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배우나 무대 때문에 자첫 컨프롱하던 극이었는데 소재(불륜)때문에 망설였거든
그러다가 어떤 천사덬이 ㅠㅠ 표를 나눔해준대서 염치없지만 냉큼 손들어서 보고 왔다ㅠㅠ!
원작 소설도 모르고 극 내용 중에 아는 거라고는 이반도 빅토르도 지나를 좋아한다, 지나는 자기 상황에 싫증나있다 정도였어
그래도 저거라도 알고 봐서 초반 장면부터 얼추 이해하면서 봤던 거 같아
극장이 워낙 단차가 애매해서ㅠ 시야방해 때문에 오른쪽 테이블은 거의 못 봤는데 그래도 나머진 쾌적해서 중요한 씬 안 놓치고 다 본 듯?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깝고 무대도 밝아서 표정 잘 보이고 좋았어 ㅎㅎ!!
일단 무대랑 의상은 소문대로 진짜 예뻤어!
장미 덩쿨과 마지막에 화사한 장미들은 왜 극 제목이 붉은 정원인지 직관적으로 느껴지게 해줬고
의상은 빅토르 외투 걸쳤을 때랑 지나 파티 드레스, 이후 파란색 치마 입었을 때가 특히 예쁘더라
넘버는 의외로 막상 듣고 와도 딱 기억나는 넘버는 없는데 듣는 동안에는 둘 이상 화음 넣어서 부를 때, 특히 셋이 돌림노래처럼 부르는 넘버 좋았어. (똑딱똑딱 그거였나?)
(아도니스~아프로디테~~하는 단조느낌의 넘버도 좋았어. 넘버가 아름다우면서도 마냥 밝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뭔가 오묘하고 신비롭고 불안한 느낌의 멜로디라 좋았다ㅎ;)
그리고 오케는 다른 후기들 보고 기대 낮추고 갔었는데 오늘 그냥 좋았음!! 실수 없는 거 같던데? 되게 좋았고 편안하게 듣고 왔다 ㅎㅎ!
근데 내용은... 하.......
알고 봤지만 그래도 답답하고 속터지고 이해 안 되는 스토리였다 ㅋㅋㅋㅋ...ㅠㅠ....
이게 D로 시작해서 한번 A를 보여주고 그 다음에 다시 A'를 보여주고 그 다음에 B-C-D로 넘어가는 그런 식이던데
난 A는 이반의 시점, A'는 지나의 시점이라고 이해했어 (뭐가 됐든 이런 구성 재밌었음. 이게 이거였구나! 하고 되짚어보는 재미가 있더라)
그래서 A에서는 이반에 이입해서 보고, A'에서는 같은 장면이지만 너무 다른 장면이어서 알면서도 충격받게 되더라
그리고 볼수록 이반도 얘 좀 이상해ㅠㅠㅠ;;
알면서도 이반을 이용하는 지나가 치사했고, 다 큰 어른이면서도 그런 선택을 해버리고 자꾸 이랬다 저랬다 겁쟁이같은 빅토르가 비겁했는데,
적어도 이반은 아직 애가 어리니까... 사랑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작한 첫사랑이니까... 하고 이해했거든
그런데 A에서는 그런 순수한 모습이었다면 A'에서는 얘가 혼자 지나랑 북치고 장구치고 했다는 게 밝혀지고 (A에서도 필터 씌우고 혼자 저렇게 착각했단건가 싶어서 뒤통수 얼얼)
아무리 지나가 여지를 줬다지만 혼자 충격받고 어디서 장총을 들고오더니 내가 널 지킨다고 그러니까 그걸 보고있던 나는 갑자기 어벙해짐. ???네??? 갑자기 총이요????
마지막엔 떠나는 지나에게서 '널 위해 준비했었어'라는 식으로 예전에 흘리듯 말한 장미정원을 진짜 준비해서 보여주고... 와.....;;;
그리고 이반이 왜 장미정원을 'ㅎ..아련하고 쓰디썼던 첫사랑...' 이런 식으로 기억하고 다시 찾아와서 추억하고 심지어 그걸 결국 책으로까지 냈는지 이해가 안 돼
차라리 지나가 그렇게 떠나버린 게 잘한 거 같았어
이반은 글로만 배운 듯이, 아직 몰라서 맹목적이고 순수한, 그래서 무서운 그런 사랑이라 지나가 불륜 안 하고 이반이랑 이어졌어도 언젠가는 곧 불행했을 거 같아 ㅠㅠ
빅토르는... 하... 짠하긴 한데 이해하기 싫은 나쁜놈...
시계 얘기는 내가 아직 이해는 다 못했는데, 나는 그냥 빅토르가 늘 하란대로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보통'으로 지내오려고 했다고 이해했어
남들이 하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해오면서 튀지 않게 지내왔고, 몰락한 공작가에서 부유한 집안과 결혼하면서 아마 지나처럼 팔리듯 결혼하고,
아내에게 뜨거운 사랑은 없지만 일말의 애정까지 없는 건 아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의무는 다하면서 그냥저냥 지내온 삶...
이반이 어머니랑도 그렇게 사랑했냐고 물어봤을 때 처음으로 빅토르가 시계 얘기 꺼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20살 때 파티장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일탈을 하려 했지만 엘레나가 시계를 건내주면서 그때부터 그런 일탈은 꿈도 안 꾸고 정해진 길만 걸어왔다고 생각해
그래서 빅토르도 지나가 첫사랑, 지나도 빅토르가 첫사랑, 이반도 지나가 첫사랑... 셋 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첫사랑이라 모두 비극으로 끝났다고 생각함
(물론 불륜은 하면 안 되는 짓이고 다 큰 어른인 빅토르가 흔들린 것도 잘못된 일)
아니 빅토르는 사실 사랑이라기보다는 자기 소설에서 숨겨진 자기의 마음과 뜻을 이해해준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면서 사랑으로 착각해버린 것 같기도 해
사랑이라기엔 뭔가 미묘한... 근데 그 감정이 지나랑 지내면서 사랑으로 바뀌었거나 아니면 착각이 굳혀져버리게 된거지.
아무튼 빅토르는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는지 가정을 생각하고 아들을 생각하고 하면서 망설이긴 하는데
거기에 불을 붙이는 지나... 아니 애초에 빅토르는 왜 아들이 지나랑 있으니까 또 그걸 왜 따라가서 지나한테 화를 내냐고 그렇게 뒤돌아서려던 사람이 ㅡㅡ 아오!!!!!
지나는 자기 말대로 오만했지. 자기가 빅토르를 자유롭게 해준다니, 자기도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데 빅토르랑 무작정 떠나면 그게 같이 자유로워지는거야? 에휴...
마지막에 이반이 다리 다쳤을 때 처음에는 기왕 파멸인거 불륜 둘이 손잡고 아예 뒤도 돌아보지말고 떠나라 했음 차라리 그러면 두고두고 욕이라도 하겠다 싶어서
그래서 안 떠난 지나와 빅토르를 뭐라 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래도 아버지는 남고 지나는 영영 떠나버려서 이반이 괜찮아진 거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
근데 빅토르 죽은 건 지나 떠나고 금방 죽은 건가? 아니면 언젠가 죽었다는 건가? 이반 회상 듣고도 모르겠음;
그리고 지나는.. 잘 살았을까.... 여행 혼자서 떠나보고 싶다더니 결국 엄마 시키는대로 팔려가듯 결혼해서 나 자신이 없어진 채로 지냈을까....
가시가 사라진 장미는 아름답지 않다고 얘기하던 지나지만 빅토르를 사랑하는 동안에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가시를 없애버린 거 같단 생각도 들음 ㅠㅠ
그러다 빅토르랑 그렇게 깨어졌으니 지나도 뭔가 해피엔딩은 아니었을 거 같아...
결국 젊고 돈 많고 빽 있는 이반만 다리를 다쳐도 그렇게 대학 잘 나오고 잘 먹고 잘 지내면서 글까지 쓰고 여유롭게 과거를 회상한 거 아닐까 싶어서 씁쓸해지네
셋 다 애배였는데 빅토르랑 지나는 역시 만족하면서 봤어! 빅토르랑 지나 둘 다 무엇보다 목소리 너무 좋았다 ㅜㅜ
근데 이반은 ㅠㅠ 분명 전작에서는 극호로 봤던 배우가 여기서는 대사고 노래고 안 맞는 옷 억지로 입은 것처럼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불호였음 ㅠ
대사도 잘 안 들리고 캐릭터도 이해가 잘 안 된달까 와닿지를 않더라고 ㅠㅠ... 근데 이건 내 취향 문제니깐 (())
그래도 마지막에 엉엉 울 때는 자연스럽게 진짜 첫사랑 실패한 사람처럼 울어서 슬프더라 ㅠㅠ
뜨악한 결말에 입 벌어지다가도 지나랑 이반이랑 울먹이는데 나도 이유 모르게 글썽이고 ㅠㅠ
시작했을 땐 몰입이 잘 안 됐는데 지나가 장미에 얽힌 전설인지 신화인지 그걸 아냐면서 이반에게 말하고 시작된 넘버 그 씬에서부터 몰입이 확 되더라
이때 조명 사용도 진짜 좋았고... 그리고 문득 들은 생각. 지나는 어쩜 그림자도 예쁠까 ㅠ
그리고 다친 지나를 치료해주는 빅토르를 보면서 아..지나가 새삼 반할만 하다 생각했고
(다친 거 치료해줄 때 빅토르는 일부러 함부로 안 쳐다보고 관심 0에 예의상 해주는 거 같은데 지나는 이미 작가님 실제로 뵙고 폴인럽...)
책 얘기하는거나 총 쏘는 거 보면서 당돌한 지나에게 빅토르가 매력을 느낄만 하겠다 생각했어.
(그렇지만 불륜은 안 된다 차라리 나이차는 그러려니 할 테니 미혼이지 그랬냐 ㅠ)
왈츠씬에선 둘이 춤추는 것도 되게 예쁘더라 ㅠㅠ 빅토르가 지나 들고 휘리릭 도는데 치마자락이 휘리릭~~
빅토르 서있을 때 허리 계속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거나 지나 앉아있을 때도 허리 꼿꼿하게 피고 있던 거 좋았어. 역시 자세가 바르면 애티튜드 있어보인다 ^^;;
커튼 이용해서 정원/집 안 등등 공간 분리하고 나타내는 것도 좋았어. 작고 소박한 무대에서 뽑아낼 수 있는 건 여기서 다 뽑아낸 느낌 ㅋㅋㅋ
추가로 뻘하게 놀랐던 장면은 빅토르가 소리칠 때랑 이반이 총쏠 때. 긴장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 들려서 펄쩍 뛰어오를뻔 ^^;;;;
아무튼 너무 재밌게 잘 봄!! 나눔 진짜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