴물 사이의 이 연결고리를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로 표현하는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었음


은괴에게 은앙의 기억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원작의 피조물이 숨어서 지켜보면서 부러워했던 인간 가족의 모습이 은괴에게는 은앙의 기억이었던 걸지도 모르겠음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기억하는 창조주와 은앙의 기억을 통해 엿보는 빅터 사이의 괴리가 은괴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를 생각하면... ㅠㅠㅠㅠㅠ


별개로 앙리는 과연 자신의 목으로 생창을 한 빅터를 원망할까, 아니면 원망하지 않을까? 사실 잘 모르겠음 그걸 판단하기에는 앙리에 대해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어서 (뮤지컬 <앙리 뒤프레> 주세요... 아니 주지마... 아니 주세요... 아니...) 물론 모두의 안에는 각자의 앙리가 있을 것이고 그 앙리는 저마다 다르겠지 (이건 뭐 비교적 많은 정보가 주어진 빅터나 피조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은앙은 은괴가 겪은 그 모든 참혹함을 목도했다면 마음 아파했을 거라고 생각함 비록 신에게서는 등을 돌렸을지라도 인간은 사랑하는 걸 그만둘 수는 없었던 그 다정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ㅠㅠ 내 안의 은앙은 빅터가 자기 머리로 생창을 한 것 자체는 상관 없지만 (어쩌면 자신이 아는 빅터라면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 이후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탄생한 피조물이 겪어야 했던 삶에 대해서는 마음 아파하며 깊이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듦


근데 피조물이 불타버린 격투장을 다 뒤져서 빅터의 코트랑 실험일지를 찾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또 모르겠단 말이지... 빅터가 그렇게 신을 원망하면서도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신에게 들으소서라고 외쳤던 것처럼 피조물 또한 창조주를 그렇게 원망하고 또 원망하면서도 결국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랐던 걸지도... 역시 닮았어 이 둘.....




살인자 리프라이즈


슈테판 시장 실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빅터가 “그래서!!!” 외치면 도망자 당시 피조물과의 대화로 시점이 바뀌었다가 (아마도 빅터의 회상이겠지?) “대체 무슨 소리야!!!” 외치면 다시 슈테판 시장 실종에 대한 대화로 돌아오는 연출 좋았음


“난 불행하기에 악하다.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이 말이 불행하다고 다 악하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실제로 피조물은 도망자에서 엿볼 수 있듯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불행하긴 했지만 격투장에서 에바의 눈치를 보며 격투를 이어갈지언정 결국 상대방을 죽이진 못했으니까... (요즘 사춘기라는 걸 보면 처음에는 죽였던 걸로 보이긴 한다만... 아마도 조금씩 앙리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무의식적으로 살인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나는 상처가 피조물의 정체성이 결정되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피조물은 악한 존재가 되기로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음


“자식같이 키워줬는데~” 이 부분 어쩌면 피조물이 군중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선동하고 빠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해 봤음 줄리아 죽이고 사냥꾼 목소리도 흉내내는 피조물인데 이거라고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아니었더라도 제네바 사람들이 이상한 건 변하지 않지만(...)




그날에 내가


이 부분의 프랑켄슈타인 남매가 절절하고 안타까운 것과는 별개로 “하지만 기억해~ 넌 특별해~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진 꿈을 꿀 수가 있어” 이 가사 들을 때마다 (그러고 보니 평시에서 줄리아도 빅터를 가리켜 ‘특별’하다고 표현했던 듯?) 엘렌이 빅터에게 이렇게 말해준 게, 또는 빅터가 엘렌의 이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게, 빅터가 생명창조 연구의 길을 계속 가는 데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아서 뭔가 묘한 기분임... 물론 엘렌도 어렸고 지금 당장은 숙부님을 거스를 방법이 없어 홀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동생이 그렇게라도 생각하며 버틸 수 있기를 바라서 그렇게 말했던 거겠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빅터 얘를 그렇게 혼자 유학을 보내면 안 되는 거였어...🤦🏻‍♀️


내가 보기엔 빅터한테 필요한 건 “너는 특별하고 그렇기에 무엇이든 꿈 꿀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아니 극 중 여러분들 다 보셨잖아요... 애가 얼마나 엄마를 살리고 싶어했는지, 그래서 줄리아의 강아지도 살려낼 정도로 어느 정도 실현가능한 궤도로 들어서기까지 했다는 것도... 그럼 이 아이의 ‘꿈’이라는 게 뭔지 알았을 텐데 그걸 그냥 그대로... 하.....) “너한테 일어난 슬픈 일들은 ‘너’라서 일어난 일이 아니며 너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냥 너인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었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 떠난 사람을 잘 떠나 보내고 남아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줘야했는데... 마녀의 자식이라며 불길하다고 애를 혼자 멀리 보내 버리고 나니까 결국 이 사단이 난 거라고 ㅠㅠ 하여튼 근본적으로 어른들이 문제야... 특히 숙부 당신 말이야, 당신!!!


여기도 연출 좋았음 외소이에서 한 번 보여준 걸 다시 보여주면서도 조금씩 관점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어린 줄리아 행동도 조금 달랐던 듯? 외소이에서는 그냥 슈테판에게 끌려가는데 그날의 내가에서는 결국 뿌리치고 다시 오지 않았나? 암튼...) 어른 빅터가 어린 시절처럼 룽게 손에 이끌려 가다가 훅 옆으로 빠지면서 이게 어른 빅터에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느낌인 것도 좋았음 그리고 마지막에 어른 빅터가 누나! 라고 불렀던가? 암튼 그러면 동생을 떠나 보내고 어린 애처럼 엉엉 울면서 걸어가던 엘렌이 (아니 따지고 보면 엘렌도 그때 어린 애 맞았지 ㅠㅠㅠㅠㅠ) 무슨 소리가 들린 것처럼 뒤를 돌아 보는데 사실은 이미 일어난 과거의 일이니 연결되는 일 없이 그대로 엉엉 울면서 들어가는 엘렌과 그런 엘렌을 바라보면서 무너지는 어른 빅터의 모습이... ㅠㅠㅠㅠㅠ 그리고 그 울음소리가 상처 도입부의 어린 빅터 울음소리로 이어지는 것도 좋았음




상처


사실 나는 난 괴물에서 앙리의 흔적이 짙게 느껴지면서 끝난 날에도 결국은 상처에서 최종적으로 은괴는 오롯이 피조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고 생각함 (물론 은앙의 기억을 다 떠올려버린 이 존재는 난 괴물 전의 은괴와는 결코 동일한 존재일 수는 없겠지만) 난 괴물이 분노로 끝난 날은 지나가던 인간 아이 내지는 어린 빅터, 슬픔으로 끝난 날은 어린 앙리를 없애 버리고 (근데 기본적으로 상처의 어린 아이를 셋 중에서 뭘로 해석하든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피조물이 자기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인간성’ - 이 극에서 ‘인간’이라는 작자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 잘난 ‘인간성’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 차치하고 - 을 버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긴 해서 어느 쪽이든 의미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는 않긴 하지만) “한 괴물이 있었네~” 처음으로 스스로를 ‘괴물’로 지칭하면서 정체성을 최종적으로 확립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으면서도 암전되고 허밍하면서 우는 거는... 아이고 ㅠㅠㅠㅠㅠ)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인간이 아닌데 ‘인간성’을 버릴 수가 있나? 애초에 ‘인간성’이란 대체 뭐지? 피조물 안에 남아있던 인간을 동경(...)하는, 인간과 어울리고 싶었던, 인간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봐야하는 걸까?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처럼 되고 싶었고 그러나 인간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존재가 비로소 자신의 별개의 ‘자아’를 정립하는?


상처 도입 시점에서의 은괴의 자아는 여러모로 모호한 상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사실 난 경험이 없어서 상상을 해보려고 해도 잘 안 됨 ㅠㅠ 갑자기 머릿 속에 밀려들어오는 전혀 모르는 타인의, 그렇지만 찬찬히 따지고 보면 이 머리의 주인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의 기억을 나라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약 여기서부터 이미 피조물로서의 자아가 완전하게 확립되어 있었다면 빅터를 ‘친구’로 지칭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또 한편으로는 여기서 ‘친구’가 빅터가 아니라 앙리의 기억을 다 알게 된 피조물 입장에서 앙리를 지칭하는 거였을까 싶기도 한데 역시 상처 가사를 보면 내 친구=한 인간=빅터인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역시 모르겠음 사실 내가 궁금한 건 배우나 관객의 해석보다 (그건 이미 충분히 많아서) 연출이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인데 안 알려주겠지...


암튼 “내 친구... 저 별이 되고 싶어 했어...” 여기서 내 친구를 기본적으로 빅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러면 또 잘 안 와닿는 부분이 ”하지만 깨달았지 준비가 안 된 거야” 여기였음 과연 빅터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볼 수 있나? 그나마 후회? 아니 근데 내 기준 후회에서도 자신이 만들어 낸 피조물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그냥 오롯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내 안의 빅터 이미지 무슨 일...) 난 빅터가 마지막 북극에서도 자신이 생명을 창조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러니까 북극에서도 죽어가는 은괴 붙잡고 주구장창 은앙만 찾고 있지(...) 물론 은괴가 빅터들을 그렇게 만든 측면이 크긴 하지만(...)


은앙의 기억을 다 떠올린 은괴 입장에서 보면 마찬가지로 ‘은앙의 기억’ 또한 은괴의 지난 삶에 대해서 다 알게 되었을 텐데... 이게 참 어지럽게 뒤섞여서 글로 깔끔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뭐라고 해야할까, 관객인 내가 아는 은앙이라면 피조물의 삶을 목도하고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을 것 같은 것처럼 은괴가 알게 된 은앙도 그랬을 것 같다는 관점에서?) 은앙의 기억을 가진 은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준비가 안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친구’는 은앙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근데 사실 연출은 그냥 빅터라고 생각하고 썼을 것 같긴 한데, 근데 또 연출이 북극에서 계속 앙리를 찾는 빅터들한테는 괴물은 앙리가 아니니까 앙리라고 부르지 말라고 디렉을 했다는데... 그걸 생각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됨 ㅋㅋㅋㅋㅋ)


어쩌면 상처는 난 괴물 이후 피조물이 빅터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도망자-살인자 맆을 거치면서 그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피조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순간으로 형상화한 것 같기도 했음 최종적으로 피조물이 호수로 밀어버린 그 아이는, 지금까지는 “공격을 받아서 그에 반격하거나” (또 다시에서 룽게 물어뜯은 거) 아니면 “생존을 위해서나” (지금은 잘리고 없는 도망자 가사를 보면 어쩌면 살기 위해 인간도 먹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음) 또 아니면 “그러면 안 되는지 모르고 무서운 사람이 하라고 하니까” (남자의 세계 전에는 일일이 에바 눈치를 보면서 사람을 죽였을 것 같음) 사람을 죽인 적은 있었어도 “명확하게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한 생명을 죽인 적은 없었던 피조물이 창조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살인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음 그 부분을 자기 안에 그대로 둔 채로는 복수를 행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자기 손으로 버려 놓고는 암전이 되고서야 비로소 허밍하며 흐느끼는 은괴... ㅠㅠㅠㅠㅠ


근데 동시에 나는 이게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이 장면의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음 은괴가 실제의 아이를 호수에 밀어 넣었든 아니면 자신의 내면 속에서 무언가를 상징하는 아이의 심상을 밀어 넣었든 - 물론 보는 관객에게는 다를지 몰라도 - 어느 쪽이든 은괴에게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한 첫 번째 살인이 된다는 점에서 사실 다를 건 없지 않은가 싶음 요는 죽은 게 실제의 인간 아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금까지는 몰라서 또는 방어 목적이 아니고서는 생명을 취한 적 없던 피조물이 처음으로 의도적 살인을 실행에 옮겼다는 게 포인트라고 보기 때문에... 이 장면을 한 시점이 아니라 과정의 형상화라고 생각해도 마찬가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고 다만 그때는 첫 살인이라기 보다는 살인의 총체겠지


애초에 나는 앙리맘이자 괴물맘이지만 얘한테 잘못이나 죄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잖음? 자기는 불행하기에 ‘악하다’고... 이 존재가 그러기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는 지점이기에 상처가, 그리고 여기서 피조물이 하는 선택이 안타까우면서도 또 괴물맘이기에 애틋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뉴컨 은괴 상처 박제 좀... 물론 안 주겠지만 ㅠㅠ) 자첫하기 전에는 어렴풋하게 의미만 알고만 있던 장면인데 실제로 보니 이렇게 중요한 장면인지 몰랐음 ㅠㅠ


예전에는 넘버 순서가 [절망-후회-상처]였다고 하고 그걸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이 봤는데 (나는 안 봐서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내 안의 상처는 극에서 어느 위치에 있든 극 속에서 시기적으로 보면 난 괴물과 도망자 사이라고 생각해서... (어쩌면 피조물이 마지막으로 복수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빅터에게 주려고 했던 바로 그 시점? 내피셜로는 도망자 때는 슈테판 시장이랑 엘렌이 별장? 산장? 에 갇혀있기는 했지만 죽기는 전이었을 거라고 생각함 그 대화가 둘에게는 마지막 분기점이었던 거... 물론 나는 거기서 빅터가 피조물을 인정했다고 해도 은괴가 창조주랑 사이좋게 살 수 있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그랬다면 홀연히 북극으로 떠나서 오로라 보고 까뜨 그리워하다가 그대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까... ㅠㅠ)


물론 내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상처에서의 은괴 목소리가 다른 괴물 넘버 때와는 사뭇 다른 것도 한 몫했을 것 같고... 아니 난 정말 처음 극장에서 은괴 상처를 들었던 순간의 충격을 잊을 수 없을 듯... 목소리가... 목소리가..... 그냥 내게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그것이었어 ㅠㅠ) 극에서 어느 위치에 있든 크게 상관은 없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떤 특정 시점이라기 보다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역시 북극 바로 전에 있었다면 그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했을지 나는 잘 모르겠음 북극 직전에 모든 걸 다 회상하는 느낌이었으려나? 역시 잘 모르겠다... 극으로 이어서 봤으면 알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냥 머릿속에서 바꿔 보는 걸로는 잘 모르겠음 근데 이게 최종본이라니 아마도 나는 앞으로도 볼 수 없겠지? (그래도 도망자랑 절망은 원래대로 돌려주면 안 될까.....?)


은괴는 관객을 포함해서 인간의 동정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 같았음 (뭔가 객석에서 은괴 불쌍해 ㅠㅠ 하고 울고 있으면 영혼이 된 은괴는 그런 관객들=인간 보면서 “고귀한 척 집어치워!!(feat. 절망)”라고 할 것 같기도 한 그런? ㅋㅋㅋ)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간은 사실 스스로 오롯이 존재할 수 없는 - 표현이 너무 극단적이라면, 존재하기 어려운 - 존재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곳에는 직전 북극에는 인간이 아무도 없어서 자기자신이 인간이라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까뜨 대사도 그런 늬앙스를 풍기고 아까도 말했지만 카프카의 <변신> 생각도 났음 물론 이 경우는 외형부터 벌레가 되어버려서 그런 것도 크겠지만... 암튼 그렇게 생각하면 또 한편으로는 인간이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존재에게는 얼마나 멋대로 친밀감을 가지는가 싶기도 하고? 사실 피조물도 외형이 ‘인간형’이니까 그렇지 과연 얘가 이런 형태가 아니었으면 과연 관객이 이 존재를 불쌍하게 여겼을까 싶기도 함 또 상처에서 빠뜨린 게 ‘인간’ 아이가 아니었다면 관객들이 그렇게까지 놀랐을까 싶기도 하고? 좀 삐딱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ㅋㅋㅋ 결국은 인간이니까 ‘인간’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암튼!) 은괴는 그러기를 거부했다는 점에서도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음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원작의 피조물이 창조주에게 바랐던 것이 자신과 동일한 존재를 만들어달라는 거였다는 걸 생각하면 뮤랑켄의 피조물은, 아니면 은괴는, 원작의 피조물보다도 더 ‘인간’과 거리가 먼 존재 같기도 함)


어린 아이를 호수로 밀어넣고는 가만히 수면을 내려다 보면서 이제는 정말 스스로의 선택으로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걸 절감했겠지... 은괴는 물에 빠진 아이를 바라본 걸까 아니면 수면에 비친 이제는 ‘괴물’이 되어버린 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한 괴물이 있었네~” 그저 ‘인간’이 아닌 존재로 칭하던 스스로를 처음으로 ‘괴물’로 지칭하기 시작해서 자신이 감히 이 단어를 입에 담아도 되는 건가 망설이는지 머뭇거리다 “행복... 그런 게 있을까.....?” 겨우겨우 이어가는 걸 듣고 있노라면 은괴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선택한 길의 끝에 행복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도 같았음 ㅠㅠ 그리고 암전 속에서 이어지는 울음 섞인 허밍을 듣고 있노라면... 결코 피조물에게 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또 이게 과연 피조물만의 잘못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아니 물론 얘가 잘못을 하긴 했지... 그치만 우리 애(맞음 3살임)가!!!!!


이 글을 거의 다 쓴 시점에서 추가로 쓰는 파트! 도망자 재회 때는 피조물이 아직 숙부님을 죽인 건 아니었더라도 숙부님의 사냥개는 이미 처참하게 죽인 거였다는 걸 생각하면 피조물의 의도적 ‘살인’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나도 결국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구나 싶음 상처에서 아이를 밀어 죽인 게 실제든 아니든 피조물의 마음 속에서 그것이 의도적인 살인임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복수 또한 실제로 숙부를 벌써 죽였든 아니든 그런 방식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시점에서 아주아주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았던 걸지도...? (물론 실행에 옮기고 아니고는 중요한 문제고 당연히 그 둘이 같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상처의 시점이 극 속에서 언제에 해당하며 (개인적으로는 도망자 재회 직후 숙부 살해 직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걸 계기로 피조물이 '인간성'을 버리고 일종의 각성을 한 거라고 굳이 해석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음... 어쩌면 나도 말로는 피조물이 스스로도 악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떻게든 은괴 편을 들어 보려고 이런저런 방향으로 생각을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정작 은괴는 정말로 내가 편들어 주든 말든 신경 안 쓸 것 같은데 말야... ㅠㅠ


원작에는 피조물이 창조주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살인을 감행하면서도 고통스러워했다는 고백이 나오는데 피조물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뮤랑켄에서는 상처가 그 고백을 대신하는 걸지도? 초연 연습할 때 은괴가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계속 우는 걸 보고 피조물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원작을 보고 나니 왜 진작에 그 부분을 살리지 않았나 싶기도 했음




절망


“왔는가~ 나의 창조주~ 절망에 무너진 자여~~~” 내가 정말 사랑하는 저음 ㅠㅠㅠㅠㅠ “고귀한 척 집어치웤!!!” 내뱉는 듯한 대사처리 사랑하고 또 사랑하구요... “아직 아냐앜!!!!!” 호통도 정말 사랑합니다... 부디 사는 동안 대사처리 적재적소에 많이 해주시고 호통도 많이 쳐 주세요 ㅠㅠ


단하미에서의 구도가 완전히 뒤집혀서 피조물이 다리 위 망가진 생창기계 앞에 서서 창조주를 내려다 보고 있는데 은괴 포스 무슨 일이야... 내가 빅터였으면 진짜 신의 심판을 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긴 했음 신에게 축복이 아니면 차라리 저주를 퍼부어 보라며 당당하게 외치던(<생창>) 그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용서받지 못할 실수들이라 칭하면서 신이 계신다면 들어달라고 울부짖는 게(<후회>) 납득이 가고도 남는 은괴의 포스...


일단 피조물이 노래로 대사로 ‘복수’라고 말하니까 (”복수를 원해” ”복수는 이제부터~” “이게 나의 복수야”) 그렇게 쓰고는 있지만 은괴의 복수에는 - 물론 난 괴물 때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내피셜로 피조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지금에 와서는 - 개인적인 ‘감정’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음 날 이렇게 만든 창조주라는 인간이 막 너무 원망스럽고 그래서 미치도록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고 그런 것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의 무언가? 많이들 은괴의 복수를 두고 심판이나 신벌이라고 말하는 게 어째서인지 알 것도 같았던 게 나는 은괴의 ‘복수’를 보면서 이제 ‘피조물’로 스스로 존재하는 은괴가 자신과는 다른 종이자 창조주인 ‘인간’ 빅터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아니 근데 질문이라고 쓰니까 표현이 너무 온건하군 ㅋㅋㅋ 그럼 심문? 뭐 암튼!) 창조주 당신은 탄생 다음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은 채 덜컥 나라는 생명체를 - 심지어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 이 세상에 만들어 내고 또 그렇게 태어난 내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자 이번에도 또 내 의지와는 관계 없이 세상에서 없애려고 한 당신의 행동이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이 옳았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따져 보고 싶은 듯한? 물론 은괴가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지... (너도 창조주 닮아 답정너인 거니...?) 그건 교만한 행동이었다고


어쩌면 빅터는 저 존재를 자신이 만들어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음 앙리가 살아 돌아왔다 = 내가 생명창조에 성공했다는 기쁨은 잠시였고 극 내내 빅터를 지배하는 건 두려움이라서... 사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어떤 의미에서는 피조물의 탄생 그 자체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빅터에 대한 신의 시험? 심판? 같다는 생각도 하는 편이라... 물론 그렇다고 이게 은괴가 신의 심판임을 인지하고 그 의지를 대리한다는 건 아니고 은괴에게는 물론 그 자신을 위한 복수 - 라는 이름의 심문? 추궁? 뭐 암튼 그거! - 지만 그냥 피조물의 존재 자체가 신의 안배라는 의미에서의 심판인데, 다만 은괴의 초월자적 분위기(본체의 홀리함 + 감정을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노선)가 그런 면을 좀 더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또 좀 슬퍼지는 게... 그렇다면 이 피조물은 자신이 인지하는 창조주(”빅터”)에게는 너는 내가 생각한 대로의 피조물이 아니라며 버림을 받았고 자신이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창조주(”신”)에게는 그저 다른 피조물을 심판하기 위한 도구였던 건가 싶기도 해서 ㅠㅠ 그럼 피조물의 삶의 의미는 대체 어디에 있나요...? (그의 창조주시여~ 뭐라 말 좀 해봐요~ 아... 은괴가 스스로 결정했다고? 뭐 그럼 오케이!)


절망에서 끊임없이 차라리 여기서 당장 날 죽이라고 외치는 빅터를 보고 있노라면 더이상 굳이 살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는 상태인 것 같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워터루 전의 은앙이랑 비슷한 상태 같기도 했다... 능동적인 ‘죽고 싶다’와 수동적인 ‘굳이 계속 살고 싶지는 않다’는 정말로 다른 거구나 싶기도 했고


근데 빅터 얘는 대체 진짜 왜 이 시점까지 와서도 피조물한테서 앙리를 찾는 걸까 싶다가도 (”난 이곳에서 꿈을 꿨지 너와 함께” 여기서 ‘너’가 피조물은 아닐 거 아냐)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걸까 싶기도 하고? 사실 아직도 모르겠음 도대체 빅터 얘는 대체 이 존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 어쩌면 뭐로 보고 싶은 건지가 더 적확한 질문이려나? 앙리로 봤다가(피조물 탄생 직후: “앙리...”) 앙리가 아니라고 했다가(또 다시: 정말 앙리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바로 쇠사슬로 목 졸라서 죽일 생각은 안 했겠지 그리고 국경지대까지 샅샅이 뒤져가면서 죽이려 하지도 않았을 거고) 또 다음 순간에는 앙리로 봤다가(도망자 전 재회 직후: “앙리...” “그건 오해야, 앙리” 2연타) 또 앙리가 아니라고 했다가(그날에 내가 전: “그 놈 짓이야! 막아야 해!!!”) 또 앙리로 봤다가(절망: “난 꿈을 꿨지 너와 함께”) 또 아니라고 했다가(오늘 밤엔: “그놈은 인간이 아니야”) 또 앙리라고 하는(북극: 빅터들의 끊임없는 앙리 찾기)... 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것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 (???: 빅터...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아니 근데 원작 빅터는 두 번째 생창을 시도할 때는 첫 번째 생창 때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어느 정도 깨닫는 것 같았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잘 모르는 또 다른 존재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는 고백이나 첫 실험 당시에는 일종의 광기에 사로잡혀 작업의 결과만 생각했었다는 고백 등) 여기 빅터는 줄리아의 강아지에 이어 앙리까지 그렇게 된 걸 보고도 다시 엘렌을 살리려고 한다는 게 참... 물론 얘가 그만큼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견디는 못하는 존재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긴 하지만서도(...) 근데 그래서 만약 엘렌이 살아나서 또 초반의 피조물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하면 그때도 또 자기 손으로 목을 졸라 죽이려고 들었을까? 그 대상이 엘렌이었더라도???




오늘 밤엔


빅터가 줄리아한테 “절대로 널 두고 죽지 않아 나를 믿어줘” 약속하는데... 응... 그 약속 지키긴 했네... 줄리아가 먼저 죽었으니까(...) 그나저나 우리도 괴물새끼 면상 좀 보자는 마을사람 말에 빅터가 화내는 거 보는데 어쩐지 피조물이 앙리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음


아니 근데 “그 놈은 인간이 아니야~ 그 놈은 악마야~ 잔인한 살인마~ 걸리면 쏴 버려~ 오늘밤엔 끝을 낸다~” 여기 단하미 맆인 것도 좀... 덬간적으로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여?????




북극 + 나는 프랑켄슈타인


나한테는 극 속 인물들이, 그리고 더 나아가 극 바깥의 관객들이, ‘괴물’에게 얼마나 ‘앙리’를 투영하는지가 다 다르다는 게 새삼 재미있기도 하고 또 흥미로운 포인트였음 예를 들어, 은괴가 은앙의 목소리를 내면 앙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괴물이 앙리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새삼 후기를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왜 우리는 (물론 나도 포함) 괴물의 목소리, 앙리의 목소리 이렇게 딱 구분해서 생각하려는 걸까 싶기도 했음 물론 나도 마지막의 “빅터... 내 친구...”는 기본적으로 은괴가 은앙의 모습을 흉내냄으로써 빅터들 멘탈을 박살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 외의 장면에서 (물론 배우가 같고 또 무엇보다 은괴는 배우 본인이 의도적으로 구분을 두고 연기하지 않으므로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은앙의 톤이 들리면 그 자체를 은괴의 목소리라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는 걸까 싶은? 나 스스로도 그렇지만 암튼...


앙리의 기억이 돌아왔다면 어떻게 빅터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면서도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기본적으로 앙리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서 피조물이 앙리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고 내 안의 앙리도 이 모든 일에 대해서 빅터에게 직접 복수를 감행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와는 별개로 앙리였다고 해도 빅터에게 복수를 하고 싶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함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건 살아있는 동안의 앙리였지 그 이후로 벌어진 일을 다 겪은 다음의 앙리가 여전히 우리가 아는 그 앙리일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물론 그건 각자의 앙리가 다 다를 테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만!) 그 의견을 보기 전까지는 나한테 도망자-절망-북극의 그 존재는 스스로 피조물이기로 결정한 존재라 걔의 복수는 빅터로 하여금 자기 손으로 소중한 친구를 (어쩌면 다시) 죽임 + 그 결과 가장 두려워했던 것처럼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만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의견을 보고나니 갑자기 문득 빅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러니까 빅터 입장에서 보면 또 다시에서 룽게가 죽고 난 직후에 이 존재는 ‘앙리’가 아니라 ‘괴물’이라고 판단하고 그래서 쫓고 쫒아서 결국은 북극에서 자기 손으로 죽였는데 (근데 그랬으면서 중간중간 앙리라고 생각하는 오락가락을 보여주긴 했지만...) 피조물이 그렇게 의도한 결과 빅터 눈에는 피조물이 아니라 앙리로 보이는 걸 텐데 그러면 “이게 나의 복수야...” 이 대사까지도 죄다 은앙이 말한 것처럼 들렸을 거 아냐... 이해가 안 된다는 관객만큼이나 빅터도 현실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겠지 싶기도 함 ”앙리가 나에게 복수를...?” 그렇게 생각하면 이거 정말 제대로 지독한 복수구나 싶기도 하고 (근데 뭐 도망자에서 자신이 앙리의 죽음을 결과적으로 방관하게 되어버린 것에 대해 내심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그렇게까지 충격은 아니었을지도.....?)


생각해 보면 뮤랑켄의 피조물은 참 모순적인 존재 같음 (뮤지컬이 원작을 아주아주 잘 가져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 부분의 상상력만큼은 정말 흥미로움 피조물이 가장 친한 친구의 머리로 만들어진 존재라면? 이라는 발상 자체는 정말 흥미로움) 앙리의 뇌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지금 당장은 앙리의 기억을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다 기억해 낼 수도 있는 가능성은 영원히 안고 있는 존재가 되는 건데... 이 존재를 과연 뭐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처음 기억이 밀려들어오는 순간은 마치 피조물로서의 자아에 대한 침범처럼 느껴질 것 같은데 마치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듯이 하나하나 더듬어가서 앙리의 기억을 모두 떠올리고 나서도 그때에도 피조물이 정말 온전히, 별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내피셜로 피조물이 사라진 3년의 시간 중에서 난 괴물까지의 일은 아무리 늦어도 전반부에는 끝났을 일일 거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렇게 앙리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려 버린 피조물이 홀로 그 기억을 어떻게 소화해 냈을지를 상상하면 마음이 참... ㅠㅠ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별개의 자아를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뒤늦게 기억을 찾으면 그 기억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실제 사례가 궁금한데, 근데 또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억을 잃어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이 위협받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니까 (왜냐하면 내가 기억을 잃어도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나를 여전히 나로 인지하고 있으므로) 역시 태어나자마자 뇌의 주인인 앙리와의 연결성을 바로 부정당하고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피조물이랑은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만약에 피조물이 탄생하고 빅터를 시작으로 엘렌, 룽게 모두가 그 존재를 기억을 잃은 앙리처럼 대했다면 그런 경우에는 세월이 지나 나중에 기억을 되찾은 피조물이 스스로를 앙리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기는 했던 걸까 싶기도 하고... ㅠㅠ 암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주변으로부터 연결성을 부정당한 은괴는 스스로도 연결을 부정했고, 그래서 나한테 은괴는 결국은 은앙의 기억을 다 기억해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은앙과는 별개의 존재로 스스로 정의내린 존재였음 ㅠㅠ 그래서 더 안쓰럽고 또 애틋하고 ㅠㅠㅠㅠㅠ


은괴의 마지막을 은앙을 흉내냄으로써 더 처절하게 복수한 거라고 보는 내 입장에서는 처음 은괴의 복수를 봤을 때 굉장히 자기파괴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을 했음 그렇게까지 자신을 지우고 복수를 성공해서 과연 너는 정말 행복한 거냐고... 죽어가는 은괴에게 마음 속으로 물어보고 싶기도 했고 ㅠㅠ 가장 처절하고 효과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서 그토록 간절히 싸우면서 지켜왔던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지워버릴 수 있다는 건데 뭔가 그런 모습마저 아이러니하게도 어딘가 은앙이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새삼 묘하기도 했고... 빅터와 그 꿈(나는 은앙에게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존재였다고 생각해서 그런 꿈을 꾸는 빅터가 은앙에게 태양 같은 존재였다고 보거든)에 대한 자신의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대신 죽는 걸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은앙도 어딘가 자기파괴적인 느낌이 있었어서...


근데 또 점점 곱씹을수록 또 한편으로는 은괴에게 정체성은 다른 존재의 인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정의내린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은앙로 생각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했음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했으니까 빅터를 포함해서 남이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했고? 근데 그러면서도 역시 마음 한구석에서는 앙리와는 별개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내가 괴물맘이라 그런가... ㅠㅠㅠㅠㅠ




커튼콜


은괴의 모습으로 나와서 객석을 향해서 손키스를 날리는데 이게 관극할 때는 열심히 박수치느라 몰랐는데 위멮데이 컷콜 사진 보니까 은괴 손에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 아마도 또 다시에서 룽게 물고 나서 자체 분장할 때 손에 묻은 핏자국일 텐데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분장이라서 안 지워지는 거겠지만 ㅋㅋㅋ 전지적 덬후 시점에서 과몰입해서 생각하면 피조물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은 살인이라는 죄의 흔적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했음... ㅠㅠㅠㅠㅠ


그리고 종종 말 나오는 건데 분장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 컷콜 때 앙리 옷 입고 나오면 진짜 대성통곡할 것 같음... 심지어 목에 접합부 분장 있는 채로 앙리 의상 입으면... 심지어 은괴는 은앙의 기억을 아마도 거의 다 떠올린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좀 너무... 너무 극악무도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한 번쯤은 보고 싶기도 하고 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어차피 해도 나는 못 보겠지... 어느 쪽이든 서럽고 또 서럽다..... 근데 어차피 그런 일 없을 테니 그냥 일개 덬후의 상상으로만 그치겠지만(...)


암튼 컷콜에서 형아미 뿜뿜하면서 동빅이랑 규빅 다정하게 안아주는 것도 좋았고 민빅이랑은 열과 성을 다해 진지하게 가위바위보 하는 것도 좋았음 ㅠㅠ 엘렌들한테 따봉 날려주는 것도 좋았고 ㅠㅠ 비록 객석의 관객들은 여전히 북극에 남아 있지만 그렇게라도 피조물이 빅터를 비롯한 나머지 인간 세상과 어울리는 평행세계를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엿보는 것만 같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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