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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프랑켄) 211218 규빅은앙 후기 진짜로 길~게 적어봄
2,210 14
2021.12.20 01:41
2,210 14
자꾸 감정이 주체가 안되서 술술 쏟아내놓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적어봄 ㅋㅋㅋㅋ 나 할일 많은데 손에 안잡혀...
규은 뒤늦게 꽂혀서 3층 중앙쪽으로 갔다왔는데 알고보니 단체관극 날이라고 하더라 3층이야 더쿠가 대부분이겠지만... 전체적으론 머글 많은 분위기였음
공연 시간 축소되고 첫 공연이라 관객 입장 길게 안끌고 시작했다.

오프닝 후 생창기계 앞 빅터와 괴물의 등장. 일어나, 일어나. 제발 일어나!
규빅은 이번 극에서 본래 자기 목소리보다 낮은 목소리로 연기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데 특히 이 첫대사에서
되게 심혈을 들어 나오는 느낌이라 듣기가 좋았음.
이어지는 붉은 조명, 전쟁통 속 이상주의자 앙리. 한순간에 죽을 위기에 쳐하는 장면에서 오늘따라 앙상블과의 호흡이 자연스러워서 몰입감이 올라갔어.
앙리, 앙리 뒤프레! 하고 나타나는 규빅은 희한하게게도 저번보다 덜 중2스러웠다. 규빅은 계속 중2스러울줄.. 알았는데 왠걸 오늘은 그냥 도련님이었음.
그래서 더 성깔은 있어보이는데 그렇게 또 나쁜놈 같진 않은 텐션으로 극을 이어갔다.
단하미도 좀더 단단하고 스마트하게 그리고 한층 댕글 돌아가 있는 눈으로 부르는데, 갠적으로 규빅의 욕망은 단하미보다 생창때가 월등하게 와닿는 느낌이라 단하미에서는 무난했다. 그러나 은앙과의 미성 조화는 홀리함 그자체...
좌절 겪어본 적 없이 태양만 보고 산 것 같은 규빅의 자신감에 앙리는 매료된 것 같았고 빅터와 마주잡은 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디테일은,
항상 느끼지만 관계성의 부족한 분량을 상상하게 만드는 굉장한 디테일이야.
실패 한 적 없는 이의 순수한 자신감을 가진 규빅을 따라 앙리 역시 순수함이 부각되는 느낌이었고(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애의 이상에 넘어갈만큼)
행동에 있어서는 빅터보다 어른스럽지만 속은 말랑하고, 모태신앙을(...) 교리처럼 지키는 앙리였어.
개인적으로 앙리가 빅터 대신 목숨을 내놓는 선택을 종교적 믿음과 유사한 열망으로 이해하는데(아니면 나는 도저히 납득이 안됨)
오늘 앙리의 신은 세상의 때를 잘 모르는 것 같은 갓 태어난 신이었고 그런 신을 믿는 앙리도 속은 아이같았어.

단하미 이후 이어지는 종전 선언,
그리고 프랑켄에서 몇 안되는 웃음포인트가 몰려있는 이 초반부.
규빅은앙빅벨룽게..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개그 트리오.. 뒤프레 소위 2주 남았네. 가능하겠나?
자↗네의 능력에 유럽에 평화가 걸려있어(흡)!
알면서도 웃참하게 만드는 삑사리였으며 규빅 배우 본인도 살짝 웃참한 것 같았다.
대종룽게의 태연자약함은 정말. 어휴.. 그지같은 계급사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어지는 은앙의 신앙 고백은 갓 신과 조우한 것처럼 설렘이 가득했어. 

파티가 한창인 제네바. 희정슈테판의 단단하고 그윽한 목소리에 정말 귀족사회의 파티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주목을 받으며 나타난 규빅은 오만하다기보다 주변을 신경 안쓰는 것 같은 얼굴로 중앙을 가로질러 갔다.
이때 오글로 뒤쪽 은앙을 정말 열심히 관찰하는데, 귀족 사람들한테 꼼꼼하게 인사를 걷네는 얼굴이 너무너무너무 귀엽기 때문.
오늘 은앙은 한층 아이처럼 한 세네명은 되는 사람한테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귀족 부인들에게 예의를 차리는 젠틀한 청년을 넘어 그냥 신난 아이같았음 ㅋㅋㅋ
악취에 취한다! 는 몇번 들어도 중2스럽다고밖에 느낌이 안오는 대사를 들을 때도 어이구 저친구,,(절레절레) 라기보다 아앗,,?! 하고 당황하는 느낌이었다.
성에 빅터를 찾으러온 엘렌과 마주쳤을 때도,
설레는 동생친구라기보다 빅터와 비슷한 정신연령의, 이상을 머리에 품고 사는 못말리는 청년같았어. 빅터를 찾으러간다며 뛰어가는 모습도 왜그리 씩씩한지.

반면 한잔술에서는 앙리가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어른같은 느낌이 나는데
나 부모도 형제도 없지만, 노래부르는 앙리의 짧은 그 한줄 가사 속에
얼마나 많은 짠내나는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은앙이라서.
규빅은 그런 앙리의 마음을 모르고 그냥 술먹어서 좋아보였다,, 
서로 꾸는 이상도, 취미도 같고 성격도 무난하게 잘 맞지만 정말 그냥 딱 '반년' 안 친구같은 사이라고 할까.
빅터에게는 그냥 드물게 나랑 비슷한 친구를 찾은 기분좋은 알딸딸함이었지만
앙리에게는 자신의 삶이 끝날 수 있었던 순간 벼락처럼 찾아온 계시였는데.
규빅은 그 무거움을 너꿈속에 와서야 깨달은 것 같았어.

몰아치는 살인자, 살인자.
빅터를, 데리고 나가. 하는 그 결연한 목소리,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님에 가깝다(...)
'나는 왜'를 부르는 규빅의 절규 속에는 스스로의 욕망에 대한 의문과 앙리에 대한 미안함이 딱 반씩 담겨 있는 것 같았어.
아마 규빅에게 앙리란 자신의 목숨을 대신 줄 만큼의 '그정도까지의' 존재는 아니었는데,
그 상황에 대한 의문과 부끄러움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사형집행일은 내일 아침. 그 선고를 듣는 앙리의 눈에는 분명한 두려움이 담겨있었어.

그래서 자신을 면회하러온 빅터에게 "왔어?"라고 묻는 목소리에는
억지로 이 상황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나이브하게 연기하는 톤이 담겨있었고
왜 나대신? 이라는 질문에 그냥 웃으면 안돼? 라고 되묻는 목소리 역시 였어
자신이 대신 희생하는 상황이고 그것이 두려운데도 상대방이 두렵지 않도록.
그 퉁명함조차 느껴지는 목소리에 뭐?라고 되묻는 빅터의 대사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평소 너꿈속
에서 대사 주고받는게 항상 빠르다고 느껴서 대본으로서의 대사를 의식하게 되는데 그게 덜한 날이었다.
그냥 웃으면서 보내줘. / 어떻게 그래?
특히 이 대사를 주고받을때 둘다 목소리가 그렇게 강하지도, 여리지도, 희생적이지도 않고 마치 그냥 나오는 소리를 주고받듯이 자연스러웠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대신 살아,
친구야.
그러니까를 두번 반복하는 그 사이 앙리는 마음을 정한 것 같았어.
우리 처음 만난 날 생각난다. ..기억나?
기억나? 를 물을때 목소리는 꼭 두 사람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지, 기억나? 라고 말을 거는 것처럼
웃음소리가 잔뜩 들어간 물음이었어. 이정도까지 웃음이 잔뜩 담긴 기억나? 는 처음이었어..
가슴이 두근거려, 널 만난 그 순간 기적같아.
들을 때마다 첫눈에 반하는 설레임을 표현하는 것 같아 왜 축가로 쓰이는지 알 것 같은 너꿈속의 가사
그러나 오늘 은앙은 그렇게 벅차오름을 집어넣지도 않고, 그렇다고 두려움을 넣지도 않고
정말 그냥 담담하고 조금 기쁘게 그 순간을 회상하는 것처럼 불렀어.
앙리의 고백을 듣고 있는 빅터는 그렇게 왈칵 무너지지도 않고,
그냥 멍하니 이 순간을 바라보고 점점 이해하는 사람처럼 어느새 눈이 붉어져서 앉아있더라.
날 위해 울지마 이것만 약속해, 은앙이 다가와 손을 뻗어 잡는 순간에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지도 치지도 않고 그냥 붉어진 눈으로 눈 앞의 앙리를 보고 있었어.
은앙은 살짝 후련하고 또 살짝 두려운 얼굴로 그렇게 단두대 앞에서 떠났어.

번개가 치고 빅터의 생명창조가 시작돼.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나타난 규빅은 역시 언제나의 소듕한 투리구슬을 들듯이(...)앙리를 가슴 정중앙으로 안고 있었고
평소보다 차분하고, 이미 결정한 사람같았다. 
생창 기계가 드러나면서 그 위에 서있는 규빅의 모습이 아마 내가 처음으로 규빅에게 단단한 등을 본 순간 같았다.
주어진 운명에 휘둘러서 해버리고 마는 약한 규빅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신의 일지를 검토하는 빅터였어.
생창 기계 돌리는 것도 이전보다 덜 허덕여(...) 보였고 콘센트를 꼽는 순간에는 구멍 모양을 하나하나 확인하더라. 성공하기 위해서 계산하는 사람처럼.
신기한건 그 이성적임 속에서도 앙리를 되살리겠다는 갈망이 느껴졌고, 마지막에는 멍한 얼굴이었다.
괴물이 깨어난 순간 진심으로 기뻐했으며, 책임을 느끼는 아버지처럼 보였어.
그러나 거기가 괴물과 빅터의 힘이 역전되기 전 마지막 순간이었고,
자신에게 발사되는 총에 괴성을 지르는 은괴는 갓 허물을 벗어낸 크리쳐 그 자체였다.
으아아아! 외치는 비명은 분노를 소리로 형상화 한 그 자체였지. 은괴의 몸이 떨리는 듯 했고 내 오글도 같이 떨렸다(근데 오글은 항상 떨림 수전증이 있어서)
안돼! 를 외치는 규빅은 그 순간 세상을 전부 잃은 것 같았지.
마치 비극 서사시의 마지막 장을 보는 것 같은 끝이었다.

-

인터미션 시간이 줄어들었다보니 화장실을 빠르게 뛰어갔다 왔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극을 이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이 흘러 식을 올리는 두 남녀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규빅은 줄리아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어. 오늘의 빅터는 내가 본 빅터 중 줄리아를 진심으로 제일 사랑하는 빅터였다.
빅터가 안고 있는 그림자만큼 줄리아를 사랑함에 있어 책임감을 느끼는 듯 했어.
그리고 3년만에 빅터 앞에 나타난 괴물은.. 은괴는 여전히 빅터를 향해 처음에는 웃고 있었다.
얼핏 보면 싸늘하고 얼핏 보면 창조주를 만나서 기뻐보이는 그 미소.
3년만에 만난 자신의 창조주가 묻는 질문에 진심으로 어이없어 하고 있었다. 숲에서 빅터와 앙리의 대치는 시간대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굉장히 극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마치 이때 은괴는 아직 슈테판을 죽이지 않았을 것 같았어.
나를 앙리라고 부르면 너의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기라도 하나?
은괴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고
무슨 소리야? 라고 묻는 빅터는 진심으로 괴물의 말을 이해 못하며 또 이해 하고 싶어하는 것도 같았다.
규빅의 순수함 만큼 은괴는 더 분노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 '고결해' 보이는 창조주가 죽이려 한 자신, 사랑받지 못한 자신.

격투장에서 은괴는 평소보다 쇼맨십을 보였다.
배운대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제스쳐를 취했고, 깔끔하고 가차없이 동작을 이어갔고
그러다 자신이 목숨을 끊으려 하는 상대의 얼굴을 보자 '머리속에서 뭐가 막 튀어나오는 사람처럼' 크게 놀랐지.
까뜨린느에게 '내가 무섭지 않아?'라고 묻는 은괴는 순간 괴물이 아닌 앙리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나에겐.
까뜨린느에게 평소보다 그렇게 위협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일반 여성을 대하는 인간처럼 보였거든.
빅터의 얼굴을 한 쟈크가 '앙리'라는 이름을 말하자 몇번이나 뒤에서 그 이름을 되뇌이는.
오늘의 은괴는 굉장히 분노하고 냉정한 괴물이었고 동시에 앙리의 기억을 아주 많이 가진 존재이기도 했어.
공연시간이 전체적으로 짧아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난 괴물에서 정적 이후 평소보다 빅터의 이름을 더 되뇌이며 감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흐릿했던 기억의 퍼즐 조각이 실시간으로 맞춰가는 광경 같았어.
단단하게 빅터를 불렀다가, 마지막에 울음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빅터를 부르는 목소리가
괴물의 음성인지 앙리의 음성인지 둘이 섞인 건지 정말 모르겠더라.
피는 누군가의 피, 살은 누군가의 살! 이 파트는 정말 몇번을 들어도.. 전율.. 은괴 할렐루야...
괴물은 자신의 기억의 주인이 목숨을 줄 만큼 숭고한 이상을 가진 창조주가
자신만은 버렸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 같았어.
숭고한 낯짝을 한 창조주가 만든 건 결국 누군가의 피와 살을 얼기설기 이은 괴물의 몸일 뿐.

이어지는 슈테판 사장의 죽음과 빅터와 앙리의 대치. 이부분에서 규빅이 시공간을 오가며 대사를 치는 흐름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내게 복수를 원해? 라고 묻는 창조주의 물음에 답하는 괴물은 마치 울먹이는 것 같았어. 
난 괴물에서의 감정이 그대로 이어진 느낌이었달까.
그래, 나는 불행하기에 악하다.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그럼 지금 당장 여기서 끝내. 라고 답하는 창조주의 말에 도리어 상처를 받은 아이 같았다.
서두르지마... 천천히. 하늘을 봐. 바람이 분다.
이제 곧.. 번개가 치겠지.
울먹있던 목소리는 잔뜩 미소를 베어물고 사라졌어.

누나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규빅. 
규빅은 자신과 약속해달라는 줄리아의 새끼손가락을 결국 잡지 못해.
극이 시작할땐 실패한 적 없는 순백이었던 규빅은 이제 금방이라도 깨질 재처럼 변했네.
어머니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왔지만,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있으며 그것이 미치도록 아프다는 걸 깨달았어. 제단 앞에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아이는 왜 어른이 되어야하나요?'라고 묻는 어린왕자처럼(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었다면 무슨 소리인지 알거야).
네가 사형을 당하면? 이라는 앙리의 물음에 두려워했던 빅터는 이제 죽음에 너무 가까워져버렸어.
그럼에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생창의 욕망. 그리고 절망.
무너진 규빅 위로 은괴가 내려다보는 그 구도는 정말 신에게 기도하는 나약한 인간의 구도를 연상시켜.
그런데 창조주가 아래에, 피조물이 위에. 자비가 아닌 분노와 죽음을 구하는 장면이라는 그 아이러니. 
더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은 빅터는 미친듯이 괴물에게 대들고, 한 손에 잡혀 무너지고, 그럼에도 자신을 찢어 죽이라고 악을 쓰고
두 사람 모두 이 장면에서 그 어떤 장면못지 않게 체력과 힘을 쏟아붙는게 느껴져.
아직, 아냐 / 날 죽여라 / 아직, 아냐! / 제발, 죽여!
은괴는 아직, 아냐! 하고 두번째 부를때 굉장히 강세를 두는 편인데 오늘 규빅이 거기에 맞춰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규빅을 보며 은앙은 교만한 창조주가 아닌, 고결한 나의 창조주라며 비웃었어.
극의 맨 처음. 적군을 치료하며 그 작디작은 자긍심에 위로를 받기라도 했냐고 물었던 빅터에게,
이제 네가 위로를 받기 위해 벌을 원하냐며 묻는거지.
아직도 그 고결한 척 하는 이상, 내가 받은 고통만큼 그대로 돌려주리라. 

괴물을 기다리는 빅터는 제법 냉정하고 그만큼 분노에 차 보여. 
그놈은 인간이 아니야 그놈은 악마야! 잔인한 살인마 걸리면 쏴버려!
누군가에게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던 빅터가 정말 모든 걸 끝내겠다는 의지로 소리치는 순간.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 이었던 '분노' 조차 사치였음을 바로 다음 순간 깨닫게 되지.
앙리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빅터를 이해해준 사람. 그렇기에 앙리가 죽여서는 절대로 안될 사람을 괴물이 죽이니까.

날 죽이고 싶다면 북극의 가장 높은 곳으로 와.
그 말을 하는 은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덜 싸늘해서 이 상황이 씁쓸한 아이러니로 느껴지네.
바닥을 기며 후회를 쏟아내는 빅터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속죄말을 홍수처럼 쏟아내는 것 같아.
또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괴물을 죽여야한다는 사명을 갖게되는 순간이지.
줄리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거기서부터 그런 사명감이 느껴져.
누구보다 물반두인 빅터이지만 울고 후회했던 만큼 오히려 비워내고 누구보다 강하게 일어나는 순간이라고 할까.
울음가득한 목소리로 시작했던 후회가 단단한 목소리로 바뀌어, 장소가 바뀌고 괴물과 빅터가 다시 한번 마주보게 되는 그 장면은
조명과 더불어서 프랑켄슈타인에서 제일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해.
양쪽 모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서 있다는게 느껴지는 숭고한 장면처럼 보여.
강한 마음을 가진 규빅은 그러나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힘든 제스쳐로(...) 북극을 등반해. 몇 걸음 걷는 연기일 뿐인데 정말 왜 그렇게 힘겹게 느껴지는지.
오늘은 중간에 살짝 미끄러지는 디테일을 넣더라고.
하지만 끝을 내자! 외치고 은괴에게 다가서는 순간은 결연해. 팅, 팅, 나이프가 살에 닿는 순간의 인위적인 사운드조차 몰입감으로 치환시키는 은괴의 연기
둘다 액션을 정말 공격하듯이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라서 사실 자세한 자세는 잘 기억이 안나.
규빅이 칼 맞고 옆으로 굴러가 신음을 내뱉는 부분은 진짜... 칼 좀 어디서 맞아본 사람같음..
규빅이 진짜 아파하면서 무대 한쪽으로 훅 쏠려 내려가는 편이라, 총을 든 괴물과 대치할때 둘의 거리가 너무 커서
괴물이 건네는 총을 잘 받을 수 있을까? 보면서 살이 떨리는 부분인데
오늘 규빅은 그 와중에 칼을 한손에 든 채로 괴물을 향해 왔었더라...
진심으로 싸워서 이기려고 했던거야. 
하지만 괴물은 너무 여유롭게 총을 들고 그걸 한번 확인하지. 
반면 빅터는 괴물이 자신에게 총구를 주는 순간 고민을 할 새도 없이 싸버려.
그게 괴물을 죽이는 행위라는걸 이해조차 못한 채 쏴버리는 것 같아. 하지만 오늘 은괴는 괴물로서의 신음소리를 크게 내면서 무너지고,
그래서 규빅은 얼이 빠져.
빅터...
처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규빅은 멍하니 그냥 보고있어.
빅터..
두번째 부를때 규빅은 차츰 깨닫지
빅터, 내 친구.
이제 규빅은 앙리에게 기어와 마주보고 있어.
이해하겠어? 이게... 나의 복수야.
서로가 서로의 뺨을 향해서 뻗는 손이 오늘은 정말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깝네.
하지만 은괴의 손은 창조주의 뺨에 결코 닿지 못하고 스러져.
그리고 스러지는 은괴의 뺨이 그대로 규빅의 손을 스치지.
규빅은 잠깐 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눈 앞의 존재가 무어고, 지금 어떻게 되었는 지 모른채. 그리고 다음 순간 '죽음'을 깨닫고 뒤로 허겁지겁 물러나.
시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닐텐데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걸까.
괴물이 마지막에 한 말을 이해하기 위해 북극 위를 올라가 아아- 하고 소리를 질러보지. 그리고 깨달아.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신이 가진 마지막 사람이었던 존재가 지금 세상을 떠났다는 걸. 마치 1막 끝에 안돼!! 라는 비명으로 서사시의 끝을 선고했던 것처럼 앙리의 이름을 크게 소리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완전히 추락했던 규빅은
여기서 다시 프랑켄슈타인의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살릴 수 있어, 살릴거야! 그 어린시절 엄마를 처음 잃었던 순간으로 그냥 다시 돌아간거야.
여전히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열망을 가득 안은 채로.

그래서 나는 규빅은앙은 보고나면 이야기가 똑같이 반복될것 같다는 상상을 자주해.
그래서 슬픈데 동시에 상쾌하기도 한 묘한 기분을 느껴 ㅋㅋㅋㅋ
나 지금 완전 규빅은앙에 미쳤어. 페어 전 회차 도는거 처음인데... 이 순간 아니면 못보는 거니까
시간이 지났을 때 지금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남을 것 같은 매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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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후기 프랑켄) 제멋대로 써 보는 프랑켄슈타인 감상 (은앙은괴 중심 / 개인해석 엄청진짜완전 많음 / 스포 및 과몰입 주의 / 말 (진짜로) 많음 주의) 5 22.02.14 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