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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과 네덜란드의 대중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네덜란드 ASML의 첨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대량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계 반도체 공장이 보유한 침지식 DUV 장비는 2026년 초 기준 343대에 달하며, 2024~2025년 주요 장비 확보에 투입한 금액만 130억달러(약17조50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그려 넣는 핵심 장비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주로 쓰이지만, DUV 장비도 공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일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단체 CTS(Centre for Technology & Statecraft)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중국계 반도체 공장은 2026년 초까지 침지식 DUV 노광장비 약 343대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약 270대는 ASML의 트윈스캔(Twinscan) NXT:1980i 장비로 추정됐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2024년 약 90대, 지난해 89대의 NXT:1980i를 구입하는 데 130억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장비 매입 규모는 ASML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출하 목적지를 기준으로 중국이 ASML 전체 시스템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24년 41%, 지난해 33%에 달했다.
DUV는 EUV보다 정밀도가 낮지만 회로를 여러 차례 나눠 새기는 방식으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CTS는 이를 활용하면 7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로직 반도체와 AI 프로세서용 첨단 메모리 생산에도 DUV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의 AI 가속기 '어센드(Ascend)' 시리즈도 이 같은 생산 방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ASML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2023년 9월 NXT:2000i 이상 침지식 DUV 장비를 수출허가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24년에는 NXT:1980i까지 규제를 확대했다. 다만 NXT:1980i는 개별 심사를 거쳐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CTS는 현행 규제 체계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공정에 사용하기 위해 판매된 장비가 이후 첨단 공정 생산라인으로 옮겨지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미 의회에 초당적으로 발의된 'MATCHAct'는 중국이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내 판매와 유지·보수를 폭넓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침지식 DUV 장비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다만 CTS는 중국이 이미 상당한 규모의 해외 장비를 확보한 만큼 추가 규제가 단기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이 다른 생산 병목을 해소하고 매년 NXT:1980i 약 90대를 계속 수입할 경우, 보유 DUV 장비를 통해 2035년 연간 최대 4억3400만개의 엔비디아 H100급 AI 칩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 신규 장비 수입이 2027년 중단되면 이론적 생산 상한은 2035년 연간 1억5300만개로 낮아진다.
중국은 해외 노광장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DUV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내 DUV 장비 개발을 위해 핵심 부품 업체를 지원하는 한편 중국 장비업체들이 제품을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위량성(Yuliangsheng)은 중국 최초의 국산 첨단 DUV 노광장비를 공동 개발했으며 올해 말까지 12대를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장비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화웨이 생산라인에서 시험 중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