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티네로 랭보 재연 자첫했는데 바뀐 부분들 다 불호여서 넘 슬프다..
배우들은 좋았는데 내가 초연본사라서 괜히 서운한 부분들도 많은 거 같아서
이래서 사람들이 초연충이 되는구나 싶은 경험을 했네 입덕이 엊그제 같은데 랭보가 넘 일찍 오는 바람에 ㅋㅋㅋㅋ
일단 오케에서 엠알로 바뀐거... 이건 여지 없는 다운 그레이드니까 어느정도 마음 잡고 간 거였는데
앉은뱅이들 전주 나올때 띠용했어
이런 느낌의 곡이 아니었는데 뭐 이렇게 경박해졌지? 하는 느낌이 들어서...
어제의 만남 넘버 변한거 완전 핵불호야
나한테 그 부분은 '들라에가 닿고 싶었던 세계'이자 '베를렌느가 랭보 덕분에 행복했다고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는데
들라에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보다 추문에 휩쓸린 랭보를 걱정하는 부분으로 바뀌었고
베를렌느는 랭보의 재능을 질투하는 면모가 더 부각되는 부분이 되어서
마음이 완전 착잡해졌어. 랭보 서사에서 그렇게까지 대놓고 베를렌느의 열등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멜로디가 별로야;;
"나도 그 곳에 한 번만이라도..."라는 같은 문장이 들라에/베를렌느 각각의 입장에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좋아하는 요소였는데
넘버 하나가 그렇게 되니까 막 허망한 기분이 들더라
그리고 오만의 목소리는~ 넘버 추가된 가사랑 멜로디 부분도 불호였어...
어제의 만남은 뭐, 제작팀 측에서 어떤 이야기를 넣고 싶어서 그렇게 바꿨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도 있는데
여기는 굳이??? 하는 이야기도 이미 하고 있는 이야기의 동어 반복인거 같은데 더 세련된 것도 아니야
오히려 앞뒤 가사랑 말투, 어휘가 너무 달라서 같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얘긴가 싶을 정도의 이질감이 들었어
(뽑아오긴 같은 시에서 뽑아왔겠지...)
내가 너무 연약한 베를렌느 해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게 느꼈을까?
죽어라~ 부분 때문에 되게 좋아하는 넘버인데 너무 충격적이었고
위에서 했던 얘기지만 결정적으로 멜로디 별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에 나란히 넘버 빼고 컷콜로 넘긴 것도 아쉽더라
나란히는 나름 랭보와 베를렌느의 끊긴 시간을 잇고, 베를렌느와 들라에 사이의 마음의 장벽? 같은걸 허물고
들라에와 랭보의 엇갈려있던 시선을 이어주는 해소적인 면이 있는 넘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극 안에 없으니까 극의 마무리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
나는 초연 본사니까 허전하다고 느낀거지만 재연 자첫러들은 아예 이 극은 엔딩이 왜 이 모양이야?? 싶지 않을까
어제의 만남을 그렇게 만들어놓으니까
내가 초연 돌면서 가지고 있던 랭보 해석이 무너진 거 같아
베를렌느가 랭보랑 런던에서 지냈던 시간들... 나중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모든게 다 엉망이 되었지만
돈이 없어서 굶고 옷은 낡아가고 찬바람 쌩쌩 부는 고통 속에서도 가끔씩 너무 즐거워서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지는 그런 순간이 행복 아닌가
랭보랑 베를렌느가 가진 행복이 그런 찰나의 순간 아닌가
극에는 보이지 않은 부분이지만... 난 마지막에 베를렌느가 회상하는 "랭보가 있어서 행복했던 순간"이 그런 순간들이었을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니까 인생은 끊임없는 불행의 연속이고, 그럼에도 끝까지 그 불행을 맛보겠다고 다짐하는 거고
난 랭보가 그런 걸 이야기하는 극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일단 재연은 이제 한 번 본 거니까 다음번에 보면 또 다르게 느낄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너무 허름한 자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