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클을 두 달 전에 남배페어로 봤었음...
근데 그 땐 그냥 특별할 거 없는 학교 드라마 같았고 캐릭터들마다 다 극적인 사연 있는게 유치하고
내 고등학교 시절 생각나는 그런 감상적인 면은 있었지만 슬프거나 감동받는 건 없고 그랬거든
근데 오늘 여배페어 버전을 보고 왔는데...
텍스트는 저번이랑 다른 게 하나도 없는데
두 달이란 시간동안 배우들이 역에 더 녹아들 시간이 있었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아니면 내가 두 번째 보는 거라 애들 사연 알고 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처음 볼 때랑 다르게 많은 부분에서 감정이 동요되어서 울었어
캐릭터들이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에 눈물 그렁그렁하게 맺혀서 자기 이야기들 토해내는데
대사를 치기 전에 그 표정만 봐도 무슨 감정인지 알겠고 막 내가 먼저 눈물이 터지고 그러더라
솔직히 그 동안 왜 사람들이 여배우 여배우 노래 불렀는지 잘 이해를 못 했는데
배우의 성별이 감정 이입에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거 같아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연히 그런 건데 내 자신이 왜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지 모르겠을 만큼 ㅋㅋㅋ
캐릭터의 성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비클래스 같은 극은
이렇게 다른 성별 페어를 만들어주는 게 정말 좋은 거 같고 고맙다
난 아예 이 극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거든...
연출이 이번 비클이 거의 마지막일거라고 말했다고 예전에 주워들은 거 같은데
비클 내리기 전에 한 번 봐줘 ㅠ
스토리는 좀 유치해도 음악은 좋고 애들 귀엽고 배우들 감정 터지는 거 느끼면 울 수 있는 극이야 ㅠ
태진/택상이가 좀 밉상이긴 해도
감정 잘 따라가니까 그냥 태진이 이야기에도 머리는 변명이라고 너 후회할거라고 외치는데 눈에서 눈물이 죽죽나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오늘 뭔가 암전때마다 사람들 코먹는 소리 들림 ㅋㅋㅋㅋㅋㅋㅋ 나만 운 거 아님 울음바다였음
아쉬웠던 점도 조금 쓰자면
율이 역 했던 배우, 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늘 자기 본심을 숨기고 겉으로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다보니
말할 때 조금 그런 어색한 톤이 어울리기도 해서;; 초반엔 오히려 저런 어색함이 찰떡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후반부에 자기 본심을 얘기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그 톤이 변함이 없으니까 좀 아쉽더라
근데 진짜 곱게 자란 집 딸 같은 분위기가 막 우러나와서 진짜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긴 한 거 같애
덧붙여 학생 넷 다 진짜 완전 여고생 같고, 이질감 하나도 없는 게 진짜 좋았음
선생님 역 배우도, 자첫 했을 때부터 선생님 캐릭터 자체가 잘 만든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오늘 좀 선생님 쪽엔 집중을 안 하면서 보긴 했는데, 연기는 둘째치고 대사 전달이 좀 그랬어
윤희한테 "사람이 평생 울 수 없다" 이 얘기 하는 거 나중에 윤희가 써먹기도 해서 중요한 대사인 편인데
오늘은 어 저 대사 했었나? 하고 뒤늦게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튼 비클래스 자첫! 빠를수록 이득이다!
위메프에서 비지정석(현장선착순) 50프로 할인에 티켓도 예쁜거 준다!
내가 여배페어라서 좋았다고 쓰긴 했지만 남배페어도 남배페어대로의 맛이 있으니 일단 자첫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