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
과몰입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한 기자가 작품을 보며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SBS ‘스토브리그’ 내용을 바탕으로 배우 하도권과의 인터뷰를 그가 연기한 강두기의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이제 ‘갓두기’라는 표현도 이 남자를 설명하기는 부족할 듯하다. 수년 전, 드림즈에서 ‘10승 투수’로 이름을 날리더니 바이킹스 이적 후엔 변화구를 만들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 ‘19승 투수’로 성장했다.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9 스토브리그가 지나고 다시 드림즈로 돌아온 이 남자. 이번엔 ‘20승 3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드림즈의 영원한 히어로 강두기(하도권)를 최근 서울 월드컵로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Q. 이번 시즌이 눈부십니다. 무려 20승 투수가 되셨는데요. 비결이 뭔가요?
강두기: 바이킹스에서 드림즈로 돌아온 날, 백승수(남궁민) 단장님과 약속했습니다. 처음엔 ‘올해는 딱 네 번만 욕먹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단장님께서 ‘세 번도 되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세 번 이하로 지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Q. 데뷔 때부터 ‘완성형 투수’라고 생각했는데, 성적이 날로 좋아지시는군요.
강두기: 저는 제가 실력을 타고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을 통해 얻은 실력이고, 그래서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남들보다 잘 던진다고 해서, 제 실력을 과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누를 생각은 없습니다. 오직 팀의 성장을 위해 함께 하고 싶습니다.
Q. 그런 노력의 원동력은 뭔가요?
강두기: 그냥 야구가 너무 좋습니다. 저는 야구가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농구는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최고 득점이 3점 아닙니까. 그런데 야구엔 ‘만루 홈런’이라는, 4점짜리 홈런이 있습니다. 그래서 9회말 2아웃까지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 점이 인생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Q. 강두기 선수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훌륭하다는 평가가 자자합니다.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존경받는 걸로 알려졌죠.
강두기: SK와이번스 박민호 선수와 친하게 지내는데, 얼마 전에 ‘선배님을 보면서 어떤 야구선수가 돼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많은 분들의 꿈들이 모인 덕분에 제가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훈시를 내리기보다는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강두기 선수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바이킹스에서 고향인 드림즈로 돌아갔다가, 다시 타이탄즈로 트레이드돼 충격을 안겼죠. 팀을 떠나면서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강두기: 뛰고 싶은 팀에서만 뛰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동규(조한선)가 누구 때문에 트레이드된 거냐며 화를 내기에 ‘너는 그냥 홈런 날리고 안타 치고 뛰고, 그것만 해라’고 말해줬습니다. 드림즈를 위해서 그랬습니다. 단장님은 라커룸까지 찾아오셔서 미안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장님께서 어쩌다 툭 떨어진 저를 다시 주우시려다 품고 있는 것들을 잃으실까 걱정했습니다. 모든 걸 지키지 못해 힘들어하시면 안 된다고, 잠시나마 꿈들을 품게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Q. ‘꿈들을 품게 해줘서 고맙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강두기: 드림즈는 한 사람의 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꿈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그 꿈들을 품고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Q. 임동규 선수와 절친한 사이시죠. 그런데 과거 바이킹스로 이적하실 땐, 임 선수와 갈등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임 선수가 약물 주사기를 들고 있는 걸, 강두기 선수가 보셨다고요.
강두기: 임동규 선수와는 어릴 때부터 친했습니다. 동규도 워낙 야구를 좋아하는 놈이라 금방 가까워졌습니다. 동규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건 봤지만, 약물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친구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걔는 절대 약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래서 동규의 방문을 닫고 나설 때는 오히려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왜 바이킹스로 가실 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나요? 임동규 선수와 오해를 풀 수도 있었을 텐데.
강두기: 제 사의보단 팀의 공의를 생각했습니다. 저를 변명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팀 전체를 해치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드림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한편으론 ‘어떻게 그렇게까지 드림즈에 헌신적일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강두기: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첫 정(情)이 큽니다. 프로구단들 가운데 저를 처음 식구로 맞아준 팀이 드림즈였고, 그래서 처음에 대한 애정과 의리가 큽니다. 야구는 제 삶의 전부인데, 드림즈는 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울타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실망스러운 부분이 생기더라도,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SBS ‘스토브리그’ 방송화면, 하도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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