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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오늘 지방직 일반행정 임용 문자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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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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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활 5년 내 나이 32살

우울증때문에 인간관계 파탄난 히키코모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거냐며 집에 박혀있을거면 공무원준비라도 해보라고 던져주신 수험책들


부모님 두 분 모두 은퇴한 공무원으로서 연금을 타고 계시기에 솔직히 집안사정이 어렵지는 않았어

당장 나에게 닥친 경제적 상황이 어렵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집에만 박혀있어도 살만했기에 히키코모리로서 고혈을 빨아먹는게 가능했던거야

참 배부른 소리네 정말


처음에는 컴퓨터에만 빠져서 책을 한장도 넘기지 않았어

그렇게 2년간을 책을 보는 척 공부하는 척하면서 눈가리고 아웅했지

심지어 시험을 보고 시험지를 보여드리지도 않았고 발표날에는 당연히 떨어진거란듯이 홈페이지를 보여드리지도 않고 별 얘기없이 넘어갔어


분명 부모님께서도 그런 내 모습을 알고 계셨어 절대로 성실하게 공부하는게 아니란걸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밤에 두분이 소리죽여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그래도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내는게 어디냐"

"아무것도 안하는것 보다는 낫다"

"그래도 아침에 항상 일찍 같은시간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있잖아요. 가능성이 있어요"


그날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참 초라했는데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머리, 움직이지 않아서 찐 살, 의지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두 눈.


살면서 그렇게 운 날은 처음이었고 앞으로 살면서 그 날처럼 우는일은 상상도 못할거야


다음날 거의 처음으로 책을 펼치고 읽었어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아 내가 공부란걸 하고 있구나 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년차 시험날

처음으로 공부를하고 보는 시험이라는게 정말 떨리더라

그 전 2년차까지는 정말 하나도 떨리지 않았었는데 말이야


열심히 시험을 보고 집에와서 채점을 했는데 겨우 과락을 면하는 점수였어

나름 공부했다고 했는데 점수가 이게 뭐야 역시 난 안돼


그런데 바뀐점은 있었어


이 시험점수를 부모님께 말씀드려야겠다

3년이나 공부해서 처음으로 말씀드린 시험점수가 과락을 겨우 면하는 점수라니 실망하시겠지?


근데 부모님께서는 점수받고 우시더라

말해줘서 고맙다고 이게 첫 발이라고

그 첫 발이라는 말이 너무 크게 와닿았어 그래 이건 첫 발이야 난 합격까지 충분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야


집 밖으로 나가기로 했어

집에서 30분떨어진 도서관에가서 매일 공부하자 내가 불을 켜고 들어가고 내가 불을 끄고 나오자 나는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맨날 나가는게 힘들고 바로 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웠는데 어느순간 익숙해졌어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 들어와서 나갈때까지 폰이라고는 만지지도 않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사람들, 정리하고 집에 걸어갈 때 느끼는 그 뿌듯함과 밤공기, 환한 보름달.

아 나는 살아있구나 생각보다 살만하구나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 이용이 제한되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어

"도서관은 이제 안되니까 탁 트인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할게요 지원해주세요"

예전이었으면 이런말은 꺼내지도 못했을텐데말이야


부모님께서는 바로 지원해주셨고 나는 또 아침에 제일먼저가서 밤에 제일 늦게나오는 생활을 시작해


그리고 시간이 흘러 4년차 시험날

문제가 쉽게 느껴져 왜 이리 시간이 남지 뭐가 잘못됐나? 

다 풀고도 20분이나 남아서 마킹을 다하고도 믿기지가 않았어

집에와서 채점해보니 작년 커트라인보다 훨씬 높은점수더라

믿기지가 않아서 울면서 부모님한테 뛰어갔어 붙을 수 있을거같다고

그날 많이 울었어


근데 문제는 면접이었지

집 밖으로 나갈 수는 있게 됐어도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안한지가 10년이 넘었던거야

눈만 마주쳐도 손이 떨리는 정도였거든

부모님께서 도와주셨지만 심지어 용기내서 면접 스터디까지 나가봤지만 단기간에 고치기는 힘들더라

면접은 결국 망쳤고 떨어졌어


정말 이게 뭐지 왜 내가 떨어지지 면접을 망쳤으니까 떨어지지 당연하지

그럼 어쩌라고?

작년에는 시험 과락수준이었는데 올해 잘봤잖아

그럼 과락수준인 지금의 면접실력도 내년이면 훨씬 잘할거야


그렇게 추가된 수험생활

또다시 스터디카페에 제일 먼저 들어가서 제일 늦게 나오는 생활

지속적인 부모님과의 대화

적극적으로 면접관의 역할을 통해 면접준비를 도와주신 아버지

할 수 있다고 계속 지지해주신 어머니


1년은 또 순식간에 지나갔고 5년차 시험날

뭐야 시험이 너무 어려워. 머리가 너무 아프다. 뭐이렇게 꼬아놨어. 시간이 모자라 빨리 마킹해야 돼. 아 마킹 실수했다. 빨리 고쳐야 돼. 휴 겨우 끝냈다.

작년과는 달리 시간이 엄청 빠듯했고 그래서 좌절했어

작년보다 시험 못 봤나?

제발 잘봤기를


답안지가 공개되고 바로 채점을 시작했는데

백점맞은 과목이 두과목이나 있는거야

정말 너무 어렵게 날 괴롭힌 과목들이 모두 백점을 맞았어

그래 나라면 이정도는 해내야지


필기 붙었다 남은건 면접이다


나는 작년의 나보다 더 잘해 할 수 있어


다가온 면접날 나의 순서는 두 번째

첫 번째 면접자가 17분 35초동안 면접을 봤기 때문에 나도 17분 35초동안 면접을 봐야한대


평균적으로 지방직 일반행정직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3명이고 질문이 10개에서 12개래

나는 19개의 질문을 받았어

면접이 끝나고 나올때 면접관 분들이 웃으시더라 수고했어요하고


집에오면서 계속 생각나는거야

내가 한 대답에 웃는 면접관님들의 모습

약간 더듬기는 했지만 들어온 모든 질문에 대답한 나의 모습


이번에야말로 붙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붙었다


집에서 기다리시던 부모님께 바로 전화했어

잘봤다 웃어주셨다 붙을 것 같다 아니 붙었다

엄마 나 붙은 거 같아


울거같아서 바로 끊어버리고 집에 달려갔더니 내가 좋아하는 피자를 두판이나 시켜놓으셨더라

그 피자가 너무너무 맛있었어


그리고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게 기다린 최종발표날 

2021년 8월 25일

5년간의 공시생활 그 결과

합격


그리고 오늘 

2022년 3월 31일

00시 총무과 인사팀입니다.

귀하는 2022년 4월 신규공무원임용예정에 있으시며 자세한 사항은 다시 문자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시생활 5년 내 나이 32살

우울증때문에 인간관계 파탄난 히키코모리는 사회로 나간다


내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나도 했으니 여러분들도 모두 가능할거라 믿어


갑자기 감성이 차올라서 글을 길게 써버렸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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