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 프랑켄) 동택의 너꿈속과 북극(과몰입주의)
751 9
2022.01.05 00:23
751 9

동빅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캐릭터같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움을 가진 캐릭터라고 늘 생각하는데

무도회씬에서 헤센부인의 말에 상처받은 표정을 하는 걸 보면 제네바에서의 기억이 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가 느껴져

그 말과 숙부의 "달라지지 않아"에 버튼이 눌려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보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서지만 그게 그렇게 속시원해보이진 않아


그래서 이 씬에서 택앙이 월터의 말에 반응하는 표정을 좋아해

그 표정이 마치 "너도? 야, 나도!" 하는 것 같아서 ㅎㅎ

그 두 사람의 표정을 동빅이 봤다면 모두가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을텐데


자신만만했던 전쟁터에서의 동빅은 자신의 과거와 자신의 저주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그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 속에서 동빅은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고, 조금도 편안해질 수 없는 아이였을 거야


전쟁터에서의 첫 만남부터 한잔술에서의 막무가내 주정까지도

택앙 앞에서 동빅은 편안해질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 윗사람의 모습이었는데 그게 처음 반전되는 시점은 너꿈속..

개인적으로 택앙의 너꿈속을 참 좋아하는데 여리고 섬세하고 순진한, 동빅의 동생으로써 그의 품 속에 존재하던 앙리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단단하고 큰 품으로 동빅을 품어주는 장면이라고 느껴져서야.


동빅이 찾아와서 택앙을 설득하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동빅은 택앙을 달래는 듯 말하는데

"네가 모든 죄를 다 뒤집어쓰고 있으니까 아무리 내가 범인이라고 말해도 듣질 않아"라고 동빅이 말하는 순간 택앙의 표정이 변하더라

자수를 했다고? 네가 죽였다고 말했다고?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정색하면서 그걸 막으려고 하고

그걸 막기 위해서 자신이 죽을거라는 걸 한층 더 단단하게 결심하지.. 동빅을 지키려는 마음이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이겨버리고 말아

이 변화의 시점부터 동빅과 택앙의 위치가 역전된다는 게 확 느껴져서 내가 참 좋아하는 포인트야


한동안 못 본 사이 택괴는 정말 많이 강해졌더라.. 어린아이 그 자체인 모습은 여전한데

그 백지같은 순수함 때문에 더 분노하고, 슬퍼하고, 갈구하고, 처절해졌더라고..

오로지 애정 한톨, 관심 한줌이 필요했을 뿐인 어린아이.. 이제 막 태어난, 보호가 필요했던 존재 라는 게 느껴져

날 왜 사랑해주지 않느냐고 온 몸으로 말하는 택괴가 난괴물 마지막에서 유아기의 아이처럼 울던 게 잊혀지질 않는다..

엄마라는 말을 알았다면 엄마를 부를 것만 같았던 모습이었어..


택괴의 분노는 온전히 거기에 초점이 맞혀져있기 때문에 복수의 초점도 오로지 동빅에게 맞춰져있다는 느낌이야

다른 사람 따윈 안중에도 없이, 세상에 오로지 둘만 존재하는 그런 느낌..


절망에서 "절망에 무너진 자여" 하면서 동빅을 비웃고 조롱하는 택괴와

그런 택괴의 모습에 넋이 나가서 미친듯이 웃는 동빅..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지만 이유는 전혀 다른 그 웃음이 오늘 두 사람의 노선이랑 소름끼치게 맞아떨어지더라..


오늘 동빅은 정말 모든 것을 잃고 바스라져버릴 것처럼 바싹 메말라버린 사람이어서

북극의 싸움씬에서도 마지막 남은 힘을 불태워서 맞선다는 느낌이 들었어

택괴가 총을 건네줄 때도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잡고는 탕-

그리곤 손에 힘이 빠진듯이 그대로 총을 떨어뜨리고 멈춰


택괴가 힘겹게 말을 잇는 동안 아니야, 아니야만 반복하며 고장난 인형처럼 굴던 동빅이

빅터..하는 부름에 멈춰버리고 울먹이면서 택괴가 손을 뻗는 순간 온몸으로 기겁하며 그 손을 쳐내고 뒤로 도망가

동빅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지 않았을까..

그 얼굴, 그 표정, 그 목소리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던 감옥 안에서의 앙리가 떠올랐을 테니까..

자신은 앙리도, 룽게도, 엘렌도, 줄리아도 모두 잃고 이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텐데..

자신의 얼굴을 감싸주던 앙리의 얼굴을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내 얼굴을 감싸려고 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죽였어

동빅에게 이것보다 더한 공포가 없었겠지.. 그야말로 자신의 운명을 쥐고 흔들던 저주 그자체가 아니었을까

공포에 휩싸여 그 손을 쳐내고 뒤로 도망치던 동빅을 보면 택괴의 복수는 완벽하게 성공했어


그런데 택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유의미한 존재인 창조주에게 뻗었던 손을 거절당했지

첫 기억 속 다가간 자신을 안아주고 춥지? 하고 물어봐주던, 양 뺨을 감싸고 이마를 맞대주던 그 존재에게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도 거절당하고 만거야.. 그래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나봐..


그렇게 서럽게 울며 택괴가 가버리고나서 정말로 "혼자"가 되어버린 동빅은 정신을 놓은 것처럼 웃고 단백질송을 중얼거리며

일어나, 일어나,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봐!!! 라고 외치고말지..

아마 오늘 동빅은 이 존재가 앙리가 아니라는 건 알았을거야, 그렇게 믿었고 그래서 자기 손으로 끝내려고 했던 거겠지

하지만 그럼 자신이 탄생시킨건 누구였을까.. 그런 의문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북극씬 장인 동택.. 정말 오늘 북극씬의 여운은 오래 남을 것 같다ㅠㅠ(마이크의 열일도..)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x 더쿠🌿] 에센허브 티트리 컨트롤 인 카밍 앰플 체험 이벤트 165 05.01 16,48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61,36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274,61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44,91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493,91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28,026
공지 알림/결과 📅 2024년 주요 극장 별 연극/뮤지컬 라인업 정리 🎫 35 23.10.24 22,823
공지 스퀘어 연극을 보고싶은 초보연뮤덕을 위한 추천글 19 22.02.28 47,357
공지 알림/결과 👀시야 후기 알려주는 사이트 추천👀 (220805 기준 극장 목록 업데이트) 39 21.07.23 86,711
공지 알림/결과 연뮤관련 엠디 판매처 정리 (오프라인, 스마트스토어) 22 21.06.01 52,800
공지 알림/결과 📺 후원라이브/유료중계 정리 - Update 24.04.19 49 21.05.18 82,778
공지 알림/결과 연뮤덬 가이드 모음 (21.07.03 갱신) 13 18.11.10 100,066
모든 공지 확인하기()
1026 후기 브론테) 자둘하고 페어별 인상 2 00:51 127
1025 후기 더라맨) 천사나눔덬 고마워~ 2 05.01 147
1024 후기 더라맨) 천사나눔덬 덕분에 더라맨 인생자첫한 후기 (스포 있음) 3 04.30 168
1023 후기 더라맨) 자첫 후기 짧고 굵게(주존자 스포 있음)(재관할증빙덬아 고마워) 4 04.30 96
1022 후기 넥) 이번시즌 늦은자첫 후기(배우위주) 2 04.29 215
1021 후기 파과) 🍑240427 파과 자일곱 후기(구톡슈재태) 1 04.27 179
1020 후기 넥) 을 보았다. 오열했다. (강강강강강ㅅㅍ) 4 04.26 246
1019 후기 엠나비) 전캐 찍은 기념 느낌 정리 (ㅅㅍ) 6 04.25 268
1018 후기 파과) 🍑파과 자여섯 후기(차톡슈주혜/톡슈 중심 주의) 2 04.25 277
1017 후기 나눔둥이가 나눔해서 헤드윅 자첫한 후기 7 04.24 368
1016 후기 코멧) 4/23 피에르가 대박이었던 후기 6 04.24 637
1015 후기 파과) 자첫 후기...(약불호)(약스포) 10 04.21 733
1014 후기 디에핸) 강현승우서영 페어 디테일위주 후기 5 04.21 504
1013 후기 더라스트맨) 나눔덬 덕에 자첫한 후기! (강스포주의) 9 04.20 290
1012 후기 알제) 혁명의 맛이 이런 거구나.... 5 04.20 337
1011 후기 헤드윅) 뽀드윅 시즌 자첫 후기 4 04.17 757
1010 후기 마리앙) 불호후기(스포o) 6 04.17 768
1009 후기 헤드윅) 후기아닌 후기 개재밌어 1 04.16 542
1008 후기 파과) 🍑파과 자다섯 후기(구톡슈재림) 2 04.14 404
1007 후기 일테) 다시보니 더 슬프네...ㅠㅠ 2 04.13 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