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성장률도 둔화하고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거시 지표가 잇따르면서 금리 전망이 다시 한 번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 물가 상승에만 통화정책 논의를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부 침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데 꾸준히 무게를 두다가, 7월 비농업 고용보고서 내용을 확인한 뒤부터 관측 방향을 반대로 바꾸기 시작했다.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불안해지다 보니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분열된 연준 내부 의견도 더 첨예하게 부딪칠 여지가 생겼다. 게다가 지난 5월 케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연준이 시장에 주는 통화정책 방향 힌트까지 확연히 줄면서 금융 불확실성은 한층 더 커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앙은행에 대한 개입 시도를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6월보다 2만 3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8만 3000명 증가’보다 무려 10만 6000명이나 적은 수치였다. 더욱이 직전 2개월간 고용자 증가폭 수치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5월 고용 증가폭은 12만 9000명에서 6만 3000명으로 5만 6000명, 6월은 5만 7000명에서 2만 명으로 3만 7000명이 각각 하향됐다. 5~6월 하향 조정분 합계만 10만 3000명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지방정부 교육 부문 고용이 지난달 5만 명이나 감소한 게 전체 지표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름 방학의 영향 등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감소폭이 지난 12개월 동안 가장 컸다. 소매거래와 금융 부문에서도 1만 9000명, 1만 4000명씩 줄었다.
고용이 급감했는데도 7월 실업률은 6월 4.2%보다 낮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4.2%)도 밑돈 수준이었다. 경제활동 참가율 자체가 6월 61.5%에서 지난달 61.4%로 하락하면서 나타난 착시 효과였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2월(6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 수가 증가하면서 실업률만 낮아졌다는 뜻이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임금은 올 6월과 지난해 7월보다 각각 0.1%, 3.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0.3%, 3.5%씩 증가했을 것으로 본 전문가 예상치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끼친 영향도 그만큼 작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별도로 노동통계국의 브렛 마쓰모토 신임 국장은 이날 미국 연방상원의 최종 인준을 받았다. 일본계 미국인인 마쓰모토 국장은 2015년부터 노동통계국에서 일한 조직 내부 출신으로 올 1월 30일 트러프 대통령에게 지명받은 인물이다. 노동통계국 국장 지명 전까지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파견 근무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일 노동통계국이 악화된 7월 고용지표를 내놓자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인사가 숫자를 조작했다”며 에리카 맥엔타퍼 당시 노동통계국 국장을 당일 곧바로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EJ 앤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후임으로 지명했다가 그의 과거 혐오 발언 등이 문제가 되자 지명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노동통계국 수장 자리는 1년 넘게 공석으로 있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올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전기 대비 연율·속보치)에 그쳤다는 미국 상무부 발표도 있었다. 2.1%를 기록한 1분기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데다 전문가 전망치인 1.8%에도 못 미쳤다. 개인소비와 인공지능(AI) 인프라(기반시설) 투자가 각각 3.2%, 3.0%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부문의 성장률은 미미했다. 특히 연방정부 지출은 4.1%나 감소했다. 수출은 4.5% 증가한 반면, 수입은 반도체 등 자본재를 중심으로 11.5%나 급증한 점도 전체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예상을 벗어난 고용 부진에 월가는 안도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6일 45.0%에서 7일 57.0%로 높여 잡았다.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55.0%에서 43.0%로 낮아졌다. 금리 인상론이 후퇴하면서 7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2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62%), 나스닥종합지수(1.30%)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까지 다시 썼다. 긴축 우려가 약화하자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포인트 내린 4.20%, 글로벌 채권시장의 대표 추종 지표(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0.02%포인트 하락한 5.65%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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