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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28살 공시생 (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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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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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긴 글이니까 웬만하면 안 보길 추천해)







안농 난 28살 개백수. 말로만 공시생덬이야.


혹시 너네 그 짤 알아? 20대 백수 중 제일 한심한 부류.jpg

그게 나야. 우습지.



학력 나름 좋고 고딩 땐 공부 잘한단 소리 매일 들었었어.

심지어 고2때부터 국가 정책 관련된 일을 하길 원했어서

대학 때도 난 당연히 공무원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멋진 앞날을 꿈꾸며 꽤 재밌는 대학 라이프 즐겼었어.



근데 어느순간부턴 집안이 기울더라

원래도 과거에 당한 왕따때문에 불안증과 조울증이 심했는데

자본에 대한 불안정성과 그 외의 여러 문제를 체감하자마자

우울증에 공황장애가 심각할 정도로 찾아왔어

일찍이 깨달은 게 '돈이 없으면 따돌려질 확률이 높아진다'였거든

게다가 늦둥이 동생도 있어서 책임감이 너무 거대하게 날 누르더라

그래서 1년 넘게 사람도 제대로 못 만나고 거의 16시간씩 잠만 잤어.



어느 날엔 죽으려고 손목을 미친듯이 그었다가

아부지가 밤에 내 팔을 우연찮게 보곤 나몰래 한숨쉬고 가신 적도 있고

죽으려고 소주 두병 원샷하고 차도에 뛰어들었다가

나를 친 차주한테 트라우마가 생길까봐 울면서 기어나온 적도 있어.


근데 살면서 난 지인들한테 내 상처를 말해본 적이 없거든.

버려질까봐.

그래서 그냥 모든 걸 놓고 지냈어. 정신도 몸도. 모두.

친구들이 든든하다며 찾아오던 가면속의 모습은 이미 증발해있었어.


그저 남의 거짓말 때문에 왕따를 당한 것임에도

'왕따는 당한 애한테 문제가 있는 거니까'

지지말고 이겨내야한다며 채찍질만 받던 순간들과,

그 사이에서 억울하단 소리 한 번 못 내보고

공부를 동아줄처럼 잡아야만 했던 과거에 갇힌 채로 그렇게 지냈어.




와중에도 친구들은 내가 공시공부를 하는 줄만 알고있으니

'공부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나한테 맞춰주려는데.

난 그게 너무 양심에 찔리는 거야.

내가 이렇게 답없는 친구란 사실 자체가 너무 미안한 거야.

그래서 그럴 땐 '각 잡고 계획부터 짜자.' 했는데

기상시간이 10분만 어긋나도 다 망쳐버린 기분이 들더라고.

그래서 정말 매일 계획표만 수정했어. 하지도 않을 계획들을.



가능하더라.

정말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이 시간을 버리는 게.


총 500 강에 달하는 강의시간을 하나씩 적고 지우고 적고 지우고..


그렇게 계획을 뒤엎을 때마다, 줄어드는 잔고를 볼 때마다

먹고 자는 생활이 반복되어 살만 쪄가는 나를 볼 때마다

우울증과 실패감은 눈덩이처럼 쌓였어.

회피가 습관이 됐어.

해야할 걸 아는데도 해내지 못할까봐 변명을 찾고있으니

끊어놓은 프리패스는 공백칸만 늘어나며 매 달 허비되고있었어.


가끔씩 정신이 안정적일 땐 인강을 들어보려 했지만

곧 눈 앞에 희뿌연 신기루가 들끓어서 현실이 분리되는 기분이라

그마저도 20강 정도 겨우 들은 게 전부였어.



사람이 그게 되더라.

1년 내내 집에서 잠만 자고 폰만 보고 가만히 있는 게.


그러면서도 밤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가슴을 치고 울다가

왜 어릴 적 내게 그 흔한 칭찬 한마디 해주지 않으셨는질 원망하며 울다가,

어디에도 내 편이 없단 걸 다시금 깨닫고는

현실로 돌아오기 싫어 잠만 자는 생활의 반복이었어.



얼마나 한심해.

난 진짜 스스로가 역겹다고 생각했어.



더 우스운 건, 가끔 집 근처에 찾아온 정말 짱친들을 만날 때면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공부해'라고 대답을 했단 거야.

ㅋㅋㅋㅋ 공부.

취업한 친구들앞에서 '나 우울증때문에..'라는 말이 도무지 안 나왔어.

우울증 걸린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사는 게 아닐테니까.

결국 나는 이 오래된 질병을 핑계로 대고 있는 걸 테니까.


나는 내가 부끄러운 삶을 살고있단 걸 알고있었던 거야.

그래서인지 거짓말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더 비참하더라고.



얼마나 우스워.

돈이든 병이든.

그걸 백수생활을 정당화할 가면으로 쓰고있단 사실이.

심지어 그런 거짓말 후에는 친구를 속였단 죄책감에도 시달렸어.

세상 모든 감정이 나를 찌르고 공격하고

공부는 커녕 취업조차 먼 나라의 이야기같고.

오직 죽어야겠단 갈망만을 앞에둔 채로

내 상처는 팽창하고 부풀어 정말 나락 끝으로 떨어졌어.



근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더 심한 자기연민에 빠져가고 있었ㄱ나'






내 지난 시간들은 관성처럼 반복됐어.

'바뀌어야돼. 이러지 말자 > 아니. 난 아무것도 못해. 늦었어. > 아니 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해야돼. > 이미 늦었어. 죽어야지. > 아니 살아야 돼.'


지독한 루트지.



특히 최근엔 정말로 죽음에 가까워졌단 생각이 들었었어.

죽음이 꼭 과제처럼 다가와서,

서른 이전에 이걸 처리해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이.


그래서 아파트 옥상을 올라갔는데, 바람이 탁 부는데.

처음 자살을 시도했었던 열네살의 내가 그곳에 서 있는 거야.

돌아가라고.

한 번만 더 돌아가라고.



그래서 돌아왔어.

그때도 지금도 울면서. 죽지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돌아왔어.

돌아와서 오늘 하루종일 마지막 계획을 세웠어.

혹시나 첫 순간부터 틀어질까봐 기상시간도 한시간 단위로 정해놓았어.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앞에 신기루가 끼어있는 것 같아.

요즘들어 뭔가를 현실이라 인지하는 게 쉽지가 않거든.

그냥 꼭 다른 세계에서 있는 것처럼.

어쩌면 내일은 내가 이 글을 올린 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헷갈릴지 몰라.



하지만 공시생으로서도, 살아있는 사람으로서도

난 이게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해.


그래서 더쿠에 이 글을 써.



아마 이 글은 너무 우울하고 길어서 보는 사람 없이 묻힐테지만,

그래도 더쿠는 내가 유일하게 하는 커뮤니티고

가장 우울할 때 알게됐던 곳이니까.


그러니까 이전의 모습을 찾을 때까진 잠깐 기억 속에 묻어두고

공시생이 아닌 공무원이 된 후에 돌아오리라 악속할게.




혹시나 이 글을 끝까지 본 덬들이 있다면

긴 글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합격과 무관하게 행복해지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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