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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0112 마티네 규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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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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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만의 공연인가, 얼마나 기다렸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얼마나 좋았는가 묻는다면.

대답해 드리는게 인지상정 (찡긋)

우선 빅터와 앙리의 서사 먼저 이야기하고 나머지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아마도 길이가 좀 있는 글이 될 듯.
주관적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보는걸 좋아해서,
오늘 공연보면서 느낀걸 적어봤어.


워터루
앙리와 빅터의 만남이 시작될때, 사실 둘의 관계는 시작부터가 대등하지가 않다. 나의 신념에 반하는 곳으로는 가지 않겠다고 앙리가 말하고 삼분도 지나기 전에, 그럼이대로 총살 당하겠다는 건가? 빅터가 묻는다. 둘의 관계는 채 오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결정되는데 앙리는 이미 죽음 대신 빅터와 동행하기로 선택하면서 부터 그 운명이 결정지어진 듯 했다. 무슨 일이든 따르고, 어떻게든 보답하겠다고. 어쩌면 스스로가 비겁하다는 생각을 하는듯 앙리의 얼굴에 경멸과 모멸이 섞였다. 본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것만 같은 그런 의지와 결연함도 함께. 그래서 이들의 동행이 좀 기대가 되었다. 시작부터.
포인트) 좌네의↗️ 능력에 유럽의 평화가 ↗️ 걸려있어↗️
웰링턴 장군에 이미 1차로 터지고 가까스로 웃음 수습하던 은앙
그걸 또 고대로 따라하는 규빅과 터지던 객석반응(호)


단 하나의 미래
결단코 오늘 1막에서 가장 두근거리던 장면이었던 단하미.
특유의 쿵쾅거리는 타악기 소리가 고조될때 규빅 은앙의 초고음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는데 사실 노래를 통해 서로 정해진 가사를 주고받으면서 그 장면에 설득력을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그 어려운 일이 일어나버렸다(!) 단하미는 서로 문답식으로 주고받는 대사로 이루어져있는데 오늘 그 한줄 한줄 가사들을 주고받으며 이어지는 티키타카(?) 혹은 표정을 통한 감정표현이 정말 좋았는데 특히

앙 : 대위님은 신을 믿지 않으십니까? (질풍노도 청소년기를 겪는 듯 허세와 공상과학에 절여진 염세주의자를 경멸하듯)
빅 : (이미 앞서서 풉 하고 다리 난간 짚으면서 가소롭다는듯 웃음)
(눈이 댕글 돌음)(반짝이며) 아니? 믿어?!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ㅅㅂ 니까짓게 내 저주를 알아? 라고 묻는듯)
앙 : (뭐 이 새끼가?)

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너무 좋았는데 (......)
각자 자기의 설득력이 확고한 두 사람이 첨예한 논리로 대립하다가 마침내 서로의 손을 잡고 단 하나의 미래를 외칠때 그 에너지가 정말 엄청났다. 그리고 이부분에서 붐감 특유의 그 쿵쾅거리는 연주가 오늘 정말 쩔어주게 좋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못본사이 연주가 이렇게 좋아질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 암튼 삼박자가 고르게 맞아들어가기 시작해서 좀 무서웠다. 어쩌려고들 이러지 싶어서.


(빨리감기)


나는 왜
사실 프랑켄을 볼때 나는 왜 장면을 이해하는건 제일 어려운 부분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수십번을 보면서도
'그럼 앙리의 목이 필요한거니?'
에 대한 빅터의 대답이 명확하게 떠오르거나 납득이 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매번 묻고 싶다. 두려운게 아니면, 네가 진짜 원하는게 뭐냐고.
사실 저 장면에서 빅터의 노선이 명확하면 극을 이해하기는 수월해지는데, 그렇게 되면 반대급부로 서사가 급격하게 단조로워진다. 단지 생명창조라는 과학적 목표와 자기 신념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와 혹시라도 내가 죽을까봐 두려우면서도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해 두려운게 아니라고 거짓 변명하는 나약한 인간 사이에서의 중심을 잡고 끌고나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규빅이 조금 달랐던건 그 둘다 아닌것처럼 느껴져서다.
누군가의 죽음이나 생명창조 자체 보다는,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다른 해결책이 없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는데 빅터는 괴물이 (정말로)(순순히) 죽을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쩌면 사실은 월터는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월터는 장의사가 죽였고 그가 먼저 살인를 저질렀으니 감형해 주십시오 라고 앙리가 말하면 받아들여졌을까? 아니면 숙부님을 찾아가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볼까? 뭐가 더 설득력있지? 를 고민하던 모습이랄까. 그래서 엘렌이나 룽게의 어설픈 추측이 이를 악물 만큼 빅터를 화나게 했고, 생각보다 자신은 무능하고 시간은 별로 없다는 것에 백기를 들고 내가 살인자-! 를 외치게 했다. 결국 나는왜에 대한 답은, 나는 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가.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이었달까.


너의 꿈속에서
사실은 앙리도 너무 초조하고 두렵고 도망가고 싶은데,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건 내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필귀정과 같은 논리가 앙리한테는 있었던걸까. 단하미에서 보여주었던 그 악수의 의미는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는 끝은 아니었는지, 이미 한번 죽을뻔 했던 내가 너로 인해 살았으니 내가 너를 대신해 지금 죽겠다는 그 숭고하기까지한 다짐을 하면서도 앙리도 역시 인간인지라 몹시도 떨고 두려워했는데 빅터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호흡을 가다듬고 싱긋 웃으며 여유를 정착하는 앙리의 모습에 대체 무엇이 그를 저렇게까지 희생 혹은 보답하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시간속에서 앙리는 기꺼이 자신이 죽겠다 다짐했고,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내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해도, 어차피 그날에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시 사는 내 인생도 없었을거야' 라는 가사에서는 마치 이앞을 예언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재관람자인 까닭에 어쩔수 없이 알고있는 앙리의 죽음 이후 예정된 운명을, 마치 앙리 본인도 알고 있는 것 처럼. 현실은 바람과는 다르게 그려졌고 희망보단 절망에 가까웠다. 다시 사는 삶이 행복했기에 후회없이 희생을 선택했던 앙리가, 불행하기에 악하고 악하기에 복수를 원하게 될만큼.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빅터와 앙리의 관계성이 1막에서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빅터의 생명창조 의미는 달라지게 되는데, 때로는 절대적인 신으로서 순수하게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도전이기도 하고 때로는 둘도 없는 유일한 친구를 살려야만 한다는 절박한 의지이기도 했다가 어떤 때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던져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발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의 규빅은 앙리의 죽음이 자신때문이라는 자책과 그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험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동시에 보였는데, 적당한 광기와 적당한 긍정으로 포장된 은은한 광기가 자기자신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미래 그 자체같았다. 반드시 실험에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는 너무나도 절절했는데, 반드시 앙리를 되살릴수 있다는 확신은 없어보였다. 그래서 그토록 처절하게 생명을 창조하고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앙리, 앙리, 이름을 불렀으나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가족과 다름없는 룽게의 죽음. 역시나, 앙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너무도 쉽게 그 목을 졸라 목숨을 끄려했다. 그 실험은 인간사체의 심장이 다시 뛰는 성공한 실험이었으나, 앙리를 다시 살릴수는 없었다. 또다시 깨닫는 자신의 무능에 그 분노가 괴물의 목을 조이는 쇠사슬을 통해 괴물의 몸부림으로 이어졌다. 지독하게 벗어나고 싶은 운명. 죽음이란 숙명을 받아들이지 못해 발버둥쳐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빅터는 그렇게 앙리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에 사로잡힌다. 그가 자신을 찾아 돌아올때까지.

초연 언젠가 유은 회차에서 유빅이 이 장면을 송두리째 바꾼 적이 있었다.
내가 생명을 살렸어!
이 한 문장이 기존까지 모든 공연의 흐름을 바꿀만큼 강렬했던 것은, 사실 창조와 살림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빅터는 한결같이 생명창조를 이야기 하는데, 사실 이미 죽은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실험이 성공했을때 그 생명이 본질적으로 새롭게 창조되었다고 보아야 하는것인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 빅터가 꿈꾸는 미래는 존재하는 인간의 불멸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연장되고 새롭게 탄생하는 새로운 운명의 창조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창조는 새롭게 만들어진 어떤 존재에 가까운데, 내 가족 내 친구의 죽음으로 다시 태어난 그 어떤 존재가 내가 알던 그 존재가 아니어도 빅터의 실험은 성공으로 볼 수 있을지. 서사의 설득은 새로운 창조보다는 기존 생명의 호흡 연장에 가까운 느낌인데 단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생명, 새로운 만듦을 이야기해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유빅이 실수인지 계획인지 내가 생명을 살렸어! 라고 말하는 순간 그 장면이 기억속에 지울 수 없는 장면으로 자리잡았었다. 오늘, 괴물의 포효가 지나가고 공허만 앉은 무대위에 본인의 새생명이 앙리가 아닌 다른 존재임을 깨달은 규빅의 허망한 표정위에 지난날 유빅의 모습이 겹쳐졌다. 적어도 오늘의 규빅은, 새로운 생명을 원한건 아니었으니.


도망자
괴물은 웃고있었다. 어떻게 살았고, 말은 누구에게 배웠으며, 또 어떤 능력들을 터득했는지. 뭘 먹고 어디서 자고, 누가 돌봐주기라도 했는지. 빅터, 너는 내가 궁금하지 않아? 네 친구의 얼굴을 한, 그러나 그는 아닌 내가. 3년이라는 시간동안 앙리의 모든 기억을 온전히 떠올렸으나 여전히 앙리는 아닌 괴물이 빅터를 향해 웃고있었다. 이 복수는 나를 위한 것. 빅터를 찾아오는 여정에서 괴물은 북극과 그 죽음까지를 계획했으리라. 받아들이기로한 자신의 운명, 그 예정된 죽음과 그로인해 완성될 복수가 제법 흡족해서였을까. 괴물의 웃음이 앙리의 미소를 닮았다. 너의 꿈속에서, 단두대에서 빛나던 그 미소와.


넌 괴물이야 / 난 괴물
괴물의 현실부정은 사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그 자체였을 것 같던 오늘의 괴물. 빅터가 자신의 무능과 인간의 죽음을 받아들지이지 못했다면, 괴물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어쩌면 빅터가 오지 않더라도 북극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할만큼.
넌괴물이야 장면이 그래서 더 잔인하게 다가왔는데, 필사적으로 머리를 가로저으며 떠오르는 기억을 부정하려 하는 괴물이 너무나 애처로웠고 끝내 까뜨린느마저도 인간이 만든, 쓸모없는 괴물이라는 낙인을 찍음으로서 괴물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난, 괴물이라고.

난 괴물에서 지금까지의 공연에서는 앙리의 기억을 (강제로) 가지게된 괴물의 모습을 많이 봤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두개가 마치 분리된 자아처럼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낯설었다. 분명 괴물은 본인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만들고 죽이려했던 창조주에게 극한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는데, 깨질것 같은 두통을 겪고 아이처럼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목놓아 엉엉 울고난 얼굴은 분명 괴물이 아닌 앙리의 얼굴이었다. 빅터를 떠올리는 눈빛도, 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반박할 수 없는 앙리의 모습이었어서, 단지 기억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괴물의 몸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았다. 당황스럽게도 괴물과 함께 앙리도 창조된 것이다. 마치 지킬앤하이드처럼....ㅋ...... 이것을 깨닫는 순간 괴물의 복수가 온전히 괴물의 것임을 확신했고, 북극에 이르러 총을 건네는 그 의지까지가 온전히 괴물의 복수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괴물의 그러한 의지를 앙리라는 또다른 인격은 고요한 침묵으로 동의한 듯 했다. 본인의 복수는, 괴물의 죽음 그 너머에 존재하므로.

지금까지 프랑켄을 수십번이상 보았고 난괴물에서 괴물이 인격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분명하게 분리된 인격이 보이자 또다른 서사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반복되는 공연에도 익숙함에 안주하며 수많은 난 괴물을 답습하지 않는 성실함과 그렇기에 매번 새롭게 탄생하는 괴물의 서사를 창조하는 은괴에게 정말 박수를 쳐주고싶다.


후회 / 절망
빅터의 슬픔이나 상처, 결핍에 대해서는 사실 잘 헤아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놓고 괴물의 삶 전체가 태생부터 죽음까지 온전히 불행하고 가엽고 일방적인 피해자처럼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빅터에게는 상대적으로 공감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규빅의 한계와 그 절망이 공간을 넘어 전해지는 듯 했다. 그래서 후회와 절망에서의 울부짖음과 분노가 더욱 잘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후회에서
(이를 악물고) 얼마나 더..(주먹으로 바닥을 쾅!)
(약간 흐느끼며) 얼마나 더... (넘버시작)
이장면이 진짜 압권이었다. 괴물의 탄생이후 내내 속죄하는 마음으로 불안한 삶을 지속하던 빅터가 그 불안이 파멸이 되어 삶을 조각내기 시작하자 그 죽음의 조각들로 가슴을 내리치고 난도질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만 같은, 그저 호흡만 남았을 뿐 그 어떤 희망도 의지도 남아있지가 않은 그런 삶. 빅터의 운명도 괴물만큼이나 가엽고 상처로 얼룩져있다고 생각했다. 북극으로 가는 길은, 그래서 복수의 목적보다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과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마침표를 찍기 위함이 더 크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되었고.

처음 규은을 보았을때와 비교하면 2막에서 규빅의 감정선은 얼마나 깊어졌고 그 표현이 얼마나 확실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그저 한명의 관객에 지나지 않는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정말 많은 노력과 몰입을 한 결과이겠거니 싶어서, 규빅에게도 정말 박수를 보내주고싶다. 물론 빅앙 배우들에게만 박수쳐주고 싶다는건 절대 아니고(오해금지).


결국, 북극에서는.
빅터와 괴물의 마지막은 사실은 일방적으로 괴물이 빅터를 받아주며 진행이 되는데 이순간만큼은 철저히 괴물과 빅터만이 존재한다. 공평하게 칼로 상대를 찌르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서로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뒤에도 괴물은 빅터가 다가올때까지 손에 들어온 총을 자기것이 아니라는 듯 가만히 쳐다본다. 이윽고 총이 건네지면 총구의 방향이 바뀌고, 약간의 망설임의 시간이 지나고 방아쇠가 당겨지자 괴물은 자신의 복수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너무나도 이상하게도, 그 복수를 이야기하던 괴물의 얼굴이 어느샌가 앙리의 눈빛과 앙리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앙리의 복수가 그 끝을 고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규빅은 혼란스러워했다.

빅터.. 처음의 목소리에는 그저 본인이 총을 쏴 앙리의 모습을 한 괴물을 죽이려했다는 사실과 이제 모든게 끝났다는 안도감에 흘려들었다가,
빅터... 두번째 목소리에는 괴물의 얼굴을 의아하게 들여다보다가
빅터... 내친구... 익숙한 목소리에 동요하는 빅터가 보였다. 괴물의 숨이 끊어지며 앙리의 목소리로 복수를 이야기하던 순간 규빅은 실성하듯 손을 떨었고 아무곳에나 걸어가 절규하다가 사실은 제 손으로 총을 쏜 괴물이 어쩌면 앙리의 일부 혹은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일어나, 제발 눈을떠!!!! 생창에서 괴물에게 하던 똑같은 목소리로 앙리를 울부짖는 빅터에게 또다시 저주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명은 창조되어질 수 있는가? 오늘의 빅터와 앙리는 어쩌면 창조되어질 수 있다는 그 중거를 찾지 않았을까. 다만 그 결과가 기대와는 다른 완전한 파멸일뿐.


엘렌과 빅터, 그리고 상처
사람은 결국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해주지 못한 것만 가슴에 남아 내내 떠올리는데 그래서 어린 엘렌과 어린 빅터의 헤어짐 장면이 그토록 다른 모습인건 그만큼 서로가 애틋하고 각별하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엘렌은 모질게 빅터를 떼어내고 돌아서서 울었던 그 순간을, 빅터는 너무도 따스하게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던 엘렌과의 이별로 기억하니까.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와 그날의 내가로 이어지는 엘렌과 빅터의 서사는 어떻게보면 치트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슬픔의 서사인데, 여기에 당위성을 부여하는게 배우들 개인의 디테일이 아닐까 싶다. 어린 빅터가 행여나 나쁜 소문들을 들을까봐 수군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둘러 빅터의 귀를 가리고, 더없이 행복할 빅터의 결혼식에서 자꾸 웃으며 눈물을 흘리던 엘렌. 쥬엘렌은 그런 디테일들 너무 소중하고 배경처럼 자리한 장면들마다 최선을 다해 엘렌의 시선과 행동을 보여줘서 뻔한 신파를 더없이 슬픈 공감대로 만든다(최고).

그런 엘렌의 죽음앞에서 작디 작은 존재로 무너져내려 마치 누나와 헤어지던 그날의 어린 빅터처럼 흐느껴울던 빅터가, 눈을 감았다 뜨면 뒤이어 이어진 상처 장면에서의 울고 있는 어린빅터로 치환되는 듯 했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 목적도 방향도 삶에서 가장 중요하기 여겼던 가족도 모두 잃어버린 빅터. 그런 빅터에게 잊지 말라는 듯 괴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다. 너는 잊으면 안된다고. 나의 존재를, 창조의 의도와 뼈아픈 결과를, 그리고 분노를. 절대 잊지말고 복수에 임하라고 말하는 듯 했다. 오늘의 상처도 참 낯설었다.


글이 너무 길어진 듯 하여 그 외 감상은
해나 줄리아는 굉장히 당차고 똑부러지는 스타일이라 어쩐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아도 끝내 본인이 원하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보였고 먼저 결혼하자고 새끼손가락 내밀던 어린 줄리아가 정말 고대로 잘 컷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은앙이 떠나고 난 규빅의 보호자 자리를 제법 잘 지켜줄 것 같은 묘한 든든함이랄까.
그리고 해나 까뜨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정선에 어떻게든 살고 싶다는 너무 솔직해서 무서운, 그래서 그의지가 역으로 굉장히 잔인하다고 느껴지는 까뜨였는데 산다는거 가사중 짐승에 양심이 어디있어 부분에 굉장히 부합하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노래부분이 전체 넘버가 다 안정적이고 최저음 최고음 다 여유가 느껴져서 연기에 더 몰입이 되는 느낌이었음.

붐감. 오늘은 우리 붐감이 달라졌어요. 낮공이기도 하고 그동안 공연하면서 뭔가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으나 아예 작정한듯 달리기도 거의 없고 배우들 호흡 하나하나 다 맞춰가면서 연주해서 진짜 붐감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 다른 연주였는데 특히 몇몇 곡은 진짜 강약 완급 조절이 쩔어버려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면 좋겠는데 여기 하나만 욕심내면 너꿈 달리기만 좀 어떻게 줄여주면 안되려나 싶음. 인상깊었던건 산다는거 반도네온 소리였는데 음감만 전부터 반도네온 멜로디를 쓰길래 붐감은 못쓰게 하는건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 같이 쓰기로 한건지는 모르겠으나 까뜨 넘버가 반도네온과 제법 잘 어울려서 니거내거 따지지 말고 다같이 써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츄바야. 아니 츄바야 너무 날라다니는거 아니오? 기다라신 분이 너무 빠르게 너무 날아다녀서 약간 전에 묵직하던 츄바야와 너무 비교됨 ㅋㅋㅋ 임팩트가 좀 줄어드는 느낌이 있어서 그부분은 아쉽.

오늘 공연은 개인적으로는 과하지 않게 깔끔하면서 모든 것들이, 심지어 관객 반응 마저도 너무 좋았어서 길게 후기를 남겨보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시간과 기억력의 한계로... 아 규은 너무 좋은데 진짜 회차 배정 너무해서 영업도 못하겠고 슬프다ㅜㅜ

네번 남았네,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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